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유선진당?" "아니 진보신당이요"
        2008년 03월 31일 02:37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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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대 총선에서 진보신당은 34명의 지역구 후보들이 출마했다. 당선 가능성은 낮지만 ‘진보신당’의 이름을 알리고자 하는 신념 하나로 출마한 각 지역의 후보들은 기득권 정당들의 틈새에서 차별화된 공약과 정책으로 지역에서 새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돈도 없고, 사람도 없고, 중앙당 지원도 없다. 힘든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하지만 진보신당의 가난한 후보들은 언젠가 진보신당이 보수 일색의 국내 정치에서 소금 같은 존재가 될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있어, 당당하고 밝았다. 하긴 그렇지 않다면 지금의 어려움을 어떻게 참아낼 수 있을까.

    <레디앙>은 서울과 영남, 호남, 충청의 지역구 후보 총 5명에게 악전고투의 현장과 그들의 총선 전략, 어려움 속에서도 총선에 임하는 각오를 인터뷰 했다. 당 인지도가 약해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진보신당 후보로서의 자부심으로 똘똘 뭉친 그들의 이야기를 정리해봤다.

    대구 서구 – 장태수 후보 “저만 서구 출신입니다”

       
      ▲ 장태수 후보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의 지역구인 대구 서구는 강 대표가 박근혜 전 대표의 항의로 갑작스런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무주공산 상태에 놓였다.

    강 대표에 맞서고자 이 지역을 택한 홍사덕 친박연대 후보와 한나라당 공천을 받은 이종현 후보가 여의도행 티켓을 놓고 싸우고 있다.

    즉, 한나라당 대 한나라당이다. 보수일색 구도에 출마한 장태수 후보는 낮은 당 인지도 때문에 악전고투 중이다. 

    “유세중에 어떤 분께 진보신당 후보라고 말씀드렸더니 ‘아 이회창이 만든 당?’이라고 되물으시더라구요, 자유선진당과 혼동하고 계시는 거예요.” 하필 자유선진당과 혼동된다는 사실에 장 후보는 씁쓸한 심경을 토로했다.

    지역주민들의 이해관계를 대변해야 하는 것이 지역구 국회의원들의 의무이지만 ‘한나라당=당선’이란 공식에 빠져버린 역대 국회의원들은 당선된 후 자기 지역구에 모습조차 나타내는 일이 드물었다. 강재섭 대표도 마찬가지로 큰 정치를 한다는 핑계로 지역구에 소홀했다.

    이번에 등록한 유력후보 두 명도 그렇게 될 가능성이 높다. 일단 홍사덕 후보는 출마동기가 불순하다. “애초 공천과정에서 강재섭 대표가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홍 후보는 표적출마한 경우입니다. 서울 사람으로 대구 서구에 대해선 잘 알지 못해요”라고 평가했다. 이 후보도 역시 대구 남구에서 살아왔으며 서구 출마는 꿈도 못꿨던 준비 안 된 후보다.

    “저는 서구 구의원도 했었고 10년 넘게 서구에서 활동해 와서 지역 사정은 누구보다 잘 아는 후보예요, 그런데 선거구도가 ‘친박 대 한나라당’이 나오면서 공약문제는 잊혀져버렸죠”

    조직도, 돈도 없는 정당에서 사실상 혼자 ‘여의도 정치’하려는 두 후보와 싸우고 있지만 진보신당의 후보로서의 자부심은 대단하다. “민주노동당에서 오래 활동해 왔기 때문에 제가 민노당 후보라고 알고 계시는 분이 꽤 많으세요, 그 분들에게 내가 왜 진보신당으로 옮겼고 새로운 진보가 우리 서구 주민들에게 어떤 희망을 줄 수 있을지 충분히 설명할 계획입니다”라고 각오를 밝혔다.

    그는 또 “저는 서구대표, 서민대표라는 점을 부각시켜 구민 한분 한분 만나갈 거예요”라며 “대구 서구가 여의도 정치의 연장선이 아니라는 것을 구민들에게, 보수후보들에게 가르쳐 줄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진보의 불모지에서 희망을 꽃피우기 위해 이 시간에도 그의 두 다리는 쉴 틈 없을 것 같다.

    충남 당진 – 임성대 후보 “진보신당의 가능성을 키우는 첫걸음”

       
      ▲ 임성대 후보(가운데)
     

    급격한 공업화와 인구 증가로 시 승격을 눈앞에 두고 있는 충남 당진은 성장일변도 정책으로 환경, 주거 등 서민생활에 점차 위기를 맞고 있다.

    다른 충청지역도 마찬가지지만 총선 때마다 지역정당 선호가 강했던 당진은 이번 선거에서도 자유선진당 김낙성 후보의 당선이 유력한 가운데 총선을 앞두고 한나라당으로 말을 갈아탄 정덕구 한나라당 후보가 도전하는 모양새다.

    “두 사람의 싸움입니다. 지방신문에서 여론조사를 했는데 저는 포함되어 있지도 않았어요.” 상황이 어떻냐고 묻자 그는 그렇게 답했다. 언론에서도 군소후보 취급당하며 소외되고 있지만 그는 바로 그 여론조사에서 희망을 찾아냈다.

    “두 사람만 놓고 여론조사를 하니까 부동표가 50%가 나오더라구요, 그 사람들이 다 지지후보를 못정한 건 아닐 테지만 부동표가 꽤 많은 편이라고 여론조사 분석이 나왔어요, 제가 열심히 하면 그만큼 결과가 나올 것입니다." 통합민주당이 이 지역에 후보를 내지 않았다는 것도 호재다. 당선 가능성을 떠나 임 후보는 개혁성향의 유권자들을 끌어들일 수 있을 것이라며 기대를 모으고 있다.

    당진에서 군 개발위원회,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장, 야구동호회 회장, 학교 운영위원회 위원장 등 다양한 사회활동을 하며 사람들을 접해왔던 임 후보는 자신의 고정지지층을 7%로 전망하면서 통합민주당 불출마의 영향으로 10% 이상까지도 바라보고 있다.

    물론 10%를 받아도 사실상 당선은 어렵다. 당진지역에 공장이 많고 노동자들이 많아서 유리해보이기도 하지만 민주노총의 배타적 지지에 묶여 선거자금 모금도 난항을 겪고 있다. 그래도 임 후보의 목소리에는 자신감이 가득했다. 누구보다 지역에 봉사해 왔기에, 비록 당진이 고향은 아니지만 당진을 사랑하기에 그는 꿋꿋했다.

    “어차피 얼어 죽을 각오를 하고 민노당에서 나왔기 때문에 저는 이번 선거 하나로 진보신당의 장래를 예상한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며 “제가 열심히 선거에 뛴다면 진보신당의 가능성을 키워가는 첫걸음을 될 수 있다는 마음으로 늘 열심히 뛰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그의 자신감은 당선의 자신감이 아니라 언젠가 진보신당이 당진의 희망이 될 수 있을 것이란 믿음에서 나온 자신감이다.

    전남 여수갑 – 김미경 후보 “다양한 미래에 희망을 주는 진보신당”

       
      ▲ 김미경 후보(왼쪽)
     

    여수의 선거구도는 재미가 없다. 통합민주당 김성곤 후보의 독주체제가 이미 굳어졌기 때문이다. 한나라당 후보도 출마했지만 호남에서는 군소정당 후보와 마찬가지의 입장이다.

    때문에 여수의 주민들은 선거에 큰 관심이 없다. 김미경 후보의 고민은 여기서부터 시작됐다.

    “워낙 통합민주당이 강세여서 거기에 맞는 대항마가 나와야 하는데 주민들은 뚜렷한 후보를 못찾고 계시는 것 같아요, 주민들이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제가 출마했으니까 열심히 발품 팔아 통합민주당 후보와 양강구도를 형성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때문에 그는 여수엑스포 문제를 제기했다. 엑스포가 유치되면 지역경제가 살아날 것이란 희망을 갖고 있는 여수시민들이었지만 모든 개발이익이 외부업체에 돌아가면서 박탈감을 느끼고 있다. 그는 막연히 유치성공을 외치고 있는 김성곤 후보와는 달리 이익의 지역분배를 선거 전략으로 삼고 있다.

    지역에서 실업극복 운동본부, 아동센터, 저소득층 지원본부 등 서민 민생경제해결에 주력해 왔던 김 후보는 총선출마 이후 다리에 불이 나게 걷고, 걷고 또 걷는다. 차타고 다닐 돈도 없고 조직도 없기 때문에 어느 후보보다 많이 걸어야 유권자 한명이라도 더 만날 수 있다.

    중앙당의 지원 하나 없이, 힘들지 않을까? 물론 그렇다. 하지만 그는 불만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단지 하나 아쉬운 것이 있다. “예전에 이남신 비례후보가 지원유세를 와주신 적이 있어요, 그때도 참 힘을 많이 받았는데 시간이 가능하신 데로 더 많은 비례후보들이 지원유세를 와주셨으면 좋겠어요”라는 말이다.

    노조의 정치후원금에 의존했던 예전과 달리 요즘은 노조원들도 예전처럼 흔쾌히 후원을 해 주지 않는다고 한다. 그래도 그는 민노당 탈당에 후회는 없었다. 그는 “유권자들 중에 많은 분들이 ‘왜 힘을 합쳐도 모자를 판에 따로 나왔느냐’고 물으시곤 해요, 그래도 민노당 보다는 진보신당에 많은 관심을 보이기도 해요”라고 말했다.

    그래서인가? 발바닥이 부르트도록 유세를 다니며 힘들어할 만한 그이지만 어느때보다도 희망에 차있다. 그는 “저는 진보신당을 전국에 알려야 한다는 책무를 지니고 있어요, 서민들에게 삶의 질을 바꿀 수 있는 진보를 보여드려야 합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 “각자에겐 희망이 있잖아요? 그 희망은 또 다 다르구요, 전 시민들에게 그 다양한 미래의 희망들을 진보신당이 실현시켜 드릴 수 있으니까 투자해보라고 당부하고 있어요”라고 말했다. 어쩌면 그는 총선을 치르기보다 희망을 전도하러 다니고 있는지 모른다.

    서울 서대문갑 – 정현정 후보 “한분 한분에게 진보신당의 출발을 알릴 것”

       
      ▲ 정현정 후보
     

    우상호 통합민주당 대변인과 이성헌 전 한나라 국회의원의 세 번째 리턴매치 구도인 서대문갑 선거구에도 진보신당 후보가 명함을 내밀었다. 공교롭게도 세 사람은 대학 동문이기도 하다.

    “서대문구는 특별한 이슈는 없어요, 하지만 저는 학교급식조례제정 서대문운동본부 등 사회단체활동을 많이 해왔기 때문에 지역을 위해 일 할 수 있는 후보로 홍보하고 있어요”라고 말하는 그의 목표는 무엇일까?

    “당선이죠” 너무나 당연한 말이지만 조금만 현실적으로 생각해 달라고 했다. “최소 5%는 넘겨야 한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이왕이면 10%가 넘었으면 좋겠습니다”라고 말했다.

    그가 제시하는 목표 10%는 기탁금의 반액을 돌려받을 수 있는 지지율이다. 당비의 지원이 없어 그와 선거 운동원들이 사비로도 십시일반해야 하는 사정상 어떻게 보면 꼭 필요한 지지율이기도 하다.

    그렇게 힘들게 선거운동하고 있지만 그는 이번 총선의 의미를 크게 보고 있다. 그는 “솔직히 상황이 어렵다는 걸 모르고 시작한 선거도 아니구요, 진보신당의 이름을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고자 하는 의미에서 이 선거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요”라고 말했다.

    때문에 그는 유세 중에서 진보신당에 대한 설명에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그는 “어떤 분들은 민노당과의 관계가 어떠냐고 물어보시는데 솔직히 민노당 얘기를 해야하는 것에 마음이 편하지만은 않아요”라고 다소 시무룩하게 말했다.

    하지만 그는 곧 “주민 한분 한분을 만나 모든 것을 쏟아 붓는 선거운동을 해 진보신당이 시민들을 위한 정당이라는 것을 알릴 겁니다”라고 당차게 말했다.

    서울 강동갑 – 박치웅 후보 “이곳에서도 진보신당 바람은 옵니다”

    재개발 열풍 속에서 점차 인근 ‘강남 송파화’ 되어가고 있는 강동구는 서울 치고는 맑은 물과 깨끗한 공기를 가지고 있는 몇 안 되는 지역이다. 하지만 지역 정치판은 그 어느 곳보다 오염되어 있어 강동 주민들은 6년 동안 구청장을 4번이나 뽑아야 했다.

       
      ▲박치웅 후보
     

    이번 총선은 그 혈세낭비의 첫 테이프를 끊었던 한나라당 김충환 후보에 통합민주당 송기정 후보와 자유선진당 박용규 후보가 도전하고 있고 진보신당 박치웅 후보도 구민의 선택을 기다리고 있다.

    “구청장 뽑아 놓으면 다른 선거 나올려고 사퇴하는 것이 반복되면서 강동의 유권자들은 선거에 대해 아주 짜증나 있어요”라고 말하는 박 후보는 지역주민들과 함께 한나라당 공천을 받기 위해 얼마 전 사퇴한 신동우 구청장에 대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걸어 놓은 상태다.

    사실상 군소정당 후보라 거리유세가 큰 효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것을 잘 알고 있는 박 후보는 역시 발품을 팔며 강동구의 상가들을 호별 방문하고 있다. 그는 “상가들 하나하나 들어가 보면 제가 2004년에 출마했었기 때문에 의외로 기억하시는 분들이 많아요”라고 말했다.

    그는 “남들은 재개발 얘기할 때 재개발 지역 세입자를 보호하는 주택정책, 2005년 환경호르몬이 담긴 오염물질 한강 배출을 상기시키는 대운하 등의 이명박 정권의 개발정책의 부당성을 주장하는 것을 선거전략으로 삼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특히 환경호르몬이 포함된 유해물질 방류 이후 관제 언론들에 의해 사실이 덮어지고 관제 판사들에 의해 무협의 처리가 되면서 개인적으로 심하게 분노를 느꼈어요, 그 이후로 강동의 물과 환경은 꼭 지켜야겠다는 각오를 하고 있습니다”고 말했다.

    그 역시 진보신당의 낮은 지지율은 고충이지만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는 “사실 진보신당에 대해 아는 사람은 많지 않지만 지역의 여론을 듣다보면 민노당의 한계가 여실히 들어나 민노당을 탈당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요”라며 “정당은 잘 몰라도 물어보면 노회찬, 심상정은 모르는 사람이 없더라구요, 그 분들을 활용해서 극복해 보고자 합니다”고 말했다.

    그에게는 꿈이 있다. 그 꿈은 내일모레 달성할 수 있는 그런 꿈은 아닌것 같았다. “10년간 지역에서 일해오면서 느낀 것은 반드시 강동에서 진보가 집권할 수 있다는 거예요, 10년전과 비교해보면 진보에 대한 관점의 변화는 경이적인 모습이었습니다”라며 확신에 찬 모습을 보였다.

    “서울의 준 강남권이 되어가고 있지만 노회찬 대표가 강북에서 바람을 일으키듯이 어느 한순간에는 보수에 찌들고 실망한 강동 주민들이 진보를 찾을 날이 반드시 올 거라고 저는 믿습니다”라고 말하는 박 후보, 그의 꿈, 생각보다 빨리 올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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