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B, 자전거로 물류수송?!
        2009년 04월 22일 10:43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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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전거 전도사 이명박 대통령?

    대통령은 참으로 바쁜 직업이다. 특히 이명박 대통령은 유독 ‘얼리 버드’의 모습을 갖추셨다. 국정 챙기랴 전봇대 뽑으랴 바쁜 와중에도 주례 연설은 빼먹지 않으신다.

    이번 주례 연설의 핵심은 ‘자전거’였다. 손주와 함께 직접 자전거를 타신다는 이야기도 빼지 않으시고, 페달 굴리는 한 안 쓰러진다며 우리도 넘어지는 것을 두려워 말아야 한다는 ‘고언’도 잊지 않으셨다.

    이에 각종 언론들은 미네르바 무죄 기사보다 더 크게 앞다투어 이를 보도해주기 시작했다. <동아일보>는 기자가 직접 자전거로 출근하며 기사를 쓰는 열정까지 보여주었으며, 경제신문들은 해외 자전거 생산공장이 국내로 유턴할 것이라는 예언을 보도했다. <머니투데이>는 열성을 보였으며, MB(Mountain-Bike) 레져시대가 왔다는 보도를 쏟아냈다. 대통령 말 한 마디에 열심히 춤을 추는 언론이 갸륵하다.

       
      

    자전거 물류 수송 계획이 아니고서야!

    어찌되었든 지난 번 녹색성장 계획에도 포함되어 있던 자전거 도로망 연결 사업은 국토해양부가 중심이 되어 해안일주와 접경지역 자전거 도로를 연결하여 하나의 벨트로 구축하여, 총 연장 3,114km에 예산 1조 2456억 원이 소요되는 사업이다.

    일단 대통령께서 좋아하시는 경제성부터 짚어보자. 2006년 한국개발연구원이 실시한 예비타당성 조사에는 ‘해안선 일주 자전거 도로 활성화 사업’이라는 사업이 있었다. 결과는? 예비타당성 조사에서 B/C 0.097로 타당하지 않다는 결과를 받은 바 있다. 한 마디로 경제성이 꽝이라는 것이다. 2~3년 사이 뭐가 달라졌기에 없던 경제성이 생기나 고민해보니 딱 한 가지다. 바뀐 것은 대통령이다.

    자전거 도로 수송 분담률이 1.2%라며 답답해 하신다. 우리 모두 자전거를 타야 한다고 국민들의 건강을 걱정해주신다. 맞다. 외국에 비해 한참이나 모자란 자전거의 수송 분담률을 높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그런데 대통령께서는 뜬금없이 4대강 유역과 해안선을 따라 도로를 건설하신다고 한다. 자전거로 물류를 나르려는 계획이 아니고서야 왜 굳이 그곳에 만들어야 하는지 이해가 잘 가지 않는다.

    수송 분담률을 높이려면 자가용 대신 자전거로 출근하는 사람이 많아야 한다. 그러면 도심의 출퇴근 길에 안전한 자전거 전용도로를 집중적으로 만드는 것이 상식이다. 우리나라 국민의 태반이 해안선이나 강변을 따라 출근한다면 몰라도 말이다. 동네 가게에서 구입한 저렴한 자전거로 4대강을 따라 일주도로를 달릴 국민이 누구인가. 이재오인가?

    또다른 ‘건설’ 아이템 자전거 도로

    대통령은 자전거로 수송분담률을 높일 생각이 없다. 언론에서 떠드는 것처럼 자전거 ‘산업’에 관심있을 뿐이다. 아니 정말은 ‘자전거’ 따위엔 관심이 없을지 모른다. 대운하의 다른 얼굴이라고 비난받는 4대강 정비사업, 회색삽딜이라고 조롱받는 그의 개발 계획을 녹색으로 포장시켜줄 좋은 아이템을 하나 발견한 것뿐이다.

    4대강 살리기가 아니라 죽이기라는 비난 여론에 맞서 ‘4대강 친환경 자전거 도로 만들기’라고 말만 바꾸면 되는 것 아닌가. 아니 어쩌면 그는 자전거 도로 ‘건설’ 사업에 꼽혔는지도 모를 일이다. 이것도 ‘건설’사업 아니던가.

    자전거 도로가 강변이나 해안선을 따라 건설되는 것은 환경적으로 반길 일이 아니다. 부득이한 경우가 아니고서야 물가에 만드는 자전거 도로는 기존 도로가 가지는 반환경성과 다르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 수변 생태계를 단절하거나 파괴하는 것은 물론 로드킬을 불러올 수도 있다. 수변은 습지의 공간으로 그대로 두어 다양한 수변 생태계가 존재하도록 두는 것이 옳지 여기에 작은 도로를 만드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다.

    기존의 도로를 최대한 이용하여 이를 연결하거나, 기존의 자가용과 같은 교통을 대체하는 형태를 위해 자전거 도로를 만드는 것이 바람직하다. 기존 대중교통과의 환승이나 이동 등의 편의를 도모하고, 안전을 확보하여 근거리 교통수단을 대체하는 형태 말이다. 대통령께서 잘 모르겠다면 해외의 다른 도시들의 그림을 보자.

    해외 사례 : 프랑스 파리와 독일 베를린의 자전거 도로
    – 시내를 중심으로 자전거를 주요 교통수단으로 이용하기 편리하도록 설계

       
      

    4월 22일은 ‘지구의 날’이다. 멀쩡한 국가하천을 운하로 만든다는 계획을 강행하는 것도 모자라 온갖 시멘트 일색의 개발 계획만 내놓으시는 이명박 정부는 지구의 날에 무슨 이벤트를 계획하고 계시는지 궁금하다. 녹색도 없고 뉴딜도 없이 온톤 삽질로만 임기를 꽉 채우신 대통령께서 퇴임 후에 승용차가 아닌 자전거를 타고 돌아다니실지도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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