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빼앗긴 당에 봄은 오지 않는다
        2007년 12월 21일 02:40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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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선 참패의 과정

    대선이 참패로 끝났다. 이러한 참패의 원인에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내가 지적하고 싶은 것은 민주노동당 내부에 안착하고 있는 좌-우 동거 구조이다.

    대선 기간동안 민주노동당의 선거전략은 크게 3단계를 거치면서 변해 왔다. 우선 권영길 후보가 당내 경선에서 당선되었던 선거 초반, 핵심 구호는 ‘코리아연방공화국’이었다. 그러던 것이 선거가 중반으로 가자 전략의 핵심이 ‘100만 민중 대회’로 옮겨 갔다. 그리고 결국 , 선거 막판에 이르자 또다시 부유세, 무상의료, 무상교육이 등장했다. 2002년의 재탕이었던 것이다.

       
      ▲ 20일 오후 대학로에 붙은 ‘낙선 사례’ 포스터.
     

    요컨데 선거 초반에는 친북당 컨셉, 선거 중반에는 데모당 컨셉으로 나가다가 선거 막판에는 2002년 재탕 전략으로 나간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친북당→데모당→재탕당’ 으로 이어진 3단계 전략의 기원은 바로 ‘자주와 평등’으로 상징되는 당내의 좌우 동거 구조 자체에 있었다.

    그리고 이 3단계 전략은 결과는 득표수가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민주노동당은 문국현 보다 7년이나 먼저 창당해서, 문국현보다 많은 국회의원을 거느리고, 문국현보다 많은 노동자의 돈을 썼음에도 불구하고 문국현의 절반 수준의 성적을 기록했다.

    5년 동안 유권자는 더 늘었고 5년 전 보다 훨씬 더 조직은 강해졌는데 5년만에 나타나서 5년 전보다 더 못한 결과를 가져온 것이다. 따라서 오늘의 이 결과는 정치에 있어서 ‘조직’ 보다는 ‘포지션’의 중요성을 생생하게 말해준다. 사람들은 눈에 보이는 ‘조직’이 아까워서 분당을 무서워 하지만 정치는 90%의 포지션과 10%의 조직으로 이루어진다. 버려야 할 때 아까운 것부터 과감히 버려야 한다.

    해법은 ‘분리’ 뿐이다

    이번 대선 결과를 보고 많은 사람들이 패배감, 상실감을 느끼고 있겠지만 이러한 좌절 시리즈는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앞으로 6개월 동안 민주노동당은 세 번의 중요한 선거를 더 앞두고 있다. 그 세 번의 선거는 당내 비례 대표선거, 국회의원 총선거, 당내 지도부 선거 이다.

    이 세 번의 선거가 끝날 때마다 민주노동당 게시판은 분당이니 탈당이니 하는 말들이 계속 반복될 것이다. 그러니 오늘 너무 많이 좌절하면 안 된다. 동거주의자들에게는 앞으로 3번의 쇼크가 더 남아있다.

    나는 침몰하는 배 위에서 한시라도 빨리 뛰어내리는 것이 좋다고 믿지만 미련이 있는 사람들은 쇼크를 2번 받고 탈당하건 3번 다 받고 탈당하건 다 자기 팔자다.

    많은 사람들이 말한다 "분당은 비현실적" 이라고. "너무 힘들다" 고. 이 말에 전혀 수긍을 못한다면 아마 공상가이거나 바보일 것이다. 그렇다. 분당은 힘든 일이다. 2년째 분리주의자인 나도 사실은 분당이 두렵다.

    그러나 조금만 다르게 생각해 보면 분당은 쉽다. 가정컨데, 만약 5만 명 이상이 분당에 찬성하면 그 분당은 매우 성공적인 분당이 된다. 그런데 문제는 4만9천 명이 ‘나’ 아닌 ‘다른 사람들’을 핑계로 대며 그들의 찬성을 조직할 수 없기 때문에 분당이 어렵다고 말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여럿이 함께 꾸는 꿈은 현실이 된다’는 말을 정작 우리에게 적용해야할 필요성을 느낀다. 분당이 힘들다라고 회의하는 사람들이 다른 사람 핑계대지 말고 그냥 자기 자신의 생각만 바꿔도 우리는 분당에 대한 커다란 교감을 형성하고, 거대한 분당에너지를 만들 수 있다. 

    소서노가 2번 탈당한 이유

    나는 최근에 갑자기 소서노 아줌마를 좋아하기 시작했다. 소서노는 부여에서 탈당해 고구려를 만들고 나중에 고구려가 잘 될 때쯤 되자 다시 고구려를 탈당해 백제를 건설했다. 소서노라고 당 만들기가 그렇게 어려운 줄 몰라서 일생을 걸고 자기가 만든 당을 두 번이나 탈당했을까? 우리는 소서노의 끊임없는 도전 인생을 다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재산 문제로 얽혀서 구차한 결혼을 계속하느니 깨끗한 이혼을 선택하는 것이 무엇보다 각자의 삶을 창조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좋다. 그깟 집이랑 가재 도구는 다 줘버리자. 주몽이 부여를 탈출 하듯이 어머니와 처자식을 모두 적진 깊숙이 남겨두고 홀몸으로 나가자. 그냥 구부러진 대나무에 낡은 깃발 하나 움켜쥐고 시베리아로 가자.

    우리가 출세할려고 당 활동한 것도 아닌 마당에 당이 작으면 어떻고 크면 또 어떻단 말인가? 우리가 도대체 무엇 때문에 친북당 종사자라는 오인 사격에 시달려야 한단 말인가?

    분당의 진짜 목표는 대중과의 소통이다. 우리가 대중들과 소통할 수 있을 만큼 강한 매체력을 갖고 있다면 좀 더 쉬운 방법을 생각해 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대중과 소통할 계기와 힘을 갖지 못하고 있다. 우리는 이제 선거라는 계기를 십분 활용해 대중과의 대량소통에 나서야 한다. 내년 봄에 찾아올 선거를 거대한 분리주의의 잔치로 만들어 대중과의 대량 소통에 성공해야 한다. 이 시기를 놓치면 4년을 더 기다려야 할 지 모른다.

    나는 장담하건대, 천년만년 기다려도 빼앗긴 당에 봄은 오지 않는다. 봄이 오기 전에 이 악마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한다면 우리는 당이 아니라 봄조차 빼앗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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