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또 한 번의 봉합, 주춤하는 탈당론"
        2007년 01월 23일 01:42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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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열린우리당 사수파가 기간당원제 폐지안을 전면 수용하기로 했다. 또 전당대회에서 대통합 신당 추진을 결의한다는 전대 준비위의 잠정 결정안도 따르기로 했다.

    이들의 입장 변화로 통합신당파의 집단적인 탈당 움직임에는 일단 제동이 걸리는 분위기다. 그러나 천정배 의원 등 강성 통합신당파는 당헌개정 문제는 본질적인 문제가 아니라면서 탈당 가능성을 거듭 시사했다.

    당 사수파 왜 입장 바꿨나

    당 사수파의 입장 변화는 무더기 탈당 사태를 방치할 경우 대혼란과 함께 당이 사망선고를 받을 수도 있다는 위기감 때문으로 풀이된다.

    민병두 의원은 "29일 중앙위에서 당헌개정안이 부결되면 현 지도부의 사퇴와 뒤이은 대규모 탈당이 불가피하게 되고 당은 대혼란에 빠질 것"이라며 "당이 사망선고를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달리 분당의 책임을 통합신당파의 책임으로 전가하려는 사수파의 계략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선도 탈당 여부를 저울질하고 있는 이계안 의원측 관계자는 "명분 싸움"이라며 "분당의 책임을 전가하려는 것"이라고 했다.

    사수파인 이화영 의원은 "가처분 신청이 인용되면서 이것을 빌미로 해서 당을 분해하려고 하는 의도가 너무 확연해진 마당에 우리가 파국을 막아야 된다, 그것이 민심이라는 결론에 이르렀다"고 했다

    이와 함께 친노 중진들의 설득도 주효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는 당 사수파의 입장 변화에 노무현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되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이화영 의원은 "이해찬 전 총리나 문희상 전 의장 같은 중진 의원들이 대국적으로 양보를 해야한다고 했다"며 "파국을 막아야 된다는 것에 대해 공감해서 입장을 바꾸기로 했다"고 했다.

       
      ▲ 열린우리당 원혜영 전대준비위원장이 23일 오전 영등포 당사에서 열린 전대준비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주춤하는 탈당론

    지난 19일 법원의 기간당원제 폐지 결정 이후 대규모 탈당 움직임을 보였던 통합신당파는 일단 주춤하는 기색이다.

    특히 29일 중앙위에서 당헌개정이 이뤄지지 않으면 탈당을 할 수도 있음을 시사한 정동영 전 의장계는 일단 탈당의 명분을 상실한 것으로 보인다. 정 전 의장계인 민병두 의원은 "당의 공중분해를 막기 위해 사수파가 정치적 기치와 모토를 접은 것"이라며 "개별적인 탈당 시도가 명분을 갖기 힘들 것"이라고 했다.

    김근태 의장계인 정봉주 의원은 "정동영 쪽의 장난이 한 풀 꺾일 것"이라고 말했다. 김 의장측은 정 전 의장의 탈당 시사 발언을 고건 이후 호남의 맹주를 차지하려는 고도의 정략으로 보고 있다. 당헌개정 문제를 빌미 삼아 당을 깨고 나가 호남에 깃발을 꽂으려 한다는 의혹이다.

    선도탈당 가능성이 거론되던 임종석, 송영길, 김부겸, 정장선 의원 등 재선그룹은 이날 오전 모임을 갖고 일단 전대를 통한 통합신당 추진을 지켜보기로 의견을 모았다.

    임 의원은 모임 직후 "당헌개정을 사수파가 받아들인 데 대해 환영하고 중앙위를 통해 당헌개정이 잘 이뤄지길 바란다"며 "전대가 통합신당을 결의하는 장이 되고 전대 이후에는 본격 통합신당 추진에 나서야 한다"고 했다.

    강경한 천정배

    반면 강성 신당파 의원들의 입장은 요지부동이다.

    천정배 의원은 당 사수파의 입장 변화에도 탈당 가능성을 거둬들이지 않았다. 천 의원은 이날 기자간담회를 갖고 "중앙위가 예정된 29일이라는 시점은 중요하다고 보지 않는다"고 했다. 천 의원은 "기초당원제냐, 기간당원제냐 하는 것은 본질적 문제도, 핵심적 쟁점도 아니다"면서 이 같이 말했다.

    천 의원은 이어 "(당해체를 명문화하지 않고 대통합신당을 추진한다는) 비대위 안으로는 결판이 안나고 당 해체를 분명히 하지 않으면 당은 표류하게 된다"며 "당을 지키겠다는 사수파의 길은 패망의 길"이라고 했다.

    양형일 의원도 <레디앙>과의 통화에서 "기간당원제냐, 기초당원제냐 하는 것은 부차적인 문제"라며 "(당 사수파와는) 열린우리당의 과거에 대한 평가와 진로에 대해 근본적인 입장차가 있다"고 했다. 그는 당 사수파의 입장 변화가 "탈당에 전혀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이계안 의원측 관계자도 "당헌개정 문제를 법원에 가져간 건 그 사람들(당 사수파) 잘못이고, 기간당원제 폐지를 수용한다고 해서 그 잘못이 덮어지진 않는다"면서 "지역 당원들과 진로 문제를 상의하고 있다"고 했다.

    앞서 염동연 의원은 금주 중 탈당을 결행할 것이라고 공언한 상태다.

    또 한 번의 봉합?

    일단 당 사수파의 입장 변화로 29일 전후로 한 대규모 탈당 가능성은 현저히 줄어들었다. 그러나 당의 진로를 둘러싼 당 사수파와 통합신당파간 입장차는 여전해서 어렵사리 꿰맨 봉합선이 언제 뜯겨질지 알 수 없다.

    통합신당파는 이번 전당대회에서 ‘대통합 신당 추진’을 결의한 후 제3지대에서 헤쳐모여식 ‘통합’을 해야한다는 주장이다. 명문화되지 않았을 뿐 사실상 ‘당 해체’ 결의를 포함하는 내용이다.

    반면 당 사수파는 ‘당 해체’ 불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특히 김두관 전 최고위원의 초강경 행보에서 보듯 당 사수파 내부도 단일하지 않고 일사분란하게 통제가 되는 상태는 아닌 것으로 보여 통합신당파에 대한 이들의 거친 공세가 이어질 수 있다.

    통합신당파 내부의 역학도 탈당의 유인 요인으로 존재한다. 정동영 전 의장과 천정배 의원이 최근 보이는 강성 행보를 호남 주도권 쟁탈전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호남을 꿰차려면 열린우리당과 거리를 둬야한다는 얘기다.

    물론 탈당을 실제 결행하는 게 생각보다 쉽지 않다는 시각도 있다. 당을 깨고 나가서 신당을 만들려면 상당한 자금과 조직이 있어야 한다.

    수도권 지역의 한 의원은 "DJ나 YS도 쉽게 못했던 게 신당창당"이라며 "당을 깨고 나가서 3분, 4분 될 경우 세를 형성하지 못하고 지리멸렬해질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이 의원은 또 "노대통령이 탈당을 전격 선언하고 개헌 드라이브를 걸면 정국주도권이 열린우리당에 넘어올 수도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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