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통합진보 최대 위기, 선거연기론도
    민주노총 일각 “비대위 체제로 가야”
    당권파, 진상조사위 결과 강력 반발…“지나친 의혹일 뿐”
        2012년 05월 03일 08:30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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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통합진보당의 위기 국면이 심화되고 있다. 1일 당내 부정선거 의혹에 대해 진상조사위원회가 “총체적 부실, 부정 선거”였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당 안팎에 큰 충격을 던져줬으나, 당권파 측은 기자 간담회를 열어 이를 정면으로 반박하고 나서 당내 갈등이 심각한 수준까지 치닫고 있다.

    리더십 공백, 지도부 선거 연기 전망

    당권파의 이 같은 반발에 대해 당 안팎에서는 폐쇄적 당 운영과 선거 관리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고, 자기 정파의 이해관계를 관철시키려는 당권파의 태도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으며, 그들이 책임 있는 자세를 보이지 않을 경우 당은 리더십의 공백 상태가 올 것이며, 지도부 선거도 연기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통합진보당 당권파의 핵심 인사로 알려진 이의엽 공동정책위 의장은 1일 오후 2시, 이날 오전에 있었던 조 위원장의 진상 조사 결과 발표에 대해 강하게 이의를 제기하면서 “진상조사위가 부정선거를 주장하는데, 아직 진상조사 보고서가 안 나왔다.”며 “지나친 의혹이나 추측이 확대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의장의 기자간담회는 오프라인의 부정 선거 사례와 온라인 투표상 동일IP 집단 투표 중 무당적자 발견 등 이미 밝혀진 부정 투표 사례에도 불구하고, 당권파가 이에 대해 실무적, 정치적 책임을 지려는 자세보다는 “밀리면 안 된다.”는 당내 정파적 이해관계로 이 문제를 바라보고 있기 때문에 나온 행위라는 게 비당권파를 비롯한 당 안팎의 시각이다.

    당 대표단의 추인을 받고 진상조사를 벌여온 위원회의 공식 발표 직후에 당권파가 이처럼 ‘준비된 반격’을 가한 것에 대해 당내 복수의 관계자들은 “부정선거, 부실선거 문제를 기술적, 실무적인 수준의 실수나 오류로 규정함으로써 당권파의 책임을 회피하려 하는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통합진보당의 한 관계자는 “당권파들이 자신들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고, 대표단 동반 사퇴 등을 주장하면서 이를 자파 비례대표 당선자들을 살리기 위한 ‘카드’로 사용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여전히 국민의 눈높이에서 문제의 심각성을 바라보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기자들에게 둘러싸인 조준호 진상조사위원장(사진=진보정치/정택용)

    정파적 시각으로 접근하면 해결 불가능

    이 관계자는 “당권파들이 이 문제를 정파적인 것으로 보는 한 해결 가능성이 별로 없다.”며 “대중적 진보정당을 표방하는 통합진보당은 이제 국민의 눈길을 우선시하는 자세부터 갖춰야 한다.”고 말해 당권파들의 태도 변화를 촉구했다. 그는 앞으로 국민들을 설득할 수 있는 책임 있는 대책을 내세우지 못할 경우 “대규모 탈당 사태와 당 대의기구 마비 등 심각한 아노미 현상이 올 수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당내 또 다른 관계자도 “당권파는 일부 문제가 된 사안을 진상조사위가 침소봉대한다는 주장을 하고 있지만, 이는 비례후보 당선자들의 진퇴 문제에 손을 대면 안 된다는 정파적 입장에만 매몰돼서 나온 주장으로, 책임 있는 공당으로서 취할 자세는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통합진보당 내부에서는 이번 사태의 처리 방식에 따라 심각한 당내 후폭풍이 불어올 수도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비당권파의 핵심 인사는 “명백히 존재하는 부정 선거에 대해 그 동안 당을 책임지고 운영해왔으며, 선거 관리도 책임졌던 당권파들이 그에 합당한 책임을 지지 않을 경우 당내 신뢰는 붕괴되고 당은 사실상 리더십의 공백을 맞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통합진보당 내에서는 현재 다양한 타협책을 모색하고 있으나, 당권파들의 태도가 변화되지 않는 한 합의점을 찾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와 관련 당내 관계자는 “현재 당권파들은 타협 의사가 없다.”며 “당 대표 동반 사퇴를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는데, 한 달밖에 임기가 남지 않은 대표들의 사퇴를 통해 ‘공동 책임’으로 물타기 하면서 넘어가려는 것은 국민과 당원을 우롱하는 짓”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비당권파 일각에서는 당권파의 책임을 분명히 하는 조치가 필요하다는 전제 아래 대표단 전체가 공동으로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당내 비당권파의 한 관계자는 이와 관련 “수위를 얘기할 수는 없지만 대표단들이 함께 어떤 식으로든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한겨레>는 3일자 보도에서 이정희 대표가 유시민 대표에게 당권을 맡아줄 것을 요구했으나, 유 대표가 ‘자신이 없다’는 뜻을 내세우며 이를 고사했다고 보도해 눈길을 끌고 있다. 현재 통합진보당 내부 비당권파들은 당권파들이 표결로 이 문제를 처리할 경우 이를 승복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심각한 파장이 일 것을 우려했다.

    민주노총 산별대표자 모임서 논의

    한편 민주노총의 주요 산별대표자들은 최근 모임을 갖고 총선 평가를 통한 민주노총의 혁신과 함께 부정선거 의혹 등으로 위기를 맞고 있는 통합진보당 사태에 대해서도 “이대로 침묵만 하면 곤란한 것 아니냐.”는 데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져 이들의 향후 행보가 주목된다.

    민주노총의 핵심 관계자는 “민주노총과 주요 산별 사이에서는 통합진보당이 이대로 가면 위험하다고 보고 있으며, 비상대책위 체제로 전환해야 된다는 입장이 강하다.”고 전했다. 그는 “선거 부정 문제가 정리되지 않고 어떻게 지도부 선거가 가능하겠냐?”며 통합진보당이 현안 문제를 해결하지 않을 경우 일정에 따른 선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이 관계자는 또 “비대위 구성의 구체적인 내용은 얘기가 되지 않았지만, 상식적인 수준에서 보면 대표단의 공동 책임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라고 밝혔다. 민주노총 산별대표자들은 3일 아침 회의를 열어 이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다.

    한편 1일 오후 통합진보당 이의엽 공동정책위 의장은 기자간담회를 열어 같은 날 오전에 있었던 진상조사위의 공식 결정을 반박했다. 이 의장은 총선 당시 선거대책본부장을 맡은 바 있다. 이 의장은 지난 29일 열렸던 대표단 워크숍에서도 진상조사위의 조사 결과와 입장에 대해 비판적인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의장은 이날 간담회에서 “소스코드는 단순히 html을 수정하기 위해 열 수 밖에 없다. 따라서 프로그램 로직 문제, 암호화된 데이터 부분 접근 총 3가지 측면을 봐야하는데 현재로선 전문조사기관에 의뢰해야 언제 어떻게 접근했는지 알 수 있다.”며 조사위 발표는 일방적인 의혹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이의엽 “일방적 의혹일 뿐”

    하지만 이에 대해 조 위원장은 “소스코드를 열어본 것 자체가 조작이라 할 수 없다. 이것은 형상관리프로그램(언제 어디서 어떤 작업을 했는지 기록되는 프로그램) 자체가 없어 조작 의도성을 가릴 수 있는 기술적 한계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형상관리프로그램이 없었던 이유에 대해서 이 의장은 “비용과 필요성이 없어 만들지 않았던 것”이라고만 해명했다. 하지만 IT 전문가들은 형상관리프로그램은 “윈도우를 깔면 당연히 기본 프로그램이 깔리듯이 시스템을 만들 때 자연히 따라오는 것”이라며 이 같은 해명은 “거짓”이라고 주장했다.

    동일IP를 통한 부정선거 가능성 의혹에 대해서 이 의장은 진상조사위가 투표 결과를 열어본 것에 대해 역공을 하고 나왔다. 그는 “이는 개인의 비밀투표권을 침해한 것으로 개인정보보호법에도 위반”된다며 “조사위의 활동을 신중하고 엄격하게 처리할 것”이라고 말해 사태가 더 복잡하게 꼬일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하지만 그는 조사위가 “동일IP가 대량으로 발견됐으나 이는 같은 사업장인 경우 있을 수 있는 일이지만, 직접 투표자와 통화한 결과 당원이 아닌 사례 발견”됐다고 밝힌데 대해서는 “정식 보고서를 보지 못해 잘 모른다.”고만 말했다.

    국회의원 13명이라는 결코 적지 않은 정치적 힘을 보유하고 있는 공당인 통합진보당이, 진상조사위원회라는 공식 조직의 공식 발표 직후, 핵심 당직자가 이를 반박하는 모습을 보여준 것은 국민은 안중에 두지 않고 있는 조직이라는 비판을 면치 못하게 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의엽 정책위 의장은 기자간담회 개최를 이정희 대표와만 논의하고 결정한 것으로 알려져 이같은 정파적 정당 운영에 대해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폭발력이 너무 커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할지 모를 대형 폭탄을 품 안에 안고, 위태롭게 걸어가고 있는 통합진보당이 국민들과 당원들을 설득할 수 있는 대책을 합의해서 마련할 수 있을지, 내부 권력투쟁의 소용돌이 속에 빠져들어, 검찰 등의 공권력의 개입을 가져올 사태까지 가져가는 등 최대의 위기를 맞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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