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FTA 관심은 '동일' 방향은 '극과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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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년 03월 27일 09:02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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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6일 한미FTA 고위급 회담이 시작됨에 따라 27일자 전국단위 종합일간지의 지면도 FTA 관련 이슈로 채워졌다.

    하지만 ‘방향’은 달랐다. 경향신문과 한겨레는 FTA에 대한 반대입장을, 조선일보와 중앙일보는 반FTA 진영에 대한 비판적인 입장을 보였다.

    오늘자(27일) 전국단위 종합일간지는 모두 빠짐없이 한미FTA 체결을 찬성하는 ‘한미FTA민간대책위원회’의 광고가 대대적으로 실렸다.

    경향, 협상중단한 말레이시아와 한국정부 비교

    27일자 신문들 중에서 가장 강력하게 한미FTA 협상중단을 촉구한 곳은 경향신문이었다. 경향은 1면 <미와 ‘FTA 줄다리기’ 너무 다른 두 나라>에서 지난 24일 미국과의 FTA 협상을 무기한 중단한 말레이시아 정부와 한국정부를 비교하는 기사를 머리기사로 내세웠다.

    경향은 ‘손해나면 당당한 포기’라는 부제 아래 말레이시아 사례를 거론하면서 "지난해 6월 공식협상을 시작한 미국와 말레이시아의 FTA 협상 과정에서 주도권을 쥔 쪽은 말레이시아였다"며 "미국은 지난 1993년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이후 파나마 등 경제 규모가 작은 일부 나라와 FTA를 체결했을 뿐 덩치 큰 통상협상은 이뤄내지 못했다"고 전했다.

    반면 한국정부에 대해서는 "협상 타결에 ‘목맨’ (한국)정부는 쟁점마다 양보에 양보를 거듭하며 미국의 성의를 기대했지만 그럴수록 미국의 요구수위는 더 높아갔다"며 "상황이 이런데도 정부는 미 의회가 행정부에 부여한 무역촉진권한에 따른 협상 시한에 덜미를 잡혀 제대로 반론을 펴보지도 못한 채 종착역을 향해 치닫고 있는 형국"이라고 꼬집었다.

    IMF 이후 미국에 종속된 한국경제의 근본문제 지적

    경향은 또 4면에서 <너무 다른 FTA협상태도 배경은?>에서 한국과 말레이시아 정부의 협상태도의 차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더 근본적으로 외환위기 극복 방식의 차이가 FTA 협상태도를 달리하게 했다고 설명했다"며 "당시 한국은 IMF의 요구에 따라 철저하게 미국식 시장경제로 체질을 개편한 반면, 말레이시아는 마하티르 전총리의 지휘 하에 IMF의 개입을 거부하며 스스로 외환위기를 졸업했다"고 지적했다.

    경향은 5면에서도 <천정배·김근태 FTA 단식저지>, <단식 19일째 생일맞은 민노당 문 대표 "대통령에 FTA 중단 인간적 당부"> <한덕수 총리후보 인사청문회 비상> 등 정치권을 중심으로 일고 있는 반 FTA 움직임을 전면을 할애해 보도했다. 이어 사설에서는 <FTA 미국시한에 연연하지 말라>는 제목으로 "우리는 투명하지 않은 한미FTA 추진 과정 등에 대한 국회 차원의 조사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고 믿는다"며 "그 전제로서 미국이 설정한 협상 시한은 당연히 폐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겨레도 ‘반FTA’ 목소리 부각

    한겨레 역시 1면 머리기사로 <"FTA 협정문 타결돼도 미 추가수정 압박 여지">라는 제목의 기사를 실었다. 한겨레는 "공식협상이 마무리된 뒤 미국은 한달 남짓 전문가들에게 협정문이 공개돼 엄격한 검증절차를 거친다. 반면, 한국에서는 분야별 이해득실을 제대로 검증하는 장치가 없다"며 "한미FTA 협상이 미국 무역촉진권한 시한에 맞춰 타결되더라도 이후 미국 주도로 협정문을 뜯어고칠 여지가 있다는 우려가 일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어 3면에서는 <정치권 ‘반FTA 연대’ 꿈틀> <민노당 "국정조사" 촉구> 등 FTA협상 체결에 반대하는 정치권의 동향을 부각시켜 보도했다. 한겨레는 사설 <한-미 FTA 그동안 얻어낸 게 무엇인가>에서도 "자유무역협정이 과연 국익에 도움이 될 것인지 원점에서 다시 판단해야 할 때"라고 주장했다.

    중앙, "왜 정부가 농민 빚 갚아주나"

    반면 중앙일보는 이번 한미FTA 협상을 강력하게 반대해온 농민들을 겨냥한 듯한 기사를 배치해 앞선 신문들과 대조를 보였다.

    중앙일보는 10면 <농어민이 지난해 안 갚은 빚 1조294억 정부가 세금으로 대신 갚았다>에서 지난 2005년 5월 농남해 농협 직원의 농업경영개선자금 44억원 횡령사건과 관련해 농업신용보험에서 38억원을 변제해 준 사건을 거론하며, "농업신용보험이 지난 해 농어민의 부실채무 1조249억원을 대신 갚아주었다"고 보도했다. 중앙은 이어 사설 <언제까지 농어민 빚 대신 갚아줘야 하나>에서 "무작정 농사를 지은 뒤 정부에 손 벌리는 시대는 지났다. 데모만 하면 농어촌 문제가 해결된다는 식이 되면 안된다"며 정부가 농어민 대출에 신중할 것을 촉구했다.

    중앙은 정치권의 반FTA 목소리와 관련해 6면에 <‘노 정권 장관 출신’ 속속 등돌려>라는 기사를 배치하면서, 이를 현 정권 내부의 균열에 방점을 찍어 보도했다. 또 사설에서는 <민노당, 불법 시위·집회 부추기지 말라>는 제목으로 민주노동당이 집회신고 허가를 받지 못한 한미FTA 저지 범국민운동부를 대신해 집회허가를 받아주었다며, "그제 오후 서울도심을 혼란으로 몰아놓은 범국본의 불법집회도 이 때문에 가능했다"고 비난했다. 

    조선일보, ‘한미FTA 협상중단론’ 반박

    조선일보는 4면에 <"40여개국 미와 FTA 협상 중단"… 진실은?>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배치했다. 조선은 이 기사에서 미국-말레이시아 간 FTA 협상 중단 이후 민주노동당 심상정 의원이 지난 26일 보도자료를 통해 말레이시아 외에 40개국이 미국과의 FTA 협상을 중단했다고 밝힌 것을 거론하며 이를 ‘과장된 수치’라고 반박했다. 또 무역협회 관계자의 발언을 인용해 미국의 요구수위가 높다는 이유로 판을 걷어 치울만큼 단순하게 대응해서는 안된다는 입장을 강조하기도 했다. / 선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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