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신문, 1년 내내 유령집회 신고
    By mywank
        2009년 11월 10일 02:58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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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국언론노동조합(언론노조)은 최상재 위원장이 프레스센터 앞에서 단식농성에 들어가기 전 남대문경찰서에 집회신고를 내려고 했다. 물론 단식농성은 ‘집회’가 아니라고 판단했지만, 경찰 측과의 불필요한 충돌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경찰은 ‘다음달 3일까지 서울신문에서 집회신고를 미리 해 놓았다’며 집회신고를 받아주지 않았다. 결국 프레스센터 앞에서 지난 4일부터 6일째 단식농성 중이던 최 위원장은 ‘미신고 불법집회를 했다’는 이유로 지난 9일 오후 경찰에 연행되었다.

    삼성을 닮은 언론사의 태도

    <레디앙>의 취재 결과, 서울신문은 지난해 초부터 ‘신문사 홍보행사’의 명목으로 중구 태평로 프레스센터(지하 1층, 지상 3~4층 6층 사옥으로 사용) 앞에 ‘유령집회’ 신고를 내온 것으로 확인되었다. 또 "사옥 앞 ‘불법집회’를 막기 위해 이 같은 일을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유령집회’ 신고는 그동안 삼성그룹 등 일부 대기업들이 자사의 부조리를 고발하는 ‘항의행동’을 막기 위해 해오던 것으로,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후퇴하고 있는 ‘집회․시위의 자유’ 문제를 지적해야 할 언론사가 오히려 이를 억압하고 있는 상황은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프레스센터 앞에 서울신문 표지석이 놓여져 있다 (사진=손기영 기자) 

    10일 오후 찾아간 프레스센터 앞은 미디어법 국회 재논의를 촉구하며 단식농성 중인 언론노조 및 진보연대 관계자들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을 뿐, 서울신문 측이 주장하는 ‘신문사 홍보행사’는 열리지 않았다. 그야말로 ‘텅 빈 광장’이었다.

    김병기 서울신문 시설관리부 차장은 <레디앙>과의 통화에서 “언론노조 등의 단체들이 사옥 앞에서 ‘불법집회’를 할 수 있지 않느냐”며 “내 집 앞에서 소란을 부리고 기물을 파손하는 행위를 어떻게 그냥 지켜보고 있을 수 있느냐. 다른 (임대)사무실 측에서도 불만이 많다. 그래도 지금껏 3~4번 정도는 행사를 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서울신문 "내 집 앞 소란 지켜만 보냐"

    익명을 요구한 서울신문 비상계획부 관계자는 “사옥 앞에 집회신고를 내는 건 조중동 등 다른 언론사들도 해오던 관행”이라며 “서울신문도 나름 공익기관이다. 건물이 불특정 다수에게 점령되는 건 바람직하지 않고 그런 일이 벌어지면 대외적으로 ‘망신살’이 선다. 그런 심오한 의미들이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서울신문 측의 행태가 이명박 정부 출범과 맞물려져 벌어지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며 "정권 눈치 보기가 아니냐"는 지적을 제기하고 있다. 실제로 서울신문은 기획재정부와 정부우호지분(한국방송, 포스코)이 전체 지분의 61%를 차지하고 있어, 정권이 바뀔 때마다 논조가 흔들린다는 지적을 받곤 했다.

       
      ▲10일 오후 텅 비어있는 프레스센터 앞 풍경 (사진=손기영 기자) 

    탁종렬 언론노조 교육선전실장은 “서울신문에서 일년 내내 프레스센터 앞에 집회신고를 내고 있지만, 지금까지 행사를 진행하는 걸 못 봤다”며 “올해 5월 초 이곳에서 ‘비상조합원총회’를 개최하려고 했지만, 경찰은 ‘미리 집회신고가 났다’는 이유를 들며 무대 및 음향장치 등을 모조리 압수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부터 서울신문의 이러한 행태가 계속 벌어지고 있는 것 같다”며 “서울신문의 지분을 기획재정부가 상당 부분(30.5%) 소유하고 있고, ‘연합뉴스와 함께 보도전문채널에 참여할 예정’이라는 소문까지 돌고 있다. 서울신문이 이명박 정부의 눈치를 보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경찰, 알고도 아무런 조치 못해

    경찰은 서울신문 측이 ‘유령집회’ 신고를 내고 있는 사실을 확인하고 있었지만, 별다른 조치를 취지 않고 있었다. 허위로 집회신고를 해도 이를 처벌할 수 있는 규정이 없는 현행 집시법의 문제점 때문이다. 집회신고 업무를 담당하는 남대문서 정보2계 관계자는 <레디앙>과의 통화에서 “누구나 집회신고를 낼 수 있지만, 집회를 열지 않더라도 처벌할 근거가 없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10일 프레스센터 앞에서 단식농성 중인 김동규 진보연대 민생국장은 “허위로 집회신고를 낸 단체나 개인에게 벌점이나 벌금을 내리는 등 새로운 방식으로 집시법 개정이 이뤄져야 한다”며 “‘유령집회’ 신고는 현행 집시법의 맹점을 악용한 대표적인 사례”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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