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대병원 청소노동자 파업 16일째
    By 나난
        2009년 12월 16일 03:09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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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친정 엄마가 위독하셔서 돌아가실 것 같다’는 전화를 받고 조퇴를 하려 하니 관리감독관이 ‘안 죽으면 어쩔 건데’라며 휴가를 거부했다.”

    “몸이 아파 휴가를 쓰려 해도 일당 3만 원보다 더 비싼 5만 원의 일당을 주고 대체인력을 쓰지 않으면 단 하루도 쉬지 못한다.”

    “새벽 5시에서 오후 4시까지 허리 한 번 제대로 펴지 못하고 주 6일을 일해 왔다. 일요일에도 3주에 한 번 하루도 빠짐없이 일해야 급여 116만 원을 받을 수 있다.”

    서울대병원 청소미화 노동자들의 이야기다. 지난 5월 ‘임금인상 및 휴가․휴일 보장, 정년연장을 포함한 총고용보장, 노조활동 보장’ 등을 요구하며 민들레분회(노조)를 결성한 150여 명의 청소미화 노동자들은 비인간적이다 못해 노동자로서의 기본권조차 유린당하는 현실에서 벗어나고자 벌써 16일째 전면파업을 벌이고 있다.

       
      ▲ 16일 의료연대서울지부 민들레분회가 청소미화 노동자 증언대회를 가졌다.(사진=이은영 기자)

    서울대병원 하청 청소업체인 대덕프라임은 소속 청소미화 노동자들이 지난 5월 공공노조에 가입하자 ‘대덕본사에 노조가 있다’며 복수노조를 이유로 교섭자체를 거부해 왔다. 노조에서 단체교섭응락가처분소송을 내고 법원이 ‘복수노조에 해당되지 않으므로 사용자는 성실히 교섭에 응하라’는 결정을 내렸음에도 회사의 태도는 바뀌지 않았다. 도리어 이의신청을 내며 교섭을 거부했다.

    회사, 복수노조 핑계 교섭 거부

    이에 청소미화 노동자들은 대덕프라임이 6개월 이상 교섭에 응하지 않자 10억에 달하는 체불임금 소송과 노동조건 개선, 노조인정을 위해 지난달 5일 1차 하루 파업, 11월 11일 2차 기습파업을 시작으로 지난 1일부터 전면파업에 들어갔다.

    하지만 원청인 서울대병원은 문제 해결을 위한 중재가 아닌, 대체인력을 투입하며 청소미화 노동자들을 더욱 더 거리로 내몰았다. 또한 지난 7일에는 이들의 병원 내 진입을 막기 위해 용역업체 직원을 동원해 어머니뻘 되는 노동자들에게 입에 담기 힘든 폭언과 폭행을 일삼고, 각종 고소고발을 통해 노동자들을 탄압했다.

    공공노조 의료연대서울지부 민들레분회에 따르면 “적법한 쟁의행위 절차에 따라 본인들이 근무하고 있는 사업장에서 파업을 전재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파업 내내 경비와 직원들을 동원하여 고령의 여성노동자들에게 입에 담기 어려운 욕설과 인격모독 발언을 통해 수치심을 유발시켰다”고 말했다.

    분회에 따르면 청소미화 노동자들은 병원 측 경비와 직원들에 의해 목이 조이고, 팔이 꺾였으며, 발로 차는 등 폭행을 당했다. 또 이 과정에서 결국 조합원 2명이 갈비뼈가 금이 가고 허리 통증으로 병원에 입원하기도 했다.

    서울대병원 직접 나서야

    분회는 “화장실에서 보조의자에 쪼그려 앉은 채 언제 어디서 올지 모르는 호출에 쫓겨 차가운 밥을 덩어리째 씹어먹기에 바빠 제대로 된 식사시간 조차 보장 받지 못하는 노동자들이 이를 대기시간으로 인정해달라며 체불임금을 진정했다”며 "하지만 노동부 동부지청은 진정 처리기한을 3주 넘게 차일피일 미루더니 단 1분도 대기시간으로 인정하지 않고 11억 중 단 한푼도 체불임금으로 인정하지 않은 채 끝내 사용자 손들어주기로 일관했다"고 비판했다.

    현재 서울대병원은 용역업체 공개입찰을 진행하고 있다. 오는 21일로 결국 대덕프라임이 재계약이 되지 않을 경우 지난 6개월간 복수노조 시비로 교섭 한 번 못하고 파업에 돌입한 청소미화 노동자들의 문제를 해결하는 길은 원청인 서울대병원이 직접 나서는 길 밖에 없다.

    이에 분회는 “공익을 담보해야 할 정부기관인 서울대병원은 여타 공공기관의 청소미화 노동자의 정년은 고려하지 않은채 이윤창출에 골몰할 수밖에 없는 민간병원의 예를 들며 대부분 가장역할을 하고 있는 청소미화 노동자의 정년을 현재의 60세에서 단 1년도 연장하지 못하겠다고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임금 인상과 노동시간 단축도 충분히 원청사용자의 도급단가인상과 인력충원으로 해결될 수 있는 요구임에도 불구하고 직접 사용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사태해결을 외면하고 오히려 파업 파괴공작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민주노총 서울본부는 이날 성명서를 통해 “서울대병원은 지금도 늦지 않았다”며 “지금이라도 청소노동자들에 대한 탄압을 중단하고, 실질 사용자로서의 책임을 다해야 한다”며 원청인 서울대병원의 역할을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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