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업들, 세종시에 뿔났다"
        2009년 11월 17일 09:32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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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종시 대안 심의기구인 ‘세종시 민관합동위원회’가 16일 출범한 가운데 현대·기아자동차와 LG가 현지에 공장연구소 건립 등을 추진한다는 보도가 나왔다. 정부가 세종시 투자 유치를 위해 국내 5대 그룹을 포함한 국내외 100여개사를 대상으로 전방위 접촉을 한 성과 중 하나라는 것이다.

    그러나 재계는 17일로 예정된 정운찬 총리와 대기업 총수의 첫 회동이 상당히 부담스럽다며, ‘정부가 정책 실패에 따른 책임을 기업들에게 떠넘기는 게 아니냐’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다음은 17일자 전국단위 종합일간지 1면 머리기사 제목이다.

    경향신문 <"헌재결정문 어디에도 ‘미디어법 유효’ 없다">
    국민일보 <패킷감청 장비 국정원 31대 보유>
    동아일보 <4대강 사업, 민주당 지도부는 강력반대하는데…"즉각중단"은 42%>
    서울신문 <정 총리 "경제허브·과학메카로">
    세계일보 <정부 ‘세종시 입주·녹색사업’ 일방 추진 기업들 뿔났다>
    조선일보 <탈북자 돕던 조선족 등 200여명 북에 납치당해>
    중앙일보 <현대기아차·LG도 세종시 간다>
    한겨레 <국정원, 인터넷 ‘패킷 감청’ 장비 31대 보유>
    한국일보 <국내외 100여곳과 세종시 유치 협의>

    중앙일보는 1면 머리기사 <현대기아차·LG도 세종시 간다>에서 "현대·기아자동차와 LG가 현지에 공장과 연구소 건립 등을 추진하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이어 "삼성그룹도 계열사인 삼성전기가 세종시에 투자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며 "이에 앞서 5대 그룹 중 롯데그룹도 맥주공장 건립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고 전했다.

       
      ▲ 중앙일보 11월17일자 1면.  
     

    중앙일보 보도에 따르면, 현대·기아차는 그린카 연구센터 건립을 우선 추진하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차세대 전기차 등에 쓰일 연료전지 등을 연구하는 센터를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이와 관련, 익명을 요구한 현대·기아차 그룹 관계자는 "정부와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또 LG그룹도 세종시에 330만5800㎡(100만 평) 규모의 차세대 자동차용 배터리 공장 건립 등을 추진하고 있다. LG는 이곳에 향후 그린에너지 관련 공장 등을 함께 세울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LG 측은 "아직 논의된 것은 없다"고 부인했다.

    세계일보는 중앙일보 논조와 사뭇 다른 보도를 내놨다. 세계일보는 1면 머리기사 <정부 ‘세종시 입주·녹색사업’ 일방 추진… 기업들 뿔났다>에서 "최근 잇달아 쏟아지는 정부의 일방통행식 기업정책에 재계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기업도시로 방향을 바꾼 세종시나 탄소배출 총량제와 같은 녹색정책 등은 대기업의 적극적인 참여가 요구되는 국정 현안임에도 정부가 기업과의 소통 없이 속도전으로 밀어붙이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재계는 ‘정부가 정책 실패에 따른 책임을 기업들에게 떠넘기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까지 품고 있다고 세계일보는 전했다. 세계일보 보도에 따르면, 재계는 17일로 예정된 정운찬 총리와 대기업 총수의 첫 회동이 상당히 부담스럽다는 입장이다. 특히 일부 대기업은 언론을 통해 "세종시 이전을 검토 중"이라는 취지의 보도까지 나오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 세계일보 11월17일자 1면.  
     

    하지만 삼성, 현대·기아차, LG, SK 등 대기업들은 최근 정부의 세종시 수정 방침에 대해 정부로부터 공식 제안을 받거나 구체적인 검토를 한 적이 없다고 손사래를 치고 있다. 최근 세종시 이전 기업으로 거론된 A사 관계자는 "세종시 이전과 관련해 정부와 협의나 접촉을 한 사실이 전혀 없는데 왜 이런 말들이 나도는지 모르겠다"며 "정부가 이전 기업을 미리 정해놓고 ‘토끼몰이’를 하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고 말했다.

    세종시에 택지 개발을 위해 미리 땅을 사뒀던 건설사 역시 속병을 앓고 있다. 행정부처 이전이 사실상 백지화됨에 따라 사업 착공조차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건설사들은 ‘행정부처 이전을 담보로 땅을 분양해놓고 이제 와서 계획을 철회하면 정부가 건설사를 상대로 사기분양을 한 게 아니냐’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한편 한국일보는 3면 기사 <팔 걷어붙인 정부 전방위 ‘러브콜’…기업들은 "구체 조건 미정" 주뼛주뼛>에서 "정부는 세종시 투자 유치를 위해 국내 5대 그룹을 포함한 국내외 100여개사를 대상으로 전방위 접촉을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한국일보 보도에 따르면, 정부는 지식경제부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 국내외 기업들의 세종시 유치를 위해 노력해왔다.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은 그간 국내 기업체 방문 및 초청 설명 19회, 대학ㆍ병원 등 설치 양해각서(MOU) 체결 및 유치 활동 8회, 해외 기업 유치를 위한 현지 투자 설명회 8회 등을 진행했다. 실제 오스트리아 태양광 모듈생산업체인 SSF사는 지난 9월 세종시 이전 부지에 태양광 모듈 제조 시설과 연구개발(R&D)센터를 짓기로 하고 1억2,000만 달러(1,400억원)를 투자하는 내용의 MOU를 체결한 것으로 확인됐다.

       
      ▲ 한국일보 11월17일자 3면.  
     

    하이닉스반도체 역시 1,400억원 규모의 투자 확대를 검토하겠다는 뜻을 밝히고 정부측에 공업용수 공급 시설 등 인프라 설치 비용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효성그룹도 정부로부터 재생에너지 관련 계열사 투자 유치 제의를 받고 수용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기업들은 아직 구체적 조건들이 정해지지 않았다며 유보적 입장을 보이고 있다고 한국일보는 전했다.

    A그룹 관계자는 "한 가지만 보고 기업투자를 결정할 수는 없는 것"이라며 "아무것도 결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무엇인가 내놓 을 수 있는 기업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16일 세종시 대안 심의기구 ‘세종시 민관합동위원회’ 회의를 주재한 정운찬 총리는 "세종시는 정파적 이해에 따라 갈등을 거듭하기에는 너무나 엄중한 국가대사"라며 "돈과 기업이 몰려드는 경제 허브, 과학 메카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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