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노동자 1,660일 투쟁의 눈물과 회한
    2007년 03월 15일 12:22 오전

Print Friendly

정리해고와 파산, 공장폐업으로 길거리를 헤매고 있는 구미지역 노동자들이 지난 12일부터 공동 상경투쟁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14일 밤 서울 민주노총 건물 뒤에서 문화제를 열고 모처럼 흥겨운 시간을 가졌다.

14일 밤 7시 30분, 서울 영등포 민주노총 건물 뒤편에 있는 중마루 공원에서 갑자기 흥겨운 노랫소리가 들여왔다. 박준, 연영석, 지민주 등 내노라 하는 민중가수들이 총출동해 장기투쟁에 지친 노동자들의 마음을 달랬고, 용기를 붇돋았다.

   
▲ 코오롱, 오리온전지, 한국합섬HK 등 길거리로 쫓겨난 구미지역 3사 노동자들이 14일 밤 7시 30분 서울 영등포 민주노총 건물 뒷편 중마루공원에서 투쟁문화제를 하고 있다.(사진 금속노조)
 

정리해고와 극심한 노동탄압에 맞서 800여일째 투쟁을 벌이고 있는 코오롱노조 해고자들, 투기자본에 의한 공장폐업으로 1년 6개월째 고용승계를 요구하는 금속노조 오리온전기 노동자들, 채권단의 무책임한 회생동의안 부결로 파산에 처한 한국합섬HK 조합원들 70여명이 이날의 주인공들이었다. 이들이 싸운 날을 모두 합하면 자그마치 1,660일이었다.

이들과 연대하기 위해 달려온 우진, 하이닉스매그나칩, 기륭전자, 르네상스호텔 등 장기투쟁 사업장들이 자리를 함께 했다. 먹을 것 조차 없는 이들의 어려움을 잘 알고 있는 민중가수들은 출연료를 단 한푼도 받지 않고 자발적으로 참여해 목청껏 노래를 불렀다.

공짜로 참여한 민중가수들

이날 문화제에는 그 흔한 연설자가 한 명도 없었다. 모든 조합원들이 온 종일 서울시내를 돌아다니며 연설을 했기 때문이었다. 민중가수들만이 연단에 올랐고, 노동자들은 팔을 치켜들고, 어깨를 잡고, 두손을 마주잡으며 “올해에는 기필코 정든 일터로 돌아가자”고 다짐했다.

보통의 문화제는 문화제를 가장한 집회였지만 이날의 문화제는 ‘진짜 문화제’였던 것이었다. 금속노조 구미지부 임강순 사무국장은 “오랜 투쟁의 피로를 씻고 동지들과의 정도 나누고, 장기투쟁의 아픔도 나누는 자리였다”며 “문화제 분위기가 억수로 좋았다”고 말했다.

노동자들은 2시간 동안의 신나는 노래 잔치를 끝내고 공원에 둘러앉아 모처럼 막걸리 한잔을 걸치며 그동안의 회한을 나누었다. 민주노총 건물 1층과 6층에 깔판을 깔아 숙소를 마련한 노동자들은 12시가 넘도록 이날 투쟁을 평가한 후 잠자리에 들었다.

3개 노조 힘을 모아 벌이는 상경투쟁

   
 
 

코오롱과 오리온전기, 한국합섬HK 조합원 70여명은 지난 12일 아침 10시 구미를 출발해 서울에 올라왔다. 이들은 예전에도 수차례 서울에 올라와 투쟁을 했지만 3사가 공동으로 상경해 공동투쟁을 벌이는 것은 처음이었다. 이를 위해 이들은 ‘고용보장과 생존권 사수를 위한 코오롱, 한국합섬, 오리온전기 공동투쟁단’을 꾸렸다.

공동투쟁단은 “처한 사업장의 조건과 요구는 다르지만 공동의 실천만이 문제해결의 근본방법이 된다는 확신을 갖고 공동투쟁에 나섰다”며 “구미지역 3사는 이번 공동투쟁을 통해 정권의 신자유주의 노동유연화가 부른 노동현장의 심각한 고용불안정을 폭로하고 이의 중단과 해결을 촉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구미노동자들은 12일 오후 2시 광화문 세종공원에서 구미3사 공투선포집회를 시작으로 회장 집 집회, 한국합섬HK 산업은행 규탄집회, 민주노총 이석행 위원장 간담회, 국회의원 면담, 1인시위, 기륭전자 연대집회 등을 벌였다.

이들은 15일 오전 10시 세종로에서 공동집회를 갖고 정부종합청사에 민원신청을 할 예정이며 오후에는 성북동으로 이동해 집회와 가두행진을 벌인다. 16일에는 코오롱 주주총회 투쟁을 전개하고 노동부와 산업자원부 규탄집회를 벌인 후 일주일간의 공동상경투쟁을 끝내고 구미로 돌아갈 계획이다.

임강순 사무국장은 “구미지역의 투쟁 3사가 있었지만 개별자본과의 싸움만 벌여왔는데 금속과 화섬 제조업 노동자들이 공동투쟁을 선포한 것”이라며 “이를 발판으로 장기투쟁사업장 문제를 해결하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필자소개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