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앞으로 집값은 어떻게 될까?
        2009년 01월 09일 09:39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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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떨어지는 건 확실하다. 그러나 언제까지 얼마나 떨어질지는 알 수 없다”

    새해 초면 으레 부동산 시장 전망을 내놓던 각종 연구소나 전문가들이 2009년 집값 에 대해 내놓은 대답(?)이다.

    사실 올해처럼 집값의 앞날을 전망하기가 어려운 해도 없다. 경제전망을 발표한 기관들도 대부분 몇 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하거나, 이럴 수도 있고 저럴 수도 있다거나 하는 식이다. 보도에 따르면 주택산업연구원은 그동안 사용해오던 분석방법이 먹혀들지 않아 집값을 가늠할 수 없어 15년 만에 처음으로 집값 전망을 포기했다고 한다.

    오늘은 이처럼 예측이 쉽지 않다는 전제 아래 집값 추세에 대해 예상 가능한 세 가지 시나리오를 살펴보고, 각각의 시나리오가 현실화될 경우 부동산 계급별로 어떤 영향을 받게 될지 공부해보겠다.

    집값이 당분간 하락할 것이라는 데는 일치하는 가운데 하락 이후 집값 추세에 대한 전망의 세 가지 경우의 수를 상정해볼 수 있다. 첫 번째는 집값 대폭락으로 이어질 경우로 일본과 같은 버블 붕괴 시나리오다(일본형). 두 번째는 집값 하락이 일시적인 현상으로 그치고 이전처럼 계단형 상승곡선으로 복귀하는 시나리오다(한국형). 세 번째는 집값이 외환위기 때처럼 폭락한 뒤 순식간에 다시 폭등하는 시나리오다(외환위기형). 근거와 함께 하나씩 살펴보자.

    일본형 … 대폭락 뒤 장기침체

    김광수경제연구소는 부동산값이 급락할 것이며 그 뒤에도 오랫동안 가격이 회복되지 않는 영어 알파벳 L자형의 길을 걸을 것이라 예상했다. 경우에 따라서는 일본과 같은 장기간의 거품붕괴 현상을 보일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부동산에 낀 거품이 너무 많아서 달도 차면 기울듯 거품이 부풀어 꺼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집값을 끌어올리는 데 한 몫 했던 부동산 담보 대출이 도를 넘어 은행과 가계의 부실로 이어지고 있고, 거품이 정점에 이르러 투자수익률이 사실상 마이너스 상태가 됐다는 것이다. 지방은 물론 수도권도 현재 집값 수준에서 집을 살 만한 사람은 거의 다 샀기 때문에 공급 과잉 단계에 접어들었으며, 저출산 고령화의 충격까지 현실화되기 때문에 공급과잉 상태는 장기화될 것이라 보고 있다.

    또 글로벌경제에 편입돼 있는 한국이 미국 일본 등 세계적인 집값 급락과 달리 홀로 다른 길을 걷기도 어렵다는 것이다. 물론 이명박 정부가 집값을 떨어뜨리지 않기 위해 안간 힘을 쓰겠지만 일본형 대폭락을 막는 것은 역부족이라 진단한다.

       
      

    한국형 – 일시적 하락 후 계단모양 상승

    집값이 좀 떨어지긴 하겠지만 일본처럼 대폭락으로 가진 않을 것이란 전망도 있다. 금융위기와 실물경제 침체 탓에 부동산 시장의 전망이 밝은 것은 아니지만 최악으로 가진 않을 것이며, 어느 정도 하락한 뒤 다시 가격이 회복되리라 보는 것이다.

    우리나라 집값에 거품이 끼었다는 사실 자체를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폭락할 이유도 없다는 것이며, 지방은 몰라도 수도권은 아직 공급이 부족하기 때문에 경기침체가 문제지 공급과잉은 아니라는 것이다. 부동산 담보대출도 집값의 절반을 밑돌기 때문에 걱정할 정도는 아니며 일부 저축은행이 문제지만 그 영향은 제한적이라 본다. 한국은행이 금리를 낮추고 있는 것도 원리금 상환 부담을 줄여줄 것이라 본다.

    물론 집값에 거품이 끼었다고 보면서도 일본과 같은 대폭락은 없을 것으로 보는 견해도 있다. 이 경우 우리나라에만 있는 독특한 전세제도 탓에 주택가격 대비 담보대출 비중이 낮고, 또 장기적으로는 저출산의 영향을 받을 것이지만 당장은 베이비붐 세대(1955∼1965년 출생자)가 왕성한 주택 수요 계층이기 때문에 당분간은 상당한 수요가 있다는 점을 근거로 삼고 있다.

    이 경우 얼마나 떨어질지 언제까지 떨어질지에 따라 다시 여러 견해로 나눌 수 있겠지만, 대체로 실물경기 침체가 문제이지 부동산 자체로는 폭락 가능성을 낮게 본다는 점에서 원래 우리나라 부동산값의 추세를 염두에 둔 전망이라 분류할 수 있다. 우리나라 부동산값은 대체로 10년을 주기로 급격히 상승한 뒤 그 가격이 유지되고 다시 뛰는 식의 길을 걸어왔다. 비유하자면 비스듬한 계단형 상승 곡선을 그려왔다.

    2002년∼2006년 사이 집값이 크게 오른 뒤 현재는 조금씩 오르락 내리락하면서도 안정되는 시기라는 것이고, 예측하지 못했던 미국발 금융위기로 가격이 떨어지겠지만 결국 폭락보다는 일정기간 하락 뒤 상승 쪽으로 갈 것이라 보는 것이다.

       
      

    외환위기형 – 폭락 후 폭등

    정부의 공식 주택가격 변동률을 집계하고 있는 국민은행연구소는 올해 집값이 상반기에 7∼8% 정도 더 떨어진 뒤 하반기에 소폭 상승해 1년 평균치로 5% 정도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건설업계를 대표하는 건설산업연구원은 5∼10% 정도 하락을 점쳤고,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도 5∼10% 하락 후 빠르면 하반기에 다시 오를 것이라 전망했다.

    이같은 견해는 외환위기 당시와 같이 집값이 크게 떨어진 뒤 다시 오르는 시나리오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1997년 10월부터 1998년 11월까지 13개월 동안 집값은 전국 평균 13.2%가 떨어졌고, 1998년 한 해 동안 아파트값은 13.6%가 하락했다. 그러나 아파트값은 1999년과 2000년 8.5%와 1.4%가 오른 데 이어, 2001년 14.6%, 2002년 22.8% 등으로 폭등했다. 폭락 후 폭등한 것이다. 영어 알파벳에 비유한다면 V자 또는 U자형 길을 걸은 것이다.

    하반기에 집값이 다시 오를 것이란 근거는 정부의 지속적인 금리인하로 주택담보대출금리도 하락하고 있고, 정부의 부동산 관련 규제완화가 지속될 것이기 때문에 관망세에 있던 실수요자들의 시장참여가 시작될 것이란 점을 들고 있다.

    또 외환위기 때에 비해 집값 하락 정도가 심하지 않을 것이라 진단한다. 국민은행은 이번 집값 하락이 약 10∼12개월 동안 10% 정도에 그쳐 외환위기 때에 비해 주기는 짧고 진폭도 작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처럼 금융위기와 실물경기 침체로 부동산값이 떨어질 것이라 본다는 점에서는 견해가 같지만, 얼마나 떨어질 것이며 언제까지 떨어질 것인지에 대해서는 전망이 엇갈린다.

    전망이 엇갈리는 이유는 부동산값에 큰 영향을 미칠 변수에 대한 판단이 다르기 때문이다. 즉 집값에 거품이 끼었는가, 수요에 비해 공급이 많은가, 부동산 담보 대출은 어느 정도 심각한가, 저출산 고령화의 영향은 어느 정도인가, 이명박 정부의 경기부양책이 효과를 발휘할 것인가 등에 대해 견해가 다른 것이다. 물론 여기에는 각 기관의 처지와 색깔에 따른 ‘기대’나 ‘의지’도 반영 됐음 직 하다.

    * 이 글은 오마이블로그 ‘손낙구의 세상공부‘에 올라온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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