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주노총, 종로에서
    7.3 전국노동자대회 개최
    정부, 수천명 공연·경기 관람은 허용···집회 불허에 특수본 꾸려서 수사
        2021년 07월 03일 09:14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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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주노총이 조합원 8천여 명이 모인 가운데 서울 도심에서 7.3 전국노동자대회를 개최했다. 노동자들은 ‘노동법 전면 개정’, ‘비정규직 철폐’ 등을 외쳤다. 한편 경찰은 이날 대규모 집회와 관련해 50여 명 규모의 특별수사본부까지 꾸려 수사를 개시하겠다고 밝혀 ‘과잉 대응’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날 대규모 집회는 서울시와 경찰로부터 집회 불허 통보를 받은 데다, 경찰이 경계 태세가 높아 장소가 급작스럽게 변경되는 등 혼란이 계속됐다.

    경찰은 이날 213개 부대를 동원해 광화문역으로 향하는 도로와 한강 다리 등에 임시 검문소 59곳을 운영하며 조합원들의 집회 참석을 저지하고 나섰다.

    당초 서울 여의도 일대에서 열리기로 했던 집회는 대회 시작 1시간 전에 장소가 변경됐다. 민주노총은 “여의대로 진입이 원활치 않아 종로3가로 변경한다”는 공지를 내렸고, 서울교통공사는 오후 1시 50분부터 종로3가역을 무정차 통과하도록 조치했다. 실제 집회는 40분 늦게 시작됐다.

    사진=노동과세계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노동자들의 생존을 안정을 고용을 우리는 지키고자 이 자리에 왔다. 대통령이 정부가 약속했던 것만이라도 지켰다면 우리는 이 자리에 올 필요가 없었을 것”이라며 “비정규직으로 정규직으로 하겠다는 약속, 노동자들의 일자리를 지키겠다는 약속, 노동자 생명을 지키겠다는 약속. 도대체 이 정부는 어떤 약속을 하나라도 지켰단 말인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호규 금속노조 위원장은 “금속노조는 조합원의 압도적인 찬성으로 7월 셋째 주부터 총파업과 총력 투쟁을 진행한다. 7월 총파업에도 정부가 구조조정과 함께 노동자가 배제된 산업전환을 강행할 시, 8월에도 파업 멈추지 않을 것”이라며 “총파업을 통해 모든 노동자들 위한 노동법 개정 이뤄질 수 있도록 할 수 있는 방법과 수단을 쓰겠다”고 말했다.

    김진억 서울본부 본부장은 “산업대전환의 시기임에도 정부와 사용자는 아무런 대책도 없다. 이 상태로는 많은 노동자가 구조조정 거리로 내몰릴 것”이라며 “이 수많은 현안에도 정부가 민주노총의 요구에 불응해 더 이상 죽음에 내몰릴 수 없기에 거리로 나왔다. 정당한 집회 요구했지만 정부는 우리를 이렇게 내몰았다. 그래서 우리는 투쟁을 멈출 수 없다”고 했다.

    본집회가 오후 3시 15분경에 끝이 난 후 ‘비정규직 철폐’, ‘최저임금 인상하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행진을 시작했다. 대오는 광화문 방향으로 행진을 시작했으나 얼마 가지 않아 경찰 병력에 가로막히자 청계천 쪽으로 방향을 틀었지만 또 다시 경찰병력에 막히면서 세운상가 인근에서 큰 충돌 없이 집회는 마무리됐다. 다만 행진 대오 뒤쪽에서 약간의 몸싸움이 벌어져 조합원 1명이 경찰에 연행됐다.

    앞서 민주노총은 방역지침을 준수하겠다며 40여 곳에 9인 집회를 신고했지만 서울시와 경찰은 감염병 예방법을 근거로 불허 통보를 했다. 9인 이상의 집회가 진행될 것이라고 판단해 집회를 허가할 수 없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진다. 집회는 신고제로 운영되는 게 원칙이지만, 코로나19를 이유로 사실상 허가제가 되어버린 셈이다.

    다만 수천명 집결을 목표로 했던 상황이라 40여 곳의 9인 집회 등 방역지침을 준수하는 게 가능했을지는 의문이다. 실제로 이날 집회는 거리두기 등의 지침이 지켜지지 않은 채 진행됐다.

    코로나19가 아니어도 민주노총 내부에선 집회 개최 자체에 회의적인 목소리도 나왔다고 한다. 일부 산별노조의 일정을 고려하지 않고 조합원 동원을 할당한 점, 특히 집회의 의제 자체가 불분명한 점 등 때문에 “이 집회를 도대체 왜 하느냐”는 불만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코로나19 방역을 이유로 집회를 불허했던 정부의 대응도 진정성을 찾긴 힘들다. 김부겸 국무총리가 정은경 질병관리청장까지 대동한 채로 민주노총을 방문, 집회를 철회해줄 것을 요청했다. 하지만 정부 공약 사항인 최저임금 인상이나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 등 산적한 노동현안을 해결하라는 민주노총의 목소리에 정부는 화답하지 않았다. “언론 플레이”라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더욱이 수천명이 모이는 공연이나 스포츠 경기 관람을 허용하고 백화점과 대형마트 출입은 인원 제한 없이 가능함에도 유독 집회 개최에만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온 것도 문제다. 코로나19를 방패막이 삼아 정부 정책을 비판하는 목소리를 차단하려 한다는 의구심이 제기되는 이유다.

    앞서 정부가 집회를 불허 통보를 하자 민주노총은 정부가 자체적으로 노동현안 해결에 의지를 보이지 않으면서 노동자들이 목소리를 낼 창구까지 차단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정부는 해고되어 수 백일째 거리에서 노숙 중인 노동자, 다치거나 죽는 노동자와 가족들의 목소리를 외면하고 있다. 노동자들은 헌법에서 보장한 집회밖에 할 것이 없는데 이것 또한 못하게 한다면 소리 없이 죽으란 것”이라고 반발한 바 있다.

    한편 서울경찰청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수사부장을 본부장으로 하는 52명 규모의 특별수사본부를 편성해 수사에 착수했다”며 “장시간 불법 집회와 행진을 강행한 집회 주최자와 주요 참가자들에 대해 집시법·감염병예방법 위반, 일반교통방해 등 혐의를 적용해 엄정히 수사하겠다”고 밝혔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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