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택문제 해결 없으면 혁명 일어나"
        2009년 07월 14일 07:45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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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년에 종부세의 부부합산 과세 조항에 대해 위헌 결정이 나온 후 그동안 숨죽였던 종합부동산세에 대한 비판이 봇물처럼 터져 나왔다. 종부세가 통과될 때만해도 별다른 반발이 없다가 헌재의 위헌 결정이 있자 전문가들까지 나서서 그 문제점을 지적하였다.

    대표적인 논거 중의 하나가 “종부세는 대한민국에만 있다”라는 것이었는데, 이 주장을 보면서 참으로 우리 사회가 많이 변했다는 생각을 했었다.

    왜냐하면 부동산 관련 제도는 대한민국에만 있는 것이 실제로 많고 그것은 그만큼 한국에서 부동산 문제가 심각했기 때문이기도 한데, 이제는 이것이 부동산 관련세제의 비판 논거로 쓰이니 사회가 정말로 많이 변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를 들어 종합부동산세의 전신인 종합토지세의 경우에도 토지만 합산해서 누진과세하는 한국만의 특이한 시스템이었지만, 여기에 대해서 한국만 있는 제도라는 비판은 심각하게 제기된 적이 없다.

    대개 재산세는 건별로 단일세율로 과세하고 누진과세는 소득세로 해결하는 것이 일반적인 입법례이고 재산을 합산과세하려면 모든 재산과 부채를 계산하여 순자산을 과세하는 부유세가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2.

    사실 한국사회의 세제가 기본적으로 공평하기 어려웠던 이유는 단순하다. 하나는 저축을 장려한다는 이유로 금융소득(배당, 이자소득)에 대해서 비실명거래를 허용하면서 비과세 혹은 저율, 분리과세를 장기간 동안 유지해왔다는 것이고, 또 다른 하나는 부동산에게 발생하는 거대한 이익에 대해서 별다르게 과세를 하지 못했다는 데에 있었다.

    1975년 부동산 양도소득세가 도입되었지만 과표가 제대로 파악되지 않아 과세는 거의 되지 않은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돈이 있는 사람이 부동산을 사고, 이 부동산을 고가에 팔아 거액의 양도소득이 발생하여도 이른바 다운계약서 등으로 그 소득이 제대로 잡히지 않아 세금을 거의 내지 않았고, 그 돈을 다시 은행에 넣어도 고율의 이자를 받더라도 이자소득도 과세가 제대로 되지 않으니 한국의 부유층은 낮은 세부담으로 개발연도의 거대한 부의 축적을 계속할 수 있었다. (이것은 지금도 크게 달라진 것은 아니었다.)

    3.

    1987년 6월 항쟁은 절차적 민주주의의 요구만을 포함하고 있었지만 열려진 공간에서 대중들의 불만은 휘발성을 항상 가지고 있었다. 게다가 노태우 정권은 정치적으로 허약한 편이었고, 1990년 3당 합당 이전까지의 야당은 그나마 상당히 능동적으로 사회적 요구를 수용하는 편이었다.

    당시 이 휘발성의 중심에는 부동산 문제가 있었다. 노태우 정부 집권 3년동안(1988~1991) 집값은 무려 56%나 올랐는데, 국가기록원과 주택도시연구원, 국토연구원, 금융연구원과 공동으로 기획하여 집필한 『실록 부동산정책 40년』에 보면 당시 건설부 주택과장은 다음과 같이 당시 분위기를 전하였다고 한다.

    “당시 민심이 극도로 흉흉했다. 어느 정도인가 하면 당시 성남에는 강남 부유층 아파트로 파출부 나가는 아줌마들이 많았는데, 이 사람들 사이에서 ‘세상이 바뀌면 압구정동 현애아파트 몇 호는 파출부 누구 몫이다’는 식의 괴담이 돌았고, 이런 소문이 정보라인을 통해 청와대까지 보고됐다. 당시 문희갑 경제수석은 ‘주택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혁명이 일어난다’며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하게 주장했다.”

    4.

    이러한 분위기 속에 주택 2백만호 건설과 토지공개념이 추진되게 된다. 1988년 당시 서울 시내 주택 전체가 200만호였으니 5년간 200만호를 짓는 것은 엄청난 일이었다. 뿐만 아니라 당시 제안된 토지공개념은 지금 시점에 보아도 상당히 강력한 내용이었다. 지금의 어느 정치세력도 당시 제안된 토지공개념 정도의 주장을 하지 못하는 것을 보아도 그렇다.

    토지공개념의 토지초과이득세, 택지소유상한제, 개발이익 환수제 세가지로 구성되었는데, 기본 아이디어는 매우 혁신적인 것이었다.

    개발이익으로 인한 지가상승과 정상 지가상승을 초과하는 지가상승에 대해서 고율의 세금 내지 부담금으로 환수하고, 주택을 지을 수 있는 택지에 대해서는 아예 일정 규모 이상 소유를 금지시키고 이미 소유하고 있는 자에 대해서는 마찬가지로 고율의 부담금을 부과한다는 아이디어였다.

    당시 지가 평가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는 점이 있었으나 필요는 제도를 만드는 법, 지가를 평가하는 ‘지가공시 및 토지등의 평가에 관한 법률’도 이즈음에 제정되었다.

    택지소유 상한을 어겼을 때 부과되는 부담금이나 개발이익에 부과되는 부담금 모두 명칭만 부담금이었지 그 실질은 세금과 다를 것이 없었다. 택지소유상한에 관한 법률에 의하면 서울의 경우 200평 이상을 초과하여 보유하고 있는 가구에 대해서 법 시행일 이후 2년이 지나면 6%의 부담금을 4년이 지나면 11%의 부담금을 부과하였다.

    이는 사실상 택지초과보유세나 마찬가지였다. 토지초과이득세도 정상지가상승분을 초과하는 토지초과이득에 대해서 50%의 토지초과이득세를 부과하였으며, 개발부담금도 정상지가상승분을 초과하는 개발이익의 50%를 부담금으로 환수하는 제도였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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