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르헨티나 밀레이의 행보
    [L/A 칼럼] 치밀하고 대담한 공격과 저항
        2024년 01월 04일 04:55 오후

    Print Friendly, PDF & Email

    아르헨티나의 새 정부에 관심을 가지는 것은 소위 글로벌 사우스(global south)에 끼칠 아르헨티나의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아니 우리에게 주는 울림이 크기 때문이다.

    작년 11월 19일 대선에서 이긴 아르헨티나의 신자유주의 대통령 밀레이가 12월 10일 취임했다. 현재 밀레이는 예상했던 대로 움직이고 있다. 아니 그 이상을 보여주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최근 아르헨티나 법·사회연구소(Centro de Estudios Legales y Sociales de Argentina)에 의하면 밀레이는 연말에 70/2023의 대통령의 긴급 법령을 통해 헌법의 의회 권한을 무시하는 삼권분립을 허무는 행보를 하고 있다. 이에 대해 좌파는 사법부에 위헌 심판 제청을 하겠다고 한다. 그러나 이외에는 방법이 없는 것 같다. 마치 쿠데타를 맞는 느낌이라고 한다.

    이외에도 밀레이는 모든 국영기업을 민영화하겠다고 한다. 이렇게 밀레이가 과감하게 밀어붙이는 것에 상당수 아르헨티나 대중이 호응하고 있다. 그 이유는 과거에 아르헨티나가 잘 나갔다는 환상에 젖어있기 때문이다. 환상이 이렇게 무서운 것이다.

    말레나 사발레기(Malena Zabalegui)에 의하면 우선 밀레이는 다른 나라보다 나치 세력이 많이 숨어있었기 때문인지(우리도 잘 알고 있는 대로 아이히만은 1950년 6월에 배를 타고 아르헨티나의 부에노스아이레스로 갔다. 거기서 그는 이름을 바꾸고 숨어살았지만 이스라엘의 모사드는 1960년 그를 체포했고 1961년 이스라엘의 텔아비브에서 사형이 언도되어 집행되었다) 유대인의 영향력이 강한 아르헨티나의 유대인 공동체에 접근하는 모습을 연출하고 있다.

    사발레기는 흥미 있는 분석을 하고 있다. 그에 의하면 밀레이는 이상할 정도로 이상 또는 이념에 집착하고 있고 굉장한 엘리트주의자이면서 반대중적(우리의 담론 맥락에서는 “반민중적”이라고 해야겠지만) 입장에 있는지라, 계급 차별을 공고히 하고 특히 글로벌 노스(global north)의 기획대로 움직이고 있다고 해석한다. 이런 밀레이의 행보는 아르헨티나는 물론, 라틴아메리카, 세계에 아주 위험하다고 본다. 왜냐면, 주민의 55%가 밀레이를 지지해 대통령으로 만들었기 때문이라고 사발레기는 지적한다.

    더군다나 코로나 이외에도 2020년에 시작된 가뭄은 아르헨티나 경제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하고 특히 전임(2019-2023) 페르난데스 정부의 무능을 비판하고 있다. 사발레기에 의하면 이런 무능과 혼란의 권력의 진공상태에서 글로벌 노스의 전문가들이 개입하게 되었다고 한다. 문제의 핵심이 아르헨티나가 아주 오래전부터 경제 성장을 이끌 힘을 지니지 못한 데 있음은 물론이다. 사발레기에 의하면 젊은이들이 밀레이 같은 사람을 지지하게 된 것은 힘든 경제적, 사회적 상황이 지속되면서 신자유주의자들이 주특기로 다루는, 불안과 개인주의의 담론에 경도되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런 일은 이미 브라질의 보우소나루 정부에서도 일어났다고 하며 전 세계의 우파 포퓰리즘의 공통점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밀레이의 치밀하고 대담한 공격에 아르헨티나 좌파는 처음 겪는 일이라 당황하고 있다. 카를로스 비얄바(Carlos A. Villalba)에 의하면, 좌파들은 현재 “쥬라기 공원의 공룡”이 자고 일어났더니 이불 옆자리에 누워있다고 표현하고 있다. (이 표현은 이미 아람 아로니안(Aram Aharonian)이 하였다). 또는 “지진”이 일어났다고도 한다. 매우 당황스러워하고 있고 두려워하고 있는 것이다. 마리앙헬레스 게레로 (Mariangeles Guererro) 등에 의하면 농민운동과 생태운동세력도 두려워하고 있다. 이들의 공포는 과거의 경험을 기억하면서 극우는 군부와 잘 통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여하간 아르헨티나는 김영삼이 하나회를 척결한 우리와 달라 이런 공포가 조금 이해가 된다.

    이미 페론주의가 수명이 다했다는 것을 알면서 페론주의(아르헨티나에서 좌파의 대용품으로 기능)와 마르크스주의를 넘어 자본주의를 극복해 보려는 “새로운 좌파”는 아르헨티나에 존재하는 것이 분명히 사실이다. 하지만 아직 소수에 지나지 않아 불안한 것이다. 특히 젊은 층이 “아이 몰라~~~그럼 어쩌라고?”하는 반응에 사회운동세력은 한숨을 쉬고 있다.

    좌파 언론인 pagina12에 의하면, 새 정부가 들어서기 전에 이미 휘발유 값이 약 15% 인상되었다. 그리고 사용자-노동자의 대결에서 전자가 유리한 분위기는 새 대통령이 취임하기 전부터 이미 조성되었다. 마리오 에르난데스(Mario Hernandez)에 의하면, 티에라 데 후에고(Tierra del Fuego)에 있는 자동차 부품을 만드는 미르고르(Mirgor)그룹의 공장들에서 노동자의 구조조정(실직을 고상하게 표현하는)이 광범위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특히 중요한 것이 교육정책인데 한마디로, 교육의 신자유주의화 또는 칠레화 (한국화)가 추진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 명분은 학교를 마치 상품 고르듯이 하는 선택의 자유 즉, “스쿨 초이스(School Choice)”와 교육의 수월성 확보이다. 칠레의 경우, 민주주의를 애호하는 민주연합정부에서 신자유주의 교육정책인 바우처가 실행되었다. 마리오 에르난데스(Mario Hernandez)에 의하면, 인적자원부에 편입될 교육담당 책임자로 내정된 카를로스 또렌델(Carlos Torrendell)은 아르헨티나 가톨릭 대학(Universidad Catolica Argentina)의 간부였다고 한다. 이 사람은 이미 전임 마크리 정부에서 요직을 맡은바 있다. 라틴아메리카에서 가톨릭의 중요성을 생각한다면 상당한 파워를 가질 것이다. 그에 의해 신자유주의적인 바우처 정책이 추진될 예정이라고 한다. 결국, 우파는 전직 대통령 마크리를 중심으로 수년 전부터 권력을 다시 찾아오기 위해 예리하게 전략적으로 노력했다는 것이 드러나고 있다. 구체적으로 젊은 세대의 관심을 얻는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다른 한편, 마리오 에르난데스에 의하면, 밀레이 정부에 의한 경제적 구조조정 정책은 다양한 분야에서 저항을 맞고 있다. 아르헨티나 사람들이 열광하는 축구장과 콘서트장에서 밀레이는 강한 야유를 받고 있고 약 300개 이상의 좌파 사회운동조직에 의한 길거리 대규모 행진이 진행되고 있다. 이중에는 반독재 운동 조직과 피케테로스, 학생운동, 인권운동 조직도 있다. 특히 힘 있는 공무원 노조 전국조직이 헌법에 의지하며 움직이고 있다. 이 조직의 대표는 인플레와 가난을 극복하겠다는 정부의 약속은 ‘사기’라고 주장하고 있다. 결국 양쪽이 정면으로 부딪치고 있다. 하지만 그 결과가 어떻게 될지 매우 궁금하다. 우리의 문제와 연결되어있기 때문이다.

    * 관련 칼럼아르헨티나 밀레이, 취임 한 달만에 대규모 시위 직면”

    필자소개
    성공회대 민주주의 연구소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