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 평화군축운동본부 정책위원들 전원 탈당
        2008년 02월 27일 03:33 오후

    Print Friendly, PDF & Email

    민주노동당 내부 갈등의 중심 축인 남북 문제와 통일 그리고 한반도 평화 문제를 다루면서 이른바 자주파 쪽의 입장과 일정 부분 차별성을 보이며 정책 생산을 담당해왔던 인사들이 26일 탈당을 선언했다. 이들은 창당 예정인 진보신당의 해당 정책 수립에 일정 부분 함께 할 것으로 보여 기존 민주노동당의 정책과 어떤 차별성을 보여줄지 관심을 끈다.

    이번에 탈당한 인사들은 지난 2004년 민주노동당 자주통일위원회와 합쳐진 평화군축운동본부의 윤영상 본부장과 이준규, 정택상 정책위원 등 모두 5명이다. 

    이들은 이날 발표한 탈당선언문을 통해 “민주노동당은 반핵평화의 정당도, 평화군축의 정당도 될 수 없다고 판단, 전원 탈당할 것을 결의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또 “‘한반도 반전평화결의안’의 부결, 당직선거에 출마한 정책위의장 후보가 북한 인권 문제를 제기하면 미국 CIA 의도에 말려들게 된다는 황당한 발언, 2006년 북한의 핵실험에 대한 당내 논란과 정책위의장의 ‘자위적 핵 용인’ 발언” 등을 비판하며 “더 넓은 진보의 바다로 나아가기 위한 출항의 닻을 올린 새로운 항해에 함께 할 것”이라 밝혔다.

                                                                 *  *  *

    민주노동당을 떠나며
    더 넓은 진보의 바다로 나아가는 새로운 항해를 시작하려 한다

    우리는 평화군축의 불모지나 다름없었던 민주노동당에 반핵, 군축, 평화의 문제의식과 정책을 반영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그러나, 더 이상 민주노동당은 반핵평화의 정당도, 평화군축의 정당도 될 수 없다고 판단, 전원 탈당할 것을 결의했다.

    돌이켜 보면, 2002년 대선 당시의 ‘민주노동당의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2003년 3월 고려대 노천극장에서 개최된 ‘반전평화콘서트’, 2003년 7월의 ‘정전협정50년 평화자전거행진’, 2003년 가을의 ‘국방예산감축운동’ 등 성과와 보람도 있었다.

    그러나, 평화군축운동본부는 2004년 유사기구의 통폐합이라는 미명하에 자주평화통일위원회로 통폐합되는 좌절감을 맛봐야 했다. 그 과정에서 당내 ‘자주파’ 뿐만 아니라, 그토록 목소리를 높이던 평등파의 어떤 정파조직도 평화군축운동본부 혹은 당내 평화군축 전담부서의 존치 필요성을 역설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정책위원회와 진보정치연구소를 통해서, 혹은 국회와 시민단체에서 민주노동당에 반핵과 군축, 평화의 문제의식과 정책을 담아내고자 했다.

    그러나 그 와중에서도 당권을 장악한 다수파에 의해 평화의 원칙이 질식당하는 현실을 끊임없이 목도해야 했다.

    2005년 북한의 핵보유 선언에 즈음한 ‘한반도 반전평화결의안’의 부결, 당직선거에 출마한 정책위의장 후보가 북한 인권 문제를 제기하면 미국 CIA 의도에 말려들게 된다는 황당한 발언, 2006년 북한의 핵실험에 대한 당내 논란과 정책위의장의 ‘자위적 핵 용인’ 발언, 그리고 이른바 ‘일심회’ 사건까지. 지난 대선 과정에서 특정 정파의 통일방안에 불과한 ‘코리아연방공화국’이 민주노동당의 ‘국가비전’으로 제기되었던 것은 그 극적인 표현이었다.

    게다가, 마지막 희망을 걸었던 ‘민주노동당의 혁신안’이 2.3 당 대회에서 난도질당하고, 철저히 부정되는 모습을 보면서 민주노동당에서는 더 이상 반핵평화, 평화군축의 문제의식과 정책을 실현해 갈 수 없다고 판단할 수밖에 없었다.

    특정 정파가 ‘종교적 신념’과도 같은 자신의 이념을 수적 우위로 밀어붙이고, 최소한의 당내 민주주의의 원칙마저도 부정되는 구조 속에서 평화, 군축, 반핵의 원칙이 실현될 수 있는 공간은 존재하지 않는다.

    탈당에 즈음해, 스스로가 당의 한계를 핑계로 나태하지는 않았는지 스스로 부족한 점은 없었는지 지나간 시간들을 되돌아보게 된다. 그러나, 그러하기에 더더욱 우리는 흩어진 진보의 역량을 다시 모아내고 확산시켜나가는 길에 함께 하고자 한다.

    우리가 어디에 있더라도, ‘진보’의 지평을 ‘평화’로 확장하고 ‘평화’를 ‘진보’와 만나게 하고자 했던 초심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 어디에 있든 변함없이, 더 넓은 진보의 바다로 나아가기 위한 출항의 닻을 올린 새로운 항해에 함께 할 것이다.

    2008년 2월26일

    윤영상 (전 평화군축운동본부 본부장, 전 정책위 부의장)
    김수현 (전 평화군축운동본부 정책위원)
    이준규 (전 평화군축운동본부 정책위원, 전 비대위 평가혁신위원회 위원)
    정택상 (전 평화군축운동본부 정책위원, 전 진보정치연구소 상임연구위원)
    안현찬 (전 평화군축운동본부 정책위원)

    필자소개
    레디앙 편집국입니다. 기사제보 및 문의사항은 webmaster@redian.org 로 보내주십시오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