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보정당 맞아? 딴 당처럼 어둡다
        2007년 05월 19일 03:23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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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성훈과 문숙영은 대학 새내기 법학도다. 입학 3개월째를 맞고 있는 그들은 아직 대학의 ‘자유’와 ‘나태’를 한껏 누리고 있다. 

    " 손학규 지지" "지지 후보 있지만 밝히기 곤란"

    두 사람은 또 하나의 공통점이 있다. 이번에 처음으로 대선 투표권을 행사한다는 것이다. 두 사람은 지지 후보도 점찍어 놨다. 김 씨는 손학규 전 지사를 마음에 두고 있고, 문 씨는 지지후보가 있지만 밝히기 곤란하다며 ‘비보도’를 요구했다.

    두 사람의 선택지에 민주노동당은 없었다. 문 씨는 민주노동당이나 민주노동당 소속 정치인에 대해 잘 모른다고 했다.

    그래도 ‘인상비평’은 가능하지 않겠나 싶었는데, 인터뷰를 하면서 보니 그는 자신이 정확하게 알지 못하는 문제에 대해선 가급적 발언을 않는 성격인 듯했다.

    다만 인터뷰 말미에 "우리나라 노동자가 1,500만이라 하고 비정규직이 800만이 넘는다고 하는데 왜 민노당이 자기 힘을 발휘하는 못하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김씨는 4.15 총선 직후 민주노동당에 ‘색깔 있는’ 정당정치를 기대했다고 한다. 그러나 거듭되는 정파간 반목에 ‘독도 퍼포먼스’같은 반 진보적 정치행태가 겹치면서 초기의 화사했던 기대는 어두운 체념으로 바뀌었다고 했다.

       
    ▲ 대학 새내기 법학도 김성훈과 문숙영은 올 대선에서 첫번째 투표권을 행사하게 된다.  
     

    정치 성향은 ‘중도적’, 사회적 지향은 ‘좌파적’?

    그렇다고 이들이 보수정당에 기대를 거는 것도 아니었다.

    ‘가장 밝은 이미지의 정당이 어디냐’는 질문에 김씨는 "모든 정당이 어둡다"고 했고, 문 씨는 "동의한다"고 맞장구를 쳤다. 문 씨는 "한나라당은 세대가 거듭되면 사멸하지 않을까"라고 했다.

    이들은 자신들의 정치 성향을 ‘중도’라 했지만 이들이 소망하는 사회의 모습은 꽤나 좌파적인 것이었다. 문 씨는 프랑스식 ‘무상의료, 무상교육’을 실감나게 선망했고, 김 씨는 자율과 다양성의 가치가 옹호되는 사회를 소망했다.

    ‘무상의료, 무상교육’은 민주노동당의 대표적인 정책 아이콘인데, 이들은 학교에 나붙는 ‘자보’ 정도를 제외하고는 민주노동당을 따로 접할 필요도 계기도 찾지 못하는 것으로 보였다.

    이들에게 좌파의 이미지는 민주노동당보다 학생운동권의 모습으로 대표된다.

    운동권은 책임감과 열정이 있지만 독선과 선민의식에서 자유롭지 못한, 그리고 그런 것들로 인한 사람들과의 단절에서 적잖이 피로감을 느끼는 부류로 비춰지는 듯 했다.

    다음은 인터뷰 전문이다.

    – 자기소개를 간단히 하자면.

    김= 서울대 법과대학 07학번 김성훈입니다.

    문= 저는 스무 살이고요. 평범하면서도 별로 평범하지 않음을 추구하는 여성 문숙영입니다. (그는 연세대 법과대학 07학번이다.). 

    김= 저는 스물 한 살입니다. 재수했어요.

    "사법고시 준비할 것"

    – 대학생활 2개월 해보니 어떤가.

    문= 생활이 자유로워져서 좋다. 사람들은 큰 자유가 주어져서 생활이 나태해지거나 무절제해질 것이라고 걱정하지만 이전에 너무 억압적인 생활을 했기 때문에 지금의 자유가 정말 좋다.

    김= 저는 마냥 나태해지고 있다. 대학이란 곳이 자기 생각을 많이 넓힐 수 있는 기회의 장인 것 같다. 나태해질 수 있을 때 나태해져 보는 것도 좋은 경험일 것 같다.

       
      ▲ 김성훈씨
     

    – 앞으로 대학생활은 어떨 것 같나. 계속 자유롭고 여유로울 것 같나.

    문= 선배들 말 들어보면 법대 특성상 1, 2학년 때는 자유롭다가 사법고시 시작하면 힘들어질 것이라고 한다.

    – 두 사람 다 사법고시를 치를 건가.

    김= 저는 준비할 거다.

    문= 저도. 지금 계획은 그렇다.

    – 언제부터 준비할 건가.

    김= 늦어도 대학 2학년에는 준비할 생각이다. 주류를 따라가는 게 좋은 것은 아니지만 우리 대학의 경우 옛날에 비해 고시를 빨리 시작하는 분위기다. 2학년 중반 되어서도 시험 준비 않고 편하게 있으면 이상한 사람 취급 받는다.

    문= 구체적으로는 생각해보진 않았다. 유학을 생각 중인데, 유학을 다녀오고 나서 시작할지 사법고시를 치른 다음 유학 갈지 생각 중이다.

    – 졸업 후 어떤 일을 하고 싶나.

    김= 판사 경력을 쌓은 후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이 되는 것이 목표다.

    – 독특하다. 왜 선관위원장인가.

    김= 오래 전에 정해진 꿈은 아니다. 선거라는 과정은 매력적이다. 피지배자인 사람이 치자를 스스로 만들어내는 과정을 조율하는 것이 매력적이라고 느껴진다.

    – 문숙영 씨는.

    문= 법관보다는 사회생활을 하면서 법을 알아야 좀 더 원하는 일을 할 수 있을 것 같아 법을 공부하는 측면이 강하다. 사법고시는 볼 생각이다. 변호사가 돼서 기업에 들어가 원하는 일을 하고 싶다. 기업의 법률자문 역할을 하고 싶다.

    연애, 학점, 취업, 고시

    – 어떤 대학생활을 원하나.

    문= 주변 친구들과 함께 공부하면서 여러 가지 경험도 쌓고 의미 있게 보내고 싶다.

    김= 대학 때만 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일들, 예를 들어 아무 걱정 없이 여행을 간다거나 하는 세세한 일들을 해보고 싶다. 고시 준비하기 전에 지금의 자유를 최대한 누리고 싶다.

    – 요즘 학교 분위기는 어떤가. 요즘 학생들은 공부를 무척 열심히 한다는 얘기가 있던데.

    문= 공부를 열심히 한다기보다 학점 경쟁이 있는 것 같다. 공부를 열심히 하는 것 같진 않다. 내가 예전 대학생이 어땠는지 잘 모르지만, 요즘 대학생들은 학내 및 사회적 사안에 큰 관심 없이 개인주의적으로 흐르는 분위기다.

    – 요즘 학생들의 관심사가 뭔가.

    김= 가장 큰 관심사는 연애다. 1학년은 그렇다. 높은 학번은 취업이나 고시 같은 것. 연애 다음 관심사는 1학년은 학점. 각자 자신의 관심사는 있지만 모두가 공유하는 관심사는 그런 것이다.

    – 두 사람 각각의 개인적인 관심사는.

    문= 고등학교 때 누려보지 못한 문화생활을 많이 하고 싶다.

    – 특별히 좋아하는 문화생활이 있나.

    문= 인터넷으로 먼저 만들어진 것을 영화나 뮤지컬로 만드는 것이 많은데, 그런 것 찾아다니면서 원작이 어떻게 변형되는지 보는 것도 재미있다.

    김= 어릴 때부터 책 읽는 것을 좋아해서 이것저것 읽는다.

    – 최근 인상적으로 본 책은.

    김= ‘이기적 유전자’라는 책이다. 진화론에 관한 책이다. 리처드 도킨스라는 영국의 동물학자가 1970년대에 쓴 건데, 진화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내놓은 책이다.

    "좌파가 선택했다는 노무현 정부가 FTA추진하다니 놀라워"

    – 최근의 정치 사회 문화적 이슈 가운데 관심을 가진 것이 있다면.

    문= 아무래도 제일 큰 것은 한미FTA가 체결된 것이다. 개인적으로 대학생활이 처음 시작되고 생활도 바뀌고, 특히 저 같은 경우 지방에 살다 올라왔는데 그런 점도 작용하고, 새로운 사람도 만나고 하면서 아무래도 사회적인 문제에 관심을 갖기 힘들었는데, 제가 관심을 갖지 못하는 사이에도 그런 것(한미FTA)은 돌아간다.

    – 한미FTA에 대한 생각은.

    김= 우리나라는 좌우 구분이 좀 애매하다고 보는데, 그래도 좌파가 선택했다는 노무현 정부가 그런 것을 추진한다는 것이, 긍정적으로 보느냐 부정적으로 보느냐 하는 문제를 떠나, 놀라운 일이었다. 또 어느 순간부터 급작스럽게 협상이 시작됐는데, 협상이 타결됐다는 것도 의외고 놀라웠다.

    – 한미FTA 추진하는 게 옳다고 보나, 않는 게 옳다고 보나.

    김= 자유주의와 시장경제는 확대되는 것이 괜찮지 않나 싶다.

    문= 제가 경제학에 관심이 많아 공부를 따로 하고 있다. 경제학적 논리에 따르면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하는 것이 우리에게 이득이 된다는 논거가 있다. 또 우리나라 산업 수준에 비춰볼 때 미국과 FTA를 체결해도 어느 정도 승산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허세욱 씨가 분신자살하는 것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나라가 양분돼서 한 쪽에선 찬성하고 다른 쪽에선 극심하게 반대하고 있다. 정부가 전체적인 국민의 여론을 조사하지 않은 상태에서 협상을 추진한 것 같다는 인상이 남는다. (여론수렴이라는 면에서) FTA 추진의 명확한 근거가 있었는지 의문이 남는다.

    김= 우리나라의 특성인 것 같은데, 좌파는 우파를 무조건 반대하고 우파는 좌파를 무조건 반대하는 측면이 있다. 황우석 건도 그렇다. 대체로 우파는 황우석에 대해 무조건적 지지를 보였고, 좌파는 황우석을 비판했다. 결론은 좌파가 옳다는 것으로 나왔지만 상대를 설득하려는 과정이나 노력이 없는 것 같다.

    "대학생이 비판적인 목소리 안내면 누가 내나"

    – 대학의 역할이 뭔가. 지식을 배우는 곳인가, 기능을 익히는 곳인가.

    문= 저희 부모님은 특별한 가르침을 주셨다. ‘고등학교까지는 쉬엄쉬엄 공부해도 된다. 진짜 공부는 대학 가서 하는 것이다’고 하셨다. 우리나라의 경우 보통은 다르게 말하지 않나. 고등학교 때 열심히 하면 대학 때 놀 수 있다, 그런 식으로.

    저는 부모님께 그렇게 배웠지만 주위 환경은 그렇지 않다. 지금 고등학교 때만큼 열심히 하진 않는다. 마음은 그렇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그렇다. 대학에 왔다는 것은 학문적으로 탐구하는 길에 들어선 것이다. 실무적인 것을 배우는 곳이 아니다.

    김= 대학이 왜곡되는 측면이 있는 것 같다. 대학은 전공이 정해진 곳이다. 전공이 자신의 마음에 맞고 적성에 맞는 것이어야 하는데 그냥 점수에 맞춘 것에 불과하다. 전공이란 것을 취업을 위한 발판으로 생각하는 것 아닌가.

    – 대학은 지식을 얻는 곳이라고 했는데, 지식인, 하면 떠오르는 사람은.

    김= 저는 과학자가 주로 떠오른다. 리처드 도킨스 같은 과학자. 우리나라의 경우 최재천 씨 같은 사람. 그리고 박노자 씨나 홍세화씨 같은 좌파 지식인.

    문= 저는 에밀 졸라.

    – 대학생의 사회적 역할이란 게 있을까.

    김= 제가 고등학교 선생님께 들은 것과 제 생각을 연결한 건데. 40~50년대에는 고등학생이 사회적 목소리를 내는 지식인 계층의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 4.19 혁명 뒤로는 대학생에게로 그 역할이 넘어왔다. 그러나 현재의 대학생은 그 역할을 맡지 않고 있다.

    사회에 대해 자유롭게 비판적인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역할을 누가 할 수 있나. 그건 어떤 책임에서 벗어나 있는 학생일 때 할 수 있는 일인데, 현재의 대학생에게도 그런 역할이 요구된다. 그러나 고시나 취업 같은 것 때문에 그런 역할이 사라지고 있다. 대학생이 대학생의 역할을 방기하고 있는 측면이 있다.

    – 요즘 고등학생들 대입 논술 공부할 때 인문사회과학 공부도 한다고 들었다. 그런 독서의 경험이 삶에 어떤 영향을 주던가.

    문= 저는 읽어야 한다는 의무감에서는 책을 읽지 않는다. 끌리는 책을 읽는 편이다. 제 인생에 영향을 미친 게 50%는 부모님이고 50%는 책이다. 요즘은 매체가 책뿐만 아니라 다양화됐지만. 책을 통해 남의 생각을 받아들이면서 ‘이건 좋으니까 내 것으로 가져가야 겠다’, 이런 식으로 해서 얻은 게 많다.

    "대학에서도 좌우라는 게 생기는 것 같다"

    – 주위에 학생운동을 하는 사람이 있나. 요즘 학생 운동권은 어떤 주장을 하나.

    김= 엄밀히 말하면 비권도 운동권이다. 민중해방, 평화통일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옛날 운동권’으로 분류되는 사람들이다. 여러 학교에서 운동권과 비운동권간의 권리확보 투쟁이라고 해야 하나, 뭐 그런 게 있는 것 같다.

    예전에는 운동권이 대다수를 차지한 것과 비교하면 학생운동에 변화가 있는 것 같다. 비운동권의 공약은, 학생복지가 우선이다, 어떤 시설을 유치하겠다, 이런 것이다. 대학에서도 좌우라는 게 생기는 것 같다.

    – 좌파 운동권은 얼마나 되나.

    문= 얼마 전 우리 학교에서 학생 투표가 있었다. 한총련을 탈퇴하느냐 마느냐, 또 학칙개정 문제도 있었다. 학교가 굉장히 시끄러웠다. 그 때 사람들 태도를 보면서 알게 됐는데, 사회정치적 문제에서도 그렇고 중도적인 사람이 되게 많다. 자기 성향을 구분 짓지 않고 ‘중도가 좋다’, ‘중도로 나가겠다’고 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사회 문제에 관심 갖고 있는 잔존하는 좌파적인 선배들이 있는데, 그 선배들은 수적으로도 열세이고 시위문화가 굉장히 폭력적이라는 시선을 받는다. 그런 시선을 힘들어 한다. 어느 선배가 한 말을 인용하자면 "내가 저 집회에 나가면 운동권 되고 안 나가면 평범한 대학생이 된다"고 한다. 그렇게 나누는 것 자체가 그들을 굉장히 힘들게 하는 것 같다.

    – 그들을 보면 어떤 생각이 드나.

    김= 사회에 대해 관심을 갖고 목소리를 낼 수 있다는 것에 대해 좌파 운동권이 옳은 일을 하는 측면이 있는 것 같다. 그러나 대학의 전반적인 분위기가 중도적인 것이 대세가 되고 있는 것 같고, 급진적인 목소리를 내는 사람에 대한 반감이 커지고 있는 것 같다. ‘이제 저렇게 할 때는 지나지 않았느냐, 그런다고 누가 들어주느냐’, 이런 얘기를 한다.

    문= 그들 보면 책임감이 있는 것 같긴 하다. 제가 힘든 것은, 그들은 자기들이 하는 일의 당위성을 가지고 다른 사람들을 비난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너는 대학생도 아니다’, ‘대학생은 이렇게 해야 한다’, 그런 태도를 갖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그런데 자기 선택 아닌가. 개인주의적인 삶을 걸어갈 건지 아닌지, 개인의 선택에 맡겨둘 문제인데 비난하는 것은 무리가 있지 않나.

    "모든 정당이 싫다"

    – 두 사람 다 대선 투표를 처음 하는데 소감은.

    문= 제가 투표에 대해 첫 관념을 가진 게 초등학생 때다. 김대중 씨와 이회창 씨가 나온 선거였다. 당시 저는 초등학생이었으니까 엄마한테 들은 얘기로 ‘난 누구 찍는다’, 이런 얘기를 했었다. 그 때 나도 투표하고 싶다는 마음이 강했다. 그런데 이제 드디어 제 손으로 투표를 할 수 있는 나이에 왔다는 게 신기하다.

    그러나 어떻게 보면 내 한 표는 아무 의미 없는 한 표가 될 수 있는데, 그 점에서 무력하다는 걸 많이 느낀다. 누구를 찍건 전체 결과에는 영향을 못 줄 것이다, 그런 느낌.

    – 지지하는 정당이 있나.

    문= 저는 기본적으로 다 싫다.

    김= 손학규 씨가 있을 때 한나라당을 지지했다. 그러나 손학규 씨 탈당 이후에는 지지하는 정당이 없다.

    – 문숙영 씨는 모든 정당이 싫은 이유가 뭔가.

    문= 우리나라 정당은 자기 색깔을 표방하고 있지 못하다고 생각한다. 제가 지금까지 배워온 사회지식에 비춰볼 때 한나라당을 어떻게 규정할 수 잇을 것인가, 또 열린우리당도 좌파인지 우파인지 모르겠다. 저는 중도적인 길을 걷고 싶고, 그래서 지지하는 정당이 현재로선 없다.

    – 중도적이라는게 뭔가.

    문= 어느 한 곳에 얽매이지 않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어쩌면, 예를 들어 자신을 좌파라고 규정하면 좌파적 삶을 살아야 할 것 같은데, 그럴 자신이 없기 때문에 망설이고 있는 지도 모르겠다. 제가 그 이름에 걸 맞는 삶을 살지 못할까봐. 좋게 말하면 길을 갈 때 어떨 때는 이쪽의 장점을 취하고 어떨 때는 저 쪽의 장점을 취하고 싶기 때문에 중도를 걷고 싶다.

       
      ▲ 문숙영씨
     

    "손학규나 이명박 찍을 것"

    – 즉답을 바란다. 바로바로. 느낌이 가장 밝은 정당과 어두운 정당은.

    김= 모든 정당이 어둡다.

    문= 동의한다.

    김= 민노당이 밝다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 지난 총선에서 국회에 들어갔을 때 우리나라에서도 색깔 있는 정당정치가 시작되나 기대했었다. 그런데 몇 년 만에 이렇게 색깔이 없고 혹은 어둡다는 인상을 받게 됐다.

    – 뭐가 그리 실망스러웠나.

    김= NL계열과 PD계열의 대립이 있는 것 같은데 그걸 내부에서 소화하지 못하고 국민들에게 그대로 보여줬다. 그것이 처음의 밝은 이미지를 없애는 데 영향을 준 것 같다.

    그리고 독도 문제 발생했을 때 다른 정당과 별로 다른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민족문제 발생할 때 다른 정당과 마찬가지로 ‘우리민족 최고’라는 식으로 반응한 게 있다. 그런 것들이 신선한 이미지를 없애고 다른 정당과 같은 어두운 이미지를 남겼다.

    – 역시 즉답을 바란다. 가장 젊은 정당과 늙은 정당은.

    문= 제 생각에 일단은 한나라당은 세대가 거듭되면 사멸하지 않을까. 물론 지금 이 세대가 나이를 먹으면서 생각이 달라질 수도 있다. 젊은 정당이라고 하면… 민주노동당 같은 경우 성장 가능성은 있다고 생각한다.

    김= 정당정치라는 게 당원, 국민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것이고, 그런 감각이 중요한데, 민주노동당이 그런 체계가 잘 잡힌 것 같긴 한데, 그렇다고 왠지 감각이 젊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 대선에서 누구 찍을 건지 정했나.

    문= 오프 더 레코드로 해 달라.

    김= 손학규 씨가 여권 후보로 나오면 찍고, 손학규 이외의 사람이 나오면 이명박 씨를 찍을 것이다. 손학규 씨가 제 이념에 그나마 가장 맞는 분이기 때문에 그 분을 찍으려고 한다. 손학규 씨가 나오지 않을 경우 이명박 씨를 찍으려고 하는 건 국민이 지지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역할을 다하지 못한 좌파정권에 대한 심판이라고나 할까, 그런 이유에서다.

    "김근태 이하 잘 모르겠다"

    – 대권 후보로 거명되는 사람도 여럿이다. 주요 정치인들에 대한 인상을 생각나는 대로 말해 달라. 역시 즉답. 먼저 노무현 대통령.

    김= 국민의 지지를 배신한 측면도 있지만 나름대로 열심히 하려고 노력은 한 것 같다. 국민에게 평가받기에는 지나치게 앞서나간 노력이라고 할까.

    – 좀 더 짧게. 이명박.

    김= 추진력 있다.

    – 박근혜.

    김= 찍기 싫다.

    – 손학규.

    김= 좋은 이미지.

    – 김근태.

    김= 너무 청렴한 선비. 그래서 거리 두고 싶어지는.

    – 정동영.

    김= 줏대가 없다.

    – 유시민.

    김= 자기 생각이 너무 강하다.

    – 권영길.

    김= 나름대로 대중 친화적이고 민노당을 이만큼 성장시키는 데 공헌했다.

    – 노회찬.

    김= 신선한 이미지가 아직 살아있다.

    – 심상정.

    김= 여성이기 때문에 부각되는 것 아닌가.

    – 같은 속도로 가자. 노무현

    문= 안타깝다.

    – 이명박.

    문= 노력했으면 좋겠다.

    – 박근혜.

    문= (한숨) 힘들다.

    – 손학규.

    문= 안타깝다. 열심히 하는 만큼 언론의 조명을 못 받는다.

    – 김근태.

    문= 잘 모른다.

    – 정동영.

    문= 김근태 이하 잘 모른다.

    – 친구들과 정치 얘기도 하나.

    문= 친한 친구들과 가끔 한다. 고등학교 때는 오히려 얘기를 많이 했다. 논술 준비 때문에라도. 신문도 열심히 보는 편이었고.

    – 최근 가장 관심 가진 정치 이슈는.

    문= 한미FTA

    김= 이제 슬슬 대선 얘기도 한다.

    – 우리나라 정치 어떤가.

    문= 소통이 좀 됐으면 좋겟다.

    – 국민과의 소통? 정치집단끼리의 소통?

    문= 국민과의 소통.

    김= 양 소통 다 필요하다고 본다. 우리나라 정치집단이 서로 소통이 안 되는 이유는 대선에 결선 투표가 없기 때문이다. 결선 투표를 하게 되면 국민 50%의 지지를 얻기 위해 정치세력끼리 이야기를 하게 되고 소통이 될 수 있는데 현재는 한 표만 더 얻으면 되기 때문에 자기 얘기만 하려 한다.

    "복지가 강화" "자율주의와 다양성 인정"

    – 우리 사회가 ‘이런 방향으로 개선되기를 바란다’는 소망이 있나.

    문= 지금 사회 문제가 너무 심각한 게 많다고 생각한다. 교육문제가 특히 그렇다. 복지적인 측면이 강화됐으면 좋겠다. 제가 외국어고등학교에서 프랑스어를 전공해서 프랑스에 대해 배웠는데, 너무 부러웠던 게 무상의료, 무상교육이다.

    제가 프랑스에 짧은 시간이나마 살아본 적이 있는데, 그 사람들 삶의 질이 정말 높다고 느낀 게, 아이를 키울 때 거의 돈이 안 든다는 것이다. 그러니 생활수준이 높아지는 거다. 교육비도 안 들고. 우리 부모님에게 정말 미안하다. 우리 집은 아이가 셋인데, 셋이 부모님 수입금의 너무 많은 부분을 쓰고 살아간다.

    차후에 저도 아이를 가지기가 좀… 저는 한 명 정도는 갖고 싶은데, 친구들 말을 들어보면 아이 갖기 싫다는 친구들도 있다. 그 점이 좀 고쳐졌으면 좋겠다. 물론 제가 선택할 수 있는 문제이긴 하다. 과외교육 안 시키면 되니까. 그런데 아이에게 미안할 수도 있고…제 고종 사촌동생이 초등학교 입학하는 나이인데, 고모님이 걱정을 되게 많이 한다. 또래 다른 아이들이 너무 많은 교육을 받으니까.

    김= 좀 더 자율주의와 다양성을 인정하는 사회가 됐으면 한다. 교육의 경우 특정 좋은 대학교를 목표로 놓고 그리만 몰아가니까 애가 가야할 길이 아닌데도, 다른 방향의 길이 있는데도 그 길만 바라보게 하는 게 아닌가. 창의성을 발휘해서 다양하게 할 수 있는 기회를 박탈하는 게 아닌가.

    그 사람이 선택하는 길은 어느 것이건 존중받을 수 있어야 한다. 제가 친구들과 얘기하다 충격 받은 것이, 동성애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얘기가 나오자 역겹다는 반응이 먼저 나온다. 그런 반응을 보이는 친구들 가운데는 좌파적 성향을 갖고 있어 동성애에 대해 적어도 중립적으로 볼 것 같은 친구들도 있었다. 사회에서 주입받은 일반적인 이념에 모든 사람이 무의식적으로 길들여져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빨리 통일 됐으면" vs "평화체제가 우선"

    – 어제 남북열차 시범운행 했다. 통일은 돼야 한다고 보나.

    문= 빨리 통일이 됐으면 좋겠다. 북한에 가보고 싶다. 어떻게 사는지, 무슨 생각을 하고 사는지 보고 싶다. 그 사람들 지금 힘든 생활을 하는데, 그게 해결됐으면 좋겠다.

    – 만일 통일을 해서 남쪽 사람들이 적지 않은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면.

    문= 통일했을 때 문제점이 있을 수 있다는 건 예상되는 건데, 그래도….제가 성격이 좀 감상적인 측면이 강해서.

    김= 북한과 필요한 것은 비정상적인 정전체제가 아니라 평화체제다. 북한을 다른 나라로 생각하는 것이 필요하다. 지금 같은 민족이니 통일하자는 건 비현실적인 것 아닌가. 우리가 일본 비자 가지고 오갈 수 있듯이 북한도 그렇게 됐으면 좋겠다. 그런 게 쌓여서 서로 이질감이 사라지면 통일은 자연스럽게 이뤄질 수 있지 않을까.

    – 주위 친구들은 통일 같은 큰 문제에 관심 있나.

    문= 관심이 없진 않은데 자기 자신을 얼마나 그 문제에 쓸 것인가 하는 것은 예전에 비해 작아진 것 같다. 자기를 자기 자신을 위한 일에 쓰고 싶어 하지 다른 일에 쓰려는 건 많이 옅어진 것 같다.

    – 진보가 뭔가.

    문= 좋은 쪽으로 발전하는 것. 문제점이 해결되는 것.

    김= 좌우를 떠나서 좋은 쪽으로 나가는 것. 어느 한 쪽이 진보의 이미지를 독점할 수는 없다고 본다. 진보의 이미지를 좌파가 선점한 건 그만큼 오랜 기간 동안 좌파가 좋은 발언을 많이 했기 때문 아닌가.

    – 좌파정당, 민주노동당에 대한 인상이 어떤가.

    문= 잘 알지 못해서 함부로 평가하기 어렵다.

    – 좌파, 하면 어떤 인상이 떠오르나.

    김= 한국정치의 고질병이 중도 쪽으로 가야한다는 고정관념이 있는 것 같다. 정당정치는 색깔을 확실히 드러내고 중도를 원하는 사람은 그 가운데 고르는 건데…. 우리는 좌파지만 국민이 원하니까 선택해주자, 그러는 것은 문제 아닐까.

    "사회 문제에 대한 무관심을 이용하려는 사람이 있다면…."

    – 민주노동당 정치인 가운데 아는 사람.

    김= 권영길. 노회찬. 심상정. 그리고 서울시장 후보로 나온..김..김종철. 그리고 수염 기르신 분..국회의원 박탈당한 조승수.

    문= 잘 모르겠다.

    – 민주노동당 얘기를 들을 계기가..

    문= 없다.

    – 학생위원회 있지 않나.

    문= 자보는 많이 붙는 편인 것 같다.

    김= 선거에서 민주노동당과 함께한다고 표방한 후보가 있었다. 제가 재수할 때 논술 선생님 한 분이 민주노동당 당원이었다. 논술 선생님 가운데 민주노동당 당원이 많았던 것 같다.

    – 민주노동당에 당부하고 싶은 게 있다면.

    문= 당부라기보다 이해가 안 되는 사실이 있다. 우리나라 노동자가 1,500만이라 하고 비정규직이 800만이 넘는다고 하는데 왜 민주노동당이 자기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지 모르겠다. 사람들이… 자본주의 사회니까… 경제적인 그런 것에 따라 계급의 색깔을 되찾아가야 할 텐데 그게 안 되는 것 같다.

    김= 민주노동당이 기사화가 안 돼서 인정받지 못하는 측면이 있는 것 같다. 그런 것이 참 어려울 텐데. 그렇다고 국민들에게 접근하되 자기 색깔을 잃는 것은 옳지 못하다고 본다. 자기의 색깔을 분명히 지키는 가운데 ‘우리는 이렇게 당신들을 위할 수 있다’고 제시해야 하지, 당신들이 이런 걸 원하니까 이렇게 해주겠다고 하면 다른 옛날 정당과 다를 것이 없다고 생각한다.

    – 내가 준비한 질문은 다 한 것 같다. 덧붙이고 싶은 말이 있다면.

    문= 대학생들이 조금만 더 사회문제에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 이런 추세로 가면 대학이 고등학교의 연장이란 생각밖에 안 든다. 고등학생이 대학생이 되고, 또 그런 사람이 사회인이 되고, 그렇게 되면 한 번 정치권력을 획득하는 사람들끼리만 계속 갈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 그 사람들끼리만 계속 간다는 건.

    문= 이번에 우리 학교의 경우 회칙개정안 사태가 벌어졌다. 아는 사람끼리만 정보가 공유되고 아무리 자보를 붙여도 사람들은 관심이 없다. 결국 총투표가 무산됐다. 총 투표율이 이십 몇 퍼센트 나왔다. 50% 안 되면 아예 개표도 안하니까. 결국 무관심 속에 그렇게 끝났는데, 만약 그런 것을 이용하려는 사람이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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