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주노동자들은
    가족과 함께 살 수 없나?
    [동행일기⑤] 사업장변경 '지역제한'
        2024년 03월 07일 11:11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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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안씨는 베트남에서 학교를 졸업한 후 제일 친한 친척 형에게 한국에 일하러 가자고 말했다. 예전에 한국에 일하러 간 동네 형들이 가족에게 돈을 많이 보내주는 모습이 부러웠기 때문이다. 젊을 때 힘이 좀 들어도 외국에 가서 돈을 벌면 베트남에 있는 가족을 부양할 수 있다는 마음에 두안씨는 ‘코리안 드림’을 꿈꾸며 열심히 준비했다.

    그러던 2023년 어느 날 드디어 두안씨는 친척 형과 함께 고용허가제를 통해 한국에 가게 되었다. 친척 형과 함께 가게 되어 더 기뻤던 두안씨는 둘이 함께 의지하면서 열심히 돈을 벌어야지 생각했다.

    그렇지만 현실은 달랐다. 두안씨는 군산시에서 친척형은 포항에서 일을 하게 되면서 만나기도 어려워진 것이다. 나중에 혹시나 기회가 있으면 사업주에게 부탁해서 친척 형 근처에 가서 일해야지 생각했지만 두안씨의 경우 매정하게도 현실가능성이 없다. 왜냐하면 이주노동자에 대한 ‘사업장 변경 지역제한 조치’ 때문이다.

    2023년 7월부터 정부가 시행한 이주노동자 ‘사업장 변경 지역제한 조치’는 ‘권역별 단위’ 내로만 사업장변경을 허가하겠다는 것이다. (지역은 수도권(서울·경기·인천), 경남권(부산·울산·경남), 경북·강원권(대구·경북·강원), 전라·제주권(광주·전남·전북·제주), 충청권(대전·충남·충북·세종) 등 5개 권역으로 구분하여 권역별 내에서만 사업장 이동이 가능한 것이다.)

    그래서 이주노동자들은 한국에 입국하고 바로 “권역별 사업장변경 동의서”에 사인을 하게 되어 있다. 그 동의서는 “사업장 변경은 본인의 주거 등 편의성을 최대한 고려해 최초 근무하는 사업장이 소재한 권역 내에서 가능하다는 내용에 동의한다.”는 내용이 적혀 있다. 그렇기에 두안씨와 친척형은 처음부터 따로 다른 지역이 배치되어 함께 일하고 싶어도 불가능한 상황이 된 것이다.

    어디 두안씨와 친척 형뿐이겠는가. 아버지가 먼저 한국에서 일을 하고 있었고, 아들이 한국에 오게 되었지만 다른 지역에 발령이 나 아버지가 계시는 지역에 갈 수 없는 사례도 있었다. 언젠가는 베트남 여성이 전화를 걸어와 남편이 근무하는 지역에 가서 함께 일하며 살고 싶은데 방법을 알려달라고 한다. 한국에 들어와 일하게 되면 4년 10개월, 만약 다시 재고용되어 4년 10개월 더 일하게 되어도 지역 변경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결국 친척, 아버지, 남편과 같이 살 수 없다.

    이전에도 사업장 변경제한이 있었지만 이주노동자들은 사업장변경 사유가 사업주 책임일 경우 변경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 지침이 나온 후에는 사업장변경 기회를 겨우 얻어도 원하는 지역으로 갈 수 없는 상황인 것이다.

    기존의 ‘사업장 변경 제한’ 정책이 노동자의 상황을 전혀 고려하지 않아 문제가 많았는데 이번에 개정된 ‘사업장 변경 지역제한 조치’는 이주노동자들을 더욱더 옥죄는 정책이다. 노동자의 직장 변경 및 선택의 자유를 침해하던 법이 이제는 거주권의 자유까지 침해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비자발적인 노동을 강제하는 강제노동과 다를 바 없다. 이주노동자들의 노동 기능만을 강조하고 그들 역시 가족과 함께 일상적 생활을 이어나간다는 아주 기본적인 존중이 없는 정책이다.

    이주노동자도 가족과 친척과 혹은 친구와 함께 일상을 살고 삶을 살아가야 한다.

    오늘도 전화가 왔다. “저는 김해에 있는데, 동네 형이 일하고 있는 청주로 가고 싶어요. 방법이 있나요?” 나는 벌써부터 어떤 대답을 할 수 있을까 걱정이다.

    원옥금(이주민센터 동행 대표)

    한국생활 26년차 결혼이주민이면서 이주 활동가이다. 베트남, 한국어 통역을 하면서 한국사회의 제도를 알아야 제대로 된 상담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해 법 공부를 했다. 한국방송통신대학교 법학과, 건국대학교 행정대학원 법무학과를 졸업했다. 이주민의 현실이 늘 불안해 ‘안 安’이라는 글자의 소중함을 생각하며 오늘도 상담에 임하고 있다.

    * 동행일기-4 링크

    필자소개
    이주민센터 '동행'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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