• "회사가 노조에 23전 23패 했습니다"
    By 나난
        2010년 03월 17일 05:46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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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46조(직장폐쇄의 요인)
    ①사용자는 노동조합이 쟁의행위를 개시한 이후에만 직장폐쇄를 할 수 있다.
    제91조(벌칙)….제46조제1항을 위반한 자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개판 공화국

    경주 발레오전장시스템스코리아(주)(금속노조 경주지부 발레오만도지회) 사용자는 설 연휴중인 2010년 2월 16일 새벽 6시 30분경에 직장폐쇄를 공고했다. 노동조합(지회)이 쟁의행위를 개시한 것도 아니고, 조합원들이 휴가 중에 있는데 직장폐쇄를 단행한 것이다. 사용자의 명백한 불법행위다. 따라서 사용자는 1년 이하의 징역이나 1천만원 이하의 벌금을 받아야한다.

    그러나 이러한 불법 행위에 대해서는 아무런 처벌이 없다. 그런데 지난 16일 노동부포항지청에 조사받으러 간 정연재 발레오만도 지회장은 조사받는 자리에서 경찰에 체포돼 경주경찰서 유치장에 구금되었다. 법치(法治)라고 말하기에는 너무나 개판인 민주공화국이다.

       
      ▲3월12일 박유기 위원장과 발레오만도 사장이 면담을 하고 있다. 직장폐쇄 후 처음으로 열린 발레오만도 공장 정문으로 위원장 홀로 들어갔다. 공장문은 겨우 30센티미터만 열렸다. (사진=금속노조)

    3월 12일 금속노조 확대간부들과 경주지부 조합원들이 참여한 가운데 금속노동자 결의대회가 경주에서 열렸다. 발레오만도 정문까지 행진을 했고, 우리는 금속노조 위원장과 발레오만도 사장과의 면담을 촉구했다. “현대차지부장과 동행한다”, “안 됩니다”, “한 사람만 동행한다”, “안 됩니다. 1대1로 봅시다”, “그러면 사장이 면회실로 나와라”, “좋습니다” 이런 실랑이 속에서 강기봉 사장과 면회실에서 만났다.

    “위원장님, 23년 동안 저희 회사는 노동조합과 협상을 해서 23전 23패를 했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확실히 이겨보겠다는 겁니까?”
    “이기겠다는 것이 아니라 비기기라도 하고 싶습니다.”

    "집안 싸움, 우리끼리 해결하게 해 달라"

    이런 저런 회사 측의 어려움과 하소연, 논쟁들이 오가는 가운데 강기봉 사장은 “제발 저희들끼리 해결할 수 있도록 시간을 좀 주십시오. 우리 집안 싸움을 하는데 왜 이웃집(경주지부, 금속노조)에서 이렇게 들고일어나는지 모르겠습니다”라고 한다. 이에 “자체적으로 해결을 못해서 어려움에 처한 집이 있으면 이웃에서 다 나서서 도움을 주고받고 그러는 게 당연하지요”라고 답했다. 

    이런저런 실랑이를 하다가 결론을 내자고 해서 “주말에도 상관없이 협상을 통해서 원만하게 해결할 수 있도록 회사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고, “3월 17일 오전까지 교섭이 원만하게 이뤄지도록 노동조합도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정리하면서 면담을 마쳤다.

    그러나 “13일부터 노무담당 책임자가 전화기까지 꺼놓아서 연결이 두절된 상태”라는 보고를 주말에 받았다. 그리고 15일, 경주지역 노동부 관계자로부터 “회사 측에 교섭 촉구와 지회 사무실에 대한 사무국장과 사무원의 출입요구 중”이라는 보고를 받았고, 밤에는 지회장으로부터 “16일 오후2시부터 실무협상을 하기로 했다”는 문자보고를 받았다.

    그런데 하룻밤을 자고 일어나니 상황이 180도 반전돼 있었다. “6시 30분경에 경찰들이 경주지부 사무실을 압수수색 했다”는 보고를 시작으로, 오후에는 “노동부에 조사받으러갔던 지회장이 조사받는 과정에 경찰에 연행이 되었다”는 보고를 받았다.

    근로소득세를 월급도 받기 전에 선불로 납부하는 노동자가 과연 국가기관으로부터, 법으로부터 보호를 받고 있는가. 도대체 어떤 취급을 받고 있는가. 최근 발레오만도에서 일어나고 있는 사태를 보며 자문하지 않을 수 없다.

    * 이 글은 금속노조의 인터넷 기관지 <금속노동자>의 3월 17일자 ‘박유기의 방방곡곡 현장소통’에 실렸습니다.(http://www.ilabor.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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