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벽장속 할아버지 꿀단지의 달콤한 유혹
        2010년 01월 27일 09:57 오전

    Print Friendly, PDF & Email

    갯버들, 꽃다지, 회양목, 매실, 양지꽃이 긴 겨울 꿀맛 같은 대지의 휴식을 뒤로하고 3월에 고개를 내민다. 개살구, 사과나무, 복숭아, 앵두, 산버들, 진달래, 자운영이 4월을 딛고 물푸레, 산딸기, 애기똥풀, 소나무, 인동넝쿨, 배추, 탱자, 토끼풀이 5월을 품는다.

    머위, 복분자, 옷나무, 가시엉겅퀴, 하고초, 대추, 빗싸리, 튜울립, 호박은 녹음의 절정 6월을 즐기고 밤, 광대싸리, 개머루, 싸리, 참깨 피나무, 헛개나무가 7월을 관통한다. 8월에는 봉선화, 연꽃, 익모초, 과꽃, 배초향, 사위질빵, 참싸리, 옻나무, 두릅이 주인공이다.

    해바라기, 향유, 며느리밑씨개, 여뀌바늘, 물봉선, 개미취, 참취가 9월에 가을을 손짓하고 개여뀌, 큰비단분취, 산국, 코스모스, 털머위가 10월을 재촉한다.

       
      ▲ 갯버들위에서 꽃가루를 묻힌채 열심히 일하는 토종벌

    꽃을 피우지 않는 식물은 없다.

    꽃은 식물의 몸체에서 맺어져 그 진액이 담겨진다. 그 식물의 주요 구성성분을 담고 있다. 진액은 그 식물이 자연에 내주는 것과 요구하는 것을 머금는다. 그가 살아야 할 존재가치가 담겨지는 것이다.

    그러고 보면 농업(農業)은 ‘모든 생물의 존재가치를 드러내고 아우르는 일’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그들이 존재하는 동안 시간, 계절, 기후, 먹이, 사랑의 요소들은 똑같은 모습으로 진행 되지 않고 온갖 우여곡절로 삶의 컨텐츠를 채운다. 하나하나 대응하는 과정에서 문제를 풀어내며 터득한 삶의 지혜를 자신의 몸속에 저장하고 기억하는 것이다.

    그렇게 봄, 여름, 가을은

    벼 나락에서
    콩 꼬투리에서

    몽당수수, 옥수수, 차조같은
    알곡 하나하나에서

    열매로
    땅속줄기에서

    하나가 되고
    ‘완성(完成)’이 된다.

    그 ‘완성’은 봄, 여름, 가을 내내 지난한 몸짓으로 화분(꽃가루)을 매개한 토종벌로 인하여 ‘정점’에 이르고, 벌들이 만든 온갖 인연은 ‘토종꿀’에 담겨져 또 다른 ‘완성(完成)’이 된다. 각자의 유기체가 스스로 살아낸 노하우를 모아 담은 물리적인 총량에다 오묘한 자연의 가치가 보태진 결과다.

    토종벌 에피소드

       
      

    태조 이성계가 무학을 불러 점을 치니 이성계하고 사주팔자가 정확히 일치하는 사람이 또 한사람 있는 게 아닌가? “세상에 왕이 될 팔자가 둘이라니…” 고려왕조를 무너뜨리고 역성혁명으로 왕이 된 자신이고 보니 이는 분명 둘 중의 하나는 죽어 마땅한 상황이었다. 전국에 영을 내려 또 다른 ‘왕이 될 사주를 가지고 있는 사람’을 잡아 들였다. 알고 보니 그는 벌을 치는 사람이었다.

    “대왕께서는 수백만 백성을 다스리는 왕이시고 저는 수백만 벌을 칩니다. 대왕께서는 백성을 긍휼히 여기고 자애롭게 대하여 풍족하게 살수 있도록 노심초사하십니다. 저 또한 벌들을 그리 대하옵니다. 그러니 이치와 도리가 대왕과 같사옵니다” 이 같이 대답하니 이성계는 껄껄 웃으며 후한 상을 내렸다.

       
      ▲ 소장처 : 삼성미술관 Leeum

    조선 후기의 화가 김득신(1754~1822)의 작품 ‘사계풍속도’중 겨울채비하는 풍경이다. 풍속화 이외에 도석인물(道釋人物)을 비롯하여 산수·영모(翎毛) 등도 잘 그렸다. 김홍도(金弘道)의 영향을 많이 받았으며, 특히 풍속화는 그 경향이 두드러진다. 이 그림에는 4개의 벌통이 나온다. 사람들이 사는 저잣거리에서 토종벌을 친 것이다. 요즘에도 도시근교 농가에서 몇통 정도 키우기도 하고 심지어는 도심에서 토종벌을 키우는 사람들이 생겨나고 있으니 낯설지 않은 풍경이다.

    농가월령가 4월령에 나오는 벌치는 이야기도 있다.

    한 잠 자고 일어난 누에 하루도 열두 밥을 밤낮을 쉬지 말고 부지런히 먹이리라.
    뽕 따는 아이들아 뒷 날을 생각하여 오랜 가지 찍어 내고 햇잎은 두고 따소.
    찔레꽃 만발하니 적은 가뭄 없을소냐 이때를 이용하여 나 할 일 생각하소.
    도랑 쳐 물길 내고 새는 지붕 손질하여 장마를 방비하면 둣 근심 더 없나니
    봄에 매는 필무명도 이때에 널어 말리고 베 모시 형편대로 여름옷 지어 두소.
    벌통에 새끼 나니 새 통에 받으리라. 천만이 하나같이 여왕을 받들으니
    꿀 먹기도 하려니와 군신 도리 깨닫도다.

    우리네 고향, 역사, 살아온 살림살이를 생각해보면 ‘일소’처럼 ‘토종벌’도 아주 잘 어울리는 정겨움중의 하나 였고, 실재(實在)였다. ‘벌을 치는 일’은 다른 이야기들을 담은 의미 있는 일로, 살아가는 방편으로 이어져 내려온 것이다.

       
      ▲ 전남 구례 김정환씨의 용방 벌방에서 바라본 지리산 노고단(사진 오른쪽 뾰족한 부분)과 만복대(사진중간 평평한 정상) 전경이다. 지리산 덩어리의 크기에 압도된다. 25년전 철원 김화에서 군대생활 할 때 GOP근무를 했다. 민들레 벌판 북한군 지역에 서있던 오성산 덩어리가 크다고 생각했는데 노고단 저 덩어리에 비하면 아주 작은 편이다.

    지리산에는 1,300여종 이상의 식물이 서식한다. 이는 한라산 다음으로 종의 다양성이 이루어지는 생태계의 보고(寶庫)다. 그중 충매화가 70%정도다. 지리산 자락에서 토종벌이 잘되는 이유이기도 하고 결과이기도 하다. 소설 태백산맥의 주무대이자 한국 근현대사의 애환이 온전하게 녹아있는 역사의 현장이기도 하다.

       
      

    추위가 한참이던 1월 중순 전남 구례 용방면 용정리 상용마을 깊은 골짜기 따라 산속으로 산속으로 올라갔다. 자동차 길이 다되어 내려서도 한참을 더 걸어 올라가니 한겨울 풍취가 가득한 벌방이 시야에 들어온다.

    올라가는 중간쯤에 오래된 녹슨 홀태(벼나락 터는 기계)가 수풀에 묻혀 있는 걸로 보아 이곳에서도 예전에는 벼농사를 짓거나 밭농사를 지었던 모양이다.

    잠깐 돌아 나오면 맞은편으로 지리산 노고단과 만복대가 웅장함으로 다가서는 해발 600고지에 있는 토종벌농장(벌방)이 있다. 400여군 정도가 겨울을 나고 있는데 큰 군단(軍團)을 이룬다. 벌통안에서는 월동하는 토종벌들의 생명짓이 한창이다. 고요하고 적막한 겨울 지리산, 그곳에서 수많은 생명들이 다음을 준비하고 있었다.

    벌 한 통당 수밀기 한창일 때는 2만에서 3만마리 정도의 기세로 살아 움직이는 병력이니 400여군이면 천만대군이나 마찬가지다.

       
      

    벌방 중간 중간 벌통이 놓여있지 않은 자리들이 보이길래 이 자리에는 왜 벌통이 없냐고 물었더니 안주인 조말순 여사가 대답을 한다. 이런 곳은 아무리 좋은 벌통을 옮겨 놓아도 벌이 안되는 자리라는 것이다. 근처 사방도 열려있고 밀원도 근처에 있고 잘되는 벌통들과도 불과 몇m도 안떨어진 곳인데 어째서 그럴까? 벌을 치는 사람들도 이해하기 어렵다고 한다.

    사람 사는 집터도 그런 현상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수맥(水脈) 때문이기도 하고 뭔가 다른 기(氣)때문이라고도 하고… 아무튼 자연의 조화(造化)속은 헤아리기 어렵다.

    신기한 일은 ‘자리’뿐만이 아니고 ‘사람’도 벌이 안 되는 사람은 죽어도 안된다고 한다. 사양관리 기술이나 조건때문만이 아니고 사람에 따라서도 다르다고한다. 혹자는 벌치는 것은 사주팔자에 벌이 들어있어야 되며, 벌 사주가 있는 사람은 CEO의 기질이 다분히 있다고도 이야기한다.

    토종벌(oriental honeybee)

    토종벌은 양봉의 서양종벌과는 종(種)이 다르다. 종이 다르면 교미가 이루어지질 않는다. 학명으로 토종벌은 ‘Apis cerana’이고 서양종벌은‘Apis mellifera’이다.

       
      ▲ 토종벌 몸에 화분(꽃가루)이 잔뜩 붙은 모습. 이 녀석은 그날 수확이 아주 좋은편이다.
       
      ▲ 토종벌의 눈이다. 아주 예쁘죠?

    토종벌은 고대로부터 우리나라에 자생해온 꿀벌이다. 우리나라의 기후와 생태에 가장 잘 적응할 수 있도록 진화 해온 존재다. 토종벌은 체구가 작고 이른 봄부터 늦은 가을까지 추운날씨에도 활동할 수가 있고 꽃병이 긴 어떤 꽃이라도 꽃의 밀샘 깊숙이 파고들어 꿀을 물어올수가 있다.

    토종벌은 작은 체구로 코박고 꿀을 따기도 하지만 꽃이 시들 무렵 꽃주위에서 온갖 ‘오도방정’을 다 떨며 부산하게 움직이면 긴 꽃병이 떨어진다. 그때 꿀을 딴다. 귀엽고 지혜로운 녀석이다.

    토종벌들은 처음 벌통 근처에 가면 쏘지만 그 다음부터는 잘 안쏘는 경향이 있다. 또 벌들이 내는 경계음도 재미있다. 낯선 사람이 다가서면 서로간의 텔레파시 신호음으로 “쏴~쏴!쏴!” 강렬한 음을 내며 긴장하며 경계하지만 주인이 오면 “싸방 싸방, 나 여기 있어요” 한결 부드러운 소리를 낸다.

       
      ▲ 토종여왕벌과 일벌들

    여왕벌은 평생에 한번 교미를 한다. 여왕벌이 그 한번의 교미를 위해 날아오르면 10~20m정도를 비상한다. 근처 벌통 숫벌들이 50여마리 이상 따라 오른다. 여왕벌은 한 마리의 숫벌과 교미하는 것이 아니고 여러 마리와 교미한다. 많게는 15마리 정도의 숫벌과도 교미한다.

    이는 여왕벌의 정낭(精囊)이 채워져야 하고 다양한 유전자를 많이 받아야 건강한 후손들이 태어나게 되고 조직이 유지되기 때문이다. 교미를 마친 숫벌은 생식기가 떨어져 나가 죽는다. 그러고 보면 생태계 내에서 수컷의 팔자가 좋은 놈은 그리 많지 않은듯하다. 우리네 사람들 ‘수컷(남자)’의 팔자는 어떤가?

    토종벌의 생태적 가치

    토종벌은 지역 고착형이므로 벌방이 있는 지역의 기후와 생태, 서식하는 식물등 제반요소를 오랫동안 경험하고 대응해온 방법들을 유전적 요인으로 내재(內在) 시켜왔다. 식물의 수분을 매개하는 매개충 중에서 토종벌의 위치는 경이로운 존재가 아닐수 없다.

    지리산 계곡에 매실꽃이 피기 시작하면 이미 그곳에 매실이 존재하고 있음을 몸으로 알고 있던 토종벌이 날아드는 것이다. 한겨울을 딛고 갯버들이 움을 틀때면 “음~ 반가운 친구네 ” 벌나비도 움직일 채비를 한다.

    알베르트 아인슈타인(Albert Einstein) 박사는 “벌이 사라지면 인류는 겨우 4년을 버틸 수 있다.”라고 경고했다. 그 의미가 새삼스럽다.

    또한 토종벌은 초봄부터 늦가을까지 활동 가능하다. 토종벌은 꽃에서만 먹이를 물어 오는게 아니다. 더 높은 가치평가를 한다면 각종 나무의 수액과 식물성 물질, 진흙 등 다양한 물질들이 혼입된다는 것이다.

    봄, 여름, 가을 밀원을 다 담아야 토종꿀이다.

       
      ▲ 토종벌통의 내부구조

    (사)한국토봉협회가 정한 토종꿀의 정의다.

    토종벌이 대한민국영토내에서 이른봄부터 늦가을까지의 밀원으로부터 수밀하고 화분과 각종나무의 수액 등 벌의 먹이로 수집된 것을 일년중 한번(10월경) 채밀하여 숙성시킨 것.

    토종꽃꿀 고유의 특성

    ● 온도에 민감하여 늦가을 기온이 낮아지면 가는 모래알처럼 굳어지거나 해동이 되면 결정체가 녹으면서 효소활동이 나타난다. (효소활동 : 부글부글 괴면서 토종꿀이 용기로부터 흘러넘치는 현상)

    ● 토종꿀은 장기간에 걸쳐 봄, 여름, 가을꽃의 정수(精髓)를 벌집에 저장된 것을 통째로 분쇄하여 채밀하기 때문에 농도가 진하고 유기산과 각종 나무의 진액이 저장되어 독특한 맛과 향을 가지며 색상은 주로 진한갈색을 나타낸다.

    ● 토종벌이 수집한 각종 화분과 식이섬유소가 그대로 토종꿀속에 존재하여 일정기간 지나면 윗부분으로 떠올라 진녹색의 띠를 형성하고 비릿한 냄새가 나게 되는데 이는 지극히 당연한 현상으로 다시 잘 저어 먹으면 된다.

    ● 토종꿀은 반드시 숙성(熟成)되어야 한다. 벌집에 저장된 벌 먹이, 이것을 우리는 꿀이라고 하는데, 벌집에 있을때까지는 벌먹이이기 때문에 인간에게 유익하게 하기 위해서는 벌집을 부수고 그 액을 숙성시켜야 비로소 꿀이된다. (완전 숙성되었다는 것은 자당성분이 7%이하로 되었다는 뜻이다)

    전남 구례 한솔농장 벌군단 총사령관 김정환, 조말순

       
      ▲ 전남 구례 한솔농장 김정환,조말순내외는 56살 동갑내기다.

    이야기로 농업농촌을 풀어가는 안병권보부상단에서는 토종꿀 산업도 중요한 농산업의 한 분야이므로 자료를 모으고 이야기를 시작하기로 기획했다. 하지만 꿀 산업은 여전히 진짜가짜 논란부터 생산자 내부간의 갈등(양봉과 한봉/한봉과 한봉 생산자간의 견해차이), 소비자의 부정적인 선입견 등등 풀어야 할 숙제가 많은 분야여서 여러 가지 고민되는 지점은 분명해 보였다.

    해서 사단법인 한국토봉협회(회장 김종천)에게 꿀 이야기를 함께 나눌 수 있는 신뢰가 가는 생산농가를 추천해줄 것을 요청했고 전남 구례 한솔농장을 소개 받았다. 양봉꿀 에덴양봉원 윤상복사장의 선언처럼 ‘꿀을 알려면 그 사람을 보라’는 명제를 생각해서였다.

       
      ▲ 용방벌방에서 안지기 조말순여사,토봉협회 김태윤사무국장,안병권보부상단 단장

    구례로 내려 오기전 대전에서 결혼 생활하는 동안 김정환씨의 퍼주는(?)성격으로 인해 가족들은 고생을 많이 했다. 지인들 빚보증을 여러차례 서주다가 집안이 풍비박산 나서 조말순씨가 미싱으로 품을 팔아 아이들을 먹여 살렸다.

    이것저것 하는 일이 잘 안되자 고향으로 내려오기는 해야겠는데 친구들이며 아는 사람들 얼굴 보기가 세상에 죽기보다 힘들었다. 내려오는 길이 거의 죽으러 내려오는 것만 같았다. 아들 둘은 비염이 걸려 고생이 심하던 무렵이다.

    하지만 23년전 벌을 치기 시작하면서 아이들 병도 다 낫고 건강도 좋아지고 살림살이도 좋아지기 시작했다. 지난 세월 돌아보면 주변 사람들은 한결같이 김정환이는 ‘벌 덕에 인생이 폈고 각시덕에 산다’고 이야기한다.

    ‘곧이 곧대로’
    두내외와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드는 느낌이다. 뭐 달리 표현하기 힘들 정도로 있는 그대로 생각하고 마음을 다잡는다. 고지식하다. 김정환씨의 남에게 베풀기를 좋아하는 버릇은 여전해서 이것저것 나누고 받는 모양이다. 하지만 옛날처럼 사고는 치지 않는다며 안주인이 웃는다. 말보다는 행동으로 그저 묵묵히 ‘벌치는 사람들’이었다. 천상 거짓말을 하라고 자리를 펴놔도 ‘금방 표가 나는 사람들’이었다.

    진짜꿀 가짜꿀 이야기가 나올 때 심정이 어떠냐고 물었다.
    “속상하지요, 있는 그대로 그냥 벌치고 살아가면 되는데 왜들 그리하는지 모르겠고 피해가 고스란히 전해오지만 뭐 달리 대응할 방법도 없어 그냥 우리식대로 농사만 열심히 짓지요. 그랬더니 고객분들이 품질로 알아 주세요. 그 맛에 살아요.”

    토종벌집(자연벌집)

       
      

    토종벌집은 토종벌이 벌집속에 꿀과 화분등을 저장한 것으로 가공하지 아니한 자연상태의 것이다. 당액(설탕)사양으로 주변밀원 50~80%의 보조를 받아 생산하는 것이다.

    꿀벌은 알과 애벌레 육아와 먹이 저장을 위해 육각형 벌집을 만든다. 자연벌집꿀이 생산되는 과정은 "꿀벌들이 5개월이라는 긴 겨울을 나야되며, 봄이 오면 분가(分家)라는 살림을 2~3차례 나야 한다. 뜨거운 여름철 장마와 습기와 더위를 이겨내야하고 천적과 해충과 싸워 이겨야 비로서 토종벌집에 꿀을 저장하기 시작한다.

    자연벌집에는 천연꽃꿀과 장마&무밀기(밀원식물이 없는 시기)에 꿀벌의 생존을 위하여 설탕사양(설탕과 물을 1:1로 섞어 벌에게 먹인다) 된 벌집꿀이 들어있다.

    꽃의 밀샘에서 분비되는 당액의 주성분은 이당류(二糖類)인 자당(蔗糖), 즉 설탕과 같다. 그래서 무밀기 먹이부족현상이 나타나 설탕물로 대신하는것은 잘못이 아니다. 벌꿀은 벌이 먹어 뱉어낼 때 첨가된 타액에서 나오는 발효효소에 의하여 자당성분이 분해되어 전화당이 되는것으로 꽃의 밀샘에서 분비된 자당성분은 수분포함 98%이상이다. 이 역시 발효숙성되어 자당성분이 7%이하로 규격기준에 적합하면 문제될게 없다.

    과도한 당액사양은 식품규격기준에 위반되고 원가부담과 토종벌의 건강에도 위해요소가 되기때문에 무밀기 이외에 상습적으로 급여하는것은 오히려 더 손해가 된다.

    토종벌집은 받은지 한달 이내에 액상꿀로 짜고 상온에서 30일 이상을 숙성(熟成)시켜야 비로소 토종꿀이 된다. 현재 식품공전상 토종벌집은 ‘꿀’이 아니라 ‘자연식품’이다.

    토종벌집은 각종 영양소의 보고이다. 벌꿀은 탄수화물중 이당류와 단당류가 수분을 포함 99%다. 토종벌집은 새끼벌의 몸에서 자연 분비되는 자연밀납과 각종 나무의 수액, 각종 식물성물질 화분등이 30%이상 존재하며 수분을 포함 탄수화물은 70%에지나지 않는다. 또 인체에 가장 중요한 효소가 그대로 살아있다.
    토종벌집은 액상의 꿀외에 더 좋은 살아있는 효소, 비타민 아미노산과 화분 그리고 밀주를 만들어 먹을수 있는 벌집을 부산물로 얻을 수 있다.

    토종꿀 생산의 현실

    당액사양을 하지 않은 토종꽃꿀은 그 가치와 풍미로 인해 높은 가격을 받을수 있으나 판로가 불안하고 기후의 변화와 환경오염 등으로 인하여 생산여건이 점점더 어려워지고 있다.

    반면에 무밀기 설탕사양을 하는 경우 벌은 건강하게 잘자라고 도태가 안된다. 면역력도 강화되어 병도 잘 안걸리고 강군이 되어 일정량의 생산량이 보장 된다. 또 가격은 천연꽃꿀에 비하여 1/5정도에 불과하지만 많은 소비자들이 일상에서 다양한 요리소재로 사용하므로 소비량이 많다. 따라서 생산농가들은 사양토종꿀을 더 선호하는편이다.

    하지만 천연꽃꿀은 우리가 세계에 자랑할만한 문화유산이고 역사다. 생산자와 소비자가 지혜롭게 중지를 모으고 토종벌의 ‘생태적 가치’를 재발견하고 재미있게 컨텐츠를 만들어 간다면 지금의 기술력으로 얼마든지 생산이 가능하다. 사회적으로 토종벌의 의미가 공유되는 시점에서는 가격도 현실적으로 조정이 가능하다는게 토종벌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한결 같은 이야기다.

       
      

    용방벌방에서 내려오는 계곡따라 벌써 버들강아지가 피어나기 시작했다 엄동설한에서도 이렇게 자연은 순연하고 있었다. 벌들이 아주 좋아하는 밀원중의 하나다. 곧 벌들이 본격적으로 활동을 개시할 날도 머지 않은 것이다.

    아스라한 기억 저편
    벽장속 할아버지의 ‘꿀단지’

    그 달콤함의 유혹을 기억하시나요?
    그 추억을 당신에게 전해드립니다.

    산넘고 물건너 깊은산속
    봄부터 여름, 가을

    꽃들의 향기와 맛을
    자연그대로 전해드립니다.

    토종벌 이야기에 도움을 주신분들에게 감사드린다.
    (전북농업기술원 화훼자원연구소 최선우 박사, 마천농협 토종꿀 가공사업소 김병진 소장, (사)한국토봉협회 김종천 회장과 김태윤 사무국장, 네이버 까페 토비 회원 인디카)

    필자소개
    레디앙 편집국입니다. 기사제보 및 문의사항은 webmaster@redian.org 로 보내주십시오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