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난데없이 웬 '종북주의' 타령인가
        2008년 01월 12일 08:07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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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주노동당, 아직 정신 못 차렸어” “민주노동당도 똑 같네”

    요즘 지인들로부터 자주 듣는 핀잔이다. 민심을 얻지 못해 대선에 참패하고도 민심과 동떨어진 ‘종북’ ‘분당’ 소동으로 갈등과 내분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그 덕에 당 지지율도 4~5%대로 추락했다. 참으로 안타깝고 부끄럽다.

    우선 대선 끝나자마자 난데없이 웬 ‘종북주의’ 타령인가? 그것도 시대에 뒤떨어진 냉전수구세력이 아니라 명색이 진보세력인 민주노동당 안에서 말이다. 이번 대선시기에 색깔론이 등장하기나 했나.

    1년에 수십만이 금강산, 개성, 평양, 백두산 등지를 오가고, ‘실용적 보수’에 밀려 반북 대결의 상징인 김용갑까지 퇴진하는 6.15시대에 색깔론이 먹히기나 하는가. 그런데도 권영길 후보 3% 득표가 정령 다른 요인 보다 ‘종북주의자들’에 의한 ‘종북당’ 이미지 때문이란 말인가.

    누가 ‘종북주의자’인가. 남과 북의 사상과 제도의 차이를 인정하고 우리민족끼리 자주적으로 통일하기 위해 헌신하는 것이 종북이라면, 민주노동당 안팎에 종북주의자는 많은 정도가 아니라, 압도적 다수를 차지한다.

    그러나 겨레의 염원이나 민중의 지향이 아니라 어설픈 지식인의 관념적 잣대로 규정하는 “북한식 사회주의로의 통일을 자기 임무로 삼는 세력” “그들에게 민주노동당은 그저 북한 정권을 보위하는 활동의 수단” “광신자, 사교집단” “기생충”이 ‘종북주의자’라면 그들이 과연 어디에 있는지 묻고 싶다.

    단언컨대 민주노동당 안에 ‘연북’은 있어도 ‘종북’은 없다. 고 문익환 목사의 말씀대로 ‘친북’하고 ‘친남’해야 통일되지만, 남과 북의 노선과 체제를 맹목적으로 추종하는 ‘종북’ ‘종남’으로는 평화도 통일도 어렵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민주노동당의 역대 지도부나 다수파를 ‘종북주의자’라 악담하는 것은 비과학이다.

    북미핵문제 해결 과정에서 이미 판명 났듯이, 북핵 실험은 유감이지만 미국의 대북 적대정책이 그 근본원인이라는 민주노동당의 논평이 종북적인가?

    일본이 군국주의 부활 음모 차원에서 독도를 자기 땅이라고 주변 해역에 순시선까지 파견하는 상황에서 독도영유권 수호를 소리 높이 외친 것이 종북이고 국수주의이며 보수적 가치인가?

    사상과 양심의 자유를 유린하고 화해협력시대에 만나지도 대화하지도 주고받지도 못하게 하는 국가보안법 폐지를 위해 단식투쟁한 것도 종북인가?

    그 희대의 악법으로 감옥에 끌려간, 이른바 ‘일심회’ 공안사건에 연루된 당원의 석방 노력은커녕, 영구제명으로 내치지 않은 것이 종북주의 때문인가. 정말 그렇다면, 인터넷 각종게시판에서 아무런 죄도 없는 진보인사의 실명을 거론하며 ‘종북파의 수괴’ 쯤으로 매도해 “빨리 와서 잡아 가슈”라는 듯한 자유방임적 행위는 이적(利敵)으로 불러도 좋겠는가.

    지금은 국민의 눈높이, 통합적 시각에서 민주노동당을 대규모 혁신하고 재창당할 때이다. 17대 대선의 3%, 71만 표 지지에 숨은 민심의 준엄하지만 애정 어린 마지막 경고마저 무시한다면, 민주노동당이 회생할 길은 없다.

    먼저 7년 전으로 돌아가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다는 일념으로 서민들과 동고동락하면서 서민들의 요구와 의견에서 배우고 서민들의 피부에 닿는 비전과 정책을 제시하며 원내외 입체 전략을 통해 실천적 모범을 세우고 이를 널리 홍보함으로써 서민대중의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

    이른바 ‘대기업 정규직 중심의 민주노총당’, ‘데모당’, ‘반대당’, ‘운동권당’ 등의 부정적 이미지를 극복하기 위해 비정규직과 영세중소기업 노동자 보호의 모범을 세우고 노조의 요구와 투쟁과 교섭에 대한 올바른 지도를 분명하고 단호하게 관철해 국민들로부터 사랑받는 노동운동을 만들어야 한다.

    또 서민의 절박한 요구를 대변해 완강하게 투쟁하되, 요구의 정당성은 파묻힌 채 거친 투쟁 형태만 부각되는 어리석음을 버려야 한다. 보다 창의적인 활동 방법을 개발하고 대민 봉사, 문예선전을 결합한 민중참여 형 정치활동사례를 만들어 참신하고 풍부한 진보정치를 국민에게 선보여야 한다.

    이를 위한 혁신주체 형성이 선결 과제임은 두말할 것도 없다. 동네와 직장에서 서민들의 요구와 의식과 정서에 맞게 세련되게 활동할 수 있는 정치일꾼의 양성이 절실하다.

    그러나 이러한 내부 혁신 노력만으로 3개월밖에 남지 않은 총선에서 민주노동당이 다시 도약할 수 있을까? 사회 전반에 보수대연합 구도가 관철돼 진보정치, 진보운동이 고립적 상황에 놓인 이때, 이를 타개하는 공세적 조치가 필요하다.

    각계 진보민중세력을 총망라하는 ‘진보대연합당’으로의 재창당이 바로 그 것이다. 시대에 뛰 떨어진 이념논쟁, 분당소동을 벌일 때가 아니라 바로 민심에 화답하는 대대적인 혁신, 그리고 신자유주의에 반대하고 6.15선언을 지지하는 진보세력이 모두 모여 진보대연합당을 만들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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