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위증 안 했으면 이명박 구속됐을 것"
        2007년 02월 21일 05:44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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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나라당 대선주자인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그로부터 96년 선거법 위반 사건 위증의 대가로 금품을 수수했다고 주장한 김유찬씨 사이에 본격적인 진실공방이 진행되고 있다. 김유찬씨는 21일 자신이 정리한 금품수수 내역서와 이 전 시장측의 법정예상질의서, 금품 전달자들의 녹취록을 위증 교사의 증거로 공개했다.

    이에 이명박 전 시장측은 당장 “신빙성 없는 자료”라며 김씨의 위증교사 주장을 완강히 부인했다. 하지만 금품 전달 여부에 대해서는 명백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한나라당 검증위원회로 공을 넘겨 의혹 어린 시선을 받고 있다.

    김유찬 “위증 안했으면 이명박 구속됐을 것”

    김유찬씨는 21일 전경련 회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지난 96년 이 전 시장의 선거법 위반 재판에서 자신이 “위증을 안했다면 이 전 시장은 구속됐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명박 전 시장측이 김씨의 위증 교사 주장에 “위증을 했다면 선거법 위반으로 700만원을 선고받았겠느냐”고 지적한 데 따른 반박이다.

    그는 “이 전 시장의 선거법 위반은 구속감으로 법정 선거비용의 수십배를 상회하는 비용을 지출하고 위법 사실을 은폐할 목적으로 나를 해외로 도피시키는 과정에 개입하는 등 아주 죄질이 나쁜 범죄였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씨는 이 전 시장측의 위증 교사로 “있지도 않은 이종찬 당시 국민회의 부총재와 3억원 거래 사실이 있었다는 취지의 법적 위증을 했다”며 특히 “김대중 당시 국민회의 총재 추인설은 조작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당시 김대중 전 총재의 자택을 방문했지만 ‘김유찬씨의 의로운 행동이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앞당길 수 있다’는 말이 김대중 전 총재로 들었던 전부”라고 밝혔다.

    김씨는 이날 이러한 위증의 대가로 이 전 시장으로부터 받은 돈, 일시, 장소, 전달자 등에 대해 자신이 정리한 금품수수내역서를 공개했다. 96년 11월 이 전 시장측 이광철 비서관으로부터 양재동 환승주차장에서 5,500만원을 받은 것을 시작으로, 공판 전후로 총 20회에 걸쳐 이 비서관과 당시 종로구 J 조직부장, K 사무국장 등으로부터 적게는 150만원에서 많게는 2,000만원에 달하는 금품을 수수했다는 내용이다.

    그는 또 전날 저녁 당시 금품을 전달했던 J부장, K국장과 가진 전화 통화 녹취록을 일부 공개하기도 했다. 녹취록에서 J부장은 “한나라당 중앙당 차원에서 (김씨에게) 제2의 설훈이라는 것은 부당한 공격이거든. 그런 부분은 항의를 해야 한다고”라고 거들었다. 하지만 10여 차례에 걸친 금품 전달 사실에 대해서는 “그 기억을 못하겠어”라며 진실 규명과 관련 “고민을 할게”라고 말했다.

    K국장의 경우 “내 입장도 있고 동생도 있고 하니까 (이 전 시장측으로부터) 압박을 많이 받는다”고 전했다. 김씨는 이와 관련 “K 국장의 여동생이 이 전 시장 캠프의 핵심 인사의 부인”이라며 이 전 시장측의 진실 규명을 방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씨는 또한 이 전 시장 선거법 위반 재판 당시 이 전 시장측에서 자신에게 전달했다며 법정예상질의서를 위증 교사의 증거로 제시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날 공개된 법정예상질의서에는 김씨 자신의 자필 답변만이 기록돼 있어 이 전 시장측이 위증을 지시했다는데 의문을 자아냈다. 그는 그러나 “국선변호인을 선임한 내가 이 전 시장측 변호인의 법정예상질의서를 갖고 있다는 것 자체가 이 전 시장측과 깊은 커넥션이 있었다는 증거”라고 주장했다.

    김씨는 이외에도 이 전 시장이 조직적으로 금권을 동원해 자신의 자전적 에세이집인 <신화는 없다>를 베스트셀러로 만들었으며, 김씨가 추진한 서울시 상암동 DMC 관련 입찰을 막기 위해 집요하게 개입했다는 등 주장을 폈다.

    그는 이 전 시장의 재산문제, 여자관계 등을 담은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되고 있는 <이명박 리포트>의 출간과 관련 “이번 주에 교정을 마칠 것”이라며 “법률 검토를 거쳐 2월 말이면 시중에서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이명박 전 서울시장(사진 왼쪽)과 김유찬씨
     

    이명박측, “정치적 배후와의 상의 과정에서 가공”

    이명박 전 시장측은 당장 “위증교사는 사실이 아니다”고 반박에 나섰다. 이 전 시장측 주호영 비서실장은 이날 오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김유찬이 오늘 위증의 대가로 받은 금품수수내역서라며 공개한 자료는 사실과 전혀 맞지 않다”고 주장했다.

    김씨가 이날 오전 공개한 금품내역수수내역서 내용 중 96년 11월과 97년 1월 이 전 시장측 이광철 비서관으로부터 각각 5,500만원, 1,000만원을 수수했다는 주장이 있지만 당시는 이광철 비서관이 교도소에 수감돼 있던 시점이라는 지적이다. 주 비서실장은 “이광철 비서관은 96년 9월 구속돼 이듬해인 97년 3월 14일 보석으로 석방됐다”고 말했다.

    김씨가 이 전 시장측의 교사로 국민회의 이종찬 부총재와 3억원 거래설을 위증했다고 주장한데 대해서도 주 비서실장은 “김씨가 외국에서 들어오며 바로 검찰에 연행돼 위증 교사는 있을 수 없었다”고 반박했다. 그는 또 “당시 국민회의측은 김씨에 대해 사실무근, 명예훼손으로 법적 대응을 하겠다고 했지만 끝내 고소하지는 않았다”며 3억원 거래설에 무게를 실었다.

    주 실장은 김씨가 공개한 이 전 시장측의 법정예상질의서 역시 “공동피고인이 있는 경우, 본인의 변호인이 아닌 다른 변호인도 심문할 수 있다”며 “자기가 선임하지 않은 이 전 시장 변호인이나 이광철씨 변호인 등이 사실관계 확인을 위해 김유찬씨를 심문할 수 있고 심문 사항을 건네줄 수도 있는데 위증교사라니 어처구니가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김씨가 자신의 상암 DMC 관련 입찰에 이 전 시장이 집요하게 개입해 무산됐으며, 이재창 의원실 보좌관에 채용됐으나 이 전 시장의 음해로 해고됐다는 주장 역시 거짓말이라고 반박했다.

    하지만 주호영 실장은 “한 푼도 건네지 않았다고 확신할 수 있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한나라당 후보 검증위에서 조사해 발표할 것”이라며 모호한 답변을 남겼다. 그는 이 전 시장의 입장과 관련 “위증교사는 아니다”면서도 금품 수수에 대해서는 “내일쯤 이 전 시장의 말이 있을 것이다. 후보 검증위 조사 발표를 기다려 달라”고만 말했다.

    박근혜측 “이 시장과 김씨간에 풀어야할 진실게임”

    이 전 시장측은 대신 이날 배포한 반박자료에서 김씨의 최근 언론 발언과 김씨가 2002년 출간 예고했던 ‘이명박 리포트’의 서술내용을 비교하면서 이 전 시장의 살해 위협 등과 관련 “정치적 배후와의 상의 과정에서 정치적으로 가공, 부풀려진 것으로 판단된다”고 ‘배후설’을 거듭 주장했다.

    더불어 이 전 시장측은 “2002년 <이명박 리포트>도 신뢰하기 어렵지만 그 자체도 정치적 거래과정에서 왜곡, 가공, 부풀려졌으며 이후 2007년판 <이명박 리포트>는 그같은 가공을 거친 내용이 될 것”이라며 미리 김빼기에 나서기도 했다.

    일단 이 전 시장과 김씨는 한나라당 후보 검증위원회에 각자의 주장과 자료를 제출하고 판단을 맡기기로 했다. 하지만 양측의 주장에 모두 명확하지 않은 점이 있고 객관적인 사실 입증도 어려워, 수사권이 없는 당 검증위 차원에서 과연 진위를 가리고 향후 한나라당 경선 과정에서 논란이 될 불씨를 완전히 꺼뜨릴 수 있을지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이 적지 않다. 

    한편 이 전 시장측으로부터 ‘배후설’ 의혹을 받고 있는 박근혜 전 대표측은 “이명박 전 시장과 김유찬씨간에 풀어야 할 진실게임”이라며 배후설에서 한 발 비켜갔다. 박 전 대표측 한선교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참으로 불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검증 공세를 펴서 자칫 김씨의 주장이 허위로 판명날 경우, ‘배후’ 의혹을 사고 있는 박 전 대표측이 입게 될 후폭풍을 염두에 둔 일정한 거리두기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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