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무현에 발목잡힌 공공부문 파업
    By 나난
        2009년 11월 06일 08:42 오전

    Print Friendly, PDF & Email

    민주노총 공공운수연맹 14만, 한국노총 공공연맹 6만여 명이 정부의 공공기관의 사기업화(선진화)와 인력감축, 노조 탄압에 맞서 연대투쟁을 선포한 가운데, 민주노총 공공운수연맹 공동투쟁본부(공투본)가 6일 공동파업에 돌입했다.

    정부가 지난해부터 6차례에 걸쳐 공공기관 선진화방안을 발표하며 2만2천여명의 인력 감축, 대졸초임 삭감 등 공공기관 구조조정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올 하반기에는 공공기관 노사 임금․단체협약을 중심으로 한 노사관계 선진화가 추진됨에 따라 공공기관 단체협약에 줄줄이 제동이 걸린 상태다.

    이에 민주노총 산하 철도, 가스, 발전 등 9개 공공부문 노조가 공동투쟁본부를 구성하고 공동파업을 결정했다. 이번 파업에는 5일~6일 지역별 순환파업 중인 철도노조와 발전노조, 철도노조, 가스공사지부 등 9개 노조 5만여 명 가운데 필수유지업무 조합원을 뺀 인원이 참여한다.

       
      ▲ 지난 10일 민주노총 공공운수연맹이 정부의 공공기관 선진화 정책에 맞서 6일 공동파업을 선언했다.(자료=공공운수연맹)

    직권중재제도 폐지 이후 도입된 필수유지업무제도로 인해 필수유지로 규정된 공공부문 사업장의 파업이 제 힘을 발휘하기는 다소 힘겨워 보인다. 실제로 발전과 가스와 가스기술의 필수유지율은 100%에 가깝고, 철도는 평균 65%에 달한다. 파업의 효과를 나타내기 어려운 구조다.

    또한 9개 노조 5만여 명의 조합원 중 필수유지업무를 제외하고 이날 파업출정식에 참여하는 인력은 1만5천여 명에 그칠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파업의 ‘합법성’을 보장해 주는 대신 노동기본권을 박탈하고 파업력을 저하시키고 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노무현 정권 시절 도입한 필수유지업무제도의 덕을 이명박 정부가 톡톡히 보고 있는 것.

    지난 2006년 12월, 노무현 정부와 열린우리당, 한나라당은 노사관계로드맵을 통과시키며 필수공익사업장의 파업권을 원천봉쇄하는 직권중재제도를 폐지하는 대신 ‘공익과 파업권의 조화’라는 명분으로 필수유지업무제도를 통과시켰다.

    하지만 이는 오히려 개악된 법률안일 뿐이었다. ‘공중의 생명, 건강 또는 신체의 안전이나 공중의 일상생활을 현저히 위태롭게 하는 업무’로 규정된 필수유지업무를 이유로 ‘최소한’의 파업권을 ‘허락’하는 대신 필수공익사업의 범위는 확대됐다.

    필수유지, 가스기술 100%-철도 65%

    이지환 공공운수연맹 노무사는 “필수유지업무는 개별 조합원에 대해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을 가할 수 있는 민형사 책임뿐만 아니라 노동조합 활동 자체를 위축하고 있다”며 “가스나 발전은 필수유지율이 100%로, 실질적으로 파업이 불가능해 헌법이 보장한 노동기본권 침해 요소가 존재한다”고 말했다.

    노동기본권과 공익의 조화라는 명분으로 도입된 필수유지업무제도가 도리어 노동자의 단체행동권을 후퇴시키는 방향으로 운영되고 있는 것. 결국 필수유지업무제도는 공공부문 선진화를 빌미로 한 민영화 구조조정에 맞서 노동자들이 파업 등으로 저항하지 못하도록 손발을 묶어 버리는 ‘효과’를 내고 있는 셈이다.

    신동호 공공운수연맹 공투본 대변인은 “필수유지업무제도에 무노동-무임금으로 임금손실이 클 수밖에 없어 노동조합 입장에서는 곤혹스러운 일”이라며 “파업권을 주겠다며 실시된 필수유지업무제도가 실제로 노동자의 파업권을 박탈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노무사 역시 “필수유지업무제도는 단순히 사업장의 노사관계를 넘어 공기업 선진화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더더욱 공공부문 노조의 파업권을 제약하고 있다”며 “정부가 민영화, 선진화를 강행하고 있는 시기적인 특수성에 의해 발효되는 필수유지업무의 효과가 노조에 더 심각하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 지난 4일, 양대 노총 공공부문 노조가 ‘기만적인 공공기관 선진화 정책 저지’를 위한 연대투쟁 계획을 밝혔다.(사진=이명익 기자/노동과세계)

    9개 노조는 일단 필수공익사업장으로서 필수유지 업무를 ‘완벽히’ 유지하는 방식으로 파업에 들어갔다. 이에 정부 역시 당장 ‘불법’을 운운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매일노동뉴스>에 따르면 노동부는 “개별 사업장의 파업은 합법적 절차를 거친 상태지만 공투본 차원에서 공동파업은 불법 가능성이 농후하다”며 이번 파업을 정치적 파업으로 규정할 뜻을 내비쳤다.

    이에 공동파업이 불법으로 규정될 경우 공공부문 노조의 반발은 더욱 거세질 수밖에 없다. 신 대변인은 “필수유지업무는 근본적으로 헌법에 보장된 노동기본권, 단체행동권을 제약함에도 이를 지키며 합법적으로 파업에 돌입했지만, 이번 파업을 불법으로 규정하거나 우리의 요구가 정부에 관철되지 않는다면 (전면파업을) 강행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불법’ 규정 경우 노정갈등 격화

    한국노총 공공연맹 역시 정부가 공공운수연맹의 파업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탄압할 경우 "공동대응하겠다"며 적극 지지에 나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28일로 예정된 이명박 대통령 주재 ‘공공기관 선진화 추진점검 워크숍’을 전후로 공공기관 선진화 추진해 더욱 박차를 가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양대 노총 공공부문 노조는 대정부, 대국회, 대정당 방문투쟁은 물론 국민대토론회, 워크숍 당일인 28일 대규모 공동집회를 예고하고 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연맹 산하 공투본은 오는 9일부터 지역순환파업 및 전면파업 수준의 공동파업을 계획하고 있다. 이에 ‘일시 멈춤’ 상태인 공공기관 단체협약이 결국 무더기 단체협약 해지 및 정부의 ‘불법파업’ 규정으로 귀결될 경우 노정갈등은 더욱 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필자소개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