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투' 폐지 반발, 제작본부장실 농성
    By mywank
        2008년 11월 04일 03:19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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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개편에 대한 보이콧을 선언한다. 그 일환으로 우리는 ‘프로그램 희망원’ 제출을 거부한다" – 3일 KBS 시사·다큐·교양 PD 성명

    “희극은 저희가 하겠습니다. 그러니 <시사투나잇>을 둘러싼 이 무서운 희극을 멈추어 주십시오. ‘시투’는 계속되어야 합니다” – 3일 KBS 드라마·예능 PD 성명

       
      ▲‘피켓 시위’를 벌이고 있는 ‘시투’ 제작진과 KBS PD들 (사진=손기영 기자)
     

    <시사투나잇(이하 ‘시투’)>을 지키기 위한 KBS PD들의 저항이 확산되고 있다. 4일 낮 12시 KBS 신관 로비에서 벌어졌던 ‘피켓 시위’에는 ‘시투’ 제작진뿐만 아니라, 다른 프로그램 PD들도 참여했다.  시투는 그동안 KBS 신임 사장이 ‘찍어놓고’ 거론한 프로그램 가운데 첫번째로 폐지된 프로그램이다.  

    “‘시투’ 폐지 문제는 단지 ‘시투’ 제작진들만의 문제가 아니에요. 제작 자율성의 상징 ‘시투’가 폐지되면, KBS의 다른 프로그램도 외풍에 약해지게 되고, 언제 폐지될지 모르는 상황에 놓이게 될 걸요. 전반적인 KBS 프로그램의 기조가 바뀌게 되는 거죠”

    <시사 투나잇>은 제작 자율성의 상징

    이날 ‘시투’ 제작진들과 함께 피켓 시위를 벌이던 기훈석 KBS PD의 말이다. 그는 어린이프로그램의 제작을 맡고 있다. 

    “그 동안 출근시간과 점심시간에 피켓시위를 벌였는데, 회사 내에서 여론을 환기시키고 ‘시투’ 문제에 대한 공감대가 확산된 부분은 성공한 것 같아요. 주변 분들에게 ‘힘내라’라는 응원문자도 많이 받아요. 어제는 시사․교양 PD들이 이번 개편에 반발하며 ‘희망원’ 제출을 포기했고요”

    ‘시투’ 진행자 겸 제작 PD들의 취재를 총괄하고 있는 강희중 PD가 지난달 30일부터 벌인 ‘피켓 시위’ 성과에 대해 이야기했다. ‘시투’에서 정치 분야 취재를 담당하고 있는 최필곤 PD가 ’시투‘ 폐지에 대해 말문을 열었다.

       
      ▲사진=손기영 기자
     

    “그동안 회사 내에서 ‘시투’가 그대로 존치될 거라는 이야기가 많았어요. 그런데 갑자기 지난 달 29일 정기이사회에서 ‘시투’를 폐지하겠다는 개편안이 보고되었죠. 이 문제에 대해서 제작진과 아무런 상의도 없었어요. 또 ‘이름만 바뀌었고 폐지는 아니다’라는 말에 더욱 분노했어요”

    오는 17일부터 <시사터치 오늘>이란 프로그램으로 대체되는 ‘시투’ 문제에 대해, 최 PD는 "그동안 ‘편향성 문제’를 제기해 온 보수언론과 정당의 ‘외풍’이 폐지 결정에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 동안 한나라당과 보수언론 쪽에서 요구해 왔던 대로 ‘시투’ 문제가 결론이 났어요. 사측에서 그런 요구를 그대로 받아들인 거죠. 사실 그동안 ‘시투’에 대한 편향성 논란이 있었는데, 저는 그렇게 말하는 분들이 편향성을 가진 사람들이라고 봐요. 자신들의 목소리와 다르면 편향적인 겁니까”라며 프로그램 폐지의 부당성을 강조했다.  

    "내 생각과 다르다고 편향인가?" 

    최필곤 PD 옆에 있던 입사 4년차 동기인 우현경, 이지희 ‘시투’ PD도 프로그램 폐지에 대한 심경을 밝혔다.

    우현경 : 우선 회사에 배신감부터 들어요. 정말 프로그램에 문제가 있었다면, 우선 내부적인 논의들이 있어야 했어요. 그런데 내부 제작진들과는 아무 이야기도 없다가, 외부에서 제기된 논란을 아무 거리낌 없이 수용했어요. 앞으로 저희 PD들은 어떻게 소신껏 방송을 제작하겠어요. 이렇게 외풍에 쉽게 흔들리는 회사를 보면서…

       
      ▲‘시투’ 제작진이 입고 있던 티셔츠에 적혀 있던 문구 (사진=손기영 기자)
     

    이지희 : 투명하게 이루어지지 못한 이번 개편을 받아들일 수 없어요. 아직 제작진 교체에 대해 사측에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는데요. <시사터치 오늘>에서 절대 일하지 않을 거예요. 저희를 두 번 죽이는 일이죠. 또 어제 ‘희망원’ 제출을 거부했는데, 이런 상황에선 KBS의 다른 시사 프로그램도 하고 싶지 않아요.

    "<시사터치 오늘>에서는 절대 일 안해"

    한편, KBS ‘시투’ 제작진들은 그 동안 신관 로비에서 진행했던 ‘피켓 시위’와 함께, 이날 오전부터 KBS 신관 8층에 있는 제작본부장실 앞에서 농성을 벌이고 있다. 정병권 ‘시투’ PD는 농성에 돌입한 이유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계속 ‘피켓 시위’만 하기에는 저희들의 외침이 크지 않은 것 같아요. 17일이면 ‘시투’ 대신 <시사터치 오늘>이 방송되는데…. 절박한 상황에서 투쟁의 수위를 높이기 위해 농성이란 방법을 선택했죠. 오늘부터 매일 제작진 2명이 휴가를 내서 제작본부장실 앞에서 농성을 벌일 거에요”

    이날 ‘67억 벌었더니 남은 것은 폐지결정’, ‘보복인사 시투폐지, 제작본부장 뭐했나’, ‘시사터치 왠 말이냐, 시사투나잇 살려내라’ 등의 피켓을 들고 있던 ‘시투’ 제작진들의 검정색 티셔츠에는 다음과 같은 문구가 적혀있었다.

    ‘시사투나잇 must go 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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