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진, 내년 새 정치조직 전환
        2009년 11월 01일 07:20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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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 민주노동당 시절 평등파 최대 정파로 영향력을 행사해왔던 ‘평등사회로 전진하는 활동가 연대(준)’(전진)가 내년 상반기 새 정치조직 구성을 추진키로 했다. 기존 ‘전진’은 새 정치조직이 구성되는 동시에 해산하기로 했다. 이들은 31일부터 1일까지 대전 만인산푸른학습원에서 3차 정치대회 및 5차 정기총회를 열고 이같이 결정했다.

    민주 생태 사회주의 동의하는 개인과 조직

    전진은 새 정치조직이 추구하는 노선으로 ‘민주 생태 사회주의’를 제시하고 이에 동의하는 모든 조직 및 개인들을 포괄하기로 했다. 또한 이 과정에서 노동운동, 정당운동, 사회운동 각 부문 활동가들과 새 정치조직 구성에 대한 토론을 조직하고 전진 내 정책기획위원회를 중심으로 ‘민주 생태 사회주의’의 내용을 구체화하기로 했다.

       
      ▲전진 3차 정치대회(사진=정상근 기자)

    전진이 해산과 동시에 새 정치조직을 구성키로 한 것은 전진이 처해있는 현실적 어려움 때문이다. 전진은 애초 출범 목적 중 하나가 자주파에 대항하기 위한 성격이 있었던데다 활동가들의 결합이라는 느슨한 형태로 운영돼왔다. 

    특히 분당 과정을 전진의 일부 인사가 주도하면서 내부에 균열이 생겼으며, 급속도로 세가 위축되기 시작했다. 분당에 반대했던 회원들이 탈퇴했고, 당내 의견그룹이라는 조직의 목적이 다했다며 탈퇴한 회원도 있었다. 그러나 무엇보다 전진의 노동 회원들이 금속노조 중심의 ‘현장노동자회’로 빠르게 중심 이동하며 평등파 단일조직으로서의 위상도 상실했다.

    진보신당 당원이 된 전진의 회원들은 이른바 ‘전진 논쟁’을 거치며 홍역을 앓기도 했다. 여기에 전진은 진보신당이 창당 1년 6개월이 되어가도록 노동위원회조차 공식 출범시키지 못할 만큼 노동자 정치세력화에 대해 의지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며 새로운 정당에 대해서도 회의감을 느끼고 있다.

    이처럼 내우외환에 쌓여있는 전진은 이날 정치대회에서 내부 균열과 세 위축을 고스란히 보여주었다. 이날 참석한 약 100여명의 회원들은 이날 4기 집행부가 ‘민주 생태 사회주의’ 중심의 새정치조직의 재구성을 안건으로 제출하자 ‘끝장 토론’을 이어갔다.

    조직 진로 놓고 뜨거운 논쟁

    4기 집행부는 새정치조직에 대해 “전진과 현장노동자회를 분립하고 이들은 ‘사회주의’를 향한 커다란 흐름으로 만나야 한다”며 “그리고 전진은 기존 의견그룹 이미지가 너무 강한 만큼 해산과 동시에 새 조직을 발기하고 비정규직 노동자 조직과 생협운동 등 지역활동의 가능성을 탐색하는 작업을 꾸준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중 특히 조직노선에 대해서는 ‘현장노동자회’로 대표되는 노동 쪽 회원들과 정치조직 내 회원들 간의 의견 대립으로 진통을 겪었다. 이들은 전진이 혁신 대상임은 공통적으로 지적했지만 혁신의 방식과 경로 등에 대해서는 이견을 보였다.

    현장노동자회 소속 회원들은 전진과 같은 전국적 규모의 단일한 정치조직을 재건하는 것에 대해 난색을 표시했다. 김창근, 전재환, 김호규 등 현장노동자회 소속 전진회원 8인은 “전진의 정치조직 재편이 억지로 추진된다면 주체들의 이탈만 가속시킬 뿐”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당-노동-사회운동’을 포괄하는 지역별 포럼 혹은 센터를 광범하게 구축하는 것이야 말로 상호간 정체성과 동질성을 끊임없이 이끌어 낼 가능성을 극대화 할 수 있는 유일한 실천방안”이라며 “전국조직은 ‘전국 진보포럼(가칭)’을 만들어 각 조직에서 파견된 ‘10인 위원회’중심으로 운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전국 진보포럼’이 “각 부문 연대협의체가 될지, 새로운 정치조직이 될지, 정보를 소통하는 네트워크 조직이 될지 어느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같은 주장은 현장노동자회 주요 활동가들이 전진에 소속되어 있는 현실에서 양 측에서 활동해야 하는 상황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에 반대하는 회원들은 현장노동자회의 이 같은 주장이 “불가능하다”는 주장이다. 이건 회원은 “단언컨대, 이런 구태의연한 방식의 새판짜기는 불가능하다”고 지적했고, 김은주 회원은 “도로 중앙파 만들기 아니냐”며 회의적 반응을 보였다. 심재옥 회원은 “이러한 방식이 ‘전진’의 이름으로 불가능한 이유는 무엇이냐”고 묻기도 했다.

    "민주주의를 통한 사회주의"

    양 측은 몇 시간에 걸친 뜨거운 논쟁을 벌였으나 결국 이어진 총회를 통해 집행부가 제안한 ‘새 정치조직 구성 후 해산’안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구형구 전진 집행위원장은 “이견은 있었지만, 이미 지역순회토론을 통해 공유한 내용이기 때문에 원안대로 처리하기로 합의가 되었다”고 말했다. 이번 결정으로 인해 이탈 조짐을 보이고 있는 노동 쪽 회원들이 어떠한 움직임을 보일지 주목된다.

    한편 전진이 새 정치조직의 이념으로 선택한 ‘민주 생태 사회주의’는 “민주주의를 통해 이루어지는 사회주의 구축과 제도정치 무대를 통한 새로운 대중정치”를 지향하며 여기에 “대중 참여와 대중 자치 추구”를 덧붙인다.

    또한 “장기 자본주의 체제로 생태가 파괴된 만큼, 생태계 위기에 대한 문제인식으로 사회주의의 궁극 목적과 가치를 새롭게 고민하고 이를 바탕으로 노동운동을 새롭게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한 당면 실천과제로 △비정규직 노동자 조직 △지역생활 현장에서 조직할 다양한 방안 개발 △사회주의 연구와 학습 토론 공간 넓히기를 제시했다.

    전진은 여기에 이날 회원들이 제출한 의견을 덧붙여 정치노선을 가다듬을 예정이다. 회원들은 대부분 “제시된 가치에는 동의된다”고 밝혔으나 일부 회원들은 “현실과 동떨어져 있고, 구체적 행동방안이 제시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을 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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