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책임하고 몰염치한 도발”
        2009년 05월 25일 02:29 오후

    Print Friendly, PDF & Email

    북한이 5월 25일 오전 2차 핵실험을 강행했다. 이로써 2월부터 악화일로를 걸었던 한반도 정세는 더욱 심각한 위기에 직면할 것이 확실시된다. 더구나 이번 실험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로 남측 국민들이 큰 충격과 깊은 슬픔에 빠져 있는 시기에 실시됐다. 한반도 평화를 위협하는 무책임한 도발이자, 남측의 국상(國喪)에도 아랑곳하지 않는 몰상식적이고 몰염치한 행동이 아닐 수 없다.

    2006년 10월 9일에 이어 두 번째로 실시된 이번 실험은 지난달 29일 이미 예고된 바 있다. 당시 북한은 위성 발사를 강력히 규탄한 유엔 안보리 의장성명을 두고 "즉시 사죄"하지 않으면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발사에 나설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2차 핵실험으로 "빈 말을 모른다"는 북한의 원칙을 거듭 확인해준 것이지만, 북한에 대한 남한과 국제사회의 인식은 더욱 악화되고 말 것이다.

       
      ▲ 핵폭발 이미지

    기술적으로 볼 때, 이번 실험은 두 가지 측면에서 주목된다. 하나는 폭발규모가 1차 때의 진도 3.5를 훨씬 상회한 4.5로 알려지고 있다는 것인데, 이는 핵폭발장치의 성능이 향상되었다는 것을 강하게 암시한다.

    다른 하나는 운반수단인 탄도미사일 성능 개량이 꾸준히 이뤄져왔다는 점이다. 특히 북한이 조만간 탄도미사일 시험발사를 추가적으로 실시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핵과 미사일이 결합된 ‘북한 위협론’이 또 다시 맹위를 떨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왜?

    북한이 2차 핵실험이라는 초강경수를 두고 나온 까닭은 다양하게 분석할 수 있다. 자신의 위성 발사를 문제 삼은 유엔 안보리 의장성명에 대한 반발을 ‘말’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줌으로써, ‘나의 자주적 권리를 침해하면 대결밖에 없다’는 메시지를 국제사회에 전달하기 위한 것이 1차적인 의도라고 할 수 있다.

    또한 김정일 3기 체제 및 후계구도 구축 등 내부적인 정치 변동기에 외부와의 대결을 극대화함으로써 주민 통제 및 체제 결속을 강화하려는 것일 수도 있다. 오바마 행정부와의 본격적인 협상을 앞두고 최대한 몸값을 부풀리기 위한 것일 수도 있고, 핵무기 보유 자체를 목표로 설정했을 수도 있다.

    무엇보다도 1차 핵실험을 통해 부시 행정부의 대북정책을 전면적으로 전환시켰다고 믿는 북한은 2차 핵실험을 통해서도 비슷한 효과를 노리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러한 분석은 모두 추측에 불과하다. 항상 그렇듯이 북한의 의도를 정확히 파악하기란 어려운 일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만큼 대책을 마련하는 것도 쉽지 않은 것이 냉정한 현실이다.

    유엔 안보리 결의안 불가피할 듯

    북한의 노림수를 정확히 분석하기란 어렵지만, 핵실험의 파장을 전망하기란 그리 어렵지 않다. 1차 핵실험 직후에는 유엔 안보리 결의안 1718호가 채택되고 한국의 포용정책이 위기에 처하기도 했지만, 극적인 반전이 이뤄지기도 했다. 노무현 정부가 부시 행정부의 대북강경책을 일정 정도 제어하고, 미국이 이라크 수렁에 빠지면서 그 여파로 네오콘이 몰락했던 것이 핵심적인 이유였다.

    그러나 이번에는 당분간 2006년처럼 극적인 반전을 기대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오늘날의 상황은 당시에 비해 네 가지 점에서 큰 차이가 있다. 첫째는 1차 핵실험 당시 북한은 "6자회담을 통해 조선반도 비핵화를 달성하는 것은 시종일관의 목표"라고 말한 반면에 오늘날에는 6자회담을 전면 거부하고 있다.

    둘째는 당시 부시 행정부는 북미 직접대화를 거부한 반면에 오바마 행정부는 직접대화에도 적극적이다. 셋째는 이명박 정부가 노무현 정부보다 훨씬 강경하다는 것이다. 넷째는 당시 부시 행정부의 대북정책 전환에는 네오콘의 몰락이라는 ‘제3의 변수’가 작용했지만, 오늘날에는 이러한 ‘제3의 변수’가 작용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일단 초미의 관심은 유엔 안보리의 대응에 모아진다. 위성 발사는 안보리 결의안 1718호에 대한 ‘해석상의 위반’이었지만, 핵실험은 ‘정면 위반’에 해당된다. 대응 수위가 훨씬 높아질 것임을 예고해주는 대목이다.

    어떻게 해야 하나?

    북한의 의도가 불분명하고, 핵실험을 강행할 정도로 미국의 대북정책이 강경하다고 보기 힘들기 때문에 대응책을 찾기란 쉽지 않다. 추가적인 유엔 안보리 결의안은 북한의 위협적인 행동에 대한 응징의 의미를 갖지만, 북한의 탄도미사일 시험발사 등 추가적인 위협 행동을 야기할 것이라는 점에서 위기 해소책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이러한 맥락에서 볼 때, 안보리는 결의안보다 한 단계 낮은 의장성명을 통해 북한의 핵실험을 비판하고 조속한 대화 재개에 임할 것을 촉구하는 것이 더 나은 선택일 수는 있다. 이를 통해 북한의 추가적인 강경책을 제어하고 냉각기를 거쳐 대화의 문을 여는 것이 위기관리 및 돌파구 마련이 기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과잉대응은 또 다른 과잉대응을 낳는 것이 한반도 정세의 기본 메커니즘이다. 차분한 대응이 절실하게 요구되는 까닭이다. 이명박 정부가 미국 주도의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 전면 참여를 유보해온 현명함도 유지되어야 한다.

    필자소개
    레디앙 편집국입니다. 기사제보 및 문의사항은 webmaster@redian.org 로 보내주십시오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