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경원 사무실 앞 지나다 ‘묻지마 연행’
    By mywank
        2009년 10월 06일 02:34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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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공회대 부총학생회장인 김무곤 씨는 지난 7월 24일 새벽 장충동에서  황당한 일을 겪게 된다. 김씨가 걷던 도로 부근에는 며칠 전 국회에서 통과된 미디어법의 장본인 한나라당 나경원 의원의 사무실이 있었고, 사무실 간판에는 ‘한나라당 해체하라’, ‘나경원은 자폭하라’는 등 페인트로 칠해진 낙서와 불에 탄 흔적이 있었다.

    당시 간판을 휘발유로 닦고 있던 경찰은 김씨의 모자와 몸의 일부에 묻은 페인트 자국을 발견하고, 신분증을 요구한다. 잠시 발길을 멈추고 좀처럼 보기 힘든 광경을 휴대폰 카메라에 담고 있던 김씨는 경찰의 부당한 요구에 항의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미란다 원칙 고지도 없이 ‘나경원 의원 사무실 간판 방화사건’의 현행범으로 체포된다.

    7월 24일 새벽, 나경원 사무실 앞

    경찰은 김씨의 소지품을 모조리 압수하는 등 강압적인 조사뿐만 아니라, 당시 핸드폰 통화기록으로 남아있던 김씨의 지인 30여 명에게 무차별적으로 참고인 소환장을 발부하고 가족들에게 ‘협박성 발언’을 일삼기도 한다. 단지 페인트가 묻은 모자를 쓴 채, 나 의원 사무실 앞을 지나고 있었다는 이유에서다.

       
      ▲6일 오전 11시 인권위 앞에서는 성공회대 총학생회 주최로 ‘성공회대 총학생회 탄압 규탄 및 인권탄압 규탄, 인권위 진정서 제출 기자회견’이 열렸다. (사진=손기영 기자)  

    6일 오전 김무곤 씨는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하기 위해,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현병철)를 찾아 진정서를 제출했다. 이에 앞서 김씨는 기자회견을 열고 “당시 묻어 있던 페인트 자국은 전날 학교에서 플랭카드에 글씨를 쓰다가 묻은 것”이라며 “이는 명백히 ‘방화사건’과 관련 없이 성공회대 총학생회와 학생들을 탄압하기 위해 공권력을 남용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씨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고 있는 서울 중부경찰서 측은 ‘당시 나경원 의원 사무실 간판에 낙서된 페인트와 김씨의 모자에 묻은 페인트가 같은 성분(제품)’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페인트가 응고된 시간 등 아직 구체적인 진상은 규명하지 못한 상태다.

    정권 비판적 학생들에 대한 보복

    이를 두고 김씨는 “지난 6월 연세대 등 다른 대학에서 불허했던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추모 콘서트의 개최를 강행하고, 오는 9일 노무현 재단 출범 기념 콘서트를 준비하는 등 성공회대 학생들의 정권 비판적 활동에 대한 ‘보복성 공안탄압’이 아니나”는 의혹을 제기했다.

       
      ▲성공회대 김무곤 씨 (사진=손기영 기자) 

    그 근거로 김씨는 “경찰은 조사과정에서 ‘너가 한대련 소속이냐’, ‘반독재 투쟁위원회 소속이냐’, ‘민주노동당 당원이냐’ 등 사건과 아무런 관련이 없는 질문으로 일관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지난해 미국산 쇠고기 반대 촛불집회와 등록금 집회 참가자 중 저와 인상착의가 비슷한 사람의 사진을 보여주며, ‘너 똑바로 말 안하면 이것까지 조사할 것’이라는 협박을 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김무곤 씨는 불구속 상태로 풀려난 이후인 지난 7월 28일과 8월에도 두 차례 추가 조사를 받았으며, 경찰은 지난달 9일 방화사건에 집시법 위반 혐의까지 덧붙여서 ‘피의자 출석요구서’를 발부하며 출석을 종용하고 있다.

    하지만 김씨는 현재 이에 응하지 않으며, 중부경찰서 측에 대한 법적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김씨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경찰의 과잉수사로 지인들과 거리가 멀어지게 되었다”며 그동안의 심적 고통을 호소했다. 그는 “당시 핸드폰으로 연락했던 성공회대 친구 등 지인들에게 소환장을 보낸 것도 모자라, 면회를 왔다는 이유로 제 여자친구에게 소환장을 보내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결국 지인들의 부모님들은 걱정이 돼, ‘이 친구와 어울리지 말라’는 말까지 하셨다고 들었다”며 “더욱 참기 힘들었던 일은 저희 어머니에게 ‘무곤이가 범인이 맞는지 아닌지 내기 해보자. 성공회대는 좌파교수가 많은 학교다. 퇴학하라’는 입에 담을 수 없는 말까지 한 것”이라고 밝혔다.

    ‘성공회대는 좌파학교다’ 협박

    경찰로부터 소환장을 받은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차상협 씨는 “얼마 전 경찰로부터 출석을 요구하는 전화가 걸려왔는데, ‘김무곤 씨를 잘 아느냐’, ‘성공회대 학생회를 잘 알고 있느냐’고 추궁했다”며 “성공회대 학생들이 ‘노무현 콘서트’를 개최하고 정권에 바른 말을 해서 탄압을 받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무곤 씨가 인권위에 진정서를 제출하고 있다 (사진=손기영 기자) 

    이번 사태에 대해, 이날 기자회견 참석자들도 건국대 학생회 간부들이 홍제동 대공분실로 끌려가 조사를 받고, 기자회견 도중 이원기 한대련 의장이 집시법 위반 혐의로 체포되는 등 일련의 대학생 대표자 탄압사례를 들며, “학생운동의 위축을 노린 공안탄압”이라고 주장했다.

    ‘고대녀’로 알려진 김지윤 ‘MB심판 민주회복 대학생행동연대’ 상임대표는 “이명박 정권은 대학생들에 대한 무차별적인 탄압을 계속하고 있다”며 “이는 정권에 맞서 바른 목소리를 내려는 대학생에게 재갈을 물리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수호 민주노동당 최고위원은 “지금 대학생들이 단순히 진보적 성향을 갖고 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도, 공권력의 감시와 사찰의 대상이 되고 있다”며 “학생운동에 대한 공안탄압으로 정권을 유지했던 20여 년 전으로 되돌아 간 것 같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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