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역 깡패 걱정으로 '연휴'가 두렵습니다"
    2008년 02월 05일 11:24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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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무자년 설 연휴가 시작되었습니다. 회사 다닐 때는 매일 연휴만 기다려 왔습니다. 이번 연휴 때는 며칠이나 쉴 수 있을까? 주·야 맞교대에 주말특근까지 정말 1년에 두어 번 있는 연휴라도 없으면 사시사철 공장-집-공장-집으로 다람쥐 쳇바퀴 돌 듯 일만 하고 보냈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래도 그때가 좋았습니다. 해고되고 나니까 연휴가 두렵습니다. 공장이 쉬는 날이면 조용한 틈을 타서 언제라도 용역깡패들이 농성장을 침탈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나마 해고된 이후로 우리 조합원들이 서로를 의지하며 함께 지낼 수 있는 유일한 곳이 천막이기 때문에 우리는 무슨 일이 있어도 이곳을 지켜야만 합니다.

   
 
 

이번 설 명절은 해고되고 나서 두 번째 맞는 명절입니다. 지난 추석휴가 직전에 6명의 노조 간부가 해고되었습니다. 근데 추석 휴가 기간에 28명의 조합원이 추가로 해고통지서를 받았습니다. 그리고 지금, 우리 모두는 무자년 설 명절을 천막에서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그 중 한 명은 30미터 철탑 위에서 다리도 뻗지 못해 근육이 퇴화되는 고통 속에서 민족의 최대 명절을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다리도 못 뻗는 고통 속에서
 
저희들은 인천 부평에있는 GM대우자동차에서 비정규직으로 일하다 해고된 비정규직지회 조합원들입니다. 저희들 모두 조합원이라는 이유로 해고되었습니다. 처음 해고 되었을 때는 어이가 없었습니다. 노조에 가입했다고 하루아침에 해고하니까 ‘뭐 이런 경우가 다 있나’ 싶었습니다. 그리고 곧 복직될 줄 알았습니다. 해고된 다수의 조합원들은 부당해고 판결도 받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단 한 명도 복직되지 못했습니다.

2008년 2월 5일, 오늘로 정확히 천막농성 100일차입니다. 우리가 천막을 치고, 30미터 철탑에 올라가고, 한강대교 교각 위에 올라가서 목숨을 걸고 복직을 요구해도 거대기업 GM대우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습니다.

근데, 며칠 전에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이 GM대우자동차 부평공장을 방문했습니다. 저희들은 혹시나 GM대우차 비정규직 문제가 사회여론화 되니까 일말의 해결책이라도 되지 않을까 솔직히 기대하는 마음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명박 당선인은 저희들의 일말의 기대를 깡그리 무너뜨리고 돌아갔습니다. 억울할게 해고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공장 바로 앞에서 고공농성을 하고, 한강대교를 올라가고, 한겨울 천막에서 사람이 얼어죽어도 이명박 당선인에게는 노동자들은 국민이 아닌가 봅니다.

어이없다, 이명박 당선인

GM대우자동차를 노사화합의 성공기업이라니요? 앞으로도 쭉 파업 안했으면 좋겠다니요? 노동자들이 24시간 맞교대를 했으면 좋겠다니요? 차라리 이명박 정부하에서는 노동자들에게 국민의 자격을 박탈하겠다고 당당하게 선포하십시오.
 
박현상 조직부장은 41일째 철탑 위에서 지내고 있습니다. 하늘과 좀 더 가까이 있으나 그곳이 30미터 상공이든 300미터 상공이든 이 땅의  부조리하고 비상식적인 정치, 자본의 논리가 미치지 않을 리가 없습니다. 박현상 동지가 말했습니다. “법과 상식이 통하는 세상이었다면 이런 방법은 선택하지 않았다”고 말입니다.

박현상 동지가 있는 하늘 위를 올려다보는 것도 이제는 죄라고 합니다. 도대체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허용된 ‘정상적인 삶’은 무엇일까요?

어제는 지역의 동지들이 준비해 온 만두를 천막에 모여 앉아 다함께 빚었습니다. 따뜻한 설날 떡국을 끓여 제일 먼저 박현상 동지에게 올려보내고 도란도란 나누어 먹었습니다. 명절을 박탈당한 우리에게 더 이상 가져갈 것이 또 무엇이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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