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명박 정치보복이 부른 '타살' 사건
    6월, 대중분노 분출 vs 성찰계기 될것
        2009년 05월 25일 10:24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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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자살에 따른 서거는 많은 국민들을 깊은 충격 속에 빠트렸다. 관심을 모았던 장례 형식이 가족장이 아닌 국민장으로 합의되면서, 정부가 설치하는 추모의 장소가 세워지겠지만, 노 전 대통령의 ‘비극적 최후’는 일각의 희망처럼 ‘사회적 통합의 계기’보다는 본질적으로는 ‘대립의 단서’가 될 가능성이 크다.

    보수의 역주행이 낳은 비극적 결과

    정치권의 경우 앞으로 일정 기간 ‘조문 정치’와 ‘애도 정국’을 지나게 되겠지만, 노 전 대통령의 서거가 가져올 후폭풍은 ‘쓰나미’로 전환돼 정국을 요동치게 만들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그것은 ‘해석 투쟁’부터 시작될 것이다.

    극우파들이 ‘서거’라는 표현 자체를 들고 시비를 걸고 나온 것은 바로 해석 투쟁이 시작됐다는 것을 분명하게 보여주는 지점이다.

       
      ▲ 봉하마을에 마련된 분향소에서 헌화하고 있는 시민들 (사진=사람사는 세상)

    조문과 애도 속에 각 정당과 정파들은 자신들의 ‘해석’은 아직 본격적으로 내놓지 않으며, 극도로 예민하게 여론 동향을 살피며, 이후 정국의 대응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아직까지 여야 정치권은 노 전 대통령의 서거에 대한 원인을 놓고 다투는 대신 침묵을 지키고 있다.

    진보, 좌파 진영에서 바라보는 노 전 대통령의 비극적 최후의 원인은 일반 국민들의 상식적 수준의 생각과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 이병천 강원대 교수는 이번 일을 “보수의 역주행이 낳은 비극적 사건”으로 평가했으며, 박석운 진보연대 공동대표는 “이명박 정권의 정치보복의 흐름 속에서 진행된 살해” 행위로 규정했다.

    <레디앙>의 취재에 응한 거의 모든 인사들도 “이명박 정권이 검찰을 동원하고, 보수 언론이 한 편이 돼서 만들어낸 정치 보복의 비극적 결과”라는 데 이견이 없었다. 덧붙여 노무현 전 대통령의 “명예를 중히 여기고, 자존심이 강한”(김석준 부산대 교수) 성품도 비극적 선택의 원인 가운데 하나로 꼽히기도 했다.

    "이명박 정권의 심리적 복수전"

    이와 함께 노무현 정권 시대 임명된 임채진 검찰총장과 한상률 전 국세청장이 ‘주군’이 바뀌면서, ‘대를 끊어’ 충성하기 위해 무리수를 두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지적하는 인사들도 있었다.

    또 “현 정권의 최대 약점인 도덕성 문제를 은폐하기 위해, 노 전 대통령의 도덕성에 흠집을 내면서 ‘심리적 복수’를 하기 위한 것”(이수호 민주노동당 최고위원)이라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노 전 대통령의 급서를 정치 보복에 따른 ‘타살’이라고 규정할 경우, 그의 최후의 선택에는 ‘저항’의 성격이 포함됐을 가능성도 적지 않을 텐데, 이러한 ‘해석’은 언급되지 않은 대목이 눈길을 끈다.

    한편 노 전 대통령의 서거가 우리 사회와 정국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는 다양한 견해가 나오고 있는 가운데, 국민적 저항이 거세질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당장 어떤 거대한 촉매로 작용할 가능성은 적을 것이라는 예상도 나왔다.

    이와 관련 김석준 부산대 교수는 “이명박 정권에 대한 불만이 6월 정국과 맞물리면서 걷잡을 수 없이 분출할 가능성도 있으나, 분노 표출의 대상은 있지만 대안이 없어 (대중의 분노가)왜곡된 형태로 나타나거나 정치적 허무주의로 흘러갈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손호철 서강대 교수는 “공이 이명박과 한나라당에게 넘어갔고 수세에 몰린 것”이라며 “스스로 자세를 낮추고 6월 국회 정도에서 자제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으면 국민적 역풍을 맞을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또 “민주당은 동정론 힘을 받고, 당내 친노 진영도 힘을 얻을 것”으로 예상했다.

    "여권, 6월 국회 자제하지 않으면 역풍 맞을 것"

    김민영 참여연대 사무처장은 “고민을 많이 하는 것 같지만, 아직 예측하기 어려울 것 같다”며 “하지만 이번 사태가 당장 거대한 촉발점이 될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또 “국정운영을 담당하는 세력뿐만 아니라 시민사회진영 역시 앞으로 우리 사회가 어떻게 가야할지 깊이 있는 성찰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 한 시민이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기사가 실린 신문을 읽고 있다 (사진=사람사는 세상)

    대다수 진보진영 인사들은 이번 사태가 국민 여론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은 분명하지만, 그것의 내용과 표출 형태에 대해서는 현재로서는 ‘예의 주시’해야 하는 시점이라는 입장을 보여줬다.

    이와 함께 노 전 대통령의 급작스런 서거에 대해 진보진영의 반응과 대응 방향에 대해서도 다양한 입장이 나왔다.

    몇몇 인사들은 국민들의 시각에서 볼 때 노 전 대통령이 ‘진보’를 상징하는 대표적 정치인이었다는 점에서 진보정당도 국민들의 상처 난 마음을 다잡기 위해 노력하고, 민주와 개혁 그리고 진보 세력 이 폭넓게 연대해야 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입장을 보여줬다.

    하지만 이번 사태가 국민여론에 커다란 영향은 주겠지만, 본질적으로 이명박 대 노무현이라는 구도로 진행될 수밖에 없으며 따라서 ‘사회적 진보’의 내용을 둘러싼 투쟁이 되기 어렵다는 시각도 나왔다.

    한국에서 중도와 진보는 동반 상승, 동반 하락의 경향을 보여주고 있으며, 민주진보운동 전반이 이번의 비극적 사건을 계기로 성찰적으로 다시 일어날 수 있는 전환점이 돼야하며, 이런 차원에서 노 전 대통령의 ‘죽음’은 민주진보의 영혼이 살아있다는 것을 증거 한 측면이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이병천 교수)

    이와는 달리 이번 일이 반이명박 정서를 증폭시키는데 영향을 미치고, 민주화 성과의 복원에는 긍정적 영향을 주며, 따라서 무능한 야당에 도움은 줄 수 있으나, 이것이 우리 사회의 진보적 동력과는 거리가 있을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조돈문 가톨릭대 교수)

    바보 노무현 정신 실현은 진보정당이

    손호철 교수는 노 전 대통령의 추모는 장례 형식이 아니라며 “바보 노무현의 정신은 탈지역주의를 실현하는 것”이고 “그 주체는 진보정당뿐”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노 전 대통령이 진보정당에 발을 들여놓지 않았지만 지금부터 한국 정치의 개혁은 진보정당 대 보수정당의 구도를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정갑득 금속노조 위원장, 남궁현 건설연맹 위원장, 신승철 민주노총 사무총장 등은 “화물 노동자들의 자살이 어쩌다 일어난 우연이 아니”라며 “노 전 대통령이 느끼고, 모든 국민들이 느끼는 이명박 정권에 대한 갑갑함과 울분 때문에 일어난 일”이라며 이명박 정권의 노동정책 전환을 촉구했다.

    이들은 이명박 정권이 6월 임시국회에서 비정규직법이나 미디어법 처리에 다소 조심할 수는 있겠으나 이는 잠시의 숨고르기일 뿐 기존 노선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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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취재에 도움 준 분들

    손호철(서강대), 조돈문(가톨릭대), 김석준(부산대), 이수호(민주노동당 최고위원), 윤난실(진보신당 부대표), 신언직(진보신당 서울시당 위원장), 이용규(민주노동당 인천시당 위원장), 김민영(참여연대 사무처장) 이강실(목사), 박석운(한국진보연대 상임대표), 한서정(촛불시민연석회의 공동대표), 이병천(강원대), 신승철(민주노총 사무총장), 정갑득(금속노조 위원장), 남궁현(건설산업연맹 위원장)    <순서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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