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통령 이명박 유죄"
    By mywank
        2009년 10월 18일 11:58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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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일 오후 명동 가톨릭회관에서 열린 ‘용산철거민 사망사건 국민법정(이하 국민법정)’에서 피고인인 △이명박 대통령 △김석기 전 서울지방경찰청장 △오세훈 서울시장 △천성관 전 서울중앙지방검찰청장, △박장규 용산구청장 등 용산참사 책임자 전원에게 유죄가 선고되었다.

    국민참여재판 방식을 따른 이날 국민법정은 배심원들이 피고인들에 대한 유무죄 여부를 다수결로 평결한 뒤 재판부가 이를 받아들여 최종 판결하는 형식으로 진행되었으며, 이에 앞서 기소인 측 대리인들과 피고인 측 변호인들의 모두 진술, 증거 제출, 증인 신문 등이 이뤄졌다.

       
      ▲18일 오후 명동 가톨릭회관 7층 강당에서는 ‘용산 국민법정’이 열렸다 (사진=손기영 기자) 

    성 연령 직업 등을 고려해 무작위로 선발된 국민법정 배심원 45명은 ‘경찰의 강경진압’ 문제와 관련해, 김석기 전 청장 등 경찰관계자들을 △공무원의 폭행 및 가혹행위죄(찬성 44 반대 1) △살인죄 및 상해죄(찬성 42 반대 3)로, 또 이명박 대통령에게는 ‘교사’ 혐의(찬성 35 무죄 8 기권 2)로 유죄를 내렸다.

    이들을 또 ‘검찰의 진실 은폐’ 문제와 관련해, 천성관 전 지검장 등 검찰관계자들을 △직무 유기(찬성 44 반대 1) △피의사실 공표죄(찬성 41 반대 2 기권 2)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 및 증거은닉죄 (찬성 45)로, ‘용산 재개발’ 문제와 관련해 오세훈 시장 등에게도 ‘국민법정 헌장’ 제12조에 명시된 ‘강제퇴거죄’(찬성 44 반대 1) 혐의로 유죄를 내렸다.

    국민법정, 8시간 동안 열띤 공방

    국민법정 재판부는 ‘배심원이 유죄를 선고할 경우, 재판부는 다음 각 호의 사항을 권고할 수 있다’는 국민법정 제11조(판결)에 따라 △용산 철거민 사망사건 강제진압 및 진실 은폐에 대한 국가의 책임표명 △살인적인 재개발 정책의 전환 통한 생존권 및 주거권 보호 △ 배상과 피해자 명예회복 조치 등을 피고인들에게 권고했다.

    이날 오후 1시부터 약 8시간 가량 진행된 국민법정에서는 재판장이 유죄 판결 사유를 구두로 설명했으며, 피고인에 대한 형량 등이 담긴 판결문은 조만간 기자회견을 통해서 발표하기로 했다. 또 국민법정 측은 이를 정부 및 국회 등에 발송할 예정이다.

    이날 국민법정 재판부는 △박연철 변호사(재판장) △고정갑희 지구지역행동네트워크 페미니즘 학교 집행위원장 △권수정 현대차 아산공장 사내하청 노조원 △김승환 전북대 교수 △김유진 청소년 인권활동가 △김흥현 전 전국빈민연합 의장 △박명애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공동대표 △한도숙 전농 의장 △홍세화 <한겨레> 기획위원 등 9명으로 꾸려졌다.

       
      ▲사진=손기영 기자 

    기소인 측 대리인으로는 이호중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윤지영 변호사, 최은아 호연 미류 인권운동사랑방 활동가가 맡았다. 하지만 피고인 전원이 국민법정에 불참한 관계로, 재판의 공정성을 위해 국민법정 측이 선임한 이재정 박주민 변호사가 피고인 측의 변호인으로 나섰다.

    피고인 전원 불참해

    국민법정은 법적 효력을 없는 ‘모의 법정’이지만, 용산참사 문제 대한 검찰 기소와 사법부의 재판이 갖는 문제점을 분명히 드러내고,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는 국민적 여론을 모으기 위해 마련되었으며 △경찰의 강경진압 △검찰의 진실 은폐 문제가 ‘1부 심리’로 △재개발 과정에서의 세입자 소외 및 용역폭력 문제는 ‘2부 심리’로 진행되었다.

    #1- 경찰의 강제진압 심리

    우선 ‘경찰의 강경진압’ 문제를 다룬 심리에서는 당시 경찰 책임자인 서울지방경찰청장의 김석기 청장, 김수정 차장, 신두호 기동본부장, 이송범 경비부장, 박삼복 차장, 직속 경찰특공대장, 용산경찰서 백동산 서장과 이명박 대통령의 책임을 물었다. 이날 재판의 최대 관심사였던 만큼, 한 치에 양보도 없는 양측의 공방이 벌어졌다.

    기소인 측 대리인들은 ‘진압 및 안전수칙 무시’ 등을 지적하며 경찰 진압의 위법성을, 피고인 측 대리인들은 “시민들의 안전이 위협받는 상황이었다”면서, 경찰 진압의 정당성을 주장하며 팽팽히 맞섰다.

    기소인 측 대리인인 이호중 교수는 “강제진압은 마지막 수단으로 사용돼야 하지만, 당시 경찰은 농성자들에 대한 대화와 설득을 하지 않고 인화물질이 소진되도록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며 "안전수칙 등을 지키지 않은 채 공권력이 행사된 점은 ‘공무원의 폭행 및 가혹행위’에 해당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경찰은 화재가 발생될 수 있다는 점을 진압작전 전부터 인지하고 있었지만, 오히려 강제진입을 강행하면서 컨테이너와 ‘빠루’를 통해 망루를 가격하고 용접기 사용하는 등이 화재의 위험성을 키웠다”며 “경찰은 농성자들의 사망 상해위험을 알면서도 이들을 구호 대신 검거하는 데만 몰두했다. 이는 ‘살인죄 및 상해죄’에 해당된다"고 밝혔다.

       
      ▲지난 1월 20일 김수정 서울지방경찰청 처장이 사고상황을 브리핑하고 있다 (사진=손기영 기자)

    이 교수는 “이명박 대통령은 재개발 정책을 밀어붙임으로서 철거민의 주거권과 생존권을 철저하게 무시했고, 이러한 대통령의 정책 추진은 경찰 등 하위 공무원들에게 재개발정책의 효율적인 집행에만 몰두하게 만들었다”며 “상명하복관계에 있는 경찰공무원에게 강제진압을 부추긴 이 대통령은 강제진압에 대해 ‘교사’의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강제진압 마지막 수단” vs “시민 안전 위협”

    이에 대해 피고인 측 대리인인 이재정 변호사는 “피고인들은 공공의 안전히 위협되는 상황에서 성실히 작전을 수행했다”며 “남일당 주변은 왕복 8차선 간선도로가 있었고, 도로와 인도 쪽으로 화염병이 투척되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화염병이 소진되기 기다리는 것은 피해를 키우는 것”이라며 경찰 진압의 정당성을 주장했다.

    그는 이어 “ 경찰특공대는 단지 ‘대테러’와 관련된 사건만이 아니라, 중요 범죄나 재난사건 등 공공의 안녕이 위협받는 상황에도 투입될 수 있다”며 “경찰특공대 투입과 망루 농성자 들의 사망 간에 법적인 인과관계가 있는지도 의문”이라고 밝혔다.

    이 변호사는 용산참사 당시의 모습을 촬영한 동영상을 증거로 제시하며 “망루에서 시너로 추측되는 물질이 투기된 뒤, 화염병이 투척되면서 발화가 시작되었다”며 “결국 이 사건은 망루 농성자들의 시너 투기와 화염병 투척으로 인해 화재가 발생된 것으로 추측 된다”고 말했다.

    용산참사를 목격한 철거민들도 증인으로 출석해, 강제진압의 문제를 지적했다. 정삼례 ‘흑석 철대위’ 위원장은 “참사 전날 철거민들이 남일당을 지나가는 시민들에게 위해를 가하는 모습을 본적이 없다”며 “하지만 20일 새벽이 되니까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갔다. 경찰 용역들이 행동하지 않았으면 철거민들이 화염병이나 돌을 던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농성 참가자, 목격자 증인으로 출석

    김복희 ‘흥인․덕운 철대위’ 회원은 “경찰이 특공대를 투입할 때부터 철거민들이 분주히 움직였다. 그 때부터 화염병 날아들었다”며 “(경찰은 ‘화염병 때문에 매트리스를 깔지 못했다’고 주장하지만) 철거민들이 던진 화염병은 주로 (컨테이너를 들어올린) 크레인 주변으로만 떨어졌다. 매트리스는 다른 공간에 설치할 수도 있었다”고 밝혔다.

    당시 망루 농성에 참여했던 김진흥 씨는 “망루 3층에 전기발전기가 있었다. 돌리면 커피를 타먹을 수 있는 정도로 엔진에서 열이 많이 났다. (화재는) 발전기가 원인이 된 것 같다”며 “세녹스는 발전기 돌리기 위해서, 경유는 난방을 위해서 가지고 올라갔다. 무기로 사용하기 위해 갖고 올라간 것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2- 검찰의 진실 은폐 심리

    검찰의 진실 은폐 문제를 다룬 심리에서는 당시 검찰 책임자인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의 천성관 지검장, 정병두 특별수사본부장(제1차장), 조은석 특별수사본부 수사총괄(형사3부장), 안상돈 부장검사에 대한 책임을 따졌다. 양측은 당시 검찰의 수사행태 및 수사기록 3,000쪽 미공개가 직무유기, 직권남용에 해당되는지 여부를 두고, 첨예한 법리적 공방을 벌였다.

       
      ▲정병두 당시 제1차장이 망루 모형을 가리키며, 화재원인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손기영 기자)

    피고인 측의 이호중 교수는 “피고인들은 수사를 하면서 철거민들에게 철퇴를 가하는 불공정성, 편파성을 발휘하는 한편, 과잉진압으로 참사의 원인을 제공한 경찰이나 이에 동원된 용역업체의 불법에 대해서는 철저한 수사도 하지 않은 채 불기소 처분을 내리는 등 자신들의 직무를 유기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피고인은 무죄추정의 원칙을 선언한 헌법과 공판청구 전 피의사실의 공표를 금지하는 형법을 어기고 객관적이고도 충분한 증거나 자료 없이 ‘화재원인이 철거민들의 화염병 때문’이라고 언론에 발표함으로써 피의사실공표죄를 범했다”고 밝혔다.

    그는 또 “피고인은 법원의 열람등사허용 결정마저 어기고 수사기록 3천쪽 공개를 거부했다”며 “검사로서의 직권을 남용해 철거민들의 실질적인 방어권과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방해하고, 이들의 형사 사건에 관한 중요한 증거를 은닉했기에 이는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와 증거은닉죄에 해당 된다”고 말했다.

    검찰의 직무유기, 직권남용 문제 공방

    이에 대해 피고인 측의 박주민 변호사는 “직무유기죄는 어떠한 일을 고의적으로 방임하고 포기하는 경우에 해당 된다”며 “이번 경우처럼 어떠한 일을 했지만 그 결과가 미흡한 것은 직무유기에 해당된다고 볼 수 없다”고 반박했다.

    그는 이어 “국민들의 알권리를 위해, 수사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일정한 요건’을 갖추면 피의사실을 알릴 수도 있다”며 “수사 총책임자가 당시 수사된 내용을 근거로 잠정적인 결과를 발표한 것이기 때문에, ‘피의사실 공표죄’를 범했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그는 또 “검찰은 경찰 지휘부의 진술 조서를 (재판의) 증거로 신청한 바가 없으며, 경찰 지휘부를 증인으로 신청한 적도 없다”며 “결국 (기소인 측이 경찰 지휘부의 진술이 담겼다고 주장하는 수사기록 3,000쪽은) 열람 등사의 대상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3- 재개발에서의 세입자 소외문제 등 심리 

    이어서 진행된 ‘용산4구역 재개발’ 문제 심리에서는 이명박 대통령, 오세훈 서울시장, 박장규 용산구청장, 이춘우 용산4구역 조합장과 시공사 및 용역업체 관계자들의 책임을 따졌다. 기소인 측에서는 ‘강제철거’ 위법성을 집중적으로 제기했으며, 피고인 측은 “현행법을 어긴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기소인 측의 최은아 활동가는 “피고인을 ‘국민법정 헌장 12조’에 따라 강제퇴거를 방조하고 주거권 및 생존권 실현을 위한 노력을 하지 않은 책임을 물어 ‘강제퇴거죄’로 유죄가 선고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홍세화 <한겨레> 기획위원 등 9명이 국민법정 재판부로 나섰다 (사진=손기영 기자)  

    그는 이어 “주거관련법 정책 등 주거에 관한 모든 조치들이 헌법과 대한민국이 비준한 국제인권법이 부과하는 의무에 부합하도록 보장할 의무가 있지만, 세입자 대책이 충분한 재정착으로 이어지도록 노력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는 또 “피고인들은 강제퇴거 과정에서 주민이 보호받거나 구제받을 수 있는 절차와 강제퇴거를 금지하고 이를 예방할 수 있는 법과 제도를 만들지 않다”며 “헌법과 국제인권법에 보장하고 있는 모든 사람의 인권을 존중할 의무가 있지만, 사적이익을 얻기 위해 자산과 자본의 위력에 기대어 주민들을 강제로 내쫓아 기본적으로 인권을 침해했다”고 말했다.

    “강제퇴거 방조” vs “현행법 어긴 적 없다”

    이에 대해 피고인 측의 이재정 변호사는 “도시 재개발은 범죄행위를 기도하기 위한 것이 아니고, 몇몇 업자들의 배를 채우기 위한 사업만이 아니다”라며 “물질적인 발전만 아니라 시민생활의 유기적인 발전을 위한 것이다. 재개발로 인한 고용이 창출되고 지역경제의 활성화도 된다”고 반박했다.

    피고인 측의 박주민 변호사도 “도시 재개발 소수 업자들의 이익이 아니라, 도시 자체의 유기적 변환을 위한 것”이라며 “용산 재개발은 불법하게 폭력하게 진행된 것도 아니다. 다시 말해 현행법을 어긴 적이 없다. 주민공람 공고 및 주민설명회도 개최했다. 그런 의견들이 재개발 계획을 세우는데 반영되었다”고 주장했다.

    용산4구역 철거민들도 심리에 참석해 억울함을 호소했다. 식당을 운영했던 최순경 씨는 “명도가 1달이나 남았는데, 강제철거를 당했다”며 “명도를 진행하면 보통 10일이나 1주일 전에 조합이나 법원에서 연락이 오는데 아무런 연락이 없었다. ‘점심 손님’을 위해 식사를 준비하던 중 용역들과 집행관이 찾아왔고, 제가 보는 앞에서 가게를 허물었다”고 말했다.

       
      ▲철거업체 측에서 용산4구역에 있는 상가들을 허물고 있다 (사진=손기영 기자) 

    그는 이어 “명도 날짜가 있었기 때문에 당시 다른 것으로 이사를 가지 않은 것이지, 제가 억지를 부린 것은 아니”라며 “용산4구역에 임시상사를 만들어주면, 재개발 공사가 끝날 때까지 생존권 문제가 해결될 것 같아서 요구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편의점을 운영했던 우송옥 씨도 “신변의 위협을 느껴 다른 곳으로 이주하려고 생각했지만, 용산4구역에서 장사를 하면서 개업할 때보다 1일 매출을 40~50만원이나 더 올렸다”며 “이제 막 장사가 잘 되고 있는데, 다른 곳으로 가면 힘들 것 같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국민법정을 위해 1만여 명의 시민들이 기소인단으로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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