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임정치 하려면 '환경공약' 제출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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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년 10월 30일 06:59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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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대중들 스스로 진보적 지식을 공유하기 위해 만들어진 세미나 네트워크 ‘새움’의 ‘맑스주의와 환경’ 세미나에 참석했던 사람들의 토론 결과를 중심으로 작성된 것이다. 필자인 권오범씨는 민주노동당 당원으로 이 글이 토론 결과를 정리한 것이지만, 최종 책임은 필자에게 있다고 말했다. <편집자 주>

    대선 후보들의 정책에 평가와 비판이 있는 이 기사의 책임은 필자에게 있지만, 한미FTA의 수도권 대기오염 악화 가능성에 대한 문제제기는 새미나 네트워크 새움의 ‘맑스주의와 환경’세미나 참여자들의 공통된 인식과 토론에 근거한 것임을 밝힌다.

       
      ▲환경후보 문국현에게 환경공약이 없다?(그림=이창우)
     

    지난 10월 23일 ‘숲운동가 100인’은 ‘창조한국당’ 문국형 대통령 예비후보에 대한 지지선언문을 발표하며, 지구온난화를 최소화하는 숲 운동을 주도해 왔으며 사막화 방지를 위해 노력해 왔다고 밝혔다.

    스스로 환경운동을 오랫동안 해 온것으로 자부하는 문 후보의 대선 환경 공약은 있을까?

    정답은 놀랍게도 아니다.

    문 후보 홈페이지의 정책 메뉴 어디를 살펴봐도 기후변화에 대처하는 온실가스 저감대책이나, 환경정책이라는 것은 찾아 볼수가 없다.

    친환경 기업의 CEO, 지구온난화 막는 숲 가꾸기 운동을 주도한것으로 알려진 그가 정돈된 환경공약이 없다면, 다른 후보들을 어떨까?

    환경 공약 없는 문국현

    그래서, 대통합민주신당, 민주당, 민주노동당, 창조한국당(가칭), 한나라당의 현 대선후보와 전 대선예비후보들, 그리고 한국사회당의 대선후보 금민후보 등 경선 도중에 사퇴한 이까지 포함한 총 23명의 대선예비후보들의 홈페이지를 통해 살펴본 결과 단 한 줄이나마 환경정책이 존재하는 후보는 딱 5명, 21%였다.

    고진화, 권영길, 노회찬, 심상정, 한명숙 이었다. 한명숙 국회의원이 환경부장관의 경력을 갖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특정 정당에 심하게 편향된 결과임이 틀림없다. 나는 그 특정 정당의 당원이므로 이 결과를 슬퍼해야 할까? 기뻐해야 할까?

    기후변화 대처를 위해 노력해온 전문가 조직이나 개인이 노벨평화상을 수상받고, 전 국민의 93%가 기후변화를 매우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는 시대(지난 5월 환경부의 설문조사)에 좋은 환경정책은 커녕, 환경정책을 내세우는 대선예비후보의 비율이 21%라는 것. 그리고 각 당의 대선후보가 확정된 지금은 단 한 명에 불과하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생각해 볼 때 전혀 이해될 수 없는 현실이다.

    아열대 기후가 고착화되고 있는 나라, 온실가스 배출량 세계 10위-기후변화 대처 능력 20위, 노벨평화상을 받은 정부간기후변화위원회(IPCC)의 의장이 기후변화에 취약한 지역이라고 경고한 아시아에 속한 나라, 바로 그 나라 대한민국의 17대 대통령 선거에 임하는 이들은 환경위기 불감증이라도 걸렸단 말인가?

    물론 정리된 환경정책이나 공약이 없다고 해서, 대선 후보가 되기 이전에 환경문제에 대해 어떤 입장을 밝혔고, 어떤 노력을 해왔는지 여부가 중요하진 않다는 것은 아니다.

    책임있는 정치인이라면 환경정책 내놔야

    하지만, 국민들 대다수가 체감하는 환경문제를 어떤 정책 수단으로 어느 수준까지 개선해서, 삶의 질을 향상 시킬 것인가에 대한 치밀한 고민과 검토가 환경정책 혹은 공약을 통해 드러나지 않는 다면, 다른 분야의 정책에 비해 환경문제의 중요성을 평가절하했다는 평가를 면할 수 없을 것이다.

    게다가 다음 정부가 대처해야 할 환경문제가 기후변화만 있는 것은 아니다. 현 정부가 비준동의안을 제출한 한미FTA 협상안에는 미국 수입차에 대한 배기가스 규제를 완화하는 내용이 들어가 있어, 이로 인한 대기오염물질 추가 배출이 필연적인데, 환경부 관계자에 따르면 이는 미미한 수준이며, 도로이동 오염원 총배출량의 0.02%에 불과하다고 한다.

    하지만, 환경단체는 주로 미국수입차 대부분이 서울 또는 수도권 지역에서 운영될 것이며, 이에 따른 수도권대기오염 악화를 지적하였다.

    실제로, 서울은 선진국 주요 도시에 대기오염 수준이 매우 높고, 그 주범인 미세 먼지와 이산화질소는 자동차가 주된 배출원이며, 최근에 악화추세에 있다. 환경부에 따르면, 수도권 대기오염으로 인한 피해는 조기 사망자 수 11,127명 추정, 대기오염으로 인해 1세 이하 영아 사망률이 9% 증가하고, 이중 호흡기질환 사망률은 2배 증가, 사회적 피해 비용은 10조에 달한다.

    추정되는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한미FTA로 인해서 수도권 대기오염이 악화된다면 한미FTA를 찬성하는 대선 후보들은 적어도 수도권 지역의 대기오염을 개선을 뚜렷한 환경정책이 있어야 하는 게 책임있는 정치인의 도리가 아닐까?

    포스트 교토 체제 준비할 수 있는 후보라야

    하지만, 한미FTA에 찬성한 후보들 중에 대기오염 개선을 정책으로 넣은 사람은 한명숙 단 한 명뿐이다. 전 인구의 4분의 1 또는 2분의 1이 살고 있는 서울과 수도권의 심각한 대기오염 피해의 악화를 방관하는 무책임한 이가 대통령이 되는 것이 정당한 일은 아닐 것이다.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가 열렸던 캐나다 몬트리오 총회장에 벽에 환경단체들이 모자이크 벽을 만들었다. 각국의 기후변화 관련 활동을 말해주고 있다.
     

    이처럼 환경정책에 아무런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대선 후보들도 바짝 긴장해야 할 일이 생겼다. 지난 10월 20일 초록당 창당준비위원회가 발족했기 때문이다.

    녹색정치세력의 등장이 어떤 영향을 줄지는 아직은 미지수지만, 적어도 이들의 정치세력화가 성공적으로 이루어진다면 다음 대선에서는 환경정책이 없는 대선후보가 없어질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다음 대선까지 기다리는 것은 너무 오래 걸린다.

    교토 의정서는 2012년에 끝난다. 한국이 온실가스 배출 세계 10위면서도 교토의정서에선 감축 의무를 지지않았던 것은 의정서가 채택된 시기가 1997년 IMF 외환 위기와 겹쳤기 때문이다. 이제 2012년이지나 포스트 교토체제로 들어서게 되면, 한국도 감축 의무를 지게 될 것이다.

    임기가 2012년에 끝나는 17대 대통령은 포스트 교토 체제를 잘 준비할 수 있는 인물이어야 한다. 환경정책 하나 없는 대선후보가 당선된다면, 무엇을 기대할 수 있을까?

    민주노동당은 이번 17대 대선에서 반환경적인 대운하 공약의 이명박 후보, 환경정책 하나 없는 정동영 후보, 한미FTA와 유류세 인하에 찬성하는 ‘가짜 환경’ 문국현 후보에 맞서, 기후변화와 환경위기을 해결할 수 있는 ‘지속 가능한’ 정치 세력으로 자리매김 해야 한다.

    민주노동당 ‘지속 가능한’ 정치세력으로 남아야

    ‘한미FTA 저지와 비정규직 법안 폐기’와 같은 투쟁과, ‘무상교육,무상의료’와 같은 정책 슬로건이 중요하긴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기후변화와 대기오염 같은 환경위기를 심각하게 인지하고 있는 대중들에게 대안세력으로 인정받을 수 없는 시대에 들어서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민주노동당은 다른 보수 정당에 비해 ‘지속 가능한’ 대안세력이 되어야 할 절심함이 크고, 또 될 수 있는 이유가 있다. 기후를 바꾸기 위해선 체제를 바꾸어야 하고, 환경위기를 해결하기 위해선 이윤극대화를 위해 환경파괴를 서슴치 않는 자본을 지양해야 하기 때문에 그 역할은 노동자계급을 한 축으로 하는 진보정당인 민주노동당이 기꺼이 맡아야 한다.

    이번 대선에서 민주노동당이 그러한 역할을 잘 수행하기 위해선, 기후변화나 화석 에너지 의존성 탈피와 같은 전세계적인 문제부터, 수도권과 대도시의 대기오염까지 광범위하고 꼼꼼한 대안을 내놓아야 겠지만 그것만큼 중요한 것이 ‘생태적 고려를 등한시하는 경제성장과 개발 정책’일변도인 보수 정당의 후보들에 맞서, 친환경정책이야 말로 삶의 질을 개선하 좋은 방법이라는 것을 구체적 대안으로 증명, 설득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권영길 후보는 노회찬 후보가 주창한 ‘환경산업과 신재생에너지 산업 위주의 200만 일자리 창출 공약’을 저소득층 주택 에너지 효율화나 유기농 급식 서비스와 같은 구체적 대안으로 심화하여 수용해야 한다.

    ‘고용없는 성장’과 ‘청년실업’의 진정한 해결책은 당연히 더 높은 경제성장이 아니라 ‘비정규직 폐지와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좋은 일자리 창출’과 ‘새로운 친환경 분야의 일자리 창출’ 이라는 점을 이슈화하고, 보수 정당 후보들의 기만성을 폭로해야 한다.

    물론, 신자유주의적인 정책 기조 아래 물 사유화를 추진하여, 민중의 ‘환경권’을 이윤에 종속시키고자 하는 참여정부와 서울시의 시도를 폭로하고 맞서 싸우는 것 역시 권 후보와 민주노동당이 좀 더 신경써야 할 부분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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