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남3구 몰표, '리틀 이명박' 기사회생
        2008년 07월 31일 09:21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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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거는 유권자에게 투표의 기회를 제공하지만 결과에 대한 책임도 요구한다. ‘이명박 시대’에 거부감을 느끼는 이들은 2007년 12월19일의 선택에 후회를 하기도 하지만 결과를 되돌릴 수는 없는 노릇이다.

    서울시민들의 교육 수장을 뽑는 교육감 선거도 마찬가지이다. 서울시민들은 ‘리틀 이명박’으로 불린 공정택 후보를 선택했다. 10대 청소년들은 촛불을 들고 거리로 나서며 ‘밥 좀 먹자’ ‘잠 좀 자자’라고 호소했지만 어른들의 선택은 이들의 요구와 거리가 있었다.

    공정택 후보는 수월성 교육이라는 이름의 ‘엘리트 교육’에 관심이 많은 교육 지도자이다. 공정택 교육감이 이끄는 서울 교육은 어떤 모습일까. 31일자 주요 신문은 서울 교육감 선거 결과의 의미에 대해 다양한 분석을 내놓았다.

    다음은 31일자 주요 아침신문 1면 머리기사다.

    -경향신문 <일 의도에 말려드는 독도대응>
    -국민일보 <부시, 국무부에 적절한 조치 지시>
    -동아일보 <첫 직선, 서울 교육감 공정택 당선>
    -서울신문 <300만 재외국민에 투표권>
    -세계일보 <첫 직선 서울교육감 공정택>
    -조선일보 <서울시 교육감 공정택>
    -중앙일보 <첫 직선 서울시교육감 공정택>
    -한겨레 <군, 대학교재·베스트셀러도 "불온서적">
    -한국일보 <서울 교육감 공정택 당선>

    유권자의 15.4%가 참여한 서울시 교육감 선거는 막판까지 땀을 쥐는 박빙의 승부를 연출했다. 공정택 후보는 40.09%, 주경복 후보는 38.31%를 얻었다. 두 후보의 격차는 1.78% 포인트, 2만2053표 차이였다. 개표가 80% 정도 진행됐을 때 두 후보의 격차는 0.43% 포인트 차이까지 좁혀졌다.

    그러나 개표가 늦어졌던 서초구 투표 결과가 반영되면서 두 후보의 격차는 점점 늘어났고 결국 1.78% 포인트까지 벌어졌다. 이번 서울시 교육감 선거는 현역인 공정택 후보에게 유리한 선거였다.

    여유 있게 승리할 것이란 관측도 있었지만 ‘촛불’이라는 의외의 복병을 만나면서 마지막까지 결과를 알 수 없는 상황이 이어졌다. 주경복 후보는 촛불 민심과 진보 개혁진영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으며 ‘이변’을 만들어 내려고 했지만 결과는 아쉬운 패배였다.

    강남 3구, 공정택 몰표의 위력…주경복 25개구 중 17곳 승리

       
     ▲ 한겨레 7월31일자 3면.

    이번 선거 결과의 원인은 무엇일까. 한겨레와 경향신문은 강남구 서초구 송파구 등 강남 3구의 몰표에서 원인을 찾았다. 경향신문은 3면 <‘강남3구’ 보수세력 결집이 당락 갈랐다>는 기사에서 "강남권 학부모의 결집은 주요 승인으로 꼽힌다"면서 "이 지역에서 공 후보는 주경복 후보보다 3배 가량 많은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선거결과를 선거구별로 분석하면 25개구 가운데 공정택 후보가 승리한 곳은 8곳에 불과했다. 17곳은 패배했지만 강남 3구의 몰표는 다른 지역의 패배를 상쇄하고도 남았다. 한겨레도 3면 <25개구 중 17곳 뒤지고도 ‘강남권’이 살렸다>면서 "강남구 한 곳에서만 3만 2776표를 이겼다. 결국 강남지역 등 고급 아파트 밀집지역이 공 후보 당선의 일등공신 역할을 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강남 유권자들이 공정택 후보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조선일보는 4면 <서울시민들 ‘평등’ 대신 ‘경쟁’을 선택했다>는 기사에서 "공 당선자는 총 25개구 가운데 8개구에서만 주 후보를 앞섰다. 이는 보수 성향이 강한 강남지역 유권자들이 전교조가 지지하는 교육감이 나올 지 모른다는 위기감에서 투표에 적극 참여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보수언론 "전교조 교육감 위기감 반영"

       
     ▲ 조선일보 7월31일자 사설.
     

       
      ▲ 동아일보 7월31일자 사설.

    조선일보는 <‘전교조 교육감’은 안 된다는 서울 유권자의 뜻>이라는 이날 사설에서 "공 후보가 당선된 것이 그에 대해 유권자들이 호의를 가졌기 때문이라고 하기는 힘들다. 사실은 전교조 후보가 서울시 교육감이 되면 이 나라 교육은 어디로 굴러갈 것인가 하는 위기의식에서 투표장으로 간 사람이 적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중앙일보도 9면 <서울시민 ‘교원평가·고교선택제’ 택했다>는 기사에서 "강남구 서초구 송파구에서 공 당선자에 대한 지지가 높게 나왔다. 강남구에서는 투표자의 60% 이상이 공 당선자에게 표를 몰아준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지역에서는 2006년 교육위원 선거에서도 전교조 출신자들을 대거 탈락시킨 전례가 있다"고 설명했다.

    동아일보는 <공정택 교육감, 교육선진화 발판 만들어야>라는 사설에서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대 반(反)전교조’ 구도로 치러진 서울시교육감 선거에서 반전교조 쪽의 공정택 현 교육감이 치열한 접전 끝에 당선됐다"면서 "이번 선거 결과는 유권자 다수가 전교조의 이념적 노선에 대한 거부와 함께 현 정부와 공 교육감이 추진해온 학교 자율화 정책을 지지한 것으로 풀이된다"고 설명했다.

    공정택 승리, 이명박 교육정책 탄력

       
     ▲ 경향신문 7월31일자 3면.

    공정택 후보는 물론 보수진영, 보수언론의 선거 프레임이었던 ‘전교조 심판’ 논리는 보수층에 영향을 준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강남 3구 유권자 표심의 근본 원인을 ‘반전교조’로 분석하는 것도 무리가 있어 보인다.

    오히려 강남 3구 유권자들은 자신의 이해요구에 부합하는 선택을 했다는 분석도 적지 않다. 공정택 후보의 교육 철학에 한 표를 행사했다는 의미이다. 경향신문은 3면 기사에서 "강남에선 40~50대 주부들의 선거참여가 두드러졌다. 중학교 2학년 아들을 둔 강모씨(45·강남구 수서동)는 ‘아들을 특목고에 보내기 위해 준비중이기 때문에 1번을 지지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공정택 후보를 ‘리틀 이명박’으로 부르는 이유는 현 정부의 교육철학과 맥이 닿아 있기 때문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국정수행 지지도가 20% 수준까지 떨어지면서 ‘영어 몰입교육’을 추진할 동력을 잃었지만 공정택 후보의 당선은 이명박 대통령의 교육 구상에 다시 탄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사실상의 평준화 해체…’사교육 광풍’ 우려

       
     ▲ 한국일보 7월31일자 3면.

    한국일보는 3면 <"경쟁 통한 학력 신장" MB 교육정책 탄력>이라는 기사에서 "현 교육감인 공정택 후보의 당선은 이명박 교육 정책의 ‘순항’을 의미한다"면서 "사실상 ‘평준화의 해체’를 의미한다는 점에서 교육 현장의 반발이 가장 큰 부담"이라고 설명했다.

    공정택 후보의 교육 철학에 대해 우려의 시선은 여전하다. 서울신문은 3면 <개혁보다 안정 선택…MB ‘교육 자율화’ 탄력>이라는 기사에서 "공 당선자의 수월성(엘리트) 위주의 교육이 이미 도마에 오른 적이 있어 그 한계를 극복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며 "유인종 전 서울시교육감도 ‘공 교육감의 정책으로 서울 교육이 1970년대 이전으로 회귀했다.’는 ‘쓴소리’를 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세계일보는 3면 <학력신장·경쟁중심 교육정책 ‘탄력’>이라는 기사에서 "주요대 진학률이 높은 고교에 지원자가 몰릴 것으로 예상돼 고교가 서열화 된다는 부작용을 낳을 수도 있다"면서 "학생들간 치열한 경쟁을 야기해 사교육을 부추기게 될 지 아니면 학생 간 경쟁이 ‘상향 평준화’를 이룰 지는 지켜볼 일"이라고 보도했다.

    낮은 투표율, 대표성 논란…"가진 자 위주 교육 말아야"

       
     ▲ 국민일보 7월31일자 5면.

    공정택 후보는 선거에서 승리는 했지만 투표율이 낮은 상황에서 박빙의 승리를 거뒀다는 점이 부담이다. 동아일보는 이날 사설에서 "이번 선거에선 정치 개입, 불법과 탈법, 15.4%의 낮은 투표율 등 교육감 직선제의 문제점이 다각도로 드러났다. 색깔 논쟁으로 교육의 중립성이 훼손되고 저조한 투표율로 교육감의 대표성에도 의문이 제기됐다"고 지적했다.

    국민일보는 5면 <보·혁대결 극명 노출…낮은 투표율 대표성 논란>이라는 기사에서 "낮은 투표율에다 압도적 표를 얻지 못한 당선자는 당분간 대표성 논란에 휩싸이는 등 후유증에 시달릴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공정택 후보는 일방통행식 교육행정은 민심의 저항에 부딪힐 수 있다는 교훈을 이명박 정부의 사례에서 찾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한겨레는 <‘강남 몰표’로 승리한 공정택 후보>라는 사설에서 "공 교육감은 부디 가진 자를 위한 교육이 아니라, 약자를 부축하고, 아이들의 개성과 잠재력을 살리는 교육자 본인의 자세로 돌아오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경향신문은 <공 당선자, ‘학원 프렌들리’ 의혹부터 씻어야>라는 사설에서 " 서울시교육감에 공 후보가 당선됨에 따라 강력한 저항에 부딪혀 뒷걸음치던 이명박 정부의 ‘평준화 해체 드라이브’가 부활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면서 "’학원 프렌들리’의 의심을 씻지 못한다면 이 모든 기대를 저버리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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