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타이어 잔혹사, 7년 새 21명 사망
        2007년 11월 02일 05:44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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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타이어 대전공장, 충남 금산공장, 중앙연구소(대전 소재)에서 2006년부터 2007년까지 무려 14명의 노동자가 죽음을 맞이한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던져주고 있다. 이들의 사망원인을 살펴보면 심장질환, 폐암, 사고사, 자살 등으로 나타나고 있어 산재사망 개연성이 매우 높은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와 관련된 내용이 지난 8월 19일 지역언론을 통해 보도될 당시만 하더라도 2006년 5월 이후 1년간 8명으로 알려졌지만, 민주노동당 대전시당과 유족대책위원회가 추가 피해자 조사를 실시한 결과 같은 기간 사망자가 6명이 더 있는 것으로 파악되었다.

    2001년부터 2007년 현재까지 파악된 총 사망자 수는 21명에 이르고, 뇌출혈로 현재 입원해 있는 노동자도 1명이 있었다. 

             <한국타이어 사망자 현황>

       
     
     

    이러한 사태에 대해 민주노동당 대전시당은 이들의 죽음과 관련한 원인으로 유기용제 중독과 직무스트레스, 과로가 직접 연관성이 있을 것이라는 판단을 하고 있다.

    유기용제 장기 노출에 의한 사망 의심

    우선, 유기용제 중독과 관련해서는 과거 유기용제 중독에 의한 급성골수성 백혈병으로 인해 1명이 사망했고, 1명은 다발성 뇌경색으로 산업재해 판정을 받은 바 있다. 그리고 뇌․심혈관계 관련 사망이 10명에 이르고 있고, 뇌출혈로 현재 입원 치료중인 노동자도 1명이 있다.

    특히 2004년부터 2007년까지 대전공장과 금산공장의 사망자 중 심장질환 사망자 7명만을 대상으로 할 때 이들의 평균근속년수가 14.71년으로 파악돼 유기용제 장기간 노출에 의한 사망이 의심된다.

    지난 2004년 기준으로 한국타이어 대전공장의 10년 이상 장기근속자가 약 65%에 이르는 상황이고, 직업병이 발생했거나 특수검진에서 직업병 요관찰자 판정을 받은 사람들이 모두 10년 이상 장기근속자들이라는 점을 상기해볼 때 그 연관성을 더욱 의심하게 된다.

    2003년 특수건강진단에서 5명이 벤젠 취급주의 요관찰자(C1)로 판정받았고, 이중 4명의 근속년수는 평균 17.8년이었다. 그리고 1997년부터 2003년까지 직업병 판정을 받은 4명도 근속년수가 20년 3명, 10년 1명에 이르렀던 것으로, 2004년 단병호 의원의 대전지방노동청 국정감사자료에서 확인되고 있다.

    4조 3교대, 생리현상까지 통제

    민주노동당 대전시당이 한국타이어에 근무 중인 노동자들과 진행한 인터뷰를 통해 확인된 사실에 의하면 직무스트레스, 과로 관련성이 대단히 높을 정도로 한국타이어의 근무조건은 살인적이다.

    IMF 이후 사측은 경영상의 문제를 들어 4조 3교대로의 근무형태 전환과 인력축소, 비정규직으로 전환을 강행해 노동자들의 업무량이 대폭 늘어나는 결과를 가져왔다. 그리고 다스(DAS)라는 전산통제장비를 활용해 노동자들의 휴식시간, 식사시간 심지어 생리현상을 해결하기 위한 시간까지 통제하면서 목표달성을 위한 노예로 만들었다.

    여기에다 공휴일 출근을 사실상 강제하는가 하면 TPM(전사적 생산보전)이라는 제도를 도입해 근무 외 설비청소, 도색, 수리나 각종 근무 관련 창안서 제출을 강요하다시피 해 노동자들의 직무스트레스는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되었다. 게다가 TPM 활동을 위한 시간은 초과근무로 인정하지 않았다.

    산업재해와 관련해서도 무재해 달성시에 인센티브를 제공해 노동자 스스로 산재를 감추게 하는 효과를 가져왔고 유기용제의 위험성에 대해서도 제대로 된 교육을 하지 않아 노동자들은 한솔이라는 유기용제에 그대로 노출된 채 작업을 해왔던 것으로 확인되었다.

    노동부는 직무유기, 사측은 유족 감시

    상황이 이러하고, 2004년 국정감사에서 단병호 의원(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이 특별근로감독 실시를 요구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대전지방노동청은 묵묵부답이었고, 사업장 안전 보건에 대한 종합진단 명령만 내린 바 있다. 노동부의 이러한 미온적이고 직무유기에 가까운 행위로 인해 1년 간 12명, 7년 간 19명 사망이라는 참사가 벌어졌다.

    이러한 사태를 대하는 사측의 태도는 상당히 미온적이었다. 사측은 고인들의 산업재해 판정을 돕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고 언론에 흘렸지만, 유족을 통해 확인된 바로는 아무런 지원도 없었다고 한다.

    심지어 사측은 사망자에 대한 산재신고를 하면서 제대로 서류도 갖추지 않아 이후에 유족 측 노무사가 관계 서류를 근로복지공단에서 회수해 오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회사쪽이 작성한 유족 가계도.
     

    이뿐 아니라 고인들의 가계도까지 작성하며 유족들의 사생활을 파악해 온 것으로 확인되었고 이를 유족들을 회유하기 위한 정보로 활용한 것으로 짐작되고 있다.

    사측의 납득하기 어려운 태도는 여기서 그치는 것이 아니었다.

    회사쪽은 유족과 함께 진상 규명을 촉구하던 현장 노동자들을 회사의 명예를 실추시켰다는 이유로 징계위에 회부하겠다는 협박을 하고, 심지어 이들을 대상으로 유인물배포금지 가처분신청을 제기하도 했다.

    한국노총은 취재까지 막고

    한국타이어 노동조합은 현재 한국노총 산하 노동조합으로 사태의 해결을 위한 노력을 보이지 않고 있다. 오히려 사건을 취재하던 기자를 찾아가 취재를 말아달라고 하는가 하면, 대전지방노동청까지 찾아가 사태를 무마시켜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지난 달 대전MBC의 한 시사프로그램에서 대전지방노동청 담당자가 인터뷰를 통해 “한국타이어 노동조합에서 회사의 이미지를 실추시킬 우려가 있으니 인터뷰를 하지 말아 달라고 해서 인터뷰를 할 수 없다”고 한 말이 방송을 타기도 했다.

    이러한 사태에 대해 민주노동당 대전시당과 유족대책위는 대전지방노동청에 특별근로감독 실시, 역학조사시 유족 대표와 유족 측 전문가의 입회 등을 요구한 상태다. 그러나 지난 24일 노동부에서 열린 관련 대책위에서는 노동부가 선임한 전문가로만 특별대책팀을 구성하는 것으로 논의를 해 당시 회의에 참가한 유가족과 민주노총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한국타이어에서 벌어진 일련의 사태는 1980년대 말 최악의 산재사고로 기록되었던 원진레이온의 악몽을 되살리기에 충분하다. 원진 사태로 인해 올해 3월까지 100여 명이 사망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산재사망으로 인한 피해가 연간 15억 원에 달하고, OECD 국가 중 산재 상위권을 기록하고 있는 한국의 참상을 한국타이어가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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