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정권 파쇼…식물정부 만들어야
    상호존중 틀, 힘 합치면 더큰 성장"
        2010년 01월 30일 09:49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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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창현 위원장(사진=이재영) 

    분당을 겪으며 당세가 위축됐고, 그 당의 이념과 노선에 여러 비판이 제기되고 있지만, 민주노동당이 이룬 정치적 성과는 한국 정치사에서 괄목할 만한 것이다.

    선거 때마다 이리저리 이합집산하며 당명이 바뀌는 한국 정당들 사이에서 민주노동당은 창당 후 10년 역사를, 국민승리21로부터 13년을 꿋꿋이 버티며 스스로의 운명을 개척해 왔다.

    그 당의 사람들 중에서도 울산시당의 김창현 위원장은 여러모로 독보적이다. 정파 출신의 활동가들과 대중정치인이 공존하는 민주노동당 안에서 김창현 위원장은 양쪽을 두루 경험했고, 지역간부를 거쳐 중앙당의 최고위 집행책임자까지 맡았었다. 그래서 사람들은 흔히 김창현 위원장을 ‘실세’라 칭하기도 한다.

    <레디앙>이 김창현 위원장을 만나, 창당 10년을 맞은 민주노동당의 어제와 오늘을 물었다. 그는 분당 원인에 대해 “비례국회의원 선출에서 1인 2표제의 유지는 한 마디로 ‘싹쓸이’라고, 소수파에게 절망감으로 받아들여졌을 것”이라며, “지금은 1인 1표제로 조직적 담합의 가능성을 없앴는데, 당이 깨지기 전에 왜 이렇게 하지 않았을까 반성한다”고 말했다.

    또, 김창현 위원장은 ‘종북주의’논란에 대해 “다수파에게 반성의 기회를 주기보다 ‘종북’이라는 공격만 하니, 심각한 분란이 발생했다”면서 “종북 논쟁은 논쟁하면 되는 문제인데, 당대회에 제명안을 올리니 양보할 수 없게 만든 것”이라고 회고했다.

    진보양당의 통합과 후보 단일화 문제에 관련해 김 위원장은 “통합은 어떤 계기가 있어야 하고, 2010년 선거가 그 계기”라며, “최소한 ‘나중에 언젠가는 통합한다’ 정도라도 국민 앞에 약속하고 후보 단일화에 들어가자”고 제안했다.

    이어 김창현 위원장은 “이명박 정부는 파쇼독재”라고 규정하면서 “과거 군사독재에 맞서 싸울 때처럼 각계각층이 힘을 합쳐 이명박 정권이 임기를 마치지 못하게 하는 싸움을 펼쳐야 한다”고 반MB민주대연합을 주장했다.

    그러나 김 위원장은 “일방적 양보는 받아들일 수 없다. 민주대연합 안에서도 분명한 목소리를 내야 하고, 가치 동맹이 민주대연합의 전제로 깔려야 한다”고 말하며, 민주노동당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무조건적 양보론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냈다.

    아래는 29일 민주노동당 울산시당에서 이루어진 김창현 위원장과의 인터뷰 전문이다.

                                                         * * *
    지역에서 초심으로

    – 그동안 어떻게 지냈나?

    = 2008년 분당 이후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었다. 분당에 책임도 있고, 막지도 못했다는 자기 반성 때문이었다. 지역으로 가 초심으로 시작하자는 마음으로 울산으로 내려왔다.

    국회의원 선거를 도우며 다른 길을 모색했었다. 지역 진보언론을 만드는 일을 추진했는데, 경제위기가 닥치면서 자금 모금이 어려워졌고, 마침 울산시당 집행부를 구성 못하는 상황이 벌어져, 언론 사업을 접고 시당 위원장을 맡게 됐다.

    2009년 4월에 북구 재선거가 있었고, 이후 하반기부터는 지방선거를 준비하면서 당을 안정화시키는 데 주력하고 있다. 분당 전 수준으로 당원을 확대했고, 현재 조직이 안정화되는 추세다.

    – 분당 후 복구가 다른 지역의 민주노동당 조직보다는 빠른 편인 것 같다.

    = 시당 위원장을 맡으며 두 가지 길을 제안했다.

    이전의 우리는 노동현장을 주인답게 모시지 못하고 있었다. 노동자들은, 선거 때 돈 대주고 몸 대주는 객으로 전락해있었다. 노동자의 당답게 운영된 게 아니다. 그러다 보니 처음 울산에 내려왔을 때는 현장노동자들 만나기도 어려웠다.

    분당에 일반 국민들보다 노동자들이 더 크게 실망하고 분노했다. 누구 잘잘못을 따질 것 없이 노동자 중심성을 확고히 하며 옳게 조직하고, 모든 활동을 노동현장으로부터 시작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당 간부 한 명과 현장 한 곳을 연결하는 ‘1촌 맺기’라는 걸 했다. 점심도 그 회사 가서 먹는다.

    또 한 가지는 정책정당의 길을 걸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동안은 반대하는 것밖에 할 줄 모른다는 비판을 들어오지 않았느냐. 정책위원회를 구성하고 시당 상근자 절반을 정책 담당자로 바꿔 시의원들의 상임위에 결합시켰다. 이 두 길의 성과로 당원 확대에 성공하고 있다.

    점심도 현장에서 먹는다

    – 민주노동당 일각에서는 “분당의 원인은 종북주의와 패권주의가 아니라 소수파의 조급함과 분파성”이라는 취지의 평가도 나오고 있다. 분당 원인이 무엇이라 생각하나?

    = 돌아볼수록 잠이 안 올 정도의 사건이다. 당시에도 몇 차례 대중적 반성문을 썼었다.

    입장이 다른 두 노선이 당을 함께 한 게 민주노동당이다. 이렇게 당을 함께 하려면 리더십의 공유가 가장 중요하다. 소수가, 리더십을 공유하고 있고 향후에도 나눌 수 있어야 당을 함께 할 수 있다. 소수가 리더십을 나눌 수 없다고 절망하게 되면 당을 함께 하기 어렵게 된다.

    그래서 다수파는 통합적 리더십을 위해 노력해야 하는 것이다. 마음만으로는 안 되니 시스템을 갖춰야 하는 것이다. 그 기제가 무너지면 패권주의라 비판받을 수밖에 없는 것이고, 소수파는 분파주의라는 비판을 받게 된다. 

    분당 과정을 돌아보면 소수파가 리더십을 공유할 수 없게 됐다고 절망하게 된 동기가 있었다. 비례국회의원 후보 선출을 여성명부 2표, 일반명부 2표씩 투표하는 1인 2표제에서 1인 1표제로 바꾸자는 소수파의 안이 2007년 중앙위위원회에서 부결됐다. 그 사건을 돌아 보니, 1인 2표제의 유지는 한 마디로 ‘싹쓸이’라고, 절망감으로 받아들여졌을 것이라 생각한다.

    오히려, 당이 깨지고 난 이후에 민주노동당에서는 온전한 1인 1표제가 실현되고 있다. 1인 1표제로 조직적 담합의 가능성을 없앤 것이다. 당이 깨지기 전에 왜 이렇게 하지 않았을까 반성된다.

    당을 유리그릇 다루듯이 했어야 한다. 그랬다면 당이 깨지지 않았을 것이다. 패권주의라는 지적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패권주의 맞다.

    소수파에게 패배주의가 강하게 작동했던 것 같다. 대선에서 3%를 얻고 나니 더 이상 민주노동당으로는 안 된다는 패배감이 퍼졌고, ‘민주노동당은 침몰하는 배’라는 노회찬 대표의 말은 그런 분위기에서 나온 것이다. 

    소수파 절망케 한 것이 분당 원인 

    ‘종북주의’는 분당의 원인이 아니다. 나는 ‘종북 소동’이라 본다. ‘모든 문제의 원인은 종북주의’라는 이데올로기를 일부 사람들이 제공한 ‘종북 소동’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번짓수를 잘못 찾은 공격이다.

    다수파에게 반성의 기회를 주기보다 ‘종북’이라는 공격만 하니, 심각한 분란이 발생했다. 사람들의 신념에 딱지 붙이기를 하니 많은 사람들이 용납하기 어려웠던 것이다.

    심상정과 노회찬 대표에게는 분당하려는 의지가 없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선도 탈당이 이루어진 데다가, 최기영 이정훈에 대한 제명안이 당대회에 부쳐졌다. 잘못한 게 있으면 당기위에 올리거나 재판 후에 판단해도 되는데, 당대회에서 제명하려다 보니 심각한 정치적 사안으로 발전하고 말았다. 종북 논쟁은 논쟁하면 되는 문제인데, 당대회에 제명안을 올리니 양보할 수 없게 만든 것이다.

    당시 심상정 비대위원장에게, 패권주의라거나 비민주적이라는 비판은 얼마든지 받아안을 수 있지만 모든 문제를 종북주의라 공격하고 당대회에서 제명안을 다루는 것은 당을 혁신하기보다 심각한 분열로 이끌고 갈 것이라고 호소했었다.

    ‘종북 소동’보다도 그 아래 깔려 있는 양 노선 사이의 불신을 해결하는 것이 앞으로의 문제다. 당을 재통합하는 게 생각보다 어렵지 않을 수도 있다.

       
      ▲사진=이재영

    민노당 미래는 진보대통합에서 열린다

    – 민주노동당 창당 10주년을 맞아 당 역사에 대한 평가와 미래 전망에 대해 말해 달라.

    = 당 일을 하며 가슴 벅찼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2004년 총선, 부자에게 세금을 서민에게 복지를, 무상교육 무상의료…. 우리가 가슴 설레었듯이 노동자 서민에게도 희망을 줬을 것이다. 그리고 노동당이라는 이름으로 10석을 얻었다. 이것이 바로 민주노동당 존재감의 의미다. 그런 설렘을 줬다는 것이 가장 크게 평가되어야 한다.

    물론 한계도 많았다. 정파적 대립을 극복하지 못했고, ‘운동권 정당’이라는 표현이 보여주듯이 대안 제시가 부족했다. 분당을 맞으며 지지율이 반토막 나는 아픔을 겪기도 했다. 영욕이 같이 한 10년이었다.

    ‘아픔 만큼 성숙해진다’고 하지 않느냐. 기쁨도 아픔도 함께 나눴고, 차이가 있다는 것도 다 아니까, 서로 노선과 입장을 존중해줄 수 있는 제도를 만들고 다시 힘을 합치면 과거의 성장보다 더 크게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민주노동당의 미래 전망은 진보정치세력의 대통합에서 열린다. 물론 진보신당과의 양당 통합에서 멈추지 말고, 여러 진보정치세력과 시민운동세력까지 함께 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단순 단일화가 감정 더 키울 수도

    – 앞으로 두 당은 어떻게 하는 게 좋겠나? 당장 두 당 사이의 전국적 선거연합이나 조정은 어떻게 하는 게 좋겠나?

    = 당장, 금방 통합이 잘 될 것이라 생각하지는 않는다. 여전히 감정들이 남아 있고, 해결되지 못한 문제가 남아있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으니까.

    과거를 반성할 때 국민을 보고 정치하지 못했다는 말을 많이들 하는데, 국민은 왜 분당했는지 도저히 이해하지 못한다. 왜 둘로 나뉘어 따로 하는지 아무리 설명해도 모르고, 밥그릇 싸움하다 깨진 것 아니냐고 묻는다. 우리끼리 고상하게 얘기하면 ‘리더십의 공유’지만, 대중들로서는 ‘밥그릇 싸움’인 것이다.

    노동자와 국민을 보고 정치하자면, 누구의 잘잘못을 따지지 않더라도 분당이 역사적 과오임을, 많은 국민에게 죄지은 것임을 서로 허심하게 인정해야 한다.

    만남부터 시작해야 한다. 선거연합을 먼저 하고, 선거 마치고 나서 통합해나가자는 진보신당의 주장이 꼭 틀린 것은 아니다. 그런데 현실적으로 그게 더 어려울 것이다.

    통합은 어떤 계기가 있어야 한다. 바로 선거다. 일상시기에는 합당하려 하지 않는다. 지금 놓치면 2012년이다. 판이 벌어졌을 때 통합 논의를 시작해두자.

    지난 울산 재선거에서 단일화 과정을 겪어 보니 단일화가 통합에 더 도움이 안 되더라. 민주노동당 표까지 몰아서 당선됐으니, 당선 된 후에 대동단결을 얘기해야 하는 것이다. 노옥희 진보신당 시당위원장이 “진보신당 밀어줘 고맙다”고 했는데, 보통 사람들이 보기에는 상식적 발언이지만, 민주노동당 당원들로서는 섭섭한 말이었다.

    단순한 선거연합이 통합 자체에 도움되는 것은 아니다. 통합을 전제로 하면, 단일화에서 떨어진 쪽도 박탈감이 적어진다. 최소한 ‘나중에 언젠가는 통합한다’ 정도라도 국민 앞에 약속하고 후보 단일화에 들어가면, 그 선거연합 자체가 두 당에 도움이 되고, 국민 정치에서 시너지 효과가 클 것이다.

    이명박 정권 파쇼독재라 결론내렸다

    – 만약 통합조건부 선거연합이 안 되면, 어떻게 하는 게 좋겠나?

    = 그러면 지역별로 실정에 따라 각각 협상을 하게 될 것이다. 후보단일화 논의로 국한될 것이고, 지역별로 다른 결과가 나올 수밖에 없다. 별로 안 좋다.

    – 민주노동당 안에서는 ‘조건없는 민주연합’ 주장까지도 나오고 있다. ‘민주연합’, ‘진보연합’ 등에 관련된 개인 의견을 이야기해 달라.

    = 두 입장은 이명박 정부를 바라보는 시각에 차이가 있다. 나는, 이명박 정부는 민주주의를 후퇴시켰고, 민생을 파탄냈고, 남북관계를 전쟁으로 치닫게 하는 파쇼독재라는 결론을 내렸다.

    지금은 반신자유주의 전선이 아니라, 과거 군사독재에 맞서 싸울 때처럼 각계각층이 힘을 합쳐 이명박 정권이 임기를 마치지 못하게 하는 싸움을 펼쳐야 한다. 지방선거 후 이명박 정부가 식물정부가 되도록 투쟁해야 한다.

    5+4 회의는 지극히 타당하다. 그런데 대중투쟁이 아니라 선거이다 보니 후보 문제가 등장한다. 반MB연대투쟁의 가장 큰 축이 민주당이니 만큼, 함께 싸우는 진보진영에 대한 이해의 관점을 가지도록 강하게 요구하고, 일방적 독주는 불가능하다는 점을 주지시켜야 한다.

    ‘비판적 지지’와 뭐가 다르냐는 비판이 있겠는데, 그것과는 질이 다르다. 예전에는 당이 없어 어쩔 수 없이 지지해줬지만, 지금은 당의 강화라는 전제가 있다.

    일방적 양보는 받아들일 수 없다. 민주대연합 안에서도 분명한 목소리를 내야 하고, 가치 동맹이 민주대연합의 전제로 깔려야 한다. 민주대연합이 배제된 진보대통합, 진보대통합 없는 민주대연합은 허망하다.

    민주대연합, 경선 룰이 관건

    – 울산이야 민주당에게 양보할 필요가 없겠지만, 수도권에서는 민주노동당이 약세다. 인천이나 경기에서 민주당에게 양보해야 한다면 어떻게 하겠나?

    = 국민적 상식이라는 게 있는 것이고, 원칙과 룰을 만들어야지 양보를 할래 말래 하는 문제는 아니다. 예를 들어, 서울에서 민주대연합을 하겠다면 노회찬 대표가 수긍하고 참여할 수 있는 경선 룰을 짜야 하는 것이다.

    – 민주노동당의 근간인 민주노총의 위기가 더욱 심화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이번 위원장 선거를 중심으로 민주노조운동의 개혁 방향에 대한 의견을 이야기해 달라.

    – 이번 선거에서 통합 노력이 있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잘 되길 바랬다. 어떤 이유인지 모르겠지만, 통합이 안 돼 안타깝다. 이 인터뷰가 나갈 때에는 선거가 끝났을 텐데, 누가 되든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줘야 한다. 보통 때보다 훨씬 더 비판을 자제하고 당선된 집행부를 밀어줘야 한다.

       
      ▲사진=이재영

    – 지방선거에 출마하나?

    = 고심이 있다. 많은 의견을 모으고 있는 중이다. 내가 진보대통합, 민주대연합을 실현하는 데 적임인 사람인가를 생각하는 중이다.

    – 언제까지 결심하게 될까?

    = 오래 끌어서는 안 될 것이다. 막판까지 왔다. 분회, 지역위, 부문 단위마다 토론 중이고, 그 토론 결과를 모아 곧 정리하겠다.

    – <레디앙> 독자들에게 하실 말씀이라든가, 남은 말씀 해달라.

    = <레디앙>이 진보신당 지지자들이 많이 찾는 매체라 약간 조심스럽기도 하지만, 솔직한 심정을 많이 이야기했다.

    아픔과 구원(舊怨)이 있지만, 언젠가는 함께 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시간이 언제나 기다려 주지는 않는다. 2010년, 2012년 두 번의 계기일 텐데, 지금부터 시작해야 한다.

    압력을 가한다고 불쾌감을 느낄 수 있어 죄송스럽지만, 좋은 기회일 수도 있다. 마음을 열고 만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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