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수노조 합법화, 대학운영 참여해야"
    By tathata
        2007년 01월 30일 06:37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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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학 교수들이 연구실이 아닌 차가운 아스팔드 위에 섰다. 그들은 ‘돈 걱정없이 공부하는 대학’, ‘국립대 법인화 반대’, ‘일방적 구조조정 반대’, ‘등록금 후불제 쟁취’ 등이 적힌 몸벽보를 부착하고 있었다. 그리고 “교수도 노동자다. 교수노조 합법화하라”는 구호를 외쳤다.

    전국교수노동조합(위원장 김상곤) 조합원 1백여명이 30일 여의도 국회 앞에서 집회를 열어, ‘교수노조 합법화 쟁취를 위한 결의대회’를 열었다. 이날 대회에는 강내희 중앙대 교수, 김석준 부산대 교수, 노중기 한신대 교수, 정영철 순천대 교수, 박동혁 동의대 교수 등이 참가했다.

    교수노조가 노조 합법화를 요구하며 장외 집회를 개최한 것은 이례적으로, 노조는 2월 임시국회에서 국회가 교수노조 합법화를 담은 법률안을 통과시킬 것을 요구했다. 현행 교원노조법은 대학교원을 노조 설립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으며, 정부는 교수노조를 ‘불법단체’로 규정하고 있다. 지난 2001년 교수노조가 설립된 이후로, 헌법에서 규정된 노동3권을 교수노조는 적용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 교수노조는 30일 여의도 국회앞에서 집회를 열어 ‘교수노조 합법화’를 요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교수노조는 완전한 노동3권에는 미치지 못하더라도, 전교조와 마찬가지로 단결권과 단체교섭권이 보장되는 것만큼은 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노중기 한신대 교수는 “적어도 교원노조법의 적용 대상에 교수도 포함돼야 한다”고 말했다.

    교수노조는 이날 국립대 법인화와 등록금 자율화 조치, 사학재단 설립요건 완화, 정원자율화 조치 등을 ‘신자유주의 교육정책’으로 규정했다. 노조는 결의문을 통해 “대학교육이 국민들의 여망에 맞게 발전하기 위해서는 대학교육의 발전을 옥죄는 제도와 장치들이 제거되고, 고등교육의 공공성 강화 및 대학자치의 확립과 교수들의 교권보장이 확보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교수노조는 또 “대학의 자치와 교권을 확보하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기구는 교수노조라고 확신한다”고 강조하면서 “영국, 독일, 프랑스, 호주, 캐나다 등 대학교육이 발전한 모든 나라에서 교수노조는 합법적인 노동조합으로서 법적 지위를 확보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학교의 직원노조는 설립을 허용하고 있으면서도, 정작 교육의 주체인 교수는 ‘교수협의회’와 같은 임의단체로 활동영역이 제한돼 대학운영에 있어서 실질적인 참여를 보장받지 못하고 있음도 교수노조는 지적했다.

    강내희 교수는 “대학은 사적 이익이 아닌 사회 공공성을 강화하기 위한 목적을 갖고 있다”며 “교육 공공성을 약화시키는 신자유주의 교육정책의 근본적인 흐름을 바꾸기 위해서는 교수가 주체가 되어 조직된 힘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강 교수는 “개인교수의 영향력과는 별개로 교수 대중이 조직되지 못하면 교수의 학교 운영 참여는 줄어들 수박에 없다”며 “임의단체가 아닌 법적 조직화의 길을 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지선 덕성여대 총학생회장도 “대학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학생에게 살인적인 등록금 폭탄을 던지고 있으며, 사립학교는 재단비리로 얼룩져 있다”며, “등록금 후불제와 대학공공성을 강조하는 교수노조의 합법화가 반드시 실현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날 대회에 참가하는 김석준 교수는 학문의 자주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라도 노조 합법화는 이뤄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외국 학술지 논문 등재 수에 따라 교수의 능력을 평가하는 등 교수사회에도 경쟁체제가 도입된 이래, 교수들이 외국이론을 수입해 뻥튀기하는 식의 학문의 종속성은 더욱 심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교수들이 긴 호흡을 가지고 독창적인 학문을 생산하기 위한 여건이 조성돼야 한다”며 “노조 합법화로 교수들의 학문활동을 제약하는 환경을 제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수노조는 결의대회에 이어 곧바로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교수의 노동조합 설립, 어떻게 볼 것인가’라는 주제로 토론회도 개최했다. 교수노조는 전국의 9개 지부로 구성돼 있으며, 조합원은 1,200여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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