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간 『대리기사 이야기』 외
        2023년 02월 25일 10:14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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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리기사 이야기>

    우한기 (지은이) / 진인진

    사람들이 크게 오해하는 사실이 있다. 대리운전판에서 발생하는 많은 문제들이 플랫폼 시스템에서 생긴다고 여기는 것이다. 플랫폼이라는 뭔가 크고 복잡한 시스템에서 발생하는 문제라면 구조적인 문제일 것이고 해결책도 복잡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다보니 아예 들여다볼 엄두를 못 내게 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대리운전판에서 생기는 문제들 가운데 플랫폼 시스템 자체에서 발생하는 문제는 별로 없다. 대부분의 문제는 플랫폼과 별 상관없다. 거대한 송유관에 누군가 구멍을 뚫어서 기름을 뽑아먹는 장면을 떠올려보자. 구멍 뚫기 내지 빨대꽂기를 송유관 시스템의 일부라 하지는 않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플랫폼 시스템을 악용하는 업체들이 만드는 문제를 플랫폼 시스템에서 발생한 구조적 문제라 할 수는 없다.

    ‘카카오’나 ‘티맵’ 같은 거대한 플랫폼 기업이 등장하기 이전부터 대리운전은 있었다.

    플랫폼 기업이 새로운 직종을 만든 게 아니라, 있는 직종에 플랫폼 기업이 끼어든 것이다. 이런 연혁을 떠올리면 대리판에서 벌어지는 일들 중 많은 것이 이전부터 있던 문제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여기는 것이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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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는 마음> – 나를 돌보는 반려 물건 이야기

    이다희 (지은이) / 한겨레출판

    누구나 한 번쯤 갖고 싶은 물건을 두고 마음속으로 사야 할 이유와 사지 말아야 할 이유를 저울질해 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저울의 양쪽에는 다양한 고민과 자기 합리화가 올라간다. 이 물건은 내게 얼마나 필요한가, 잘 활용할 수 있을까, 가격은 얼마고 통장 잔고는 괜찮은가, 내 취향과 요즘 유행은 어떠한가, 소유욕과 과시욕 중 어느 쪽이 앞서는가, 가성비나 가심비를 따질 것인가, 공정과 윤리와 지속 가능성을 지향하는 브랜드인가, 환경·노동·젠더·상표권 문제는 없는 제품인가?

    오랫동안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는 저자도 찜해 둔 겨울 신발을 두고 마음속 저울질을 하던 중 깨달았다. 그저 물건의 유용성과 가격, 내가 쓸 수 있는 돈과 필요성만을 비교했던 예전과 달리, 나이가 들고 경험이 쌓일수록 “추억, 환경과 창작물의 가치 보호에 대한 책임감, 여성으로 살아오면서 느끼는 사회적 압박과 거기서 벗어나려는 몸부림”(6쪽) 등 저울 위에 올라가는 것이 많아졌음을 말이다. 그래서 자본주의 사회를 사는 이상 “지겹지만 멈출 수 없고” 갈수록 더 복잡해지는 이 저울질에 관한 이야기를 써 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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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90년대 한국영화> – 우리가 알고 있는 한국영화의 모든 것

    김형석,김경욱,장병원 외(지은이),한국영상자료원(KOFA)(엮은이) / 앨피

    한국영화 역사상 가장 역동적인 시기로 평가받는 1990년대 한국영화의 산업적 환경과 작품·영화인 등을 개괄 정리한 책이다. 한국영화 유산을 보존하고 그 가치를 현재화하는 사업을 펼치는 국내 유일의 영상 아카이브 기관인 한국영상자료원(KOFA)이 기획하고, 분야별 최고 전문가들이 참여하여 90년대의 역동적인 사회문화적 변화상을 분석한 총론부터 장르 스펙트럼, 영화미학, 스타파워, 독립영화, 시네마테크 문화, VFX 기술 등 1990년대 10년간 한국영화(산업)의 다채로운 지형도를 그려 보인다.

    이 밖에도 90년 한국영화의 결정적 순간을 담은 화보와, 영화제작자 14인의 인터뷰를 2부에 실어 당시 ‘영화판’ 밖과 안의 시각까지 입체적으로 조망했다. 1990년 6월 단성사에서 개봉한 ‘장군의 아들’부터 1993년 ‘서편제’, 그리고 메가히트를 기록한 1999년 ‘쉬리’에 이르기까지 1990년대 한국영화 ‘10년’의 시간은 미국 영화산업의 압박과 충무로 내부의 모순이라는 이중의 도전 아래, 이전의 한국영화사 30년에 맞먹는 변화 속도로 좌충우돌 21세기 ‘한국영화 르네상스’를 향해 질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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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같이 볼래요?> – 엄마들의 삶에 스며든 영화 이야기

    부너미,정현주,홍애리 외(지은이),부너미 (기획) / 이매진

    밥 짓기, 애 보기, 밥 짓기, 돈 벌기, 밥 짓기, 싸우기……. 결혼하거나 출산한 여성들은 돌봄과 양육과 일로 촘촘한 일상 속에서 흔들린다. 페미니즘 리부트를 거친 뒤에도 변화는 더디다. 집 안에서 벌이는 투쟁은 여전히 외롭고 처절하다. 이런 현실에 문제의식을 느낀 기혼 여성들이 자연스럽게 모인다. 결혼한 여성들의 삶을 탐구하는 모임 ‘부너미’다.

    언제까지 세상이 바뀌기만 기다릴 수는 없다고 깨달은 엄마들이 우리 손으로 변화를 만들어내자며 함께 읽고 쓰고 듣고 말한다. 《페미니스트도 결혼하나요?》와 《당신의 섹스는 평등한가요?》를 출간해 아직 여전한 세상에 목소리를 내온 부너미가 이번에는 영화로 말을 건다. 엄마들이 모여 함께 영화 보고 삶을 나눌 수 있게 돕고 싶은 마음 때문이다. 영화가 스크린 넘어 세상을 바꾸듯 엄마들이 영화 보고 쓴 책도 세상에 조그만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전 세계를 휩쓴 최신 흥행작 말고, 어려운 말 쓰는 영화 평론가들이 추천한 영화 말고, 가정에 고립된 엄마들이 온라인 동영상(OTT) 서비스로 볼 수 있는 ‘엄마 영화’ 26편을 골랐다. 결혼 제도나 혈연관계를 넘어서는 새로운 가족에 관한 상상, 동등한 가사 분담, 이혼 부부의 건강한 관계 맺기, 성평등 육아, 고부 연대, 출산 뒤 몸에서 일어난 변화와 자기 긍정, 부모 돌봄, 일과 삶의 균형 등 다양한 주제를 담은 영화들이다.

    흥미로운 영화 이야기에 더해 자유롭고 당당하게 살아가려는 기혼 여성들이 맞닥트린 현실 속 고민, 좌절, 혼란, 실천도 만날 수 있다. 따로 보고 같이 나누는 영화 이야기의 주인공은 평범한 엄마, 바로 당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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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어가 숨어 있는 세계> – 언어치료사가 쓴 말하기와 마음 쌓기의 기록

    김지호 (지은이) / 한겨레출판

    첫 책 <말문이 터지는 언어놀이>로 독자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던 18년 차 언어치료사(언어재활사) 김지호. 그가 2007년부터 지난겨울까지 만났던 아이들 가운데 스물다섯 명의 아이들과 함께했던 이야기를 첫 에세이로 썼다.

    이 책은 저자의 내밀한 수업 기록임과 동시에 아이들과 선생님의 담담하고 진진한 성장 기록이다. 그리고 저자가 아이들에게 보내는 편지이기도 하다. 저자는 수업을 하며 아이들에게 못다 전했던 마음들과 타전할 수 없었던 말들을 이 책에 기록하고자 했다. 각각의 에피소드는 실제를 기반으로 했으나 사생활 보호를 위해 특정 인물을 연상할 수 있는 일화를 수정하고, 아이들의 이름을 익명으로 표기했다.

    저자는 이 책에서 말더듬증·다운증후군·중증 자폐성 장애·무발화 등 다양한 사연들을 지닌 아이들을 만난다. 각 장에는 짤막하게 아이들 개개인의 특성과, 말더듬 치료·조음 치료·어휘 늘리는 법 등 언어수업이 어떻게 이뤄졌는지 쓰여 있다. 그뿐 아니라 저자가 치료사 생활을 하면서 매 순간 완벽해지기 위해 애썼던 이야기와 아이들과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던 순간들, 그로 인한 저자의 고민들 또한 오롯이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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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루와 이상한 미술관>

    구요성 (지은이),변보라 (그림) / 북극곰

    ‘사실 우리 모두는 선택받은 아이’라는 믿음을 지닌 구요성 작가의 첫 번째 판타지 장편동화입니다. 『마루와 이상한 미술관』에는 소심하고 평범한 아이 마루와 야무지고 씩씩한 아라, 그리고 마법 고양이 수리가 등장합니다.

    고양이를 아끼고 많이 키우는 이 동네에서 수상쩍은 일들이 생깁니다. 갑자기 고양이들이 사라지는 거지요. 마루는 동네에 새로 생긴 이상한 미술관에 사라진 고양이들이 갇혀 있다는 걸 알게 됩니다. 마루는 이제 더 이상 소심하고 평범한 아이가 아닙니다. 이들을 구하기 위해서는 선택받은 아이의 운명을 받아들이고 용감히 악과 맞서 싸워야 하니까요. 무시무시한 사건을 마법의 힘으로 하나하나 해결해 가는 모험 이야기이자 한 아이의 성장 스토리입니다.

    무시무시 조마조마 상상 가득 이야기- 동네 고양이들이 갑자기 사라지기 시작했어요!

    주인공 마루가 사는 동네 사람들은 고양이를 사랑하고 많이 키워요. 마루는 아빠의 반대로 고양이를 키우지는 못하지만 엄청 좋아한답니다. 그런데 동네에서 갑자기 고양이들이 하나둘 사라지는 거예요. 마루의 씩씩한 친구인 아라가 키우는 고양이 ‘초롱이’도 어느 날 갑자기 집 안에서 찾을 수가 없습니다. 새로 생긴 이상한 미술관에서 무시무시한 마녀가 고양이들을 납치해 밤새도록 고된 일을 시키고, 결국은 그림 액자에 가두어 팔아 버리거든요. 이 고양이들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요? 누가 이들을 구할 수 있을까요?

    모험을 감행한 아이의 성장 스토리- 평범한 아이 마루가 선택받은 아이가 되었어요!

    마루는 어릴 때 엄마가 돌아가시고 왼팔에는 비늘 같은 화상 자국이 있지만, 할아버지 할머니 아버지 그리고 친구 아라와 더불어 평범한 생활을 하는 소심한 아이예요.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마법 고양이 수리가 내는 방울 소리를 듣게 되고, 수리의 목줄을 풀어 주었어요. 수리는 마루에게 ‘선택받은 아이’라고 하면서 하늘을 날아올라 동네에 새로 생긴 고양이 미술관으로 데려갑니다. 그곳에서 무시무시한 마녀와 그녀에게 납치당해 고생하는 고양이들을 만나게 되지요. 이들을 구하려면 대마법사의 표식인 마법의 지팡이를 되찾아야 한답니다. 마루는 과연 마녀로부터 마법의 지팡이를 되찾아서 미술관에 잡혀 있는 불쌍한 고양이들을 구할 수 있을까요?

    귀여운 고양이들과 마법의 순간을 환상적으로 표현한 그림

    『마루와 이상한 미술관』의 삽화를 작업한 변보라 작가는 이 책의 그림을 그리면서 이야기 속에 푹 빠져 꿈에서도 마루와 수리, 마녀와 고양이들과 함께했답니다. 그림에 주인공과 고양이들에 대한 애정이 듬뿍 표현되어서 심장을 쥐락펴락하는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읽으면서도 얼굴에는 미소를 지을 수 있어요. 특히 무시무시한 마녀와 선택받은 아이 마루가 마법 대결을 벌이는 장면은 눈을 뗄 수 없을 정도로 환상적으로 표현하여 마치 눈앞에서 마법이 펼쳐진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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