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소수자 ‘존재’에 대한
    사회적 합의 필요치 않다
    기독인·인권단체·발의 국회의원들, 차별금지법·평등법 제정 촉구 나서
        2022년 01월 05일 04:41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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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별금지법·평등법을 발의한 의원들과 종교·시민사회 단체들은 “성소수자를 비롯해 누구도 배제 없이 차별받아서는 안 된다는 점은 차별금지법·평등법 제정의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보수 기독교계와 정치권 일부에선 성적지향·성별정체성을 차별금지사유로 두는 것을 문제 삼으며 법 제정을 가로막고 있다.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 차별과 혐오 없는 평등세상을 바라는 그리스도인 네트워크, HIV/AIDS 인권활동가 네트워크와 정의당 장혜영 의원과 더불어민주당 박주민·권인숙 의원 등은 5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 단체들은 “성적지향·성별정체성은 국제인권규범과 외국의 입법례에서도 명백하게 인정되는 차별금지 사유”라며 “15년이 넘도록 성소수자의 존재를 ‘사회적 합의’의 대상으로 만들어온 책임은 바로 국회를 비롯한 정치권에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성소수자들은 동성애와 에이즈만 이야기하며 성소수자를 차별하게 해달라고 하며 법 제정 반대를 선동해온 이들에 맞서왔다”며 “더 이상 물러설 수 없다. 국회는 성소수자 차별금지를 실현하라”고 촉구했다.

    국민의힘은 차별금지법 제정에 반대를, 더불어민주당은 유보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최근 민주당 내에선 성적지향과 성별정체성을 차별금지 사유에서 제외한 차별금지법·평등법 제정을 검토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기도 했다.

    사진=장혜영 의원실

    “당신의 중립 기어는 압제자의 편에 서는 것”

    종교계에서도 이날 회견에 참석해 차별금지법의 차별금지 사유에 성적지향과 성별정체성을 배제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대한성공회 정의평화사제단 회장인 자캐오 신부는 “저는 오늘 이 자리에서 예수 그리스도의 길에 동참하기 위해 분명히 말씀드린다. 성소수자 차별과 여성 차별, 인종 차별은 똑같이 우리가 믿는 신의 뜻을 거역하는 길”이라며 “그곳에서는 결코 신을 만날 수 없다. 왜냐면 혐오와 차별은 신과 같은 방향에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자캐오 신부는 “성소수자 혐오와 차별을 선동하며 앞장서는 목소리에 현혹되어 하느님의 꿈을 배반하는 길을 걷고 있는 분들이 있다면, 속히 돌이켜 하느님이 축복하는 환대와 연대의 길에서 동행하기를 간곡히 요청 드린다”며 “그 구조적인 첫 걸음은 바로 포괄적인 평등법, 차별금지법 제정”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데스몬드 투투 남아프리카공화국 성공회 대주교의 말을 인용하며 “당신이 불의한 상황에서 중립을 취한다는 건 압제자의 편을 선택한 것”이라며 “특정한 사회적 소수자를 지목해 놓고 갈 수 있다는 듯이 반복해서 위협하는 이 불의한 상황에서, 당신의 중립 기어는 압제자의 편에 서는 것임을 기억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성소수자 존재에 대한 사회적 합의는 필요하지 않다”

    성소수자·인권단체들은 보수 기독교계들의 성소수자 혐오 주장에 일부 정치권이 힘을 실어주는 행태를 강하게 비판했다.

    고운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 집행위원은 “성소수자가 존재하고 있음은 그 존재만으로도 증명된다. 이에 대한 합의는 필요가 없다”며 “성소수자가 존재하는데 반대하는 것은 반대가 아니라 혐오”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혐오에 굴복하며 쌓은 지지율을 바탕으로 어떤 정치를 하시겠나. 선거 승리 말고는 그리는 미래가 없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소주 HIV/AIDS 인권활동가네트워크 활동가는 “선거 때마다 유력한 후보들은 보수개신교 세력으로 위시되는 표의 수에 굴복하는 모습을 보였다”며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금지를 외면하고, 오히려 성소수자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이들을 국회에 초대하거나, 혹은 직접 찾아가서 고개를 숙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혐오에 굴복하는 그런 정치인들의 행태가 소위 ‘성적지향, 성별정체성 논란’, ‘성소수자 차별금지 찬반논란’을 만들어낸다”고 비판했다.

    소주 활동가는 “사회는 저절로 평등해지지 않는다. 앞장서서 평등을 설득하고 인권을 지키자고 주장하는 것이 정치인의 역할”이라며 “이제는 혐오와 폭력, 반인권적인 목소리에 단호한 자세로 먼저 맞서는 정치인들을 보고 싶다”고 말했다.

    “특정 시민 배제 주장…모든 시민들의 인권에 대한 잠정적 위협”

    차별금지법·평등법을 발의한 정의당과 더불어민주당 의원들도 회견에 참석해 21대 국회에서 성적지향과 성별정체성을 차별금지 사유로 포함한 법을 처리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장혜영 의원은 “특정한 시민들을 차별받지 않을 권리로부터 배제할 수 있다는 주장은 곧 모든 시민들의 인권에 대한 잠정적 위협”이라고 우려했다.

    장 의원은 “성소수자들만 빼고 차별을 시정한다고 대한민국이 인권선진국이 될 수는 없다. 인권은 모두에게 적용될 때 비로소 권리로서 작동하는 것”이라며 “차별받지 않을 권리는 비성소수자들에게 주어진 특권이 아니라 모든 시민들에게 주어진 헌법상의 기본권”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대한민국의 미래를 생각한다면 사회 통합을 심각하게 저해하는 차별 문제 해결의 물꼬를 틀 차별금지법 제정에 국회가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박주민 민주당 의원은 “어떤 분들도 배제하지 않는 차별금지법과 평등법이 필요하다”며 “많은 분들이 뜻을 함께 해주고 있음에도 국회가 제대로 된 논의를 진행하지 못한 것에 대해 사과드린다. 이 법이 논의, 통과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마했다.

    권인숙 민주당 의원도 “국회가 평등법을 미루고 성소수자 인권을 외면하는 동안 아동과 청소년은 가정과 학교 또래 집단에서 차별과 낙인을 겪으며 자기혐오를 내면화하고 있다”며 “성적지향, 성별정체성 명시한, 모두를 위한 평등법 제정에 동참할 것을 간곡히 요청한다”고 촉구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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