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콧대 높은 정치 성찰하는 계기로
    By
        2007년 05월 22일 07:57 오전

    Print Friendly, PDF & Email

    우리는 언제나 외부의 비판 앞에 대해 열린 마음으로 자신을 드러낼 수 있어야 한다. 때로는 그것이 좀 가혹하더라도 걸러지지 않은 비판의 칼바람 앞에서 똑바로 마주설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은 나를 둘러싼 수많은 사고의 장벽을 넘나들 수 있는 가장 훌륭한 공부이며 그 이전에 하나의 용기이기도 하다.

    대중의 지지를 받고 살아야 하는 정치 세력이라면 이런 정신수련과정이 더욱 필수적이다. 주기적으로 스스로를 민중의 거울 앞에 비추어보지 못하는 정치세력이라면 그것이 우파이건 좌파이건 지속 가능할 수 없을 것이다.

       
      ▲ 민주노동당 최순영 의원
     

    이런 맥락에서 민주노동당을 싫어하거나 정치에 무관심해 할 만한 사람들을 굳이 찾아내서 그들의 생각을 들어보았던 <레디앙>의 ‘민노 난 너 안찍어’ 시리즈는 참신한 기획이기 전에 하나의 용기였다고 할 수 있다.

    이번 시리즈의 전사라고 할 만한 김어준씨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민주노동당을 향해 이렇게 말했다. “우울하고 비장하고 촌스런 정당. 보고 있으면 힘이 든다.” 그리고 연이어 이어진 이번 시리즈를 통해 대중들은 많은 질책을 쏟아 냈다.

    “손에 잡히는 얘기를 해달라”, “민주노동당은 왠지 불쌍하다. 너무 안 돼 보여 찍어줬다.”

    “십년 후 가능할지도 모르는 막연한 유토피아를 위해 우리가 오늘부터 그것만 준비하면서 살 수는 없다. 근데, 민주노동당을 보면 환갑잔치를 위해 오늘은 굶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 같다. 오늘도 즐겁고 행복하게 살아야 내일도 살 수 있지 않을까?”

    “딴 당처럼 어둡다”, “민주노동당 보면 더 우울해지고 골치 아프다.”

    “사람들은 민주노동당이 집권하면 막연히 급변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국회의원 정도까지는 찬성하지만 최고 권력자까지는 바라지 않는다.”

    "소외된 계층을 위해 민주노동당이 필요한 정당이라고 생각은 하지만 (사회생활을 통한 경쟁이 버거워) 가끔은 벼랑 끝에 내몰려 서있는 것만 같은데, 그런 와중에 민주노동당을 보면 오히려 더 우울하고 골치가 아파 (관심을 가지기) 싫다“

    이 중에서 가장 뼈아픈 비판은 "내가 원하고, 갖고자 하는, 필요로 하는 모든 것들에 대해 민주노동당은 아무것도 채워주지 못 한다. 민주노동당은 내 욕망을 배반하는 정당”이라는 질책이었다. 우리가 민중의 이해와 요구 앞에서 얼마나 성실했는지? 스스로 질문해 보아야 하는 대목이었던 것이다.

    예상했던 대로 독자의 반응은 뜨거웠다. 시리즈가 계속 되면서 많은 댓글이 홍수를 이루었다. 기사의 말미에 달라붙은 수많은 관심과 주장은 이 기획의 참신함을 반증하는 것이었다. 물론 인터뷰를 ‘당해준’ 사람들을 향한 일부 악플들은 다소 실망스러웠다.

    마치 손님을 데려와 놓고 핀잔을 주는 것 같아 스스로 낯이 뜨겁기도 하였다. 오히려 우리는 민중 앞에 영원한 학생이라는 관점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회과학에는 실험실이 없다. 이것은 ‘역사가 어디로 흘러가는지’에 대한 끊임없는 관심 속에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 우리에게 숙명적 한계다. 그래서 우리는 언제나 대중이라는 거울 앞에서 우리의 모습을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

    세상은 단순하지 않다. 우리가 하는 말이 우리가 원하는 의미 그대로 대중에게 전달되지는 않는다. 따라서 우리는 우리의 모습이 어떻게 대중에게 보여지고 있는지, 우리의 주장은 민중에게 어떻게 전달되고 있는지, 늘 되돌아보아야 한다.

    많은 기업에서 종종 큰 비용을 들여가며 소비자를 상대로 그룹 인터뷰를 진행 하는 이유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충성도가 높은 단골손님의 목소리보다 뭔가 다른 필요를 느끼는 외부의 목소리를 통해서 어떤 ‘업그레이드’를 도모할 수 있는 여지가 풍부한 것이다. 이렇게 본다면 이번 시리즈는 당이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바에 대한 좋은 참고가 될 수 있다.

    그동안 우리는 콧대 높은 정치를 해왔다. 오직 우리만 ‘바위처럼’ 살고 있으며 다른 사람들은 생각 없는 갈대처럼 이리 누웠다 저리 누웠다 하고 있다는 오만 속에서 살아온 것은 아닌지? 대중을 가르치고 인도해야할 학생으로 간주하는 고매한 운동권의 고립된 자존심 속에서 살아온 것은 아닌지? 냉철하게 되돌아 볼 필요가 있다.

    민중은 우리의 거울이다. 대중을 유인물이나 받아보는 계몽의 대상으로 생각하는 정치세력에게 장밋빛 미래는 없다. ‘민노, 난 너 안찍어’ 라는 도발적인 시리즈는 그 제목에서 민중의 투표행위를 전제하고 있다. 민중에게 표를 받는다는 것은 그들의 삶이 배어있는 작은 꿈의 한 조각을 받아드는 것이다.

    그 많은 꿈의 조각 앞에서 우리는 고마움을 느끼기에 앞서 더 큰 상상력으로 보답해야 한다는 의무감을 느껴야 한다. 모든 상상력의 기원은 대화 즉 변증법이다. 당과 대중의 끊임없는 대화는 이런 맥락에서 반드시 필요하다.

    앞으로 이런 참신한 기획이 보다 더 확대되고 심화되기를 기대해 본다. 민주노동당이 좀 더 성숙한 정치세력으로 커나가기 위해서, 우리의 고정관념을 뒤집는 열린 인터뷰는 계속 되어야 한다.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