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주당 독식, 선거연대 걸림돌 되나?
        2010년 02월 18일 03:05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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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거연대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민주당이 17일과 18일, 자당의 기득권 유지를 위해 전라북도와 광주광역시의 기초의원 4인 선거구를 2인 선거구로 쪼개, 진보정당 등 소수 야당들의 강력한 비판을 사고 있다. 

    전라북도의회는 17일 전라북도선거구획정위원회가 제출한 5곳의 4인 선거구를 모두 2인 선거구로 분할했으며, 지난 9일 이미 한 차례 시도가 무산된 바 있는 광주광역시의회는 경찰력까지 동원해 6곳의 4인 선거구를 모두 2인 선거구로 분할했다.

    ‘4인 선거구’는 말 그대로 한 지역에서 4등까지 기초의회에 진출할 수 있는 제도로, 이는 지난 2006년 부터 도입된 중대선거구의 취지에 따른 선거구 획정 방식이다. 각 기초의회 내 다양한 정치세력과 소수정당, 정치신인, 여성의 정치활동을 보장하고자 한 것이다.

    2등까지만 기억되는 기초의회

    그런데 이를 ‘2인 선거구’로 분할 할 경우 해당 지역에 2등까지만 의회에 진출할 수 있다. 이 경우 지역에서 기득권을 쥐고 있는 정당에게 더 유리한 셈이다. 전 서울시의회 의원인 심재옥 진보신당 대변인은 “민주당으로서는 4인 선거구에 4명의 후보를 내서 당선시키는 것 보다 2인 선거구에 2명의 후보를 내서 당선시키는게 더 효과적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지난 10일 한나라당이 절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대구시의회가 4인 선거구를 분할했을 때, 민주당 대구시당은 강력하게 반발한 적도 있다. 따라서 민주당은 이번 선거구 분할이 ‘패권적인 기득권 챙기기’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특히 민주당의 이러한 행태는 한나라당이 독식하고 있는 서울, 인천, 대구 등에서의 선거구 분할과 ‘기득권 독점’이라는 본질적 측면은 같지만 이번 지방선거에서 타 다른 야당들과의 ‘공조’를 적극적으로 외치고 있는 정당으로서는 연대의 기본을 저버린다는 비난을 살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 민주당, 민주노동당, 창조한국당, 진보신당, 국민참여당 등 야5당이 지방선거 연대를 목표로 ‘2010 지방선거 공동승리를 위한 야5당 협상회의(이하 협상회의)’를 발족한 상황에서 소수정당의 지역의회 진출을 민주당이 가로막은 문제를 다른 야당들이 받아들일 수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16일, 야권의 선거연대를 위한 첫번째 정치협상회의에서 민주당을 제외한 야4당이 “민주당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광주광역시 의회에서 ‘4인 선거구’를 ‘2인 선거구’로 개정하려는 움직임에 대한 지적”까지 한 바 있다. 

    한나라당과 민주당 어떻게 다른가

    이와 관련 오은미 민주노동당 전북도의원은 전라북도의회의 선거구 분할 당시 5분 발언을 통해 “(이번 선거구 분할은)토호세력-보수정당 기득권 유지를 위한 것으로 명분도 정당성도 없이 민주주의를 후퇴시키고 민의를 왜곡하는 일”이라며 “지방선거를 앞두고 참신한 정치 일꾼들이 의회 입문을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음에도 또다시 다수 정당이 나눠먹기를 반복하려 한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이는 민주당이 전북지역의 유일 여당으로서 기득권을 결코 놓을 수 없다는 것”이라며 “소수정당이 지방의회에 참여할 기회를 박탈하면서 반 이명박 심판에 대한 야당공조 운운하는 것은 어불성설인 것”이라고 꼬집었다. 오 의원은 “‘정파적 이익에 따라 지역도, 주민도, 당론도 없는’ 보수정당의 정치수준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진보신당 광주시당도 18일 성명을 통해 “단체장, 국회의원, 시의원도 100% 민주당이고 기초의원도 90% 이상이 민주당인데, 나머지 기초의원 10%를 장악하겠다고 ‘4인 선거구분할’ 만행을 저질렀다”며 “광주시민들은 ‘일당 독점’, ‘지방자치 독재’를 꿈꾸는 민주당을 심판해 광주시민이 정치의 주인임을 증명할 것”이라고 말했다.

    심재옥 진보신당 대변인도 “민주당이 선거연합을 위한 야5당 협상기구에서 2인 선거구로의 분할시도를 시정하라는 민주당을 제외한 정당들의 강력한 요구를 무시하고도, 야당 간의 연대를 말할 자격이 있는지 한나라당을 비판하는 것이 부끄럽지 않은지 묻고 싶다”고 비판했다.

    드러난 민주당 속내

    이어 “이러한 작태는 결국 기득권 강화, 지방의회 독식, 말뿐인 연대라는 민주당의 속내를 드러낸 것이 아닌가 의심스럽다”며 “민주당 지도부는 전북과 광주에서 4인 선거구 분할을 막기 위한 어떠한 노력과 조치가 있었는지 밝혀야 할 것이며 더욱이 이 문제가 이후 야5당의 실질적 연대를 가로막는 심각한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조속히 시정할 것”을 촉구했다.

    한편 우상호 민주당 대변인은 전라북도와 광주의 선거구 분할에 대해 “중앙당에서 광역시도당, 광역의회의 일에 개입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며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라 이해관계가 얽혀있는 일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심 대변인은 “당론으로 중대선거구 취지를 살리자고 하면 못할 것도 없다”며 “중앙당과 지역당이 서로 다른 당이 아닌 이상 (개입불가는)말이 안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지난 2006년 선거를 앞두고 한나라당의 4인 선거구 분할에 맞서 야당과 대체법안을 발의했던 지난 행동들을 상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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