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반도평화기금 100조 조성 현실적”
        2007년 05월 09일 04:30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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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주노동당에 대해 그 동안 ‘애써 무시하기’로 일관해오던 조중동의 일원 중앙일보가 웬일로 오늘자 신문에 ‘민노당 대선후보에 바란다’는 사설로 관심을 나타냈다. 세 경선후보의 공정경선 선언이 신선해 보인다고 썼다. 하지만 아니나 다를까 그것은 호의적 관심과는 거리가 멀었고, ‘말문 열기’에 지나지 않았다.

    실현 불가능한 공약이라고?

    중앙일보가 정작 하고 싶었던 얘기는 전혀 다른 것이었다. 다시 말해 “국민은 민노당 경선에 관심이 없다”, “민노당 정책은 실현가능성이 없다”는 것이 본론이자 결론이었다. 그러면서 내가 하루 전 발표한 ‘한반도 평화경제공동체 구상’의 한 대목을 ‘실현 불가능한 공약’의 본보기로 지적했다.

    “재정과 전력(戰力)을 그렇게 줄여도 되며, 그 많은 부담은 누가 어떻게 진다는 말인가. 어차피 우리 주장은 그대로 관철되지 않을 것이니 내놓고나 보자는 식이어서는 신뢰를 줄 수 없다.” 이것이 중앙일보의 주장이다.

    나는 한반도 평화경제공동체를 구현하기 위해 향후 10년 동안 한반도평화기금(Peace-Korea Fund) 100조원을 조성하자고 제안한 바 있다. 구체적 항목을 보면, 남한 국가재정 중 1% 출연(25조원), 남한 전력증강예산 중 25조원, 북일수교 배상금 약 10조원, 국제공공자금 4~10조원, 한반도평화채권 30조원 등이다.

    평화기금 100조원 조성은 한반도 해빙이라는 역사적 전환점에서 오랜 논의와 검토를 거쳐 도출한 남북한 공동번영 구상이자 나의 대선공약이다. 이에 대한 중앙일보의 시비는 자신이 분단고착이라는 시대착오적 인식에 사로잡혀 있음을 드러낸 것이다. 아울러 미래의 한반도 평화경제가 가져다줄 막대한 가치를 보지 못하고 있다.

    되묻는다, 현행 국방비 지출이 정상적인가?

    중앙일보는 ‘재정과 전력을 그렇게 줄여도 되느냐’고 물었다. 나는 오히려 되묻고 싶다. 한국의 현행 국방비 지출이 정상인가? 2007년 국방예산이 무려 24.5조원이다. 정부 국가재정운용계획(2006~2010)을 보면 이후 8.4%씩 증액해 2010년엔 30.8조원에 이른다. 같은 기간 재정지출 평균증가율 6.4%를 넘는 규모다. 지금도 과중한 국방비를 다른 지출보다 더 빠르게 늘리는 어이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한국의 국방비 지출비중은 11.7%로 OECD 평균 5.0%의 두 배가 넘는다. 더욱이 냉전해소 뒤 대다수 나라가 군비를 감축하고 있는 반면 한국은 2020년까지 무려 272조원을 쏟아붓는 국방개혁을 추진하고 있다. 중앙일보는 우리가 이렇듯 과도한 국방을 지닌 나라가 되기를 원하는가?

    중앙일보는 또 ‘그 많은 부담은 누가 어떻게 진다는 말이냐’고 물었다. 내가 제안한 한반도평화기금은 우선 불필요한 국방지출을 평화기금으로 전환하자는 것이다. 국가재정 1% 정도(연 2.5조원)를 평화기금에 출연하고, 2020년까지 지출할 예정인 272조원 중 일부(연 2.5조원)를 다시 평화기금으로 전환하자는 충분히 실현가능한 제안이다.

    정부의 국방개혁 군비증강방안은 주변국 위협을 과장해 군사력을 과잉증강하려는 시도로 평화국가 비전과 정면 배치된다. 때문에 내가 제시한 공약에서 평화기금으로 전환하겠다는 국방비 비중이 오히려 너무 적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형편이다. 그것은 국방비 절감액 일부는 사회복지비로도 전환해야 하기 때문이다.

    북일수교 배상금, 국제공공자금, 평화채권 모두 현실적 대안

    북일수교 배상금 약 10조원은 일본이 과거 식민통치의 잘못을 청산하는 조치로 북한에 지불해야 할 돈이다. 물론 실제 액수는 북일간 협상에서 정해질 것이다. 이 경우 일본이 배상금 액수를 줄이려 할 것이기 때문에 중앙일보 등 언론들이 충분한 배상금을 내놓을 수 있도록 오히려 노력해야 하는 것이다.

    나는 또한 국제공공자금으로 10년간 약 4~10조원을 제시했다. 현재 동북아 국가들이 World Bank, ADB, 양국간 ODA 등을 포함해 얻을 수 있는 국제공적자금 규모가 연간 3~4조원 규모다. 앞으로 북한의 외교관계가 정상화되면 이 중 10~20%는 북한이 제공 받을 수 있다고 본다. 그래서 10여년간 10조원을 제시한 것이다. 나아가 한반도 평화협정 체결 뒤 관련 국가들이 북한 경제발전을 지원하는 ‘한반도 발전플랜’을 추진한다면 재원은 추가로 마련될 수 있다.

    끝으로 나는 한반도평화채권 30조원을 발행하자고 제안했다. 이 채권은 새로 설립되는 한반도평화은행이 발행하고, 정부가 보증한다. 초기엔 공공자금관리기금 예수금을 활용해 평화채권을 저리에 인수하고, 이후엔 연기금, 일반금융기관, 개인으로 인수대상을 확대한다. 특히 평화채권 인수공모를 개인으로 확대하는 것은 구입자들에게 한반도 발전에 참여한다는 자부심을 심어줄 수 있어 중요하다. 채권 1장(액면가-10만원 수준)이상 갖기 국민운동을 펼칠 수도 있을 것이다.

    평화가 곧 밥이요 발전동력…낡은 냉전사고 벗기를

    다시 ‘대북 퍼주기’라는 비판을 들고 나올지 모르겠다. 나는 단순히 민족적 견지에서만 평화기금 조성을 주장하는 게 아니다. 이는 소모성 지출이 결코 아니며, 중장기적으로 더 큰 가치가 되어 돌아오는 내실 있는 투자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첫째, 북한의 경제인프라가 구축돼 평화경제가 가동되면 한반도 경제규모는 지금보다 1.5배 커져 수출과 내수가 균형을 갖춘 경제체제에 가까워진다.
    둘째, 북한 지하자원과 남한 자본이 결합해 시너지 효과를 볼 수 있다.
    셋째, 한반도의 지정학적 우월성을 활용한 동북아 물류거점으로서 막대한 이점이 발생한다.
    넷째, 남북한 모두에게 과중한 갈등(군사)비용을 평화경제 비용으로 전환할 수 있다. 그 효과는 천문학적이다.
    다섯째,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이 해소되면서 국제 정치경제 관계에서 남북한의 위상이 높아지고, 그에 따른 유무형의 효과 또한 매우 클 것이다.

    나는 한반도 평화체제는 평화와 경제가 함께 충족되는 평화경제공동체가 되어야 한다고 밝혀왔다. 그것은 분단체제를 허무는 데 머물지 않고 새로운 대안사회를 여는 일이기 때문이다. 이 점에서 21세기 남북한에 평화는 곧 밥이요, 발전동력인 것이다. 시대에 뒤떨어진 냉전적 사고에서 벗어나 다가오는 평화의 기관차에 동승할 것을 중앙일보에 호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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