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직-공직 겸직 금지 풀리나
        2006년 12월 26일 08:47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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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주노동당이 대의체계, 지도·집행체계, 중앙당 조직·인사·재정 등 당무 전반에 대한 대대적인 수술에 들어갔다. <레디앙>이 입수한 당 제도개선위원회(위원장 홍승하 최고위원)의 토론용 초안에는 당직-공직 겸직금지, 최고위원회 정수 조정, 최고위원 부문할당 폐지 등이 들어있어 당내 논의 과정에서 격론이 예상된다.

    제도개선위는 26일 회의를 열어 초안을 중심으로 논의한 후 위원회 최종안을 마련하고 이를 최고위원회에 올릴 예정이다. 민주노동당은 다음달 10일 최고위-의원단 워크샵에서 한차례 논의를 갖고 당내 토론을 거쳐 내년 2월 중앙위, 당대회에서 개선방안을 최종 확정한다는 계획이다.

    다음은 당내 권력 구조 및 운영과 관련된 내용인 겸직문제와 최고위 구성 운영에 관한 토론용 초안의 주요 내용이다. 

       
      ▲ 지난 16일 열린 제7차 중앙위원회에서 대선기획단 보고를 하였다 (사진=진보정치 이치열기자)
     

    ◆지도·집행체계 개선방향 = 가장 논란이 되고 있는 부분은 민주노동당의 최고 지도·집행기관인 최고위원회 제도의 개편방향이다. 현행 최고위원회 제도는 지난 2003년 당발전특위에서 마련한 제도로 최고위원회는 민주노동당의 최고집행기관이자 당을 대표하는 지도부의 기능을 하도록 돼 있다.

    최고위원회는 대표, 사무총장, 정책위의장, 의원단대표(당연직)와 9명의 최고위원(이 가운데 2명은 노동, 농민에 1명씩 할당)으로 구성돼 있다. 당초 최고위원들이 홍보담당, 민중운동담당 등 주요당직을 반드시 맡아야 하는 책임최고위원 제도가 있었으나 이는 지난해 폐지됐다.

    제도개선위는 최고위원회가 “적절한 정세판단과 방침(당론)의 결정, 그리고 신속한 집행을 통한 지도력 발휘와 정세 주도라는 본연의 임무를 수행하지 못했다”고 평가하고 있다.

    "최고위원수 대폭 축소 불가피"

    제도개선위는 먼저 최고위원회가 집행기능까지 포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판단을 내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책임최고위원제는 폐지됐으나 2기 최고위원회에서도 여전히 다수의 최고위원들이 중앙연수원, 비정규운동본부, 여성위원회, 지방자치위원회, 민생특위 등 부문·과제별 위원회를 맡고 있어 최고위원회가 당무에 대한 종합적인 판단과 정치적 결정을 중심으로 운영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 제도개선위는 “최고위원 정수 13명이 당내의 다양한 목소리를 제대로 반영하는 장점을 살리는 기능보다 지도부의 움직임을 무겁게 하는 역기능이 더 강하게 작용했다”며 대폭 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의견을 냈다.

    당직-공직 겸직금지 제도에 대해 제도개선위는 의회주의를 견제하는 순기능보다 지도부의 이원화라는 역기능을 노정했다며 겸직금지제도가 가직고 있는 긍정적 문제의식은 살리되 기본적으로 당원들의 선택에 의해 최선의 최고지도부 구성이 가능하도록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는 판단이다.

    노동, 농민부문 최고위원 할당에 대해서는 당의 대중적 정치기반을 강화하고 정체성을 강조하는 긍정적 측면이 있으나 최고위원회 구성의 몸집만 키우고 각각의 대중조직의 이해관계를 대변할 수밖에 없는 한계로 인해 당의 구심력을 약화시키고 신속한 정치적 판단을 저해한다는 입장이다.

    현재 민주노동당은 민주노총과 전농에 각각 노동, 농민할당 최고위원 1인을 배타적으로 추천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고 있다. 당원들은 이들이 추천한 최고위원 1인에 대해 찬반투표만 할 수 있게 돼 있다. 올해초 최고위원 선거에서는 민주노총이 내부사정으로 후보를 추천하지 않아 지난 8월 별도의 노동부문 최고위원 선거가 치러졌지만 투표율이 50%를 넘지 못해 선출이 무산되기도 했다.

    최고위를 정치적 결정기구로

    제도개선위는 또 사무총장과 정책위의장을 별도의 당원직선으로 선출하는 것이 대표를 중심으로 한 일사분란한 집행체계를 갖추는 데 장애요인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선출제도에 대해서는 7개 부문으로 나뉘어 진행되는 현행 최고위원 선출제도가 당원들의 관심을 분산시키고 참여를 제한하고 있으며 당3역(대표, 사무총장, 정책위의장)에 대한 결선투표제는 당력을 낭비하고 당원들의 피로도를 누적시키는 등 부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는 판단이다.

    이같은 평가에 근거해 제도개선위는 △최고위원회를 당을 대표하는 정치적 결정기구로 전환 △집단지도체제의 장점을 살리면서도 대표를 정점으로 한 집행에 있어서의 단일성 보장 △당직-공직 겸직금지 제도 폐지 △할당제 폐지, 최고위원 정수 대폭조정 △선출제도 단순화 등을 개편방안을 내놨다.

    즉 최고위원회에 일부 맡겨져 있던 집행기능을 대표를 정점으로 새롭게 짜여질 중앙당 집행시스템에 이관하고 최고위원회는 이를 감시 감독하고 주요 정치적 사안에 대해 당론을 결정하는 기구로 전환시키자는 것이다.

    또 7개 부문(대표, 사무총장, 정책위의장, 일반명부 3, 여성명부 4, 노동, 농민)으로 나누어 선출하는 현행제도를 폐지하고 ‘하나의 선거’를 통해 최다득표자가 대표가 되고 대표가 최고위원 중에서 사무총장과 정책위의장을 지명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이 안에 따르면 대표 유고시 2등을 한 최고위원이 대표직을 승계한다.

    지명직 최고위원제 도입

    제도개선위는 부문할당 폐지의 충격을 완화시키고 대표를 정점으로 한 집행력을 높이기 위해 ‘지명직 최고위원제도’를 도입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7명 내외의 선출직 최고위원 외에 민주노총, 전농이 추천한 사람을 대표가 지명하도록 하자는 방안이다.

    최고위원 선출방식은 일반명부와 여성명부에 각 1표, 대표에 대해 1표를 행사하도록 하는 방안과 일반명부와 여성명부에 각 1표를 행사하고 일반명부 1위가 대표가 되는 방안이 제시됐다. 두 번째 안은 여성부문은 할당으로 선출되는 부문이기 때문에 다득표자라 할지라도 대표가 될 수 없다는 문제의식이 반영된 제도로 여성이 대표에 출마하려면 일반명부에 출마해야 한다.

    ◆국회의원 비례대표 선출방안=제도개선위는 비례대표후보 선출제도가 민감한 사안이기 때문에 2008년 총선 직전에 논의할 경우 이해관계에 얽매여 졸속적으로 개정될 가능성이 높아 지금부터 논의해 합리적인 대안을 만들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현행 1인 4표(일반과 여성에 각 2표) 제도에 대해 제도개선위는 “당내 양대 정파간 나눠먹기를 제도화한 것으로 볼 수 있으며 이는 지나치게 당선권에만 관심을 두는 경향과 맞물려 당내 인사들의 폭넓은 참여를 제한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제도개선위가 제시한 개선방안은 ‘순번투표제’. 당원은 일정 순번(8~10번)까지 직접 순번을 정해 기입하는 것이다. 순번의 확정은 각 순번에 대해 일정한 가중치를 부여한 후 각 후보가 얻는 점수를 모두 합쳐 득점 순으로 한다.

    ◆대의체계 개선방안=민주노동당이 대의기관으로 두고 있는 당대회, 중앙위원회는 당원이 증가하면서 점점 몸집이 커져갔다. 중앙위원회는 창당초기 당대회 규모로 커졌을 정도. 효율적인 회의가 불가능해져 대의기구로서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았다.

    중앙위원 정수 상한제 및 임기 연장

    당대회, 중앙위원회는 정치적 사안의 결의보다는 당헌 당규 개정안 심의, 예결산안 심의에 치중하고 있어 민주노동당의 당대회, 중앙위원회는 당원들이나 대중에게 중요한 정치적 사건으로 다가가지 못하고 있다.

    이에 제도개선위는 중앙위원 정수를 300~500인 수준을 유지하도록 하고 대의원, 중앙위원의 임기를 2년으로 늘리는 방안을 제시했다.

    예결산안을 보다 실질적으로 심사하기 위해 심의, 의결기능을 중앙위로 이관하고 당대회는 2년마다 한번씩 개최해 강령, 당헌, 당의 노선과 진로 등을 심의, 의결하도록 했다. 당대회 안건공지기간은 3개월 이상으로 늘려 당원들의 토론을 거치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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