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민지역 집중 지원…서울 교육부조리 치료”
        2008년 06월 23일 07:03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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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경복 서울시 교육감 예비후보.
     

    오는 7월 30일이 서울시 교육감 선거날이고, 그것도 주민직선이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거의 없다. 과거 교육감선거는 학교운영위원들만의 행사였지만, 2006년 교육자치법 개정에 따라 주민직선이 됐다.

    서울시 교육감은 1,036개의 공립유치원과 초중고교 교직원에 대한 인사권과 6조 원의 예산을 집행하는 자리다. 게다가 이명박 정부의 ‘학교자율화’에 따라 중앙정부로부터 넘겨받은 정책권까지 가지게 되기 때문에 실로 ‘막강’할 수밖에 없다.

    유일한 진보 후보

    이 선거에 예비후보로 등록했거나 등록할 것으로 예상되는 후보는 7~8명이다. 그 중 유일한 진보 후보인 건국대학교 주경복 교수를 <레디앙>이 만났다.

    교수 3단체와 교육단체, 시민단체들의 지지를 받고 있는 주경복 예비후보는 서울시 교육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양극화’를 꼽고 “서민 밀집 지역에 예산지원, 제도지원, 컨텐츠 지원을 하여 강남 이상의 교육 질을 이루겠다”는 예비공약을 밝혔다.

    또, 주경복 예비후보는 진보신당 심상정 대표의 ‘핀란드형 교육모델’에 찬성한다며 “성장교육, 보통교육이라는 측면에서 핀란드 모델을 따라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래는 23일 서대문의 선본 사무실에서 이루어진 주경복 예비후보와의 인터뷰 요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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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투표율 15% 정도 될 듯

    – 교육감을 주민 직선으로 뽑는 의미는 무엇인가?

    = 주민직선에는 장단점이 있겠는데, 선거 규모가 너무 크고 400억 원 가량이나 되는 비용이 든다는 등이 단점으로 얘기되고 있다.

    하지만, 교육이라는 게 주민 삶에 직접 관계되는 것이니 당연히 직선으로 해야 하고, 예전에 학교운영위원들만 선거에 참여하다 보니 금권선거로 흐르는 등의 문제가 드러났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고, ‘교육자치’의 원래 뜻을 살리기 위해 직선제를 하는 것이다.

    미국 등의 외국에서는 자치단체장과 교육감이 러닝메이트로 나오는 등 오래 전부터 교육감 직선을 하고 있다.

    – 선거일이 본격 휴가철이어서 투표율이 10% 안팎으로 예상되는데다가, 이번 교육감은 자치단체장의 남은 임기와 같은 1년 10개월밖에 일하지 못한다. 이런 상황에서 주민 지지를 얻는 교육정책을 추진할 수 있겠는가?

    = 투표율이 15%는 될 것 같다. 최근에 연이어서 공직선거가 있었고, 옛 집권당인 민주당의 실정(失政)으로 국민 참여가 다소 축소되는 경향이 있다. 아쉬운 점이다.

    임기가 짧기는 하지만, 과도기니까 감수할 수밖에 없다. 더 늦기 전에, 그나마 7월 30일부터 교육자치가 이루어지는 것이 불행 중 다행이다. 불평과 불만을 넘어 교육정책을 직접 만드는 주민 참여 바람이 불길 바란다.

    “이해관계도 이권도 없다”

    – 교육감은 초중등교육에는 영향력이 있지만, 대학교육은 중앙정부에게 맡겨져 있기 때문에 대학교수가 교육감 선거에 나온 예는 많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게다가 교육학 전공자도 아니지 않은가. 이와 같은 자신의 경력이 교육감직을 수행하는 데 단점은 아닐까?

    = 교육학 전공자이고 현장을 잘 아는 사람에게는 나름의 장점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초중등교육 출신으로 교육행정에 참가하는 사람들 중에는 이해관계나 이권에 묶여 있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저는 초중등 교육현장에서의 경험은 없지만, 인사권을 통해 자리를 나눠먹는 행태라든지 이해나 이권에서 초월해 있기 때문에 서울시 교육의 부조리를 고치는 데 유리할 수 있다. 또, 교육학 전공자들의 경우 교육을 학술적이거나 기능적으로 보는 경향도 있는 것 같은데, 이런 관점으로는 직면한 교육 현실을 타개하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저는 오랫동안 교육단체와 시민단체의 임원으로 활동하며 거시적 교육정책을 공부했고, 교육 현안에도 끊임없이 간여하며 풍부한 경험을 쌓아왔다고 자부한다.

    – 구체적으로 어떤 교육단체 활동을 했나?

       
     
     

    = 교육 관련 활동가들과 전문가들이 결합한 미래교육정책연구소의 소장으로 일하고 있고, 3년 전부터는 교육개혁 정책을 연구하는 한국교육정책이론연구회 회장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20여 년 전에 민주화를 위한 교수협의회 창립 멤버로 참여하며 교육 문제의 중요성을 깨달았고, 전교조 해직교사들을 후원하는 활동도 해왔다.

    – 예비후보로 등록한 사람이 이미 7명이나 되는 등 혼전이 예상된다. 어떤 선거운동을 펼치려 하나?

    = 특별한 묘수보다는 정석에 따라 선거를 치르겠다. 숨김없이 정책을 알려 주민 평가를 받겠다.

    “교수3단체,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가 지지 추대”

    – 지금까지 지지를 선언하거나 선본에 결합하고 있는 단체를 소개해달라.

    = 교수노조, 민교협, 학단협이 저를 후보로 추대하는 형식을 취하기는 했지만, 실제로는 참여연대 등 여러 시민단체들이 같이 연대하여 추대한 것이다. 1,000명의 인사들이 제 지지 선언을 준비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 전교조도 지지하거나 결합하고 있나?

    = 교사들은 공무원법 등에 의해 선거운동이 금지돼 있어 공식적 지지는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전교조가 내용적으로는 지지를 하지만, 아주 큰 역할을 하는 것은 아니다.

    – ‘서울시 교육의 변혁에 앞장서겠습니다’라는 출사표를 보니, ‘한국적 선진교육’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무슨 뜻인가?

    = 우리 나라 교육에 문제가 많다면, 우리 나라의 고유한 교육 모형이 있어야 하는 거 아니냐. 그런 모델이 있어야 선진국이 될 수 있는 것 아니냐. 그런데 지금은 미국만 따라가는 교육 종속성을 보이고 있다. 우리 나라 조건에 맞는 교육 모델을 빨리 만들어야 한다.

    – 지난 총선 때 심상정 후보는 핀란드 모델을 얘기했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 좋은 모델이다. 우리 나라 조건에 맞게 여과하고 추가하면 된다.

    – 무엇을 여과하고 추가하자는 것인가?

    = 교육의 본질을 회복하는 것은 핀란드를 따라가야 한다. 교육의 본질은 아이들을 잘 키우는 성장교육, 모든 시민에게 고른 교육을 주는 보통교육이다. 이런 점은 핀란드 모델을 그대로 가져와야 한다.

    한편, 한국만이 가지고 있는 독특한 조건, 고등교육 체계를 개혁하는 과제라든지 유난히 높은 교육열에 관련된 문제라든지 하는 데에서는 우리 나름의 대안이 있어야 한다.

    풍요로우나 양극화 가장 심한 서울

    – 다른 지역과 비교할 때 서울시 교육의 문제점은 무엇인가? 당선 시 가장 우선적으로 그리고 집중적으로 추진하려는 정책을 말해달라.

    = 서울은 경제적으로 다른 지역보다 풍요롭다. 그런데 그런 풍요가 사교육 팽창과 과열로 나타나고 있다. 또, 평균적으로는 다른 지역보다 좋은 조건을 가졌지만 지역 안에서의 양극화는 전국에서 가장 심각한 수준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낙후지역, 서민 밀집지역에 집중 지원하겠다. 이런 지역의 교육 질을 강남권 이상으로 높여서 교육 분산을 이루겠다.

    – 구체적으로 어떻게 지원하겠다는 것인가? 그리고 현행 학군제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 더 많은 재정을 나누어 주는 예산지원, 우수교사를 배치하는 등의 제도지원, 교육내용을 보강해주는 컨텐츠 지원이 가능하다. 현임 공정택 교육감이 마구잡이로 학군을 없애려는 게 걱정된다. 현행 학군제를 유지하면서 단계적으로 보완해나가겠다.

    “학교를 주민교육의 광장으로”

    – 교육감에게 주어진 권한은 아니지만, 사회교육에 대해서도 의견을 밝혀달라.

    = 학교를 고리로 주민들이 모여야 한다. 방학, 주말, 방과 후에 학교는 주민교육의 광장이 되어야 한다. 또, 노동자들의 재교육과 취업을 위해서도 학교가 노력해야 한다. 사회교육의 제도적 책임이 교육감에게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이런 정책방향의 실현을 위해 정부, 지자체와 협력해나가겠다.

    – 중고생들이 촛불집회를 시작하고 주도했다. 왜 그럴까? 전공인 문화커뮤니케이션의 측면에서 촛불집회를 보자면 어떤가?

    = 우리 나라 대의민주주의가 너무 경직돼 있어서 뽑고 나면 유권자와 소통하지 않기 때문에 인터넷 광장문화가 그 빈틈을 메우려는 것이 촛불집회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광장문화가 만들어지고, 미디어 정보를 수용만 하는 게 아니라 스스로 정보를 생산하고 있는데, 이런 현상은 인류문화사적으로도 중요한 계기다. 학생들이 그런 디지털문화의 주역이다 보니 더 빠르고 더 적극적으로 임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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