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대회 성사 불투명, 선도탈당론 재점화
        2007년 01월 19일 05:16 오후

    Print Friendly, PDF & Email

    법원이 당헌개정을 둘러싼 열린우리당 내부의 다툼에서 당 사수파의 손을 들어줬다. 기간당원제 폐지 및 기초당원.공로당원제 신설을 골자로 한 당 비상대책위원회의 당헌개정이 무효라고 판결한 것. 당장 2월 전당대회가 예정대로 치러질 수 있을지 불투명한 상황이 됐다.

    "당헌 개정 권한 비대위 재위임 불법"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중앙위가 비대위에 당헌 개정권을 위임할 수 있거나 비대위가 독자적인 당헌상 기관으로서 당헌 개정권을 행사할 수 있는지 의심스럽다"며 "당헌이 엄격한 요건 및 절차에 의해 개정되도록 하는 것을 보장하기 위해 적어도 그 재위임을 위한 결의에 있어서는 당헌 부칙 제1조가 정한 당헌 개정 정족수인 ‘재적 중앙위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요한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밝혔다.

    현 당헌당규상에는 전당대회에 당헌 개정 권한을 부여하고 있다. 다만 불가피한 사정이 있을 경우 중앙위원회에 위임해 2/3 이상의 찬성으로 당헌을 개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번에 문제가 된 건 중앙위원회가 자신에게 위임된 당헌 개정 권한을 비대위에 ‘재위임’ 할 수 있느냐는 것. 지난 5.31 지방선거 직후 당 중앙위원회는 회의를 열어 당헌개정 권한을 비대위에 위임토록 결정한 바 있다. 

       
      ▲ 법원의 당헌개정 효력정지 결정과 관련, 열린우리당 의원들이 19일 오후  긴급 의원총회에 참석하기 위해 국회 회의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통합파 "중앙위서 재개정", 사수파 "기존 당헌대로 당대회를"

    법원의 이번 판결은 내달 14일로 예정된 전당대회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줄 전망이다. 일단 법원 판결로 개정 당헌이 무효가 된 이상 중앙위에서 당헌 개정 절차를 다시 밟거나 기존 당헌으로 전당대회를 치러야 한다.

    통합신당파는 물론 전자를 추진할 계획이다. 우원식 당 사무부총장은 "중앙위에서 2/3 이상의 동의를 얻으면 된다"고 했다. 그는 68명의 중앙위원 가운데 당헌 개정에 찬성하는 사람 수가 52-53명 선이라면서 2/3(46명)의 동의를 얻는 건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다만 "통합파 중앙위원 가운데 현재 외유 중인 사람들의 일정을 고려해 가급적 이른 시일 내에 중앙위를 소집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이목희 의원도 "현재 중앙위원회의 분포를 보면 중앙위원회를 열어서 의결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고 했다.

    당 사수파는 기존 당헌으로 전당대회를 치러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원영 의원은 "당헌개정 전 당헌당규에 따라 전당대회를 치러야 한다"고 했다.

    이화영 의원도 "기간당원제로 전당대회를 치러야 한다"면서 "중앙위를 소집해 당헌 개정에 들어가는 것 자체를 반대하지 않으나 (중앙위가) 원만하게 치러지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김두관 전 최고위원측 관계자도 "비대위가 당헌개정을 추진한다면 정치적으로 퇴출될 각오를 해야할 것"이라고 했다.

    중앙위에서 어렵사리 당헌 개정이 다시 이뤄진다고 해도 문제는 남는다.

    현재 여당은 개정 당헌에 따라 당원협의회 선거를 치르는 등 전당대회 준비절차를 밟아왔다. 지금껏 진행된 이런 절차를 모두 무효화하고 다시 밟아야 할 경우 2월 14일 전당대회는 물리적으로 힘들게 된다. 즉, 개정 당헌의 소급적용 여부다.

    우원식 부총장은 "법원의 오늘 판결에 대비해 면밀한 법률 검토를 거쳤다"면서 "형사상, 재산상 피해를 준 경우가 아니기 때문에 소급적용이 가능하다"고 했다. 반면 이화영 의원은 "(당헌개정에 따른) 비대위의 후속 조치의 효력도 문제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점쳤다.

    선도탈당론 재점화

    어떤 식으로 결론 나건 법원의 이번 판결로 여당은 분열과 혼란의 소용돌이에 휘말릴 가능성이 높아졌다. 당장 이번 사태의 책임을 지고 비대위가 물러나야 한다는 주장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다. 또 중앙위의 당헌 개정 과정에서 통합신당파와 당 사수파간 정면 충돌이 불가피해졌다.

    만약 당헌 개정이 불발에 그쳐 기존 당헌대로 전당대회를 치를 경우 통합신당파는 낙승을 장담하기 어렵다. 비대위가 당헌을 개정한 이유는 투표권을 갖는 당원의 문턱을 대폭 낮춰 전당대회에서 숫적 우위를 확보한 후 통합신당론을 밀어붙이려는 복안이었다. 기간당원의 경우 친노파의 수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구상이 어그러질 가능성이 생긴 것이고, 전당대회를 통한 ‘통합신당’ 결의가 불투명하거나 생산적이지 못하다고 판단될 경우 강성 통합신당파가 당을 깨고 나갈 수도 있다. ‘선도탈당론’의 재점화다.

    천정배 의원은 "비대위에서 신당을 추진키로 했지만, 실제로 어떤 방법으로 신당을 만들 것인지 해답을 내놓지 못하고 미봉에 그쳐 걱정이 앞선다"며 "여러가지 광범위한 가능성을 열어놓고 비상한 심정으로 숙고해 보겠다"고 했다.

    최재천 의원은 "법원의 이번 판결은 5.31 이후 비대위 체제 전반에 대한 무효화 결정이라고 봐야 한다"면서 "창조적 파괴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했다.

    필자소개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