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향·한겨레 "정부, 원전수주 부풀려"
        2009년 12월 29일 10:13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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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야는 2010년도 예산안의 연내 처리 시한을 사흘 앞둔 28일 4대강 예산과 일반 예산을 별도의 협상기구를 통해 논의하는 ‘투트랙 협상’을 벌이기로 합의했다. 처리시한과 4대강 사업 최대쟁점인 수자원공사 사업비 문제에 대해 양당이 이견을 좁히지 못해 최종 합의까지는 난항이 예상된다. 조선은 ‘팔면봉’에서 "어차피 결론은 31일 자정 개봉?"이라고 촌평했다.

    청와대가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 등 경제인에 대해 연말 특별사면을 단행할 것으로 조선일보가 단독 보도됐다. 정부는 이 사면안을 오늘(29일) 열리는 국무회의에서 안건에 올렸고, 사면 단행 시기는 오는 31일이 유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최근 여론 조사 결과 사면에 대한 부정적 의견이 잇따라 제기돼 향후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아랍에미리트에 이어 터키에도 최대 200억 달러 규모의 원자력발전 플랜트를 수출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보도됐다. 지식경제부 등 관련 부처와 민간 합동으로 1년 전부터 터기 정부 측과 물밑 협상을 벌이고 있으며, 내년 상반기 원전 건설 사업자를 선정하는 입찰공고를 낼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아침신문에서 원전수주에 대한 엇갈린 반응이 두드러졌다. "’원전 공화국’ 가속화 우려"(한겨레), "수주액 부풀리기"(경향)라는 비판적 시각도 제기됐지만, "신중동특수 일자리로 연결시켜야"(동아), "40년 만에 세계 최고에 오른 원전 기술력"(조선) 보도 같은 극찬을 아끼지 않는 신문도 있었다.

    다음은 29일자 전국단위 종합일간지 1면 머리기사 제목이다.

    경향신문 <"현 정부 들어 민주주의 후퇴 대화의 정치를">
    국민일보 <국정 장악력 높아진 MB/ 타협보다 정면돌파 하나>
    동아일보 <"신발-외투도 샅샅이… 40분 줄 서">
    서울신문 <성폭행범 3명중 2명 ‘재범’>
    세계일보 <엉터리 ‘국책연 보고서’>
    조선일보 <이건희 연말 사면>
    중앙일보 <국민을 ‘전과자’ 만드는 국회>
    한겨레 <예산안 타협-강행처리 막판 기로>
    한국일보 <‘보·수심’에 예산협상 달렸다>

     

       
      ▲ 12월29일자 한겨레 1면.  
     

     

    이날 아침신문에서 한겨레와 경향은 원전 수주의 문제를 조목조목 지적했다. 한겨레는 1면 기사<핵폐기물 등 안전대책 미흡한데…’원전 공화국’ 가속화 우려>에서 "’녹색성장‘을 앞세우는 이명박 정부의 정책과도 배치된다"며 "원전에 대한 끊임없는 안전성 논란과 핵폐기물 처리 문제 등 근본적인 위험성에 대한 우려는 아직 해소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한겨레는 "원자력은 석유, 석탄과 마찬가지로 고갈될 자원이며 에너지 소비 총량을 줄이고 고효율 사회, 분산형 에너지 시스템으로 재편될 새로운 에너지 패러다임 시대에 대안이 되지 못하는 구시대의 유물"(환경운동연합), "한국이 드디어 원전 수출국이 됐다는 식의 논리의 연장선에서는 정부가 로열티 논란을 없앨 한국형 원전 개발에 연구개발비를 집중하게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근본적인 대안이 될 신재생에너지 연구개발에 들어가는 비용이 줄어들까 우려된다"(윤순진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의 지적을 인용했다.

    한겨레는 3면 기사<원전 400억달러 수주는 ‘착시’>에서 "현재 확정된 것은 원전 설계와 건설 계약금 200억달러뿐"이라며 "컨소시엄의 주체인 한전은 28일 공시를 통해 공사 금액을 22조150억 원으로 명시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지식경제부 당국자는 "핵연료 공급과 발전소 개·보수 및 기자재 공급 등의 운영 부문은 별도 계약을 해야 한다"며 "(나머지)200억 달러는 우리가 추산한 것"이라고 말했고, <월스트리트 저널>등 외국 언론들도 이번 계약 규모를 400억 달러가 아닌 204억 달러 또는 200억 달러로 보도한 것으로 드러났다.

       
      ▲ 12월29일자 경향신문 4면.  
     

    경향도 4면 기사<계약 안된 운영권 포함 … ‘수주액 부풀리기’ 논란>에서 "정부가 아직 계약이 이뤄지지도 않은 부분을 포함시켜 규모를 부풀린 게 아니냐는 의혹을 자초한 꼴"이라며 "실제 걸프뉴스를 비롯한 UAE 현지 언론에서는 계약규모를 ‘200억달러’로 전하고 있다"고 전했다.

    경향은 "200억달러의 향후 기대치가 산출된 배경도 궁금하다"며 "이는 원전 운영 기간인 60년 동안의 비용"이라고 지적했다. 경향도 "정부와 한전의 원전 공사 금액도 차이가 있다"며 "한전은 28일 원전 공사 금액을 22조150억 원으로 공시했다. 원·달러 환율인 1183.6원을 적용하면 186억달러 수준이다. 정부가 발표액수와는 14억 달러 차이가 난다"고 덧붙였다.

    이 대통령의 ‘역할론’도 도마에 올랐다. 한겨레는 4면 기사<외교장관 ‘수주 비관적’ 보고에 역정>에서 "수주 성공은 아랍에미리트가 밝혔듯이 기본적으로 한국형 원전의 안전성과 낮은 입찰가 및 공기 단축 등이 주는 경제적 매력, 군사·외교·교육 협력 측면이 큰 바탕을 이뤘으리라는 게 전문가들의 해석"이라며 "경쟁국이던 프랑스가 핀란드 원전 건설에서 공기를 2년이나 못 맞춘 점, 선진국인 프랑스에 원전 공사를 내줬다가 에너지 종속을 받을 수 있다는 아랍에미리트의 우려 등도 한국 수주 결정에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한겨레는 "대통령이 수주전에 나선 것 자체도 ‘특이사항’은 아니다"라며 "실제로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도 이 대통령처럼 아랍에미리트를 방문하고 왕세자 등과 전화통화를 했다"고 지적했다.

    한겨레는 또 "’이 대통령이 27일 현지 방문 및 정상 담판을 통해 안 될 일을 되게 만들었다’고 일부에서 주장하거나 해석하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며 "길게는 보름 이상 전부터 수주가 사실상 결정됐던 것"이라고 보도했다.

    특히 대언론 홍보 전략이 도마에 올랐다.

    하지만 정부는 “한국에서 보도가 미리 나오면 불이익을 받을 것”이라며 보도 자제를 요청했으며, 일부 관계자는 “막판까지 어떻게 될지 모른다”고 연막을 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일부 방송은 26일 이 대통령의 출국 사실을 전하면서도 “프랑스와 경합중”이라고 보도했다. 되돌아보면, 홍보효과 극대화를 노린 행동으로 풀이된다. 이 대통령은 아랍에미리트를 전격 방문해 27일 정상회담을 하는 모양새를 갖추고, 한국의 저녁뉴스 시간에 맞춰 현지 생중계를 통해 직접 수주 사실을 발표함으로써 극적 효과에 정점을 찍었다.

       
      ▲ 12월29일자 한겨레 사설.  
     

    한겨레는 사설<신재생에너지로 ‘원자력 이후 시대’ 대비해야>에서 "원자력이 만능의 대안은 아니다. 원자력은 값싸고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는 장점이 있지만 한번 사고가 나면 엄청난 재앙을 야기한다"며 "결코 공해 없는 녹색에너지가 아니다. 미국과 유럽이 원전 건설을 꺼리는 주된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논평했다.

    경향은 4면 기사<UAE 원전 경비병력도 보내나>에서 "우리나라가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의 원자력발전 건설공사를 수주하기에 앞서 양국의 군사교류를 동맹국에 버금가는 수준으로 대폭 확대하는 내용의 ‘군사교류협력 협정'(MOU)을 체결한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며 "일각에서는 원전 시설을 위한 경비 병력 제공까지 포함된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반면, 대다수 신문에선 원전수주에 대한 호평이 이어졌다. 특히 이명박 대통령의 행보를 부각시킨 보도가 눈길을 끈다.

       
      ▲ 12월29일자 국민일보 1면.  
     

    국민은 1면 기사<UAE 원전 수주 이후… 국정 장악력 높아진 MB,타협보다 정면돌파 하나>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국정운영이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400억 달러라는 사상 최대 규모의 원전 수주 경쟁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노심초사했지만 결과는 대성공"이라며 "이러한 ‘실적’은 자연스럽게 이 대통령의 자신감과 국정장악력 상승으로 나타날 듯하다"고 전했다. 이 대통령은 다음달 4일 새해 국정운영 방향을 국민에게 설명하는 자리를 마련할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은 25면 기사<“반세기만의 원전 수출 금자탑, 한국교회 끊임없는 기도 한 몫”>에서 ‘원전 수주’ 막후 지원 정근모 한전 고문 소회를 전하기도 했다.

    향후 원전수출을 독려하는 보도도 이어졌다. 동아는 3면 기사<“원전수출 확대”… 2012년까지 100% 기술 자립 나선다>에서 "사상 최대 규모의 UAE 원전 수주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되고 추가 수주 움직임이 시작되면서 정부가 후속조치 마련에 들어갔다"며 "정부는 아직 국산화가 덜 된 원전 설계코드 등의 기술을 조속히 개발해 2012년까지 100% 기술 자립화를 달성하겠다는 방침이다. 또한 원자력발전 관련 공기업의 정원을 3000명 늘리는 등 인력 확보 대책도 마련된다"고 전했다. 동아는 ‘정부 소식통’을 주요하게 인용하게 향후 정부 계획을 세부적으로 설명했다.

    동아는 사설<신중동특수 일자리로 연결시켜야>에서 "지난 10여 년간 중동지역 건설수주가 늘어날 때마다 ‘제2의 중동 붐’이라며 반겼지만 이번엔 훨씬 메가톤급"이라며 "원전 수출이 가져올 신(新)중동특수를 잘 관리하면 국내 일자리 부족을 보완할 수 있다. 정부는 내년 20만 개의 일자리 창출을 전망하지만 민간경제연구소는 10만∼16만 개로 낮춰 잡고 있다. 일자리 하나가 절실하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 12월29일자 동아일보 사설.  
     

    조선도 3면 기사<"원전(原電) 블루오션, 중(中)·미(美)·인(印)시장 선점하라"… 민(民)·관(官) 총력전>에서 "아랍에미리트(UAE) 원전 수주를 계기로 컨소시엄 참여 업체는 물론, 건설·중공업 등 관련 기업들이 1조 달러 규모의 세계 원전 시장 쟁탈전에 뛰어들고 있다. 세계원자력협회(WNA)에 따르면 2030년까지 총 430기가 더 지어질 예정"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조선은 사설<40년 만에 세계 최고에 오른 원전 기술력>, 중앙 사설<5% 기술장벽도 넘어 아부다비 감동 이어가자>를 실었다.

    서울신문은 원전을 ‘친환경 에너지’라고 부각시키며 연재 기획기사를 시작했다. 서울은 4면 기사<‘CO 감축 대안’은 공감… 폐기물 처리엔 ‘님비 여전’>에서 "원전이 새삼 범지구적 관심을 받는 것은 대량생산이 가능한 친환경 에너지라는 점"이라며 "지구 기후변화의 주범인 온실가스 감축에 가장 획기적이라는 평가다. 대안이 없다는 이유도 커보인다. 태양광과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가 확실한 대체에너지로 자리잡기까지 ‘원전 붐’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서울신문은 "28일 지식경제부에 따르면 세계 31개국에서 439기의 원전을 운영해 연간 20억t 이상의 이산화탄소 배출 저감 효과를 얻고 있다. 석탄 발전을 원전으로 대체하면 1억 4000만t의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다는 분석"이라고 전했다.

    서울은 사설 <원전 추가수출 지원 대책 꼼꼼히 짜야>에서 "한국형 원전의 브랜드 파워를 키울 시스템 정비 작업도 시급하다"며 "원전 폐기물 위험 등에 대해 목소리가 여전한 환경운동가들에 대응할 논리개발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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