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확전의 각오’ ‘응징보복’
    윤 대통령, 강력 대응 주문
    무인기 사건···야당 "무책임한 처사"
        2022년 12월 28일 05:00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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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통령실이 북한 무인기 침범 사태에 미흡하게 대응했다는 비판에 대해 “확전의 각오로 임했다”고 반박한 가운데, 야당들은 “제대로 된 대책도 없이 외친 ‘확전’은 국민들을 위기 속에 몰아넣는 무책임한 처사”라고 비판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27일과 28일 연이어 북한 무인기 관련 군 태세를 비판하면서 북한에 대한 강도 높은 대응을 주문했다.

    윤 대통령은 전날인 27일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 북한 무인기들이 우리 영공을 침범해 서울 상공까지 날아온 것에 대해 “지난 수년간 우리 군의 대비태세와 훈련이 대단히 부족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또 “지난 2017년부터 UAV(무인기) 드론에 대한 대응 노력과 전력 구축이 제대로 되지 않고 훈련이 전무했다는 것을 보면, 북한의 선의와 군사 합의에만 의존한 대북정책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 국민들이 잘 봤을 것”이라고도 했다. 문재인 정부가 대북 유화 정책만 펴느라 국방력 강화를 소홀히 했다는 주장이다.

    28일에는 강도를 더 높인 발언도 나왔다.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대통령 비서실·국가안보실 참모들이 참석한 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윤 대통령은 “북한의 어떠한 도발에도 확실하게 응징 보복하라. 그것이 도발을 억제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수단”이라며 “북한에 핵이 있다고 두려워하거나 주저해선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은혜 홍보수석은 이날 오후 브리핑을 통해 윤 대통령은 오전 오찬 일정을 취소하고 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이같이 말했다고 전했다.

    야당들은 무인기 침범이 벌어진 당시 정부가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소집하지 않은 것을 두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저녁 지방 4대 협의체 회장단을 용산 대통령실로 초대해 송년회를 겸한 비공개 만찬을 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윤 대통령이 국군통수권자로서 제 역할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대통령실은 당시 윤 대통령과 대통령실 참모진 대응이 안이했다는 비판에 대해 “확전의 각오로 임했다”며 반박하며, 윤 대통령이 “북한 무인기 1대에 우리는 2~3대를 올려보내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야당들의 비판에 반박하기 위해 했던 대통령실의 “확전의 각오”라는 말이 다시 도마에 올랐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북한 무인기 침입 부실대응 사태에 윤석열 대통령이 ‘확전’을 운운했다. 전쟁이 장난인가”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티타임을 벌이던 윤 대통령은 뒤늦게 군의 대응체계 미비를 질책하며 ‘확전의 태세로 임하라’, ‘전 정권이 UAV 드론 대응 준비를 잘 안 해놓아서 그렇다’라는 무책임한 발언만을 내놓았다”며 “빠르게 NSC를 열고 상황을 총괄 보고받아 대응해야 했던 국군통수권자는 양산 사저에 있는 문 전 대통령이 아닌 용산에 있는 윤석열 대통령 바로 당신”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런 발언들은 전 정권과 국군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조국을 지키기 위해 최전선에 선 현장 군인들의 사기만 떨어트릴 뿐”이라며 “안전보장회의도, 제대로 된 대책도 없이 외친 ‘확전’은 국민들을 위기 속에 몰아넣는 무책임한 처사”라고 질타했다.

    이 대표는 “‘확전’은 이전 정권들이 쌓아놓은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무너트리는 것을 넘어 국민들을 국지전, 전면전의 위협 속에 밀어넣는 위험천만한 행위”라며 “안보는 감정적 언사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첫째도 둘째도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데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윤석열 대통령은 감정적이고 위험천만한 ‘확전’보다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선제 안보’를 확립하기 바란다”고 거듭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윤 대통령이 이번 무인기 침범 사태를 전 정부의 탓으로 돌린 것을 강하게 비판했다.

    안호영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국회 브리핑에서 “수도권 영공이 뚫렸는데 NSC를 소집하지도 않은 대통령이 확전을 각오하고 북에 무인기 침투를 지시했다니 기가 막힐 따름”이라며 “서울의 하늘이 북한에 뚫린 날 비공개 송년 만찬을 해놓고 다음 날 남 탓하는 대통령, 확전 운운하는 대통령을 도대체 어떻게 이해해야 하느냐”고 말했다.

    안 수석대변인은 “윤석열 대통령은 크고 작은 실정과 참사가 일어날 때마다 전 정부 탓을 하고 책임에서 줄행랑을 놓았다”며 “국방부 장관과 군 인사도 모두 윤석열 대통령이 해놓고 안보 참사가 전 정부 탓이라고 한다면 ‘남 탓의 끝판왕’”이라고도 했다.

    김의겸 민주당 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을 통해 “‘확전의 각오’라면서 망년회 밥이 넘어갔느냐”고 비아냥댔다.

    김 대변인은 “미루나무 한 그루 베다가도 일어날 수 있는 게 전쟁이다. 남북이 서로 무인기를 휴전선 너머로 보냈다. 그야말로 일촉즉발의 위기”라며 “대통령실도 NSC를 열지 않은 이유에 대해 ‘전쟁 중에는 토론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했다. 당시 상황을 진짜 실전 상황으로 받아들였다는 말”이라고 짚었다.

    김 대변인은 “그렇게 무인기가 북쪽 하늘을 희롱하고 있을 시간 대통령은 무엇을 하시고 계셨나. ‘송년회를 겸한 만찬’을 하고 있었다”며 “확전도 불사한다는 결연한 의지를 불태우시면서, 밥과 술을 어느 목으로 넘기셨느냐”고 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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