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BS 이사회는 '청와대의 푸들'"
    By mywank
        2008년 08월 13일 06:15 오후

    Print Friendly, PDF & Email
       
      ▲최용수 KBS PD가 구호에 맞춰 손은 높이 들고 있다 (사진=손기영 기자)
     

    “이사회는 해체하라~ 이사회는 해체하라”

    오후 4시로 예정된 KBS 이사회 시간이 다가오자, 본관 3층 이사회장 앞에서 ‘이사회 저지’ 집회를 벌이고 있던 사원행동 소속 직원들과 KBS 노조 조합원들의 구호소리가 더욱 커졌다.

    이어 마이크를 잡은 한 KBS 직원은 “그 사람들만 보면 정말 열받지만, 절대 때리지 말고 욕도 ‘방송용’으로 하자”며 긴장된 분위기를 잠시 바꿔보려고 했다.

    오후 3시 반, 갑자기 KBS 이사회 장소가 마포 ‘가든 호텔’로 변경되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이사회장 주변은 어수선해졌다. “가든 호텔로 어서가자”, “유인작전이다. 속지 말고 계속 여기를 지키자”는 KBS 구성원들의 다급한 목소리들이 들렸다.

       
      ▲이사회 장소가 마포 가든호텔로 변경되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이광규 사원행동 공동대표를 비롯한 KBS 구성원들이 구호를 외치며 항의하고 있다.(사진=손기영 기자)
     
       
      ▲이사회장으로 들어가려는 박동영 KBS 이사를 막고 있는 KBS 구성원들 (사진=손기영 기자)
     

    회의시간을 10분 앞두고 이기욱·박동영·이지영 이사가 본관 3층 이사회장에 도착했다. 순식간에 KBS 조합원들은 스크럼을 짜고 이들을 막았다. 이어 “아무리 우리한테 우호적인 이사라도 여긴 못 들어온다”, “빨리 돌아가라”라고 외쳤다.

    일부 이사들 장소 변경 사실도 몰라

    이들 이사들은 “우리는 여기서 이사회를 하는 줄 알았다”며 어리둥절했다. 이어 한 직원이 “장소가 가든 호텔로 바뀐 것 같다”고 말하자, 잠시 한숨을 쉬고 어디론가 발길을 돌렸다. 뒤늦게 도착한 남윤인순 이사와 이춘발 이사 역시 장소가 변경된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이어 5명의 KBS 이사들은 KBS 신관 5층 이사회 사무국에 모여, 이사회 참여문제에 관해 논의를 벌였다. 오후 4시 이사회장 앞에서 집회를 벌이던 KBS 구성원들은 일부 직원들만 현장에 남겨두고, 마포 가든 호텔로 이동했다.

    가든 호텔에는 이미 권혁부·박만 씨 등 6명의 ‘친한나라당 성향’ KBS 이사들이 도착해 있었다. 이날 이사회는 예정시간을 넘겨 오후 4시 반 경 가든 호텔 2층 회의실에서 진행되었다. 50여명의 사복경찰들이 2층으로 향하는 입구를 봉쇄했고, 호텔주변에도 50여명의 사복경찰들이 삼엄한 경비를 펼치고 있었다.

       
      ▲가든호텔에 도착해 1층로비에서 항의집회를 벌이고 있는 KBS 구성원들 (사진=손기영 기자)
     

    호텔에 도착한 KBS 구성원들은 곧바로 1층 로비에서 항의 집회를 벌였다. 양승동 사원행동 공동대표는 “가든 호텔에 온 이사 6명은 KBS사원들이 지금 왜 여기서 농성을 하고 있는지 알아야 한다”며 “회의시간 직전에 장소를 변경한 이사회는 스스로 정당하지 못하다는 것을 드러냈다”고 비판했다.

    박승규 KBS 노조 위원장은 “이사회는 공개적이고 당당하게 진행되어야 한다”며 “밖으로 나가 몰래 하는 논의와 결정을 어떤 KBS 구성원들이 인정하겠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오후 5시경 KBS 이춘발 이사가 가든 호텔에 도착했다. 이기욱·박동영·이지영·남윤인순 이사는 항의의 표시로 이날 이사회에 불참했다.

    집회 자진 해산, 이사회는 진행 중

    이어서 KBS 구성원들의 자유발언을 이어갔다. 허종환 전 KBS 노조 전 부위원장은 “이렇게 밖으로 돌아다니는 이사회는 우리에게 필요가 없다”며 “지금 당장 2층으로 쳐들어가고 싶은 심정”이라고 말했다.

    현상윤 KBS PD는 “‘이사회는 ‘청와대의 푸들’이 된 것 같아 정말 한심스럽다”며 “오늘 해볼 때 까지 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 중요한 것은 저항하는 KBS인들이 이 자리에 있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용수 PD는 “KBS 이사회는 멀쩡한 공영방송 사장을 해임시켜놓고, ‘낙하산 사장’을 임명하기 위해 이런 짓을 벌이고 있다”며 “외부에서 몰래 이사회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렇게 뽑힌 사장이 제대로 일을 할까 걱정부터 된다”고 말했다.

    호텔 1층 로비에서 집회를 벌인 KBS 구성원들은 호텔 측에 항의가 빗발치자, 인도로 나가 집회를 이어갔고, 저녁 6시 경 자진해산했으며, 이사회는 계속 진행 중이다.

    필자소개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