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통령 본업 정계개편 아니라 국민 삶 개선"
        2006년 12월 26일 12:43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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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잠시 휴지기에 접어드는가 싶었던 노무현 대통령과 고건 전 총리의 설전이 재개됐다. 노대통령은 26일 오전 국무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자신의 ‘인사 실패’ 발언을 해명하는 형식을 빌어 고 전 총리를 거칠게 몰아붙였다. 노대통령은 "앞으로 할 말은 다 할 생각"이라고 말해 이 논란을 적당히 접을 뜻이 없음을 분명히했다.

    "여당, 정신적으론 이미 분당 상태"

    노대통령은 이날 "(고 전 총리에 대한 비판이 아니라고 해명을 했는데도) 전혀 미안하다는 표정이 없어 섭섭하다" "요즘 대통령이 동네북이 되어 있지만 그렇게 하면 안 되는 사람들도 있다" "지금까지는 공격을 받아도 참아 왔는데 앞으론 하나하나 해명하고 대응할 생각"이라고 했다.

       
      ▲ 노무현 대통령이 26일 오전 국무회의를  주재하며 안주머니에서 인사말 메모를 꺼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현직 대통령과 그 대통령이 임명한 전직 총리간의 이런 다툼이 흔한 일은 아니다. 자연히 시선은 그 정치적 배경으로 쏠린다. 민주노동당 의원들은 노대통령이 범여권 정계개편에 본격적으로 개입하기 시작했다고 진단했다.

    노회찬 의원은 "(노대통령의 발언은) 대권후보에 대한 호불호를 천명한 것"이라며 "고건 중심의 통합신당론에 쐐기를 박으려는 것"이라고 했다. 또 "정계개편에 공식적으로 나서겠다는 의미"라며 "앞으로 이런 식의 개입과 발언이 계속될 것"이라고 했다.

    노 의원은 "노대통령과 통합신당파는 열린우리당을 중심으로 통합을 이뤄내야 한다고 절충한 상태"라며 "그 안에서의 헤게모니 다툼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했다. 노 의원은 "여당은 이미 정신적으론 분당한 상태"라며 "상황이 어려워서 뛰쳐나가지 못할 뿐"이라고 했다.

    "문제는 전현직 대통령이 정계개편 감독 자처하는 것"

    심상정 의원은 "대통령 정치의 판을 키우기 위해 진행되는 정치적 꼼수"라고 노대통령의 발언을 규정하고 "(그 결과 노대통령은) 한자릿수 지지율에 비해 훨씬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했다.

    ‘정치 9단’ 노대통령의 계산된 발언에 대해 민주노동당 의원들은 ‘혀를 찼다’. 먼저 ‘정치’에 골몰하는 노대통령에 대한 비난이 이어졌다.

    노회찬 의원은 "대통령의 본업은 정계개편이 아니라 국민들 삶을 개선시키는 것"이라며 "본업은 낙제인데 자꾸 부업을 하려 한다"고 꼬집었다. 또 김대중 전 대통령의 전날 발언과 묶어 "지금 문제는 전현직 대통령이 정계개편의 감독을 자처하고 나선다는 것"이라며 "스스로 팀을 만들고 선수를 뽑겠다고 한다"고 했다.

    이영순 의원은 "임기를 잘 마무리하려고 노력하기보다 복잡한 정치권 분위기에 숟가락 하나 얹는 것 같은 모양새를 보이고 있다"며 "이제 그만 좀 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임기 막바지에 가당치도 않은 소리" 

    노대통령의 발언 내용에 대해서도 쓴소리가 쏟아졌다.

    노회찬 의원은 "자신이 임명한 사람이 잘못됐다면 국민들에게 사과 먼저 하는 게 순서 아니냐"면서 "지도자가 할 수 있는 얘기가 아니다"고 지적했다. 또 "고 전 총리가 진보와 보수의 가교 역할을 잘 못했다고 했는데, 이게 대통령 역할이지 왜 총리 역할이냐"고 했다.

    심상정 의원은 "이른바 민주개혁세력의 ‘누워서 침뱉기’"라며 "잘못된 인사에 대해 국민들 앞에서 사죄해도 시원치 않을 판에 적반하장도 유분수"라고 했다. 심 의원은 "퇴임 후 회고록에나 쓸 얘기"라고도 했다.

    최순영 의원은 "고 전 총리가 잘못하고 있다고 판단했다면 그 즉시 바로 잡았어야 하고, 그랬다면 지금 와서 그런 얘기할 이유도 없는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천영세 의원도 "임기 막바지에 그런 얘기 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느냐"면서 "가당치 않다"고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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