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심 '차분한 톤으로 정책 제시'
    노 '가장 공격적인 모습 보여'
    권 '여유에 더해 자신감과 힘'
        2007년 07월 24일 06:56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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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용산구 백범기념관에서 24일 열린 민주노동당 대선 후보자 정책토론회는 앞선 토론을 통해 드러난 후보간 정책 차이가 총망라된 자리였다. 이는 쟁점토론 방식이 주제별 1대 1 토론 방식으로 결정되면서 이미 예고된 바였다. 심상정, 노회찬, 권영길 세 후보는 각 2회씩 상대를 갈아가며 모두 여섯가지 주제에 걸쳐 토론을 벌였다.

       
    ▲ 민주노동당 대선 예비후보 정책토론회 모습(사진=민주노동당)
     

    동아시아 경제공동체 : 노 "한국 대자본 구상" vs 심 "서민 경제 위한 대안적 경제협력틀"

    노 후보와 심 후보가 쟁점토론의 1회전을 장식했다. ‘동아시아 경제공동체’가 주제였다. 토론의 양상은 종전과 같았다. 노 후보는 ‘동아시가 경제공동체’를 패권적 블럭경제의 아류로 봤다. 노 후보는 이 문제에 있어 확고한 반대론을 견지했다.

    그는 "(심 후보의 동아시아 호혜공동체론은) 한국 대자본의 입장에서 우위에 있는 주변 지역에 진출하려는 그런 구상에 다름 아니다"며 "호혜적 협력 체제와는 상관없는 괴물을 만들 것"이라고 비판했다.

    반면 심 후보는 한국 경제가 금융세계화에 깊숙히 편입되어 있는 만큼 국내 서민 경제를 만들기 위해서는 대안적 경제협력틀이 모색돼야 한다는 논리를 폈다.

    심 후보는 "노 후보처럼 동아시아 호혜경제공동체에서 FTA를 떠올리고 수출 중심 무역체계를 떠올리는 것이야말로 주류 경제학적 사고"라며 "지역 내 국가간 불균등 및 계층 격차를 해소하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노 후보의 무용론, 혹은 반대론과 심 후보의 옹호론이 평행선을 달리는 가운데 지역적 경제협력틀의 효용에 대한 논의의 연장선에서 ‘외환위기를 어떻게 막을 수 있는가’ 하는 문제가 쟁점이 됐다. 여기서도 두 사람의 입장차는 좁혀지지 않았다.

    심 후보는 제2의 외환위기 가능성을 경고하며 "한국경제의 변동성을 제어하기 위해서는 지역적 호혜경제체제가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노 후보는 "외환위기는 투기자본에 대한 규제를 통해 막아야지 단일화폐나 통화기금을 만들어 막을 문제가 아니다"고 반박했다. 

    대선전략 : 권 "1백만 민중대회로 힘을" vs 노 "집회가 아니라 국민과의 소통"

    당의 대선 전략을 놓고는 권영길 후보와 노 후보가 맞붙었다.

    권 후보는 100만 민중대회를 통해 당이 집권할 수 있는 실질적 힘이 있음을 스스로 확인하고, 또 이를 국민들에게 보여줘야 한다고 했다.

    권 후보는 "민주노동당의 정책이 좋다는 것은 국민들이 다 안다. 그런데도 집권을 못하는 것은 힘이 없기 때문"이라며 "우리에게 열광적인 지지자 100만명이 있다는 것을 국민들께 보여주자. 100만이 400만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했다.

    반면 노 후보는 지금 당에 필요한 것은 커다란 집회가 아니라 정책과 비전을 갖고 국민과 소통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노 후보는 "민주노동당이 어떤 세상을 만들 것인가 하는 것을 국민들이 공감할 수 있도록 비전과 정책을 선보여야 한다"면서 "집회의 상을 그려놓고 ‘모입시다, 바꿉시다’ 하는 것은 낡은 운동 방식이다. 우리끼리 노는 정치는 진보정치도 아니고 새 시대가 원하는 정치도 아니다"고 공격했다. 

    주자교체론 : 권 "이미 판가름 난 것" vs 심 "이명박, 박근혜 맞설 사람은 나"

    권 후보와 심 후보는 ‘주자교체론’을 놓고 공방을 벌였다.

    권 후보는 경륜을 강조했다. 권 후보는 "진보정당은 국민들로부터 신뢰성이 좀 부족한 것 아닌가. 그래서 경륜이 중요한 것"이라며 "진보정당 후보 가운데 검증을 거친 믿을만한 사람은 저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권 후보의 발언에선 자신감과 여유가 읽혔다. 권 후보는 "국민들은 민주노동당 하면 권영길 당이라고 하지 않느냐"거나 "토론회와 연설회 끝나고 보니 ‘역시 권영길이더라’고 한다. 이미 판가름 난 것 아니냐"고 했다.

    심 후보는 비전과 추진력을 앞세웠다. 심 후보는 "이번 대선에서 당의 승리를 위해 필요한 것은 경륜이 아니라 패기와 실력, 추진력"이라며 "2002년, 2004년과 같은 얼굴로는 안 된다. 경제에 강한 이명박에 맞서 심상정이 나서야 한다. 박근혜와 맞설 사람, 심상정 말고 누가 있느냐"고 강조했다.

    통일방안 : 권 "연방제 합의에 혼란" vs 노 "연방제 실현 위한 구체적 대안"

    권 후보와 노 후보가 통일방안을 놓고 두 번째 토론을 벌였다. 이 주제를 둘러싼 공방은 상당히 뜨거웠다. 권 후보는 노 후보가 연방제로 직진하지 않고 코리아연합이라는 국가연합의 단계를 설정한 것을 비판했다.

    권 후보는 "진보진영 내에서 오랜 토론을 거쳐 합의된 것이 대체로 연방제인데, 노 후보의 국가연합이 혼란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후 문답식 토론에서 권 후보는 "원점으로 돌아간 것 아니냐", "연방제는 대체적인 합의인데 왜 (국가연합을) 다시 끄집어 내느냐"고 노 후보를 몰아부쳤다. 

    노 후보는 코리아연합은 연방제를 보다 빨리 실현하기 위한 구체적 방안으로 당론과 배치되지 않으며, 외려 연방제로 가기 위한 구체적 이행 계획을 제시하지 못하는 것이야말로 무책임하다고 역공을 했다.

    노 후보는 특히 권 후보의 거듭되는 비판에 "당 강령은 국가연합이나 연방제 통일이라도 이뤄서 국제적으로 우리의 통일을 기정사실화 하는 것"이라고 소개한 뒤, "이는 6.15 직후 당 강령을 개정하면서 들어간 것인데, (국가연합이 문제라면) 당 대표 시절에 뜯어고쳤어야 한다. 도대체 어느 당에 계셨느냐"고 직설적 표현으로 비판했다.

    대안사회 : 권 "어렵게 얘기하지 말자" vs 심 "선진화론, 사회투자국가론에 맞설 개념 필요"

    심 후보와 권 후보의 두 번째 토론 주제는 ‘대안사회의 상’이었다.

    권 후보는 심 후보의 사회공공체제에 대해 "어렵게 얘기하지 말자"면서 "진보적 가치가 미래에 대한 선언만으로 끝나는 건 아니다. 비전을 근사하게 제시한다고 고통받는 서민들이 우리를 자동적으로 지지하는 건 아니다"고 지적했다.

    같은 맥락에서 권 후보는 자신이 내세우는 ‘새로운 공화국’에 대해 개념적 어휘를 최대한 피한 채 "급전 빌린 후 갚을 돈이 없어 자살하는 서민이 없는 사회….."와 같은 대중적 표현을 동원해서 설명했다.

    이에 대해 심 후보는 "개념은 보수와 싸울 때 굉장히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데 권 후보의 ‘새로운 공화국’은 진보적 상상력을 주지 못하는 안이한 표현"이라며 "한나라당의 선진화론이나 범여권의 사회투자국자론에 맞서 진보의 대안을 드러낼 수 있는 개념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이 문제에 대한 두 후보의 토론은 대안사회를 제시해야 할 필요성 문제에서 쟁점이 형성됐고, 정작 두 후보가 대안사회의 상으로 제시한 ‘새로운 공화국’과 ‘사회공공체제’의 차이에 관한 것으로는 뻗지 못했다.

    마지막 쟁점토론은 노 후보와 심 후보가 택지국유화 문제를 놓고 벌였는데, 택지국유화의 정책 효과를 놓고 두 후보는 종전의 공방을 거의 동일한 수준에서 되풀이했다.

    권 ‘여유와 자신감’, 노 ‘공격적인 토론’, 심 ‘차분한 톤으로 정책 제시’

    내용적으로만 보면, 이날 토론은 앞선 토론을 단순 반복하는 것에 가까웠다. 그러나 국민 다수가 앞선 토론의 내용을 잘 모르는 상태임을 감안하면, 후보들간 정책 차이를 종합적으로 일별할 수 있도록 고안된 이번 토론회의 진행방식은 수긍할만한 것으로 여겨진다. 이날 토론회는 KBS와 MBC, SBS TV, CBS 라디오를 통해 전국에 생중계됐다.

    한편 이날 토론에서 후보들이 보여준 토론 자세도 흥미롭다. 권 후보의 모습에선 기존의 여유에 더해 자신감과 힘이 느껴졌다.

    이날 가장 공격적으로 토론에 임한 건 노 후보였다. 노 후보는 권 후보에게 주로 각을 세웠다. 앞선 토론들에서 논쟁적 분위기를 이끌었던 심 후보는 비교적 차분한 톤으로 정책적 대안을 설명하고 제시하는 데 공을 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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