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성공단은 1백만평 통일 알박기"
        2006년 11월 28일 07:52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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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가 내리는 27일 아침 8시30분. 민주노동당 중앙당사 앞에서 버스 한 대가 출발했다. 문성현 대표와 노회찬 의원 등 민주노동당 지도부와 당직자, 출입기자들을 실은 이 버스가 서울을 벗어나 멈춰선 곳은 경의선 도로 남북출입사무소(CIQ).

    민주노동당 대표단이 남측과 북측에서 각각 벌어지는 ‘출입경’ 절차만 없으면 서울 도심에서 한 시간이면 닿을 수 있는 곳, 바로 개성공단을 방문하는 길이다.

    남북출입사무소에서는 공항에서 출국하는 것처럼 수속을 밟는다. 통일부가 발급한 방문증명서가 ‘여권’인 셈이다. 출입사무소에는 민주노동당 방문단 외에도 개성공단 기반시설 공사와 입주업체 업무를 위해 들어가는 남측의 인원과 차량이 줄을 지어 서 있었다.

    심사를 마치고 다시 버스가 출발했다. 비무장지대. 창밖으로 간간이 보이는 군인들은 어느 새 남측 복장에서 북측 복장으로 바뀌었다.

    차창 밖 군인들은 국군에서 인민군으로

    경의선과 나란히 뚫려있는 경의선 도로를 따라 20분 정도 달려 도착한 곳은 북측 CIQ. 다시 버스에서 내려 입경 수속을 밟고 나오자 개성공단이 한눈에 들어왔다. 오른 편에는 개성의 명산 송학산과 오관산이 보였다.

    버스를 타고 조금 더 들어가서 도착한 개성공업지구 관리사무소에는 김동근 개성공업지구 관리위원회 위원장과 북측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 박철수 부총국장이 나와 민주노동당 방문단을 맞이했다.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출발한 지 두 시간도 안 돼 도착한 개성공단. 노회찬 의원은 개성이 경기도에 속해있던 것을 상기시키며 “서울에서 아침 일찍 출발했는데 여태 경기도를 벗어나지 못했습니다”라고 말했다.

    문성현 대표는 “민주노동당은 개성공단 사업이 잘 돼야 한다는 강력한 의지를 갖고 있다”며 “길지 않은 시간이지만 애로 사항을 말씀해주시면 통일로 가는 길목에서 민주노동당이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동근 위원장은 “민주노동당의 방문을 격려의 의미로 생각한다”며 “남북 근로자를 대신해 따듯한 마음으로 환영한다”고 인사했다.

    마침 이날에는 아랍권 위성채널인 알자지라 방송이 개성공단 취재를 위해 들어와 이곳이 국제적인 관심의 대상임을 알 수 있었다.

    개성시 5만2천 가구 중 1만가구가 공단에 연결

       
      ▲ 문성현 민주노동당 대표가 우리은행 개성공단지점에서 직접 환전을 해보고 있다.  
     

    이어서 개성공단 운영과 사업현황에 대한 설명시간. 1백만평 가운데 시범단지 5만평에 18개 기업이 입주해 14개 기업이 공장을 가동하고 있고 10개 공장을 짓고 있다.

    지난 2004년 12월에 첫 번째 공장을 준공했을 당시 북측 근로자가 2백여명이었는데 2년도 안 돼 1만명을 넘어섰다.

    김 위원장은 “개성시에 5만2천 가구가 살고 있는데 1만 가구가 개성공단과 연결돼 있다”며 “생활비보장, 기술이전뿐 아니라 남북간 사회문화적 단절을 극복해나가는 의미이자 더 크게 보면 민족경제공동체의 모델, 민족통합의 모델의 의미를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또 임금이 다른 용도로 쓰인다는 일각의 지적에 대해 “기업이 지불한 임금 중 원천 공제되는 것을 제외하고는 물건이나 현금으로 근로자에게 간다는 것이 문서로, 또 대화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입주 기업들이 적자가 나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입주 기업들이 이미 증설을 하고 많은 투자를 했다”며 “회계 검증에 의한 수익성 분석이 아직 안 돼 이익이 난다, 안 난다고 할 수 없다”고 말했다.

    “개성공단은 통일의 백만평 ‘알박기’”

    문성현 대표는 “여기 오면서 개성공단이 통일의 ‘알박기’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1백만평의 소중한 알박기를 해놓은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표는 “지난번 평양 방문에서 북측이 개성공단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확인하고 돌아와서 개성공단부터 가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개성공단이 우리 중소기업에게는 ‘엘도라도’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 대표는 이어 “개성공단은 남측의 자본주의적 관리와 북측의 사회주의적 노동이 결합되는 곳”이라며 “소프트웨어적인 측면에서 어려운 점이 있을 텐데 그 과정에서 민주노동당의 역할이 상당히 클 것”이라고 말했다.

       
    ▲ 노회찬 의원이 개성공단 내 편의점에서 북측 직원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  
     

    개성공업지구 운영 현황 설명은 국내언론에도 몇 번 소개됐던 홍설경(22)씨가 맡아 관심을 모았다. 홍씨는 평양의 김철주사범대학을 졸업하고 개성공단 관리위원회에서 일하고 있다.

    홍씨가 대학에서 첼로를 전공했다고 하자 노 의원이 “나도 첼로였는데”라며 반가운 표정을 지었다.

    방문단은 우리은행 개성공단지점, 그린닥터스 개성병원, 패밀리마트 편의점, 개성공업지구 소방대, 한전 등을 둘러봤다.

    한전 관계자는 “지금 1만5천킬로와트의 전력을 공급하고 있는데 향후에는 15만4천킬로와트를 공급하게 된다”고 소개했다. 그러고 보니 경의선도로를 따라 선만 연결하면 될 수 있도록 송전탑이 이미 다 들어서 있었다.

    점심은 남쪽 노동자들과 함께

    점심식사 시간. 방문단은 아라코 식당에서 노동자들과 함께 식판에 밥과 반찬을 담아 밥을 먹었다. 아라코 식당의 한 끼 가격은 약 4천원. 지난 10월 김근태 열린우리당 의장 일행이 식사를 한 봉동관 식당은 1인당 30달러 정도(약 3만원)가 든다.

       
    ▲ 김동근 개성공업지구관리위원회 위원장과 문성현 민주노동당 대표, 노회찬 의원, 김기수 최고위원(왼쪽부터) 개성공단 내 아라코식당에서 밥과 반찬을 식판에 담고 있다.  
     

    그런데 아라코 식당을 둘러보니 북측 노동자들은 눈에 보이지 않았다. 홍흥주 개성공업지구관리위원회 상근이사의 말을 들어보니 북측 노동자들은 도시락을 싸와서 공장에 설치된 식당에서 먹는다고 한다.

    기업들이 남쪽에서 식재료를 조달해 식사를 공급하는 것이 부담이 돼 국만 제공하고 있다는 것이다.

    식사를 마친 후 버스에 올라 개성공단 1백만 평을 돌아봤다. 공단 조성공사는 마무리 됐고 정배수장, 폐수 처리장 등이 만들어지고 있었다. 공업지구 경계 바깥에는 60~70년대에 지어진 낡은 일반주택들이 눈에 띄었다.

    북측의 기정동 마을에 세워진 180미터 높이의 인공기 철탑이 보였다. 그리고 그곳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남측 대성동 마을의 철탑에는 흐린 날씨였지만 태극기가 휘날리고 있었다. 개성공단이 남쪽과 얼마나 가까운 곳인지를 다시금 깨닫게 하는 풍경이었다.

    완제품 출고하면 5시간만에 백화점에

    버스투어를 마친 후 개성공단에 입주한 업체 가운데 두 곳을 둘러봤다. 먼저 찾은 곳은 여성 의류를 생산하는 ‘신원’. 15개 라인 830명이 근무를 하고 있다. 남쪽에서는 이런 규모의 대형 봉제 공장이 존재하지 않는다.

    완제품이 생산돼 출고하면 5시간만에 백화점에 걸린다고 하니 일주일 넘게 소요되는 중국 청도 공장에 비해 개성공단의 ‘경쟁력’이 어느 정도인지 확인할 수 있었다.

    다음으로 찾은 곳은 기능성 신발을 생산하는 삼덕스타필드. 북측 근로자 1,700여명이 근무하고 있다. 이 회사 문창섭 대표이사는 민주노동당 방문단에게 애로사항을 토로했다.

       
      ▲ 신원 봉재공장을 방문한 일행이 북측 노동자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개성공단 투자에 대해서는 자산 가치가 인정되지 않는다. 개성에 투자하는 바람에 신용 평가가 바닥치다. 투자한 것이 부채로 잡혀서다.”

    개성공단 투자가 국내투자와 동일한 평가를 받지 못하고 오히려 회계상 불이익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두 공장을 둘러본 방문단은 마지막 일정으로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문성현 대표는 이 자리에서 “우리가 개성공단을 봐야할 것은 한반도 평화를 안착시키는 데 대단히 중요한 평화 메시지를 갖고 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문 대표는 “북한은 군사분계선 근방의 군사지대인 개성에 공단을 만들었다”며 “단순한 경제적 의미를 뛰어넘는 한반도 평화 메시지를 담고 있는 지역”이라고 강조했다.

    “개성공단, 한반도 평화 메시지 담고 있다”

    문 대표는 “핵문제에서 남측이 개입할 여지가 별로 없다. 북미 관계만이 아니라 남북 관계도 대단히 중요한데 그럼 점에서 개성공단을 계기로 하는 경협이 상당히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경협의 성과가 있을 때 북측에 할말이 있고, 이후의 과정에서도 할말을 하게 된다”고 말했다.

    지난 3월 국회 예결위원과 함께 개성공단을 방문한 적이 있는 노회찬 의원은 “그때와 비교해 보면 개성공단사업이 진척되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며 “힘들다고 아우성치는 중소기업을 걱정하는 정당은 우리 중소기업이 중국으로 건너가는 것을 걱정하지 말고 개성공단으로 보내는 것을 고려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노 의원은 “개성을 열 개(開)자에 성 성(城)자다. 남쪽과 북쪽이 성을 여는 장소가 개성이다. 남북의 문제는 예성강(황해남도 배천군과 개성시 개풍군 사이에 위치한 강) 남쪽과 북쪽의 문제다. 예성강을 기준으로 강남과 강북을 나눈다면 강남과 강북이 공동 발전하는 길은 개성공단 1단계 사업을 안정화시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법률혼 이전에 실험동거 하는 곳”

    노 의원은 또 “결혼에 빗대자면 법률혼 이전에 실험 동거를 하는 곳이 개성”이라며 “결혼 후에 생길 수 있는 많은 문제를 점검해가고 있다. 노동준칙도, 산재보험도 남측의 시안만 마련됐지 정해지지 않은 게 더 많다”고 말했다.

    노 의원은 “내가 알기로는 여기서 한 쌍의 남북 부부가 탄생할 뻔 했다. 하지만 남쪽 사람인 신랑을 서울로 내려보낸 걸로 알고 있다”며 “앞으로도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불타는 사랑으로 연을 맺으려 할 때 국가보안법으로 막을 것인가. 회합통신으로 막을 것인가. 우리는 지금 어떤 혼수품이 필요한지, 어떤 결혼자세가 필요한지를 준비하는 위대한 도정에 있다”고 말했다.

       
      ▲ 북측 노동자들이 타고 다니는 자전거.  
     

    노 의원은 “개성투자가 국내투자와 같은 평가를 받지 못하고 회계상, 금융상 불이익을 받은 상황”이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한 법률안이 국회에 제출돼 있는 만큼 제반 입법 활동을 국회에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개성에서 활동한다는 이유로 특혜는 고사하고 불이익을 받아서는 안 된다”며 “법률적 차별부터 해소해야 하고 정부 당국이 직접 나서서 대기업들과 흉금 없는 대화를 통해 현대 외에도 다른 재벌그룹이 자존심 경쟁이 아니라 투자할 수 있도록 정부가 열과 성을 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 대표는 “북측 노동자들에게 밥과 부식을 제공하지 못하고 있는데 비용적 측면에서 밥을 제공하려면 남측에서 식재료가 올라오기 때문에 기업이 부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현지 조달이 가능하다면 훨씬 싼값에 충분히 할 수 있는 상황이 조성될 것”이라고 말했다.

    기자간담회를 마치고 방문단 일행은 버스에 올라 서울로 향했다. 북측 CIQ를 통과하자 차창 밖 군인들은 어느새 남측 복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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