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민579로 부자747 격추시켜라
        2007년 11월 26일 12:13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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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선이 한 달도 남지 않았다. 후보들의 등록이 오늘로 끝난다. 세상은 보수 천하가 된 듯하다. 이명박 후보의 높은 지지율이나, 이회창 후보의 2위 기록을 가능하게 만든 일등 공신은 노무현 대통령이다.

    민주노동당과 권영길 후보에 대한 대중들의 반응도 ‘아직까지는’ 매우 춥다. 당 지지율은 5% 안팎을 기록하며 2004년 총선 이후 가장 낮은 지지 수준을 보이고 있고, 후보 지지율 역시 2~3%대의 바닥을 헤매고 있다. 게다가 민주노동당은 내상을 입어 속으로 피인지 고름인지 모를 것을 흘리고 있는 중이다.

    상황이 여기에 이른 데에는 그 원인이 많을 것이고, 책임자를 꼽자면 한두 명이 아닐 것이다. 하지만 현 단계에서 이를 따지는 것은 부질없는 짓이다. 그렇다고 이 모든 어려움을 한 방에 날려버릴 방안이 있을 리 없으며, 그렇다고 가만히 있을 수도 없다.

    무기는 있다

    신선했던 진보정당은 국회 입성 4년 만에 많이 삭아버렸고, 후보는 더 이상 젊지 않으며 세 번째 출마다. 이것은 우리의 약점이다. 현실의 약점을 인정한 후, 이를 강점으로 전화시키는 걸 고민해야 그나마 답을 찾을 수 있는 가능성이 보인다.

    정당과 정책이 실종되고, 사기 사건과 오물 묻은 후보들만 날뛰는 대선이 되고 있다. 이 와중에 민주노동당은 물론 다른 정당의 정책도 선거의 주요 쟁점 자리에 오르지 못하고 있다. 이를 언론 탓으로만 돌리는 건 대안으로서 아무런 의미가 없다.

    민주노동당의 비전과 핵심 정책 공약이 분명히 드러나지 않고 있다. 코리아연방공화국 논란은 여전히 ‘같기도’ 수준으로 출몰하며 민주노동당을 서민과 노동자들로부터 멀어지게 하고 있고, ‘세상을 바꾸는 대통령’이라는 주 슬로건은 즐겨 사용되지 않고 있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 같다.(향후 대선 평가에서 짚고 넘어가야 될 대목이다)

    사람들이 가던 길을 멈추고 돌아보게 할 만한 민주노동당의 구체적인 ‘메시지’가 없는 한 이번 대선은 매우 어려울 수밖에 없다. 이는 민주노동당의 명운과 직결돼 있는 내년 총선 전망까지 암울하게 만드는 것이다.

    D-23. 지금은 구체적 ‘무기’를 가지고 전선으로 나갈 때다. 후보와 중앙선대위, 그리고 각 지역 선대위가 그 무기를 들고,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가운데에서도 다양한 만남과 소통을 가져야 한다. 바로 그 무기로 삼을 ‘물건’이 필요하다. 민주노동당의 정체성과 핵심 요구가 응축돼 있는 그 ‘물건’은 어디에 있나.

       
      ▲경제공약을 발표하고 있는 권영길 후보(사진=레디앙)
     

    <레디앙>은 그 동안 권영길 선대위 차원에서 제출된 공약 가운데 ‘서민친구(7.9)’를 내세운 경제공약과 ‘사회임금 프로젝트’를 도입한 민생혁명 공약의 내용이 구체적이고 대중적인 언어로 널리 알릴 만하며, 서민 중심의 입장을 분명하게 견지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하고 이의 활용을 주목해왔다.

    하지만 후보와 선대위 수준에서는 이를 핵심 공약으로, 대선의 전 기간을 통해 집중적으로 알려낼 무기로서의 무게를 인정하지 않고 있는 듯하다.

    경제 공약 발표 이후 권영길 후보는 MBC 백분토론이라는 소중한 기회를 얻고도 이 분야에 대해서 거의 언급을 하지 않았다. 의아할 따름이다. <레디앙>은 민주노동당 선대위에게 서민친구 경제공약과 민생혁명 공약이 이번 대선의 핵심 공약으로 채택돼서 집중적이고 대중적으로 알려질 수 있도록 해줄 것을 주문하고자 한다.

    -서민친구(7.9) 경제라는 용어를 오마이친구(579) 경제정책으로 바꿔 부를 것을 제안한다.

    서민친구 경제는 7%의 서민소득 증대와 소득불평등의 9% 삭감을 말하는 것으로 공약에 따르면 5년 후에 가구당 1백만 원 소득 상승효과를 가져온다. 고용 안정을 통한 소득 증대와 이어진 내수 경기 진작의 사이클을 중시하는 민주노동당의 경제 공약에는 이에 대한 경로가 구체적으로 나와 있다.

    주목할 만한 대목은 진보정당이 경제정책 공약에 성장률을 내세웠다는 점이다. 논쟁의 여지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인플레이션이 유발되지 않는 상황에서 가용 자원을 최대한 동원했을 때 이룰 수 있는 성장률인 ‘잠재성장률’ 5%를 제시하고 있다는 점이 눈에 띈다. 성장론 논쟁에 대한 준비가 필요한 대목이다.

    하지만 보다 중요한 것은 서민 소득 성장률을 공약으로 정식화했다는 점이라고 본다. 이와 함께 부유층도 더 잘 살게 되는 정책이라는 점이 공약에 언급돼 있는 점도 재미있는 대목이다. 부유층의 소득 상승률이 상대적으로 낮아질 뿐이라는 점도 기억해둘 필요가 있다.

    아무튼 매년 5% 경제성장, 7% 서민소득 상승, 9% 소득불평등 완화를 묶어서 오마이친구(579) 경제공약으로 작명하는 것을 검토해볼 것을 제안한다.

    -민생혁명 공약에서 밝힌 사회복지 제도의 혁명적 개선에 따른 소득 효과를 경제 공약과 연동시켜 보다 적극적으로, 바라기는 가장 우선적으로 강조하고 홍보할 것을 강력하게 권유한다.

    서민복지 혁명의 의미를 가지고 있는 민생혁명 공약의 사회임금(간접임금) 상승 효과는 55만원에서 111만원이다. 이는 서민 소득 상승효과 1백만 원과 맞물린다. 따라서 민주노동당의 오마이친구(579) 경제공약과 서민복지 혁명을 이루는 민생혁명 공약은, 서민 가구당 연 2천4백만 원의 소득 상승효과가 가져다준다는 것을 집중적으로 알려낼 필요가 있다.

    이를 ‘민생혁명 2400’ 또는 ‘서민복지혁명 2400’이나 ‘내 지갑 안의 2400만원’ 등 대중을 유혹할 수 있도록 작명을 해서 집중적이고 반복적으로 대중들에게 알려내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프=민주노동당
     

    위 두 가지 주문의 배경과 근거를 간단하게 설명하면 이렇다.

    1.

    오마이친구(579) 경제공약과 민생혁명 공약에는 민주노동당이 핵심 가치들이 거의 대부분 포괄돼 있다. 내용 또한 구체적이며 재원 마련 방안도 있다. 당 정체성과 구체성이 확보된 공약이다.

    경제공약에는 사람, 녹색, 평화 등의 진보적 발전 동력과 1천만 일자리 공개념이 녹아 있고, 민생혁명 공약에는 보육, 의료, 교육, 주거, 노후 등 5대 복지가 포괄되어 있다. 진보정당의 대선 대표 공약으로 충분한 자격을 갖추고 있다.

    2.

    이명박 후보와의 차별성을 선명하게 할 수 있다. 이 후보의 7% 성장과 4만 달러 소득, 세계 7위 경제 국가를 만들겠다는 소위 747 공약을 정확하게 비판하면서 그 허구적 내용을 공격하기에 좋은 도구다.

    이 후보의 747 부자경제론은 민주노동당 내 경선 과정에서 심상정 후보 등에 의해 그 계급적 실체가 이미 드러난 바 있다. 서민579 경제공약으로 ‘부자747 정책과 삽질(대운하) 공약’을 격추시키자는 민주노동당의 입장은, 비판에서 대안으로 나아가는 장치로서 기능할 수 있다.

    (이른바 프레임 이론에 따르면 579가 이명박의 747 프레임에 갇혀 있다는 비판이 있을 수 있지만, 필자의 생각은 프레임의 유사성에도 불구하고 그 내포의 차이가 선명하게 드러나기 때문에 오히려 ‘맞장’을 뜨는 것이 더 효과적일 것이라는 판단이고, 그렇게 되도록 만들어야 된다는 입장이다)

    3.

    이 공약들은 대선뿐 아니라 2008년 총선에서도 출마 후보들의 공통 공약으로 사용할 수 있다. 내년 총선에서 가장 중요한 후보는 민주노동당이다. 총선 시기에는 권영길 후보 대신 민주노동당이라는 후보가 이 공약의 주인이라는 것을 설명하면 된다.

    만약 차기 정권이 야당의 손으로 넘어갈 경우 이를 견제할 수 실력 있는 진보 야당이 필요하다는 것을 강조할 때 이 공약은 여전히 유효할 것이다.

    4.

    지역위원회 등 일선 현장에서 대중들과 만나서 집중적으로 할 얘기들이 생긴다는 장점이 있다. 코리아연방 따위의 국가비전은 현장에서 사용 불가능한 것이다. 오마이친구 경제공약과 민생혁명 2400을 잘 버무린 홍보 지침을 작성해서 일선 현장 조직에 배포, 활용토록 하면 적지 않은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 공약을 만든 사람들의 내공과 이를 효과적으로 알릴 수 있는 훌륭한 홍보 역량들이 결합해서 다양하고 입체적인 홍보 전략을 짜면 가능할 것이다.

    5년 후 가구당 소득이 2천4백만 원 증대되는 효과가 있다는 사실은 듣는 사람의 관심을 끌 수 있는-사람들을 유혹할 수 있는-매력적인 정책이 될 수 있으며 이를 쉽게 설명하는 과정에서 정책으로 구체화된 민주노동당의 정체성을 널리 알릴 수 있다.

    5.

    용어의 쓰임새를 대중화시키기 쉽다. 오마이친구는 <오마이뉴스>라는 매체를 연상시키는 대목은 있지만, 이를 ‘오마이친구 민주노동당’, ‘오마이친구 권영길’, ‘오마이친구 총선후보 이름’ 등으로 다양한 변주가 가능하면서 동시에 경제 공약과 민생 공약을 환기시켜줄 수 있다.

    물론 한두 명이, 한두 번 한다고 될 문제는 아니고, 여러 사람이 줄기차게 반복을 해야 가능한 일이다.

    6.

    세 번째 나오는 권영길 후보의 약점을 강점으로 전환시킬 수 있는 공약이다. 권 후보는 과거 "행복하십니까, 살림살이 나아지셨습니까"라는 대화체 구호와 무상 교육/의료와 ‘부자에게 세금을 서민에게 복지’를 이라는 정책성 구호를 통해 혁명적인 복지 정책을 친근한 표현으로 전달하는데 성공한 바 있다.

    오마이친구(579) 경제공약과 ‘민생혁명 2400’은 권영길 후보의 과거 공약을 업데이트시킨 것으로, 이는 과거 권 후보의 공약에 실현 가능성과 구체성을 더해 준 것으로 자리매김을 할 수가 있다. 이 점 역시 내용과 함께 주요하게 부각시킬 필요가 있다.

                                                         * * *

    위와 같은 주장에 대해서 다양한 이견이 나올 수 있다고 본다. 특히 교육 정책을 민주노동당이 핵심 공약으로 내세워야한다는 입장도 경청할 만하다. 이제 선대위에서 선택을 해야 할 시점이다.

    마지막으로 덧붙이고 싶은 말은 민주노동당이 문화에 강한 정당이라는 점을 보여주는 것도 필요하다는 점이다. 이미 몇몇 언론에서 민주노동당의 문화공약에 대해 높은 평가를 내린 바도 있다. 구색용 정책이 아니라, 산업으로서의 문화가 아니라, 대중이 공적으로 향유할 수 있는 문화 그 자체에 관심과 애정 그리고 정책적 대안을 가진 정당으로 인식되는 것 또한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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