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베이징 '낭보', 조중동 침착·냉정·속쓰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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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년 02월 14일 12:01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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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일 중국 베이징에서 ‘낭보’가 날아왔다. 무산위기까지 몰렸던 북핵 6자회담 타결 소식이 전해진 것이다. 14일자 주요 조간 신문들은 6자회담 소식을 1면 머리기사는 물론 종합면 사설 등을 통해 대서특필했다.

    어제의 합의로 북핵 위기가 완전히 해결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렇게 생각하는 이들도 거의 없다. 그러나 북 핵실험 이후 한반도를 억눌렀던 불안을 해소하고 남북관계 진전의 계기를 마련했다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

    언론은 세상의 일을 ‘상식의 눈’으로 봐야 한다. 6자회담 합의문 채택의 의미와 배경을 분석하고 문제점과 향후 과제를 다루는 것이 상식적인 판단 아닐까. 어제 합의로 모든 것이 끝난 것처럼 호들갑을 떠는 것도 문제지만 평가 절하에 앞장서는 모습 역시 바람직한 언론의 태도는 아니다. 14일자 조간신문 기사들을 면밀히 분석하면 한국 언론의 현주소를 살펴보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다음은 14일자 주요 조간신문 1면 머리기사

    경향신문 <핵불능화-중유 100만톤 바꿨다>
    국민일보 <북핵 불능화땐 중유 100만t 제공>
    동아일보 <‘기존 핵무기 처리’ 논의도 안했다>
    서울신문 <북핵 불능화·중유 100만t ‘빅딜’>
    세계일보 <60일내 북 폐쇄 땐 중유 5만톤 불능화조치 하면 95만톤 지원>
    조선일보 <핵시설 불능화 땐 중유 100만t 상당지원>
    중앙일보 <10·9 핵위기 일단은 해소 기존 핵무기 해체가 숙제>
    한 겨 레 <북 핵폐기 봐가며 나머지 중요 95만t 지원>
    한국일보 <핵 불능화 땐 중유 100만톤 상당 지원>

    주요 일간지의 14일자 1면 머리기사는 모두 북핵 6자회담 타결 소식이었다. 조선일보는 <핵시설 불능화 땐 중유 100만t 상당지원>이라는 1면 기사를 통해 "북한 핵 폐기를 위한 6자회담 합의문이 타결 발표됐다. 6자회담 참가국들은 13일 전체회의를 열어 북한이 영변 핵시설 포기를 전제로 불능화(disablement) 조치를 취하면 중유 100만t 상당(운송비 포함 4000억원 추정)의 에너지 및 경제 지원을 하기로 합의했다"고 보도했다.

    모든 신문들이 1면 머리기사로 다루긴 했지만 독특한 시각을 보인 신문도 있었다. 대부분 북핵 6자 회담 타결소식을 객관적으로 전달하는 데 주력했지만 동아일보는 ‘나름의 시각’을 1면 머리기사 제목에 담았다.

    동아일보의 독특한 1면 제목 "기존 핵무기 처리 논의도 안했다"

    동아일보는 <‘기존 핵무기 처리’ 논의도 안했다>라는 1면 기사에서 "이번 회담에서는 북한이 이미 개발한 핵무기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에 대해선 논의조차 하지 못해 북한의 ‘과거 핵’ 문제 해결은 숙제로 남게 됐다"며 "북한의 모든 핵 프로그램과 핵무기를 완전히 폐기하도록 하는 데는 상당한 비용과 어려움이 따를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 동아일보 2월14일자 1면.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등 3개 신문의 논조도 흥미롭다. 6자회담 타결 소식과 관련해 침착하고 냉정한 태도를 보였다. 침착하고 냉정한 태도를 나무랄 것은 없다. 그러나 평가를 할 만한 사안에도 냉정한 태도를 보이고 나아가 부정적 측면을 강조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면 한번쯤 생각해 볼 일이 아닐까.

    동아일보의 1면 머리기사 제목부터 그렇다. 동아일보는 기존 핵무기 처리 문제는 논의조차 안 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동아일보는 종합면 기사에서도 같은 논조를 보였다. 5면 <핵무기-경수로 한마디 언급 없이 "앞으로 논의하자">라는 제목의 기사를 실었고 6면에는 <미 언론 "결정적 순간에 약한 모습…비판받을 것">이라는 기사를 내보냈다.

    부정적 측면에 초점 맞춘 조중동

    또 동아일보는 8면 <"북, 얻을 것 다 얻은 뒤 핵무기 카드 꺼낼 수도">라는 기사에서 "6자회담 합의에 대해 전문가들은 ‘북한이 핵 포기 결단을 내렸다고 판단하기엔 이르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이번 합의에 북한이 이미 보유한 핵무기 및 핵물질에 대한 언급이 없는 점을 문제로 지적했다"고 보도했다.

    조선일보도 크게 다르지 않다. 조선일보는 3면 <북핵 ‘투명한 신고’ 이뤄질까>라는 기사에서 "2002년 2차 북핵 위기 후 이번 베이징 합의까지 4년4개월이 걸린 것을 고려하면 완전한 북핵 폐기까지 얼마나 걸릴지 현재로선 점치기조차 어렵다. 북한이 과연 핵을 포기할 생각이 있느냐는 문제도 끊임없이 의문으로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 조선일보 2월14일자 3면.  
     

    조선일보는 5면 <이미 만든 북 핵무기에 대한 대책은 빠져>라는 기사에서 "13일 베이징 북핵 6자회담의 합의는 막혔던 북핵 문제 해결에 숨통을 텄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하지만 갈 길이 먼 것도 사실이다. 전문가들은 ‘외교적 해결의 교두보를 마련했다’고 평가하면서도 ‘초보적인 1단계에 합의했을 뿐이고 이번 합의엔 허점도 많다’고 지적했다"고 보도했다.

    중앙일보 동아일보 1면 비슷한 제목 다른 뉘앙스

    중앙일보는 1면 <10·9 핵위기 일단은 해소 기존 핵무기 해체가 숙제>라는 기사에서 "핵시설 폐쇄나 불능화 합의가 실제 이행되지 않을 경우 미국의 부시 행정부는 유화 정책을 포기할 수도 있다"며 "가장 큰 경제적 부담을 지게 된 한국에서 이에 대한 국민적 동의가 이뤄질 것인가도 변수다. 결국 완전한 핵무기 폐기까지는 지루하면서도 험난한 과정이 남아 있다"고 보도했다.

       
      ▲ 중앙일보 2월14일자 3면.  
     

    중앙일보도 1면 머리기사 제목에서 ‘기존 핵무기’ 문제를 거론했지만 동아일보의 기사 제목과는 뉘앙스가 다르다. 동아일보는 4면 <한국 공동분담금만 650억원…일 거부 땐 더 늘어>라는 기사에서 "이번 회담에서 핵 폐기 문제는 논의되지 않았다. 그 배경은 무엇인지, 북핵 문제를 해결한다면서 왜 북의 핵무기는 합의문에 포함되지 않았는지, 또 한국이 부담해야 할 비용은 얼마인지, 이번 합의가 과연 북핵 폐기로 이어질 것인지 등 궁금증도 적지 않다"고 보도했다.

    동아일보가 부정적으로 지적하며 의문을 제기했던 기존 핵무기 문제가 이번에 빠진 이유는 무엇일까. 한국일보가 ‘힌트’를 제공했다. 한국일보는 3면 <합의문서 빠진 ‘핵무기’ 처리는 협상 마지막 단계서 다룰 듯>이라는 기사에서 "핵무기 해체를 다루는 협상은 가장 마지막 단계가 될 게 확실하다. 무엇보다 북측이 주장하는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에 대항할 최후의 카드가 핵무기이기 때문"이라며 "북측은 핵 협상을 3단계로 나누면서 핵무기를 마지막 단계에서 논의가 가능한 주제로 분류했다"고 보도했다.

    천문학적 비용부담에 주목한 일부 언론

    중앙일보와 조선일보는 핵 폐기까지 천문학적인 돈이 들어간다는 점을 강조했다. 중앙일보는 <매년 1조 이상씩…못 들어도 10조원대>라는 3면 기사에서 "이번 합의문에 포함되진 않았지만 북한 폐기가 진전됨에 따라 우리측이 짊어질 부담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며 "대북 송전엔 송배전 설비를 갖추는 데 1조5000억∼1조7000억원 정도가 든다. 10년간의 전력생산비는 최대 8조원까지 추정된다. 전체 송전비용으로 10년간 10조원이 필요한 셈"이라고 보도했다.

    조선일보도 4면 <북, 핵폐기 전 최소 7800억원어치 챙겨>라는 기사에서 "13일의 베이징 합의로 북한은 엄청난 경제적 이득과 함께 미국, 일본과 관계개선 협상에 돌입하는 정치적 이득도 얻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핵 폐기 비용문제를 지적한 언론은 조중동 만은 아니다. 그러나 다른 언론들은 북핵 6자 회담 타결의 긍정적 의미를 강조하면서 핵 폐기 비용에 대해 주목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경향신문은 3면 <한국 핵폐기까지 최대 11조 부담>이라는 기사에서 "한국은 북핵 폐기 과정이 완전히 끝날 때까지 11조원 가량의 돈을 부담할 것으로 보여 ‘최대 지원국’이 될 전망"이라고 보도했다.

    한겨레 "협력적 안보질서 구축 향한 대장정의 첫발"

    경향신문은 5면 <정상회담 ‘물꼬’기대…비핵화까진 ‘먼 길’>이라는 기사에서 "얼어붙은 남북관계는 본격적인 해빙기에 들어갈 전망이다. 정부가 꽉 막힌 관계를 개선하는 계기로 줄곧 6자 회담의 진전을 제시해왔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서울신문도 5면에 <‘중유 20만t’ 620억원 달할 듯 대북송전 등 포함 땐 최대 11조>라는 기사를 실었으나 4면에 <미, 북 경제제제 해제·인적교류 ‘물꼬’>에 함께 실었다.

    조중동이 북핵 6자회담 타결의 과제와 문제점에 초점을 맞췄다면 대부분의 다른 신문들은 역사적 의의에 초점을 맞췄다. 한겨레는 1면 머리기사에서 "남북과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등 6개국은 한반도의 평화적 비핵화와 동북아시아의 협력적 안보질서 구축을 향한 대장정의 첫발을 내디뎠다"고 평가했다.

    또 한겨레는 3면 <‘말 대 말’ →’행동 대 행동’ 단계로 성큼>이라는 기사에서 "6자회담 5차 3단계 회의가 한반도 비핵화로 가는 길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며 "이제 한반도 비핵화를 모멘텀으로 북-일, 북-미 남북관계의 동시진전이라는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의 새 국면이 기대된다"고 평가했다.

    서울신문 "역사적인 첫걸음을 뗐다"

    한국일보는 2면 <9·19 공동성명 이행에 첫 걸음>이라는 기사에서 "북한 핵 완전폐기가 목표인 9·19공동성명은 지난해 10월 북한의 핵실험으로 심각한 타격을 입었으나 이제 그 상처를 딛고 다시 일어설 수 있는 계기는 마련됐다고 볼 수 있다"고 보도했다. 서울신문도 3면 <‘9·19 성명’ 17개월만에 한반도 비핵화 첫걸음>이라는 기사에서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행동 대 행동’ 조치가 역사적인 첫걸음을 뗐다"고 평가했다.

       
      ▲ 서울신문 2월14일자 3면.  
     

    주요 신문의 사설을 보면 논조의 차이가 확연히 드러난다. 한겨레 <6자 회담 ‘2·13 합의’를 환영한다>는 장문의 사설을 통해 "6자회담 참가국들이 어제 발표한 ‘9·19 공동성명 이행을 위한 초기조처’는 9·19 성명의 본격적 이행을 알리는 첫 합의문서라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 한겨레 2월14일자 사설.  
     

    한겨레는 "남북관계도 회담 진전에 발맞춰 전향적으로 다시 검토할 때다. 먼저 남북 당국자 회담이 열려야 하고, 북한 내 어려운 경제사정에 상응하는 인도적 지원 재개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문의 사설 실은 한겨레…서울신문 "먹구름 뚫고 나온 한 줄기 서광"

    서울신문은 <한반도 비핵화 큰 걸음 내딛길>이라는 사설에서 "한반도 비핵화의 첫 관문이 열렸다. 어제 베이징에서 이룬 북핵 6자회담 합의는 한반도를 뒤덮은 핵의 먹구름을 뚫고 나온 한 줄기 서광이라 하겠다"고 평가했다.

    경향신문은 <2·13 합의, 한반도 평화의 이정표가 되길>이라는 사설에서 "이번 합의는 북핵 문제 해결의 ‘새로운 이정표’라고 평가해도 무리가 없을 것 같다"며 "우리 정부도 피동적으로 북한의 대화요청을 기다릴 것이 아니라 먼저 북한에 대화 재개를 촉구하는 것이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서도 효과적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 한국일보 2월14일자 사설.  
     

    한국일보는 <북핵 6자합의 향후 과제는 성실이행>이라는 사설에서 "지난해 10월 북한의 핵실험에 따른 한반도 정세 불안을 해소하고 평화적으로 핵 문제를 해결하는 데 값진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북한은 물론이고 관련 당사국 모두가 합의사항을 성실히 이행, 궁극적인 한반도 비핵화를 앞당길 수 있기를 거듭 당부한다"고 밝혔다.

    동아일보 "비용 지불 회의적일 수밖에 없어"

    반면 동아일보는 <‘과거·현재·미래의 핵’ 다 폐기해야 안심할 수 있다>는 사설에서 "북한의 과거와 현재의 핵에 대해서 한마디 언급도 없는 한 장의 이행계획서를 위해 과연 이만한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지 회의적일 수밖에 없다. 정부는 ‘평화비용’이라고 하지만, 북핵에 잘못 대응해 물지 않아도 될 비용까지 물게 되지는 않았는지 철저히 되짚어 봐야한다. 이를 햇볕정책의 성과로 포장해서도 안된다. 그것은 기만"이라고 주장했다.

       
      ▲ 동아일보 2월14일자 사설.  
     

    조선일보도 <한반도 비핵화, 아직 갈 길이 멀다>라는 사설에서 "이번 회담 결과는 한반도 비핵화를 통해 대한민국이 핵 공포에서 완전히 해방돼야 한다는 우리의 목표에 이르는 첫걸음을 뗀 데 지나지 않는다"며 "북한이 이미 보유한 핵무기와 물질, 우라늄 핵시설이 규명되고 폐기되지 않는 한반도는 핵의 먹구름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중앙일보는 <북핵 폐기 못 시키고 미봉에 그친 6자회담>이라는 기사에서 "북한이 보유한 핵무기 제거에 대해 아무런 논의도 못한 것은 문제"라며 "북한의 ‘미래 핵 활동’ 동결에 보상을 해주는 협상 틀에만 매달리다간 북한의 핵 보유가 용인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 중앙일보 2월14일자 사설.  
     

    세계일보 "비관 걱정만 하고 있을 필요 없다. 이제부터 시작"

    그러나 세계일보는 <6자회담 합의 후, 이제부터 시작이다>라는 사설에서 "지나친 기대나 섣부른 낙관은 바람직하지 않다. 그렇다고 비관이나 걱정만 하고 있을 필요도 없다.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마음가짐으로 대장정에 대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류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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